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랑 얘랑 싸우면 누가 이길까?"
유사 이래 이만큼 쉬운, 이만큼 흥미로운 질문이 또 있을까. 만화나 영화, 게임에서도 이런 질문은 가장 핫한 부류였다. 원래대로라면 서로 만날 수 없는 다른 작품의 등장인물을 비교하는 의미없는 논쟁을 하며 학창시절을 보냈고, 이제 그만할때도 됐건만 대학생을 지나 사회인이 된 이 시기까지도 배트맨과 슈퍼맨의 어머니 이름이 달랐다면 누가 이겼을까를 주제로 격론을 벌이는 사람이 적지 않은걸 보면 거의 전 인류 공통의 관심사가 아닌가 싶다.
저 답을 낼 수 없는 질문에 답하기 위한 노력이 게임에서도 계속해서 있어왔다. SFC 시절부터 총출동의 대명사로 불리는 '슈퍼로봇대전'이 있었고, '킹 오브 파이터즈', '슈퍼 스매시 브라더스 대난투', '인저스티스', '마블 대 캡콤'처럼 대전액션 장르도, '무쌍 오로치'나 '무쌍 스타즈' 같은 액션게임도 있었다. 빼면 섭섭한, 블리자드의 영웅들이 우서에게 밉보이면 빨려들어간다는 시공의 폭풍 역시 이런 호기심에서 나온 결과물일 것이다.
게임스컴 2018 현장에서도 이런 결과물이 등장했다. 익숙한 만화 캐릭터들이 무더기로 등장하는 '점프 포스'가 그것이다. 이름도 직관적이다. 일본의 만화 잡지 '점프'에서 나오는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게임이다. 말하자면, 만화판 어벤저스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얘네는 서로 싸우지만)
그런데 문제가 있다. 이 게임, 정말 딱 '거기까지'다. 여러가지 캐릭터가 나온다. 화려한 스킬 연출과 컷신에 만화 속 그 장면이 떠올라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런데 거기까지다. 흔하디 흔한 게임에 등장인물만 바뀌었다. 조금 심하게 말하자면, 이 캐릭터들이 아니라면 이 게임을 볼 이유가 없다.
점프 포스는 3D 대전액션 게임이다. 대전액션에서 많이 쓰는 XY축만 사용한 평면적 횡스크롤 전장이 아니라 XYZ축을 모두 사용해 전장을 넓게 구현했다. 물론 철권도 횡이동 개념이 있긴 하지만 크게 봐서 횡스크롤이라 볼 수 있다. '나루토 질풍전'이나 '드래곤볼 제노버스'에서 인증됐다. 방식 자체는 좋다. 다소 정신없긴 하지만 전장이 넓어진 만큼 다양한 플레이가 가능하다. 템포가 느리다는 말도 있지만 고수들의 플레이를 보고 있자면 만화의 한 장면을 보는듯한 느낌을 받는다. 장르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문제는 저 두 개의 게임에서 발전이 없다. 타격감은 좋지만 제노버스와 비슷하다. 게임을 하면 할수록 기시감이 진하게 든다. 저 둘을 즐긴 입장에서 "굳이 이 게임을 사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캐릭터들을 모아 매력적인 스토리를 만들어내서 그걸 보고 구매한다면 모를까, 대전액션 게임을 즐기고자 한다면 반드시 이 게임을 선택할 이유가 부족하다.
서로 다른 캐릭터 3개로 한 팀을 꾸려 상대 팀을 무찌른다. 대기 중인 캐릭터가 전장에 개입하는 '스트라이커' 시스템을 도입, 나름대로 차별화를 두려고 한 노력은 보인다. 그런데 다른게 없다. 드래곤볼 제노버스2에 DLC로 다른 캐릭터를 추가한 느낌이랄까. 어떻게 봐도 '새로운 게임'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가장 큰 불만은 바로 이거다.
스킬 연출은 멋지다. 원작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모든 캐릭터의 스킬 연출을 다 봤다면? 그 이후에도 게임을 계속 하고 싶을지는 잘 모르겠다.
캐릭터를 모아둔다고 끝이 아니다. IP에만 기대 실패한 게임들이 부지기수다. 그 캐릭터를 사용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수도 있어야 한다. 무쌍 오로치가 그랬고, 인저스티스도 나름대로 그 안에서 이야기를 즐길 요소가 있었다. 워낙 걸출한 IP들을 사용했기에 비용도 만만치 않았을 터. 2019년 발매 시에는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으면 싶다.
* 개발사의 요청에 따라, 게임플레이 영상 및 사진 촬영이 불가능했습니다. 참고 부탁드립니다.
※8월 21일 개최되는 게임스컴(GAMESCOM) 최신 소식은 독일 현지에 나가 있는 정필권, 김강욱, 석준규 기자가 생생한 기사로 전해드립니다. ▶ 인벤 뉴스센터: https://goo.gl/gkLq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