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의 명성은 그대로, 신선함은 아쉽다
테트리스와 슈퍼 마리오에 다른 유저들을 타겟팅하여 공격하는 전략 요소를 더해 새로운 재미를 창조해냈던 개발사 아리카(ARIKA)가 다시 한번 클래식 명작의 부활을 알렸다. 타임지 선정 역대 가장 영향력 있는 아케이드 게임 1위 기록을 자랑하는 유서 깊은 게임 시리즈, '팩맨'이 이번 부활의 주인공이다.
아리카가 선보인 기존의 두 작품은 명작의 틀은 가능한 한 그대로 유지한 채, 타겟팅을 통한 공격 시스템으로 다른 유저들과 끊임없이 대전하는 '라스트 맨 스탠딩' 요소를 주요 골자로 삼았다.
해당 시스템을 첫 번째로 선보였던 테트리스 99는 '이 게임 하나만으로도 닌텐도 온라인 서비스를 유지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호평 일색이었던 반면, '슈퍼 마리오브라더스 35'에서는 기존의 시스템을 그래도 답습했을 뿐이라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마리오 시리즈 3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단발성으로 공개했던 이벤트 게임에 불과했다고는 하지만, 아리카가 시도하는 명작의 재해석이 더는 신선하게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전작으로 '무료 게임치고는 나쁘지 않았다'는 다소 아쉬운 평가를 받았던 아리카가 절치부심하여 새롭게 공개한 신작 '팩맨 99(Pac-Man 99)'는 과거의 시스템을 단순히 답습한 게임에 그칠 것인지, 명작의 가치를 다시 한번 환기시키는 '수작'일지, 아니면 여전히 과거의 시스템을 답습할 뿐인 범작에 그칠지 직접 확인해보았다.
게임명 : 팩맨99 (Pac-Man 99) | 개발사 : ARIK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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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링크: 'Pac-Man 99' 오픈크리틱 페이지
'테트리스 99'를 잇는 고전 명작의 재해석
'팩맨 99'는 유령을 피하면서 화면 내의 아이템을 먹는 아케이드 게임 '팩맨'의 기본 공식에 라스트 맨 스탠딩 장르를 접목한 신작이다. 지난 8일에 정식 출시되었고, 닌텐도 스위치 온라인 서비스 가입자에 한해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기존에 '테트리스 99'를 경험해본 이들에겐 익숙한 방식이다.
게임 방식은 간단하다. 기존의 '팩맨' 규칙대로 내 캐릭터를 위협하는 유령들을 피하며 미로 속에 퍼져있는 쿠키를 모으고, 가능한 한 오래 살아남기만 하면 된다. 최종 우승자 한 명이 가려질 때까지 게임이 계속돼야 하므로, 미로 속 쿠키를 계속 재배치해주는 '과일'이나 유저의 목숨을 위협하는 '방해 팩맨', '킬러 팩맨' 등의 추가 요소도 포함됐다.
팩맨 99는 아무런 설명이 없어도 누구나 게임 방식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직관적이다. 자신을 제외하고 나머지 98명과 싸워야한다는 점이 처음엔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이러한 특징을 모르고 플레이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다. 몇 번만 반복하다보면 게임의 기본적인 룰을 대부분 파악할 수 있고,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다만 모든 경쟁자들을 제치고 1등을 기록하기까지의 여정은 상상 이상으로 고달프다. 남아있는 생존자가 10명 정도로 줄어들면, 미로 전체가 다른 유저들이 보낸 방해 요소로 가득 차게 되는데, 이때는 정말 한순간도 방심할 틈이 없을 정도로 쫄깃한 긴장감이 계속된다.
베이스가 되는 게임 자체가 단순한 만큼 몇 판만 플레이해도 쉽게 질리게 될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에 라스트 맨 스탠딩 요소가 더해지면서 '다음 한 판만 더 하면 정말 1등을 할 수 있을 텐데'라는 묘한 목표 의식이 생겼다. 결과적으로 기대한 것보다 더욱 더 오랜 시간 동안 흥미롭게 게임을 지속할 수 있는 게임이 된 셈이다.
닌텐도 온라인 서비스 이용자들을 위한 새로운 선물, 다만 새롭진 않다
'팩맨 99'가 닌텐도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을 위한 또 하나의 선물이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서비스를 유지하기만 해도 언제나 부담 없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선택지가 생긴 것이니까 말이다.
공짜로 플레이하는 게임이라고 연출이 낡거나 부족하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2021년에 출시된 게임인 만큼 전체적으로 깔끔한 비주얼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잠든 고스트에 닿았을 때 생성되는 '트레인 고스트'를 일망타진하여 상대의 진영으로 방해 요소를 날려보낼 때의 연출은 웬만한 액션 게임 이상의 통쾌한 타격감이 느껴질 정도다.
다만, 아리카가 전작인 닌텐도 99에서 보여줬던 혁신 만큼의 새로운 재미를 신작에 담아냈느냐고 묻는다면, 여기선 의문점이 생긴다. 사실 팩맨 99는 '닌텐도 99'에서 검증된 주요 재미 요소를 그대로 담아낸 또 하나의 게임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시점에서 보면, 게임 속 아쉬운 부분들이 더욱 명확히 보이기 시작한다. 테트리스 99 때도 그랬지만, 별도의 튜토리얼이 제공되지 않으므로 게임 내에 마련되어있는 몇 가지 전략을 익숙하게 활용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기본 조작을 기준으로 스위치 오른쪽 패드의 버튼과 아날로그 스틱에 각각 자신의 팩맨을 강화할 수 있는 전략과 공격 대상 선택 키가 배정되는데, 각 전략이 어떤 효과를 갖는지는 게임 속에선 일절 설명해주지 않는다.
기본 지식이 없다면 무작정 눌러보고 '이러면 뭐 더 좋은 건가?'라는 정도의 인식으로 플레이할 수밖에 없다. 한참을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플레이한 뒤 인터넷 페이지를 둘러보게 됐고, 그제서야 각각의 옵션에 팩맨의 이동 스피드를 올리거나, 발생하는 트레인 고스트 수를 배로 늘려주는 등 독특한 효과들이 배정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본 모드인 '팩맨 99' 이외에 모든 콘텐츠가 전부 유료 DLC로 제공되는 점도 아쉬운 부분 중 하나다. 비밀번호를 설정하여 지인들끼리 플레이하거나, 본격적인 배틀로얄에 앞서 기본 플레이를 익힐 수 있는 CPU 대전 등 나머지 부가 요소를 즐기려면 17,000원 상당의 유료 DLC를 결제해야만 한다. 결코 비싼 금액은 아니지만, 이미 닌텐도 온라인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요소들 하나만을 위해 이중 과금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기본 모드에서 1등을 달성하고 난 뒤에 노려볼 수 있는 별도의 목표도 분명치 않다보니, DLC 결제를 더욱 망설이게 될 수 밖에 없다. 게임 내 랭크와 경험치 시스템이 존재하지만 '얼마나 오랫동안 게임을 했는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뿐, 별다른 달성 보상과 연계되지는 않는다. 게임 내 컬렉션 요소인 '커스텀 테마'나 '엠블렘' 역시 모두 유료 DLC로 구매하는 것들이다보니, 현재로선 한번 1등을 달성하고 나면 더 이상 게임을 지속할만한 이유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팩맨 99'는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파티 게임으로서의 잠재력을 가진 작품이다. '테트리스 99'의 조작이 다소 어렵게 느껴졌던 이들이라도, '팩맨 99'는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편이다. 조작 난이도가 단순하다 보니,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인 닌텐도 스위치와의 궁합도 딱 들어맞는 편이다.
다만 앞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새로운 시도'에 대한 고민은 다소 부족했던 것처럼 느껴진다. 테트리스 99에서 보여주었던 기본적인 틀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명작 IP의 힘에만 의존한 비슷한 형태의 작품들이 계속 이어졌고, 일부 유저들은 게임을 접하기 전부터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팩맨 99'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린 게임의 모습은, 최대 4명의 유저가 함께 즐길 수 있었던 '팩맨 배틀로얄'의 확장된 버전이었다. 하나의 넓은 필드에 99명의 유저가 모두 참여하고 서로서로 먹고 먹히는 '난장판'이 벌어진다면 참 시끌벅적하고 재미있겠다는 기대를 하다보니, 실제로 공개된 게임의 모습에 다소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기대한 모습에 100% 들어맞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팩맨 99'가 클래식 명작이 가지는 고유의 가치와 재미를 잘 살린 게임인 것은 분명하다. 평소에도 클래식 아케이드 게임을 즐기고, 다른 유저들과 경쟁하는 배틀로얄 장르를 선호하면서 동시에 '닌텐도 온라인 서비스'까지 이용하고 있다면,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이 게임을 꼭 놓치지 말고 플레이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