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iOS 13 업데이트와 함께 구독형 게임 서비스 애플 아케이드가 20일,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애플 아케이드는 앱스토어 모바일 게임 유통을 크게 나눠 가진 애플이 운영한다는 점에서 출시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유료로 판매되는 게임의 이용과 광고, 인앱 결제를 없앤 완전한 자유 플레이. 이는 모바일 양대 마켓으로 불리며 세를 불린 구글 플레이가 적립금 시스템을 도입하며 인앱 결제를 통한 게임 플레이를 장려한 것과는 정반대 방향의 행보다.

애플 아케이드 공개 당시 애플은 '모뉴먼트 밸리'의 켄 웡, 심즈와 심시티 시리즈의 윌 라이트, 파이널 판타지의 아버지 사카구치 히로노부 등 유명 개발자와의 협업을 발표했다. 독점 타이틀 수급에도 문제가 없음을 자신감 있게 드러낸 셈이다.

하지만 출시 전 우려도 컸다. 이미 EA와 유비소프트 등 대형 개발사가 자체 구독 서비스에 나서며 AAA급 게임을 제공하는 것에 비하면 애플 아케이드의 타이틀 각각의 흥행 파워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구글 스태디아나 MS의 xCloud, 지포스 나우 등이 모바일로 PC게임을 구동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준비하며 구독형 게임 시장의 활로는 더욱 좁아 보였다.


기대만큼이나 비판적인 시각도 많이 오갔던 애플 아케이드. 그 가능성을 서비스를 시작한 게임 일부와 함께 살펴보았다.




신세카이 인투 더 뎁스
■ 장르: 심해 액션/탐사
■ 조작: 터치 & 컨트롤러
■ 한국어화: O


애플 아케이드 완전 독점작중에서는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이 아닐까. 캡콤의 신세카이는 한자로 깊은 바다란 뜻의 심세해이지만, 일본어로는 신세계와 발음이 같다. 제목처럼 심해에서 생활하는 주인공이 사고로 살 곳을 잃고 바다 곳곳을 떠돌아 새로운 세계를 향해가는 이야기를 다뤘다.

영상으로는 먹먹해 보이지만, 실제로 플레이 시 눅눅하고 뿌옇게 그려낸 바닷속 모습은 놀랍도록 사실적이다. 넓은 맵을 탐험하고 능력을 획득해 탐험 범위를 넓히는 메트로바니아의 특징도 잘 구현했다. 터치 조작은 좀 뻣뻣한 편이라 컨트롤러로 조작하면 콘솔 게임의 느낌도 곧잘 느낄 수 있다.


오션혼2
■ 장르: 액션 어드벤처
■ 조작: 터치 & 컨트롤러
■ 한국어화: O


'오션혼1'이 2D 젤다의 전설 시리즈에서 영감을 받았다면, '오션혼2'는 3D 기반의 젤다의 전설에서 영감을 받았다 할 수 있다. 나무 상자에 불을 붙여 적을 제압하거나 큰 바위를 굴려 상대 다수를 무찌르는 등 젤다 특유의 샌드박스 형태의 플레이도 나름대로 구현한 노력이 엿보인다.

동화같은 밝고 명랑한 색감에 그냥 지나칠지도 모르겠지만, 2016년 발표 이후 꾸준히 모바일 최정상급 그래픽을 구현한 게임으로 소개되어왔다. 카툰 스타일의 캐릭터가 아니라 광원이나 배경의 디테일을 본다면 자랑하던 그래픽 퀄리티를 새삼 느낄 수 있다.


배리어스 데이라이프
■ 장르: 롤플레잉
■ 조작: 터치 & 컨트롤러
■ 한국어화: O


'옥토패스 트래블러'와 '브레이블리 디폴트'의 제작진으로 구성된 스퀘어 에닉스 개발팀이 만들어낸 새로운 형태의 롤플레잉이다. 크게 보면 JRPG의 귀환을 그린 개발자들답게 곳곳에서 고전 RPG 스타일이 눈에 띄지만, 하나하나 보면 기존 RPG와는 전혀 다른 형태를 그려냈다.

마치 닌텐도 DS의 듀얼 스크린을 연상케 하듯 스마트폰 화면을 상하로 나눠 상단은 게임 플레이를, 하단에는 조작과 메뉴 등을 표시했다. 진행도 마을 구성은 일자 형태로 조작할 거리를 줄였고 전투의 틀은 드래곤 퀘스트 형식을 따랐다. 하지만 여신전생 시리즈의 속성과 약점, 그리고 새로운 시스템인 체인을 더해 손은 적게 가지만 전략성이 풍부한 게임을 만들어냈다.


샨테 앤 더 세븐 사이렌
■ 장르: 액션
■ 조작: 터치 & 컨트롤러
■ 한국어화: O


고해상도의 2D로 구현된 샨테 시리즈의 최신작이다. PC, PS4, XBOX One, 닌텐도 스위치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출시될 게임을 가장 먼저 즐겨볼 수 있는 것은 애플 아케이드였다.

전작과 달리 록맨 스타일의 플랫포머 특징이 더욱 강해졌고 탐색 부분은 메트로바니아 느낌을 살짝 더했다. 한국어화 지원 게임 중 하나다. 하지만 일부 구간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비속어를 쓰고 고유 명사가 다르게 번역되고 영어 버전과 표현이 심하게 다른 구간 등 아쉬운 한국어화가 게임 플레이에 발목을 잡는다.


스케이트 시티
■ 장르: 액션
■ 조작: 터치 & 컨트롤러
■ 한국어화: O


'알토 어드벤처'의 개발사 스노우맨이 제작하는 스케이드 보드 게임이다. 게임 자체는 잔잔한 배경과 함께 은은한 분위기를 풍겼던 기존 작품과는 전혀 다르다. 하지만 엄청나다고는 말할 수 없는 그래픽이지만 매끄러운 모션 덕에 자연스러운 보드 액션이 가능하다.

게임은 스토리 전개 대신 다양한 트릭 모드와 레이싱, 경찰 따돌리기 모드 등 끝이 없는 게임 플레이 형태로 이루어진다. 게임 내에 커스터마이징 요소도 존재하는데 당연하게도 인앱 결제 없이 게임 내에서 얻은 코인만으로 해금해야 한다.


미니 모토웨이즈
■ 장르: 시뮬레이션
■ 조작: 터치 & 컨트롤러
■ 한국어화: X


간단한 조작, 빠져드는 게임 플레이로 인기를 모았던 '미니 메트로'의 신작이다. 이번에는 지하철 노선 대신 차고지와 빌딩을 잇는 도로를 건설해야 한다. 일반 도로는 물론 고속도로, 다리 등이 시각적으로 볼거리가 더해졌고 생각할 거리도 많아졌다. 비한국어화지만 게임 내에 언어가 딱히 없는 게임이다.


다운 인 버뮤다
■ 장르: 퍼즐
■ 조작: 터치 & 컨트롤러
■ 한국어화: O


'에이전트 A'로 독특한 퍼즐 게임 개발 능력을 뽐낸 Yak & Co가 개발한 퍼즐이다. 섬에 불시착한 주인공이 고대 유적과 섬에 비밀을 풀어나가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내용과 달리 게임은 아기자기한 색감과 귀여운 캐릭터들로 조금은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게임은 여러 가지 퍼즐을 따로 즐긴다기보다는 섬 하나가 조각조각 이어진 퍼즐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3D로 맵이 구현되어 시점을 돌리거나 확대, 축소해나가며 문제 자체를 찾는 것 또한 게임의 재미로 만들어두었다.


사요나라 와일드 하츠
■ 장르: 리듬액션
■ 조작: 터치 & 컨트롤러
■ 한국어화: O


'디바이스6'와 '이어 워크'의 개발사 스웨덴 시모고가 만들었다고 믿기지 않는 사이키델릭 리듬 액션이다. 검정 배경에 오롯이 형광으로 세계를 그려낸 게임은 좌우의 움직임과 터치만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음악에 맞춰 게임이 진행되지만, 타건 위주의 동종 장르 게임과 달리 액션 자체에 중심을 두고 있다. 필요한 아이템을 획득하거나 장애물을 피하고, 적을 제압하는 식. 정신 혼미해지는 음악과 함께 목표 점수를 갱신하도록 하는 반복 플레이도 필요하다.


어셈블 위드 케어
■ 장르: 퍼즐
■ 조작: 터치 & 컨트롤러
■ 한국어화: O


'모뉴먼트 밸리' 개발진이 만들어낸 감성 스토리가 다시 한 번 이어진다. 주인공은 고장 난 물건을 고치는 복원가로 게임 속 등장인물들이 맡기는 물건을 수리하기만 하면 된다. 수리 방식도 직관적이기에 큰 어려움 없이 게임을 클리어해나갈 수 있다.

게임의 핵심은 복원보다는 물건과 주인에 관한 이야기다. 때론 마음 따듯해지고, 따른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 게임 속에서 이어져나오고 그 속에서 삶의 가치와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덤덤하게 그린다.


오버랜드
■ 장르: 턴 기반 서바이벌 시뮬레이션
■ 조작: 터치 & 컨트롤러
■ 한국어화: O


미국에 등장한 괴생명체. 주인공은 이 괴물을 피해 생존자들과 함께 안전지대로 이동해야 한다. 탈것은 4인승 자동차 한 대인데 생존에 필요한 물자와 기름 모두 그때그때 수급해야 한다.

흔히 액션이나 잠입 등으로 그려진 서바이벌 게임과 달리 '오버랜드'는 마치 엑스컴 시리즈를 보는 듯한 턴 기반 택틱스 형태로 진행된다. 마땅한 무기가 없으니 각 맵에서 얻을 수 있는 자원을 최대한 챙겨 달아나는 게 중요하며 때로는 생존을 위해 다른 생존자를 내버리는 잔혹한 선택도 강요받는다.


엑시트 더 건전
■ 장르: 슈팅 액션
■ 조작: 터치 & 컨트롤러
■ 한국어화: X


'엔터 더 건전'의 후속작으로 전작을 만든 닷지롤과 싱글코어 게임즈자 함께 제작한 모바일 게임이다. 탑다운 뷰 형태였던 전작과 달리 각 룸이 횡스크롤 형태로 진행된다. 쏟아지는 탄환을 구르며 피하는 것은 물론 장애물을 점프로 뛰어넘는 플랫폼 요소까지 더해지며 게임의 난이도는 한층 더 괴악해졌다.


크리켓 쓰루 디 에이지
■ 장르: 대전
■ 조작: 터치
■ 한국어화: O


애플 아케이드에서 친구와 함께 즐기기 좋은 게임이라면 단연 이 게임이다. 게임은 10,000년 전 인류가 멸종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개발한 것이 바로 크리켓이라는 말도 안 되는 스토리 전개가 특징. 이후 크리켓은 스포츠부터 우주로 퍼져 나가며 대세가 된다.

게임 플레이는 터치를 누르면 손을 빙글빙글 돌리고 멈추면 돌이나 공을 던지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상대를 먼저 맞추거나 쓰러트리면 이기게 되는데 캐릭터는 마치 'QWOP'와 같은 제멋대로의 움직임을 자랑한다.


소개한 게임 외에도 세가의 '츄츄로켓'과 '소닉 레이싱', 레고 IP 게임, 멀티 플랫폼 게임 '뮤타지온' 등 여러 게임이 런칭 타이틀로 올라왔다. 특히 애플 아케이드와 함께 업데이트된 iOS 13이 엑스박스 컨트롤와 소니의 듀얼쇼크4를 지원하며 물리적인 컨트롤 구성이 더욱 쉬워졌다. 이를 통해 터치 조작만으로는 어려운 게임의 플레이도 비교적 편리하게 즐길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는 물리 컨트롤을 구성하고자 한다면 가지고 있는 컨트롤러 대신 애플의 인증을 받은 비싼 컨트롤러를 따로 구매해야 했다.



서두에 잠시 언급했듯이 애플 아케이드의 실패를 예측한 전문가가 많았다. 특히 국내에서는 비판적인 의견이 더 강했다. 일본, 중국 등과 함께 부분 유료화 게임의 강세가 서구권보다 또렷한 국내 시장의 특성은 유료 서비스에 대한 반감을 예상하기 충분했다.

하지만 애플 아케이드가 보여준 가능성은 분명 무시하지 못할 법하다.

우선 게임을 즐기는 행태의 변화다. 오늘 공개된 타이틀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훌륭한 그래픽과 기술 구현력을 갖춘 게임은 차고 넘친다. 하지만 게임 속 플레이만으로 원하는 만큼의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게임은 그리 많지 않다. 인앱 결제와 확률형 아이템, 치장 요소는 게임의 수익은 늘렸지만 지불 능력이 없는 플레이어가 게임을 즐겨도 박탈감을 느낄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

애플 아케이드는 완전 무제한을 선언하며 게임 속 결제를 없앴다. 또 성장이나 치장형 아이템 구매는 오롯이 플레이어의 성과에 따라 획득하는 게임 재화로 얻는다. 얼마나 오래, 혹은 능숙하게 게임을 플레이했느냐에 따라 보상이 정해지니 열심히 플레이하고도 허탈함을 느끼는 일을 줄인 셈이다.

▲ 광고도, 추가 결제도 없다는 것. 말은 쉽지만, 수익 앞에서 행하기도 쉬울까 싶었다

다른 하나는 게임들이 기본적인 완성도를 가지고 출시된다는 점이다. 단순히 연출이나 미적 훌륭함을 말하는 게 아니다. '애플 아케이드에'는 마치 게임 일부만을 먼저 내놓거나 잠가둔 상태에서 출시하고 업데이트를 통해 완성해나가는 식의 게임은 찾아보기 어렵다.

추가적인 수익 구조가 없는 만큼 잘 만들었든 아니든, 재미가 있든 없든 게임 하나가 말 그대로 완전한 게임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등록된다. 이런 특징은 모바일 게임이라고 하면 손사래를 치는 몇몇 게이머들에겐 분명 반길만한 요소일 테다.

또 유료 게임 한두 개, 혹은 인앱 결제에서도 저렴한 축에 속하는 6,500원이라는 가격도 장점이다. 처음 체험하는 사람에게는 한 달 무료 체험도 가능하다. 단순히 무엇이 잘났고 못났다기보다는, 유료라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는 게임들이 온전히 평가받을 기회가 생겼다는 데서 애플 아케이드의 의의를 찾을 수 있겠다.


가능성은 충분히 봤다. 앞으로는 애플이 얼마나 꾸준하고 발 빠르게 개발자들을 끌어모아 지금의 컬렉션 수준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이름깨나 날리던 개발자들의 참여가 있었다곤 해도 이번 애플 아케이드 런칭작이 모든 게이머에게 구독 욕구를 부를 만큼의 대작은 분명 없었으니 말이다.

모바일 구독형 서비스 애플 아케이드. 플레이어들의 눈길을 끌 게임과 함께 이를 뒤받쳐 줄 다양한 장르의 게임 출시가 이어진다면 유료, 구독형 모바일 게임의 성공도 전보다 쉽게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기에 게임의 법칙을 바꾸는 게임을 선보이겠다는 애플 아케이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