나만 당할 수 없지, 너희도 일상을 잃어봐라
친구들한테, 가족한테 어떤 게임을 소개해주나요? 같이 폐지 주워줄 사람이 필요한 루터 슈터? 아니면 다른 세계 동네 주민이 되어줄 MMORPG? 혹은 평소 가볍게 즐기는 모바일 게임을 소개해줄 수도 있죠. 보통 목적은 비슷합니다. 내가 하는 게임의 재미를 함께 즐겨주길 바라는 거죠.
오늘 이야기하는 게임도 비슷합니다. 정말 이 세상 모두한테 소개해주고 싶어 미칠 지경이거든요. 왜 그럴 때 있잖아요. 아니 아직 문명을 안 해봤어? 축구는 좋아하는 데 FM은 모른다고? 판타지 세계 팬인데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 앤 매직은 해봐야지!
정말 마음 곱지 않나요? 재미는 물론 시간 개념까지 충실하게 갖출 수 있게 만드는 게임이라니. 입대를 앞두고 남은 시간을 알차고 보내고 싶은 대학생에게도 좋고 평소 비슷한 성적을 보여주는 친구에게 시험 전주에 알려주면 최고죠. 여기보다 더 좋은 회사로 갈 능력이 있는 성격 참 더러운 회사 선배에게 소개해주면 정말 좋은 게임들입니다.
맞습니다. 혼자서만 이
게임명: 미니 모터웨이즈 | 개발사: 다이노소어 폴로 클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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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링크: '미니 모터웨이즈' 오픈크리틱 페이지
그래서 뭐가 특별한 건데?
거창하게 문명이나 히마메, 풋볼 매니저의 고결한 이름을 빌려왔지만, 사실 '미니 모터웨이즈'가 감히 그분들 명성에 버금가는 규모의 게임은 아닙니다. 전작 미니 메트로도 그랬고 모바일로 먼저 출시된 이번 작품도 그렇지만, PC로 서비스돼도 기본 틀은 어디까지나 모바일에 있습니다.
간략하게 게임을 설명하자면 시간이 지나면서 빨강, 노랑, 초록, 하양, 보라 등 다양한 색의 집과 건물이 생기고 집에는 각각 두 대의 차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건물에는 대충 퀘스트 마크처럼 생긴, 사람인지 짐인지 알 수 없는 뭔가가 하나씩 생겨납니다. 집에서 나온 차는 건물에서 이걸 가져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데 교통 체증 안 생기게 도로를 예쁘게 잇는 게 우리가 할 전부입니다.
길을 제대로 잇지 못하거나 차가 막혀 저 무언가가 건물 한도를 초과해 쌓이면 끝. 기본은 지하철 노선 잘 조정해서 지하철역 교묘하게 엮고 손님 옮기는 전작 미니 메트로와 비슷합니다.
그래요.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고민하고 최적의 빌드를 생각하며 성장하고 운영하는. 이른바 타임머신 게임들의 '쪼는 맛'이 부족합니다. 시간을 잠시 멈출 수는 있지만, 어찌 됐든 시간은 계속 흐르고 내가 제 역할만 잘하면 더 오래 도시의 운송을 원활하게 굴릴 수 있습니다.
결국 다시 말해 모바일 기반의 게임인 겁니다. 만약 이것보다 더 복잡했다면 조작하는 손도, 작은 화면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운영도 분명 모바일의 수준을 넘어갔을 테니까요.
그래서 뭐가 특별한 건데 계속하게 만드는 거냐?
도로를 어떻게 배치하고 게임을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어쩌고저쩌고 세부적인 내용을 떠드는 건 따로 필요 없을 거 같습니다. 워낙에 랜덤적인 요소가 게임에 큰 영향을 미치고 게임이 간단하기도 해서 이미지 몇 장, 30초짜리 트레일러만 봐도 대충 어떤 게임인지 감이 오거든요.
그래서 그보다는 이 간단한 게임에 왜 손을 떼지 못하는지, 제작진이 어떻게 플레이를 유도하고 있는지 게임 디자인을 살펴보려 합니다.
미니 모터웨이즈의 구성은 일반적인 시티 빌더와 같습니다. 미학적인 부분도 중요하겠지만, 보다 효율적이고 적은 자원을 써 게임을 풀어나가기 위해 '길'을 잘 만들어야 하죠. 여기서는 그 길이 차가 다니는 도로고요. 다만 일반적인 시티 빌더의 건물은 플레이어의 통제하에 있습니다. 게이머가 어떻게 건물을 두고 그 건물을 중심으로 어떻게 길을 그릴지 그 선택권을 손아귀에 쥐고 있는 거죠. 하지만 미니 모터웨이즈의 집과 건물은 모두 랜덤으로 생성되죠.
생각해보세요. 군대 침구 각 잡듯 딱딱 정리된 정갈한 도로. 그 길 중간에 집이 떡 하니 생겨버리는 겁니다. 물론 좀 크게 돌아가는 길을 새로 계획한다면 효율은 떨어져도 깔끔한 도시 계획이 가능하겠죠. 하지만 도로는 그 수가 제한되어 있으니 미관만 따지다간 깔 도로가 없어서 지어진 도로를 도로 때려 부술지도 모릅니다. 여기에 집이 생겨난 곳이 산이나 강 근처다? 그럼 눈물을 머금고 이니셜D 배틀 트랙을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플레이어의 허를 찌르는 위치에 제멋대로 지어지는 집과 건물이 이 게임을 계속하게 만드는 이유가 됩니다. 집이 조금만 더 좋은 위치에 지어졌더라면. 건물 입구가 도로를 막지만 않았어도. 이런 다양한 상황이 '다음에는 더 낫겠지', '다음에는 더 오래 버티겠지' 하는 희망을 품게 하거든요. 뭐 사실 기적이 더해지지 않는다면 결국 하찮은 내 도로 건설 능력을 비관하며 비슷한 배드 엔딩을 맞을 테지만요.
랜덤 요소가 고작 방해 요소만은 아닙니다. 한 주가 지나면 산이나 강을 가로지르는 터널과 다리, 먼 거리를 순식간에 잇는 고속도로, 교통 체증을 분산시키는 회전 교차로나 신호등을 얻습니다. 전부 얻는 건 아니고 이들 중 2개가 선택지로 나오고 그중 하나를 선택해 얻는 방식이지만요.
이 특수 아이템은 상황에 따라서는 굉장한 효과를 내기도 하지만, 도로 형태나 건물 배치에 따라 그다지 효율을 내지 못하기도 합니다.
미니 메트로웨이의 진짜 재미는 이렇습니다.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는 없지만,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이런 아이템을 어떻게 배치할지, 도로는 또 어떻게 구성할지, 도로 막는 집을 어떻게 잘 우회해 교통 체증을 풀어낼지 고민하는 거죠.
깊이가 있다는 건 한 번의 게임을 오래 끌고 가는 힘이 되지만, 반대로 적당한 수준의 고민만 필요한 구성은 결국 게임이 막혀도 다음 판, 또 다음 판을 고민 없이 다시 할 수 있게 하는 힘이 됩니다. 시간을 어떻게 보내게 하는지 방법은 다르지만, 앞서 다른 게임이 그렇듯 한 게임만 더, '한 게임만 더'를 외치다 미래로 가버리는 건 똑같고요.
그래서 뭐가 특별했던 건데 조금 전이 어제가 됐네...
이렇게 가볍게 게임을 끌고 나가는 모바일스러운 무게와 산뜻한 게임 디자인은 새 게임에 대한 거부감을 줄입니다. 모두 그런건 아니겠지만, PC 게임에게는 별로 자랑스럽지 않을 '모바일스럽다'는 표현이 이 게임의 분위기를 만드는 거죠.
물론 아무리 핸디 게임에 가까워도 전작과 비교하면 다윈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진화빔을 맞긴 했습니다. 작대기 하나에 세모, 네모 따위의 상징을 두고 지하철이라고 우기는 전작과 비교하면 그래도 이건 차고, 이건 건물이라는 건 확실히 알아챌 정도니까요.
여기에 처음에는 한껏 확대된 도시가 점점 줌아웃 되며 작은 건물 하나에서 거대한 물류 도시로 성장하는 모습은 나름 뿌듯하기도 하죠. 그리고 그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는 자동차 하나하나가 구현된 것도 작대기 지하철과 비교하면 서운하다고 삐칠 정도고요. 사실 이 작은 자동차 하나하나의 움직임에 감동하기보다는 다른 차에 막히고 정체된 모습에 짜증이 더 크긴 하지만요.
어쨌든 게임의 디자인에 맞는 가벼운 무게감은 그대로 가진 채 나름대로 성장한 그래픽이 이 게임을 PC로 즐기는 데 거부감을 줄이는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습니다.
이런 부류의 게임이 그렇듯 리뷰 한 줄, 영상 몇 분 보는 걸로 게임의 특징이나 분위기는 캐낼 수 있어도 왜 이걸 자꾸 다시 하게 되는지는 알기 힘들 겁니다. 직접 해본다면 그 분위기 안에서 저절로 만들어져가는 목표와 '한 게임만 더'를 외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죠.
그러니 직접 해보세요. 여러분의 무료한 인생을 망칠, 아니 인생의 의욕을 불어넣어 줄 소소한 도전 욕구를 채울 테니까요. 나만 당할 수 없어서 그러는 거 절대 아닙니다. 맨 처음에 나만 당할 수 없다 그랬다고요? 쳇. 거의 다 넘어왔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