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무정부 먹었다.."
"무정부를 두 명이나 먹었다고??"
"아뇨..무정이요 무정...정찰 소총...(한숨)"
단 한 글자 차이일 뿐인데 무정을 먹은 유저와 무정부를 먹은 유저의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차라리 다른 방어구나 울부 짖는 거인 등의 장비가 나왔다면 그가 한숨까지 내뱉지는 않았을 것 같다. 도대체 정찰 소총이 어떤 총기이길래 그는 이토록 깊은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을까.
정찰 소총, 왜 외면받는 걸까?
예전에는 인기 있었다고!
믿기지 않겠지만, 예전에는 정찰 소총이 매우 큰 인기를 가진 총기였었다. 높은 대미지와 지금보다 약 2배는 더 빠른 발사속도를 가지고 있어서 그 범용성이 매우 뛰어났었다. 경이 정찰 소총인 'MIDA 다목적 도구' 역시 큰 인기를 끌어 일명 '미다티니'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할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정찰 소총이 너프를 먹어 데스티니 가디언즈 16가지의 총기 종류 중에서 가장 인기가 없는 총기로 꼽히고 있다. 물론, 여전히 사거리가 길고, 반동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투가 급박하게 펼쳐지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정찰 소총을 활용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정말 애매한 무기가 되어버렸다. 실제로 폭발용광로나 넌센스 처럼 사거리가 긴 파동 소총이라면 웬만한 정찰 소총의 사거리만큼은 충분히 커버가 가능하다. 그렇다고 저격총만큼의 사거리를 가지지도 못한 것이 현실이다. 더군다나 근,중거리는 당연히 핸드 캐논이나 자동 소총 등에 밀릴 수밖에 없다.
그러면 조준 보정 수치는 어떨까? 정찰 소총 중에서는 나름 좋은 무기로 평가받는 독수리의 발톱과 변신의 조준 보정 수치는 각각 30, 29이며, 그나마 무정과 원거리 관계가 66, 61로 비교적 높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안타깝게도 조준 보정 수치도 다른 단점들을 커버할 정도로 압도적으로 높은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한 번 직접 사용해봤습니다
■ PvP
PvP에서는 꼭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도 괜찮다. 파동 소총과 핸드 캐논 등의 주무기를 제외하면 다른 무기들도 PvP에서 사용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니 말이다. 그래도 실험은 실험이니 한 번 사용해봤다.
일단 근거리 1:1 대결을 해보기로 했다. 근거리 1:1에서는 산탄총을 드는 것이 베스트이지만, 간혹 산탄총을 들기 전에 전투가 펼쳐지기도 하며 산탄총 탄약이 부족한 경우도 많은 편이기 때문에 시련의 장에서 주무기로 사용하려면 기본적으로 근거리 1:1 전투 능력도 갖추어져야 한다.
정찰 소총은 1:1 대결에서 정말 무기력했다. 단발 공격임에도 느린 발사 속도를 갖고 있어 급박한 전투에서는 매우 약한 모습을 보였다. 기자의 실력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이 부분은 확실하게 느껴졌다.
특히, 1:1 대결에서 무기력할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조준경'이었다. 파동 소총이나 핸드 캐논의 경우 1:1 대결에서 정밀 사격을 해서 약점을 공략하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정찰 소총은 근거리에서 조준 사격을 하면 조준경의 확대 범위가 너무 가까워져서 가까이서 무빙샷 하는 표적을 따라잡기가 너무 어려웠다. 정찰 소총의 조준경 대부분이 확대 배율이 높은 편이기에 조준경을 변경할 수도 없었다.
유일한 장점을 뽑자면 역시 장거리였다. 긴 사거리에서도 높은 공격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최대한 사거리를 이용하는 전투를 해보려고 해도 이쪽저쪽에서 '갑툭튀'하는 적들 때문에 사망하기 십상이었다. 현재 시련의 장의 맵들이 긴 사거리를 이용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아쉬울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 PvE
그나마 기대해볼 수 있는 것이 PvE였다. 나름 강력한 단발 공격력과 긴 사거리, 그리고 적은 반동을 이용하여 전투를 해보기로 했다.
확실히 반동이 적어 정밀 사격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었다. 멈춰있는 '쫄몹' 들은 정밀 사격 한두 발에 쉽게 잡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빠르게 이리저리 움직이는 적들을 한 발 한 발 맞추는 것은 조금 어렵게 다가왔다.
그리고 처음에는 '무법자+광란' 조합을 사용했다가 '완전 자동 방아쇠 시스템+잠자리' 특성의 정찰 소총으로 교체해서 사용해봤는데 2번째 조합이 정찰 소총에 잘 맞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 발 한 발 일일이 클릭해서 발사하는 것이 꽤 피로도가 큰 편인데 완전 자동 방아쇠 시스템이 이 부분을 충분히 보완해주었다. 그리고 정찰 소총은 정밀 사격으로 '쫄몹'들을 한 번에 잡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밀 처치시 광역 피해가 일어나는 잠자리 특성이 이 부분에서 시너지 효과를 가져온다고 느껴졌다.
사실, 적들이 사방에서 나오는 대장간 같은 곳에서는 정찰 소총은 쥐약과도 같았다. 하지만, 저격 위치를 따로 잡을 수 있는 공격전 등에서 그래도 활용이 가능했다. 특히, 먼 거리나 가까운 거리나 판정 대미지가 동일하게 잘 들어간다는 점은 마음에 들었다. 또한, 장거리 사격이 가능했기에 엄폐물을 이용한 전투도 활용할 수 있었다.
정찰 소총이 저격총에 비하면 그래도 빠른 연사 공격이 가능하니 화력팀 동료들이 보스딜을 할 때 멀리서 '쫄몹'을 처리해주는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었다.
정찰 소총이 각광을 받기 위한 길은?
그럼에도 '음...굳이?'라는 생각을 떨치기는 힘들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파동 소총과 자동 소총 심지어 핸드 캐논 등도 사거리 관련 특성들과 걸작까지 완료하면 정찰 소총만큼의 사거리 공격이 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위에서는 좋게 말하긴 했지만 공격전에서도 적들과의 갑작스러운 근접 전투들이 펼쳐지기 마련이다.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정찰 소총의 역할은 매우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또, 한 발 한 발 마우스 클릭으로 발사하는 것도 꽤 피로도가 컸다.
기자의 생각으로는 정찰 소총이 다시 각광을 받으려면 대미지, 혹은 조준 보정 수치 중 한 가지는 더 버프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사력이 부족하면 대미지가 조금 더 높거나 조준 보정 수치가 조금 더 높아야 하는데 정찰 소총은 이 부분이 너무 부실했다.
더군다나 근거리 전투에서는 거의 활용이 불가능할 정도로 제한적인 무기인데 중장거리 전투에서도 큰 이점이 없다는 것은 조금 가혹하게 느껴졌다. 너무도 아쉬운 부분일 수밖에 없다.
간혹 게시판을 보다 보면 여전히 정찰 소총을 사용하고 있는 유저들을 찾아볼 수 있다. 누구보다 정찰 소총의 향상을 기다리는 그 유저들에게 언젠간 좋은 소식이 찾아오길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