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사용하는 모니터의 화면 전환이 영 귀찮다. 21:9 모니터에서 동시 화면과 스피커가 있어서 나름 쓸만하긴 한데, 우리는 언제나 "더 나은 경험"을 원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PS4, 닌텐도 스위치처럼 여러 화면 전환과 케이블 전환이 필요한 상황에선 몹시, 아주 몹시 귀찮다.
HDMI 커넥터와 스위치를 사용하면 좀 편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하필 또 집에서 쓰는 모니터는 DP 케이블을 쓴다. 게다가 PS4는 그나마 리모트 플레이를 이용하면 PC에서도 편하게 할 수 있는데... 가끔씩 보면 화질이 깨지는 게 거슬린다. "아니 뭐, 그냥 조금의 불편을 감수하고 왔다 갔다 하면 되지 않나?" 싶지만 사람 욕심 어디 가겠나?
대부분의 메신저는 PC를 이용하고, 음성 채팅 또한 PC를 이용하는 법이다. 가끔은 음성 채팅을 하면서 콘솔 게임도 하고 그러지만, 사실상 음질이나 연결 안정성에서 콘솔 스스로 지원하는 음성 채팅은 PC에 비해서 좋지 못하다. 닌텐도 스위치? 에이, 그거로 음성 채팅하느니 스마트폰 음성 채팅을 쓰겠다. 그리고 웃긴 장면이나 재미있는, 멋진 장면을 캡처해서 메신저로 공유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자꾸 스마트폰으로 화면 찍어서 보내는 거, 질린다.
아무튼 이런 귀찮음 끝에, 마침 기적처럼 통장에 잔고도 조금 여유있어 눈독을 들인 장비가 있었다. 그래, 캡처 보드다. 요즘에야 인터넷 방송인들이 많아지면서 어느 정도 대중화된 편인 이 장비. 결코 저렴하다고 할 순 없지만 나름대로 저렴하면서도 성능을 챙긴 장비들도 많이 나오더라. 쉽게 말해서 PC 운영체제 내에서 외부 영상(콘솔, TV 등)을 직접 재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비다. 일반적인 게이머들은 잘 구매하지 않는, 어찌 보면 '전문적인' 장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에는 과거 사운드 카드를 장착하던 느낌으로 캡처 카드를 구매하는 게이머들도 생기고 있다고 한다.
과거 캡처 카드들은 문제가 하나같이 "싱크가 느리다"라는 점이었다. 화면이 약간 느리다고 해야 하나? 반응속도가 중요한 액션 게임들에게서 플레이어들이 불편하다고 할 정도로 와닿는 느린 반응. 그래서 애초에 고민도 안 하고 쳐다도 안 보던 이 장비가, 이제 진화를 이루어 거의 완벽한 반응속도를 보여준다고 "하더라". 겪어보지 못한 하더라, 카더라가 제일 무섭다. 어떡하지...?
심사숙고를 이어봐도 이 장비를 함부로 구매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지인들을 통해 여기저기 방송을 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격투 게이머들에게도 물어보고, 인터넷 방송인들에게도 물어보면서 여러 가지 모델을 조금씩 사용 용도에 맞춰서 쳐냈고, 왕성한 방송활동도 겸하고 있는 M모 님이 직접 사용하고 있는 추천 모델로 결정했다. 오늘, 리뷰해볼 제품은 바로 'AVerMedia Live Gamer 4K'(이하 라이브 게이머 4K)다. 가격은 만만치 않았지만, 귀찮음을 제거하는 용도와 부가적인 활용도 아주 좋을 것 같아서 결정했다.
제품 제원
제품명 : AVerMedia Live Gamer 4K (에버미디어 라이브 게이머 4K)
MIC 인증번호 : R-REM-AVM-GC573
인터페이스 : PCI-Express(PCIe x4 Gen2)
영상입력단자 : HDMI (2.0 지원)
패스스루 : 4Kp60 HDR, 1440p 144, 1080p 240
캡처 : 4Kp60 HDR, 1440p 130, 1080p 240 캡처 가능
지원해상도 : 2160p, 1440p, 1080p, 1080i, 720p, 576p, 480p
치수 : 125(가로) x 151(세로) x 21.5(높이)mm
가격 : 330,000원
■ 외형 및 설치, 구동 모습
'라이브 게이머 4K'는 PCIe x4 슬롯을 사용하는 캡처 카드다.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반드시, 보드를 확인해봐야 한다. PCIe 슬롯은 메인보드에서 기능 확장을 위한 각종 장치들의 연결에 주로 사용되며, 그래픽카드나 사운드카드, 각종 입출력 확장 카드 등을 연결하는 슬롯이다. 쉽게 이해를 돕자면 그래픽 카드를 장착하는 그 슬롯이, PCIe 슬롯이다.
사실 PCIe x4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는 슬롯보다 조금 작은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PCIe 슬롯에 장착만 하면, 라이브 게이머 4K는 동작한다. 요즘은 이런 거 다 고려해서 다 지원하게 만들어지더라. 그래도 자신의 메인보드 설명서는 꼭 읽어보고 구매를 고려하자.
처음 장착을 하고 부팅을 하면 에러와 동일한 붉은색 점등이 시작된다. 어? 뭐지, 물건이 잘못 왔나?
왜 꼽자마자 에러 점등인가 하고 당황해서 여기저기 다 정보 찾아보면서 식은땀을 흘리며 마음을 졸였다. 33만 원이나 주고 산 캡처 카드가 똥이 되면 어쩌나 걱정하고 누구한테 처분해야 하나 걱정했었는데 아니었다. 당황하지 말자, 그냥 원래 그런 거다. 그냥 펌웨어와 소프트를 깔면, 자연스럽게 RGB 색상을 되찾는다. 설치가 끝났으면 반드시 홈페이지를 통해서 캡처 카드 드라이버와 관련 소프트를 내려받으면 된다.
■ 성능 테스트! 울트라 로우 레이턴시 맛 좀 보자!
자, 드디어 내 컴퓨터에서도 이제 PS4 화면을 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캡처는 걱정하지 말자. 워낙에 요즘에는 캡처 환경이 좋아져서, 여러 가지 사양으로 화면을 캡처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게다가 옵션으로 내 마이크를 넣느냐 안 넣느냐도 가능하고, 스트리밍 모드를 이용해서 다른 이미지나 캠 화면을 추가로 넣은 채 녹화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내가 이 캡처 카드를 산 이유가 무엇인가? PC 화면으로, 다른 화면 전환 없이 콘솔 게임을 하기 위해서다. 그러므로 지연율이 정말 중요하다. 지연율(레이턴시) 높아서 반응속도가 내가 생각한 것만큼 나오지 않으면, 별로 의미가 없다.
테스트에 앞서 한 가지 설명해야 할 일이 있다. 일단 본 리뷰에서는 캡처 카드를 구매한 목적이 뚜렷했기에 캡처 화면의 지연율에 대한 평가가 주를 이룰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단순히 캡처 카드의 성능을 캡처 화면의 지연율만 보고 정할 순 없는 법이다. 캡처 품질 및 스트리밍 성능, 그리고 자체 냉각 성능 등 다양한 지표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라이브게이머 4K은 스트리밍 및 영상 캡처에서도 여러 가지 옵션을 제공한다. 이 부분은 확실한 장점이다. 제공하는 캡처 및 스트리밍 관리 프로그램은 간편하고 사용하기 쉬운 편이며 관리도 쉽다. 추가적으로 사운드를 조율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도 존재한다. 이는 꽤 메리트가 있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도 분명히 목적이 뚜렷했지만, 부가적인(영상 캡처) 목적도 함께 부합했기에 구매를 한 셈이다. 애초에, 캡처 카드는 방송을 하거나 전문적으로 영상 및 화면의 캡처를 원하는 유저가 아닌 이상은 사치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물건이니 심사숙고를 권한다.
기본적인 세팅으로 진행한 이후, 가장 지연에 민감할 만한 게임 두 종을 테스트해보기로 했다. 일단 하나는 대전 액션 게임. 마침 최근 나온 그랑블루 판타지 버서스가 제격이다. 두 번째는 프레임 단위와 지연에 큰 판정 영향이 있는 '리듬 게임'으로 결정했다. DJMAX RESPECT.
여담이지만 그랑블루 판타지 버서스는 아무래도 PS4 독점작이니까 PC 나오려면 꽤 걸리고 어차피 대전도 조만간은 일본 서버 가서 해야 하는 판국에 "캡처도 할 겸 영상도 잘 찍을 겸 사보자!"해서 이 캡처 카드를 구매했던 이유가 지분이 꽤 있다. 그런데 빠른 배송으로 물건을 받은 날 GBVS PC버전이 발표가 되었다. 화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괜찮아, 오래오래 쓰면돼...
캡처 및 테스트 환경
캡처용 PC/PS4 : i9-9900, GTX 2070, 16GB RAM, M.2 SSD 1TB / PS4 Pro(SSD)
캡처용 디스플레이 : 삼성 C34J791
패스스루 모니터 : 크로스오버 32QX 144 크로너스 커브드 SE
일단 우선적으로 패스스루 화면을 띄우지 않고, 단독으로만 진행을 했을 때를 비교해봤을 때는 미묘했다. 특히나 격투 게임의 경우에서는 미~묘하게, 정말 미~묘하게 느낌이 드는 듯 마는 듯 했다. 아마 프레임 단위로 외워서 딜레이 캐치를 하는 입장에서는 민감할 수 있다. 주변 격투 게임 지인들도 미묘하다는 입장이 많았다. 사실, 온라인 매치를 하면 살짝 딜레이가 걸리는 경우가 잦아서 그런지 오히려 별 차이 없는 느낌이 들었다.
반면에 리듬 게임은 확실히 반응이 느린 게 느껴졌다. 아마 게임에 따라서 다른 사양이 나올 수 있겠지만, 정말 미묘한 차이로 100%냐 90%냐 갈리는 입장에서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상하게 100% 판정이 아니라 90% 판정이 나와서, 조금 빨리 눌러야 하나 했더니 미~묘하게 연주와 화면, 그리고 노트의 배열이 어그러진 듯한 찝찝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 패스 스루를 통해 화면을 연결해서 확인 작업을 진행했다. 패스스루 기능은 요즘 웬만한 캡처 카드에서도 잘 되는 편이고, 입력받은 화면을 그대로 송출하기 때문에 별다른 지연이 없는 편이니까. 이러면 사실 이 캡처 카드를 산 의미가 바라는 편이긴 한데, 그래도 확인은 해야 하니까. 격투 게임은 잘 모르겠는데, 리듬 게임은 확실히 판정이 조금 더 안정적으로 변했다고 느껴졌다.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히 좋다고 생각한다. 괜히 '울트라 로우 레이턴시'라고 하는 게 아니라고 할까. 정확한 측정값은 아니지만, 대충 프레임으로 따지자면 1프레임 정도의 지연이 미묘하게 발생했다. 다행히 "입력"의 지연은 아니다. 쉽게 말하자면 내가 보는 화면이 1프레임 정도 늦은 거라고 보면 된다. 보는 게 늦으니까 반응도 1프레임 늦게 되는 문제가 있긴 한데, 이는 어쩔 수 없다.
이에 대해서 여러 플레이어들에게 자문을 구해봤다. 다양한 의견을 나왔는데, 절대 안 된다는 민감한 반응도 있던 반면에 "화면만 그런 거면 선 입력해두면 된다"라고 관대하게 받아들이는 게이머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후자다. 어차피 입력 지연이 없으면 그냥 내가 조금 빨리 입력하면 된다. 격투 게이머들이 누군가? 입력 지연 있던 시절에도 다 적응해서 게임하던 사람들 아니던가. 그래서 내린 개인적인 결론은 "격투 게임은 OK, 하지만 리듬 게임은 안된다"였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개인차가 있을 거라고 본다. 하지만 다른 액션 게임이나 RPG 류에서는 충분히 괜찮다고 생각한다.
사실 발열에 대한 걱정이 컸다. 냉각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캡처 카드지만 아무래도 그래픽 카드와 위치가 생각보다 가깝기도 하다 보니 걱정이 안될 수가 없다. 시스템 사양은 충분히 소화하지만, 게다가 나는 이미 발열이 높기로 유명한 CPU를 쓰다 보니 전체적으로 캡처 도중에 PC가 과열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내부 온도는 직접 피부를 대고 있어도 아무 문제 없을 정도라서, 큰 문제는 없었다. 대신 캡처 도중 CPU나 GPU에 추가적인 심한 부하가 생기는 상황을 자주 만나야 한다면 내부 쿨러들을 교체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 보이긴 한다.
■ 귀찮음 제거는 완벽했지만, 목적을 다시 생각해서 구매를 결정하자.
사실 캡처 화면은 당연히 신호를 받고 처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신호가 변경되지 않고 순수 디스플레이로 보내는 것에 비하면 느릴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이 과정이 매우 오래 걸려서 캡처 화면과 실제 화면의 간극이 눈에 띌 정도로 컸다면, 이제는 단 1~2프레임 이내로 처리가 가능할 정도로 기술이 진보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캡처 카드의 경우는 이러한 지연 없이 게임 화면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는 '패스스루' 기능을 지원한다. 다만 이 패스스루 기능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디스플레이에 연결을 해야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내 목적에는 맞지 않지만, 그래도 때로는 활용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 PCI-e 슬롯의 세대가 올라가서 속도가 향상되면, 이제는 정말 레이턴시가 0에 수렴하는 캡처 화면도 나오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라이브 게이머 4K에 만족한다. 격투 게임은 그래도 어느 정도 할만하고, 리듬게임은 좀 번거롭지만 패스스루 기능을 이용하면 된다. 사실 이러면 그냥 디스플레이를 하나 콘솔용으로 쓰면 되지 않느냐는 반문이 있겠지만, 메신저와 그 외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병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생기긴 한다. 귀찮게 화면 전환 안 해도 되기도 하고, 대신 지연이 조금 있겠지만 이 정도면 어차피 신경 쓸 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인터넷 방송이 크게 떠오르면서, 인터넷 방송용 장비도 많이 발전했다. 그런데 이 방송용 장비들이 생각 외로 게이머의 삶에 큰 도움을 주는 경우도 많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도 스탠딩 마이크가 편리해서 사용하고 있고, 이번에 캡처 장비까지 사용해서 더 괜찮은 게이밍 환경이 구축됐다. 나는 듀얼 디스플레이가 있지만 영상 캡처와 음성 채팅, 그 외 각종 메신저 등등으로 구매한 케이스다. 더 편하고, 좋은 경험을 원하는 건 본능이고 나쁜 게 아닌데 이놈의 욕심이 문제다. 나는 욕심 가득한 게이머다.
일반적인 유저들에게는 다시 한번 구매에 심사숙고를 권한다. 33만 원이나 하는 가격은 쉽사리 결정하기 어려운 가격이다. 오히려 이 금액으로 모니터와 선택기를 사는 게 더 게이밍 라이프에 용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물론 책상의 크기라던가 하는 물리적인 한계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디스플레이를 하나만 쓸 수 있는 사람도 있기에 캡처 카드는 용도와 환경에 따른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 가격이 부담된다면 대안으로 외장형이나 다른 캡처 카드를 고려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그래도 '라이브 게이머 4K'는 방송/캡처 면에서는 가격에 대한 값어치를 충분히 한다고 생각한다. 혹시나 방송을 고려하고 있거나, 자신의 플레이를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녹화하고 싶은 유저나 편집자를 꿈꾸며 소스를 저장 중인 유저들에게는 충분히 추천을 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외장형으로 나오거나 조금 저렴한 모델도 있으니, 일단 자신의 PC 상태와 지갑 환경을 필히 고려하자. 개인적으로는 나중에 차세대 콘솔이 나오면 아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