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영원회귀의 뜨거운 감자, 티밍(Teaming)
양영석 기자 (Lavii@inven.co.kr)
지난 22일 진행됐던 영원회귀: 블랙서바이벌의 솔로 대회에서 '티밍'이슈가 발생했다. 티밍(Teaming)이란 일반적으로 팀이 허용되지 않은 게임에서 플레이어들의 서로 공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합, 혹을 맺는 부정행위를 뜻한다. 특히나 서바이벌 게임에서는 이러한 티밍 이슈가 적지 않은 편이었으나, 공식적으로 열린 대회에서 티밍 이슈가 불거진 건 매우 드물었다.
대회 운영측에 의해 티밍으로 실격 처리된 판단의 근거는, 마지막 금지구역에서 약 1분이 넘는 시간동안 서로 공격하지 않고 같은 공간을 공유했다는 부분이다. 매우 좁고, 서로의 공격 거리가 닿을 위치였다. 상황상 실제 게임에서는 8킬을 기록해 매우 강력한 플레이어가 있는 데다가 눈치를 보는 다른 플레이어들도 많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높은 순위를 노린다면 먼저 전투를 열지 않는 게 상책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는 티밍보다는 전략적인 '교전 회피'라고 볼 수 있겠다.
아무리 먼저 전투를 여는 것이 불리한 상황이더라도 서로의 공격과 스킬이 모두가 닿는 밀접한 공간에서 1분이 넘는 시간 동안 함께 자리에 머무는 행위는 '티밍'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로 모자라지 않다. 이슈는 여기에 끝나지 않았고, 다른 조의 경기에서도 티밍으로 의심할 수 있는 유사한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앞서 실격의 상황과 함께 다른 의심 정황에 대해서도 유저들의 문의가 이어졌으나, 운영 측은 이에 상당히 강경하게 대응하면서 여론까지 좋지 않아졌다.
티밍은 어떠한 사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부정행위는 맞지만, 이번 이슈는 그저 예견된 일이 일어났던 것에 가깝다. '영원회귀: 블랙서바이벌'을 해본 게이머들은 알겠지만, 솔로 모드에서 마지막 금지구역의 티밍은 매우 흔하다. 자신의 순위를 더 높이기 위해 전략적인 티밍 행위가 비일비재하고, 이런 현상을 '원딜향우회', '근딜향우회' 등 우스갯소리로 부르곤 한다.
결국, '영원회귀: 블랙서바이벌'이 게임 구조상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스쿼드와 듀오 모드에서도 전략적인 티밍이 간혹 발생하긴 하지만, 대부분은 '수적 열세'라는 매우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경우나 어부지리를 노리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결국 대부분으로 누가 봐도 '전략'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솔로에서는 압도적으로 성장을 했어도, 몰매에는 장사가 없으므로 교전이 쉽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먼저 상대방을 제압하더라도, 손실된 체력과 스킬의 쿨타임으로 난입자에게 대응하기 힘들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가 결국 마지막 금지 구역까지 이어지게 된다. 계속해서 하향식으로 많은 캐릭터들의 화력을 줄인 밸런스 조절 과정 역시 극후반 교전이 늘어지는 양상에 영향이 없다곤 할 수 없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솔로 모드 한정으로는 플레이어를 처치해도 보상이 적은 경우가 많고, 교전을 유발할만한 '오브젝트', 변수가 후반부에 매우 부족한 부분도 있다. 그리고 오로지 마지막까지 생존이라는, 단 하나뿐인 승리 방식도 결국 이러한 전략적 티밍을 유발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트랩'이라는 변수가 있긴 하지만, 시스템 특성상 트랩까지 챙기는 상황은 대부분 매우 잘 성장했거나 트랩을 활용하는 특정 캐릭터인 경우가 잦다. 결국 공정함이 반드시 요구되는 '솔로'라는 게임 모드에서, 공정하지 못한 방식인 '티밍'이 가장 승리에 근접한 방식이 되어버린다.
이는 다른 배틀로얄형 게임들과의 차이점이자 해결해야 할 숙제다. 슈팅을 기반으로 하는 서바이벌은 '헤드샷'이라는, 상대방을 순식간에 제압할 수 있을만한 피지컬에 기반한 강력한 제압 방법이 존재한다. 비슷한 궤로 흘러가는 액션 게임인 섀도우 아레나는, 플레이어를 처치했을 때의 보상이 매우 크고 모두가 '딜러'라고 할 수 있다. 서로 견제를 이어가긴 하지만 티밍은 잘 일어나지 않고, 각종 버프의 발생과 마지막 생존 구역의 이동 등 변수를 줄만한 상황이 많다. 또한 '승천'이라는 요소로 빠르게 1위를 결정해버리는 방법으로, 다른 플레이어들의 순위 방어와 대전이 늘어지지 않게 만드는 방법을 시도해보고 있다.
게임 구조적인 문제 외에도, 한 가지 더 아쉬운 점도 있다. '영원회귀: 블랙서바이벌'은 현재 자주 대회를 열 정도로 e스포츠에도 높은 관심을 쏟고 있는 게임이다. 게임을 열심히 한 유저들도 티밍에 대해 판단을 하기 어려운 경우가 잦지만, 대회를 여는 입장으로서는 플레이어들이 혼란스럽지 않도록 최소한의 룰을 '반드시' 정립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동점자에 대한 룰도 '킬 > 야생동물 사냥 > 무기 숙련도'임을 유저 문의를 통해서만 알 수 있었으므로, 확실히 정립된 룰을 공개해야 할 필요성이 반드시 있다.
물론 얼리 액세스라는 서비스 과정이, 이러한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하기 위한 과정이기도 하다. 그러나 서비스 초기부터 이러한 문제가 발생해왔지만, 크게 이슈가 되고 나서야 본격적이 해결책이 나왔다는 점이 매우 아쉽다. 물론 게임의 큰 변화를 주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는 양상이므로 신중히 접근해야 하는 건 맞지만, 다소 늦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님블뉴런측에서도 23일 공지를 통해 게임을 변화시킬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한 점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게임에 큰 영향을 주기에, 적용과 안정화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해당 시스템이 안정화되기 전까지 여전히 '티밍'은 뜨거운 감자가 될 수밖에 없다.
게임 구조적 문제와 시스템적인 한계로 만들어진 '전략적 티밍'이 어디까지 허용될지는 이제 님블뉴런의 판단에 달렸다. 기존의 입장으로는 여전히 너무 애매모호하며, 그런 상황 자체를 불공정하다고 느낄 플레이어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좀 더 공정한 게임과 운영, 대회를 위해서는 확실한 '룰'의 정립과 선 긋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의도치 않게 티밍으로 몰리는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반대로 의도적인 티밍은 확실히 패널티를 받을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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