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동안 우리가 알지 못했던 진짜 '우지' 이야기
손창식, 유희은 기자 (desk@inven.co.kr)
'우지' 지안 즈 하오는 국내 팬들에게 큰 관심을 받는 해외 스타입니다. 하지만 좀처럼 한국에는 그의 이야기가 직접 소개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지'의 실력과 여러 소문으로 갑론을박이 펼쳐집니다. 팀원들의 희생이 낳은 스타플레이어 혹은 멘탈이 약한 어린 선수, 그럼에도 실력만큼은 최고인 선수 등 다양한 이야기를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볼 빨간 통통한 소년은 '우지'의 첫 이미지입니다. 간혹 LPL 경기나 국제 대회에서 경기 하는 모습을 보면 늘 상기된 얼굴로 땀을 뻘뻘 흘리는 '우지'를 목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방송 인터뷰에서 밝게 웃고, 공손하게 상대 선수와 악수하는 장면은 국내 팬들이 접할 수 있는 '우지'의 전부입니다.
그래서 이번 2018 리그 오브 레전드 리프트 라이벌즈에 직접 '우지'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우지'는 중국 최고의 슈퍼스타다웠습니다. 대회 기간 내내 많은 언론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경기가 없던 준결승전에도 각종 매체의 인터뷰에 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요. 한국 팬들이 궁금해하는 질문 몇 가지와 '우지'를 소개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봤습니다.
'우지'를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한국에서 기다리는 팬들이 많다는 말과 함께 인사를 부탁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RNG의 원거리 딜러 '우지'에요. 이렇게 한국 팬이 많은 줄 몰랐어요. 한국에는 저보다 훨씬 잘하는 선수들이 많아서 저를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다소 수줍게 웃어 보인 '우지'는 한국에 팬이 많다는 사실을 듣고, 의아해했습니다. 한국에 잘하는 선수가 많고, 굳이 자신을 좋아하기보다 자국 선수를 더 좋아할 거라는 생각 때문에 궁금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꼭 팬뿐만 아니더라도 한국 선수들은 국제 대회를 앞두고 꼭 '우지'를 언급하곤 합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우지'가 기억하는 선수는 누구인지 물었습니다.
"저를 많이 언급해주셔서 감사하네요. 개인적으로 '룰러' 박재혁 선수와 '코어장전' 조용인 선수가 인상 깊었어요. 특히, 저와 '룰러' 선수는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하고, 실력이 정말 훌륭한 선수예요. (지난 롤드컵 이후 '룰러'가 '우지'를 스승이라고 칭했는데, 알고 있었나요?) 그건 정말 몰랐어요(웃음)"
사실 '우지'는 한국 선수 및 코칭스태프와 인연이 깊습니다. 과거 김선묵 코치, '인섹' 최인석, '제로' 윤경섭을 시작으로 이후 팀에서도 한국인들과 함께 생활했습니다. 그중 최고의 커리어는 현재입니다. 손대영 총감독과 이관형 코치가 어떤 영향을 줬는지 궁금했습니다.
"처음에는 낯선 사람들이 와서 저를 관리하려고 하니까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코칭스태프가 팀에 도움을 많이 준다고 느꼈어요. 현재 코칭스태프들이 팀원 간의 소통을 이끌고, 발전시켜 준다는 생각이 들어요. 함께 하면서 정말 믿을 수 있는 코치진이라고 매번 느껴요"
국내에는 '우지'의 멘탈과 관련해 여러 소문이 있었기에 예상하지 못한 답변이었습니다. 혹시 시련을 겪으면서 성숙해진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묻지 않고 넘어갈 수 없었습니다.
"이전에는 대회에서 패하면 멘탈이 와르르 무너졌어요. 하지만 지금은 제 주변 사람들이나 팀원들을 믿기 때문에 경기가 잘 풀리지 않더라도 크게 흔들리지 않아요. 동료들을 믿기 시작하면서 달라졌죠.
만약 경기에서 패하거나 연습이 원활하게 되지 않으면 화가 나겠죠. 그런데 그 화를 겉으로 표출했을 때, 팀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해요. 결국, 화를 내고 나면 미안한 마음이 들거든요. 그럼 애초에 화를 내기 전에 한 번 더 고민하고, 다른 사람을 고려해서 스스로 화를 삭여요"
그동안 '우지'를 경험했던 선수 혹은 코칭스태프들은 '어린아이' 같다고 표현하기 일쑤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습니다. 멘탈이 좋지 않은 선수라는 소문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우지' 키우기에 관한 평가 절하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들어봤습니다.
"매번 저를 지키는 조합으로 승리한 게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부담감이 정말 커요. 제가 못하면 패배는 당연하고, 팀원들 모두 피해를 입어요. 많은 비난도 받고요. 그래서 늘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요. 컨디션이 엉망이면 팀원들의 헌신을 헛되게 만드니까요"
'우지'에 대해 의문을 품는 팬들이 많지만, '마타' 조세형을 비롯해 많은 서포터가 '우지' 찬양론을 펼칩니다. 많은 걸 배웠다면서 말입니다. 그리고 원거리 딜러들은 '우지'와의 대결을 기대하면서도 직접 부딪히고 난 뒤에는 힘들다고 고개를 젓습니다.
"저를 상대한 선수들에게 칭찬을 받는 건 감사한 일이에요. 그런데 왜 힘들다고 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아무래도 제가 라인전에서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니까 압박감을 느끼나 봐요. 실력과는 무관하게 성향 때문에 저를 잘한다고 표현하는 듯해요.
그리고 서포터 선수들에게 제가 특별히 가르쳐준 건 없어요. 그저 저에게 어떤 식으로 맞춰달라고 요구했을 뿐이에요. 그러면서 점차 저와 호흡이 맞아가면서 좋은 결과가 나오고, 그제야 본인들이 잘해졌다고 느끼는 듯해요. 정말 제가 따로 누군가를 가르치지는 않았어요"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피할 수 없는 질문을 했습니다. 세계 최고의 원거리 딜러들의 순위, 빠질 수 없는 '데프트' 김혁규와의 상성 관계 등 자존심 강한 '우지'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됐습니다.
"정말 어려워요(웃음). 현재 메타에서는 순수하게 원거리 딜러 순위를 정하기가 곤란해요. 하지만 제 개인 순위를 묻는다면 꽤 높다고 생각해요. 물론, 1위는 아니고요. 전부 프로들이기 때문에 각 대회에서 컨디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니까 순위를 딱 고정시키기 어려워요.
'데프트' 김혁규 선수 정말 잘하죠. kt 롤스터의 봇 듀오 자체가 뛰어나고요. 그래도 꼭 꺾어 보고 싶은 팀은 SKT T1이에요. 당연히 만나고 싶은 상대도 '뱅' 배준식 선수고요. 제가 대회에서 만날 때마다 패했기 때문에 이번에 기회가 된다면 경기를 하고 싶어요"
그러고 보니 '우지'는 몇 가지 목표를 이미 달성했습니다. 올해 들어 리그 우승에 성공했고, 한국 팀을 상대로 다전제에서 승리를 거뒀습니다. 이제는 남은 게 SKT T1을 꺾는 일과 롤드컵 우승이라는 말이 이해가 됐습니다. 재미있게도 '우지'가 SKT T1에 처음 패했던 대회는 2013년 롤드컵이며, 한국에서 결승전이 열린 2014년에도 준우승에 머물었습니다. 인연보다는 악연이 깊은 셈입니다.
"여러 국제 대회에 참가했지만, 아무래도 한국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한국에서 롤드컵 결승전이 열렸을 때라 많은 관객이 생각나요. 그리고 그 전에 한국팀 중 처음 패배를 안겨 준 건 SKT T1이었어요. 그래서 SKT T1은 꼭 넘고 싶은 산 중에 하나에요.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고 하는데,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가요?) 음...... 불닭볶음면, 부대찌개 그리고 하나는 국물이 있고, 뼈에 고기가 붙어있었어요. 아, 갈비탕? 참 맛있게 먹었어요.
음식뿐만 아니라 팬들도 기억에 남아요. 저는 한국 팬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잖아요. 그런데도 알아봐 줄 때마다 더 성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더 많은 팬이 알아봐 주시면 좋겠다는 욕심 같은 그런 거예요(웃음)"
'우지'는 한국에 꽤 좋은 추억을 가진 듯 했습니다. 인터뷰 마지막에는 2018 롤드컵이 한국에서 열리는 만큼, 꼭 참가하고 싶다는 말과 함께 각오를 전했습니다.
"2018 MSI에서 선수 생활 처음으로 한국 팀에게 다전제 승리를 거뒀어요. 우승하기까지 힘들었지만, 정말 기뻤어요. 그러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고요. 그래서 더 큰 목표인 롤드컵 우승도 꼭 하고 싶어요.
언제나 그렇듯 롤드컵뿐만 아니라 이번 리프트 라이벌즈에서도 한국 팀은 정말 강할 거예요. 저도 나름의 자신감은 있는데, 한국 팀들은 새로운 환경이나 패치에 적응이 빨라요. 그만큼 잘하는 팀들이기도 하고요. 방심해야 하는 입장은 아니고, 확신을 가질 상황도 아니에요.
그래서 아직 저는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는 생각으로 계속해서 채찍질하고 있어요. 그렇게 부족한 부분을 찾고, 채우면서 더욱 발전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비록 많은 시간이 걸리고, 힘든 상황이 많겠지만 꼭 극복해서 한국 팬들의 열기를 다시 느끼고 싶어요. 응원해주시는 팬들께 진심으로 감사하고, 최선을 다해 올해 롤드컵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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