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최강이었던 지구인

주변 사람들 다들 그러더라. 나이들면 피지컬 떨어져서 게임을 못한다고... 그런데 꼭 그런 건 아닌 거 같은 게, 주변 친구들 중에는 아직도 잘만 총 쏘면서 상위 랭킹에 드는 사람도 있고 상위 레이드도 잘만 다니고 그런다. 결국 노력의 차이라는 결론에 도달했고, 이게 다들 사실 삶에 치이고 생활을 챙기다보니 게임을 하고 연습까지 할 시간이 없는 게 맞다고 본다.

아무튼 난 그런 게 싫고, 그런 식으로 게임 가려 하는 게 싫다. 개인적인 취향이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게임이니까 하고 싶은 거다. 그래서 나는 "그게 보여요?"라고 외치는 3종의 장르를 모두 좋아하고 즐겨한다. 내 손이 안 따라주는 건 연습해서 반복 숙달하면 된다. 뭐 아무리 그래도 빠요엔 당하는건 어쩔 수 없지만 가끔 뭔가를 이뤄내면 뿌듯하기 마련. 그래서 나는 격투게임과 리듬게임, 슈팅게임을 정말 좋아한다. 그냥 대부분 장르는 거의 안 가리고 하는 편이고 적응이 느릴 뿐이지.

아무튼, 그렇기 때문에 '드래곤볼 파이터즈'는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타이틀이었다. 길티기어때부터 아크시스템웍스의 팬이기도 했고, 테스트 때 재미있게 플레이했기도 하니까. 나도 나름대로 '드래곤볼' 시리즈는 정식발매된 만화책을 42권까지 수십 번 정독한 팬이다. 요새는 막 원숭이도 변신하고 그러던데...거기까지는 잘 모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베지터와의 첫 대전 편이 제일 재밌었던거 같다. 초-싸이아인 나오기 전?

아무튼 스팀으로 출시된 1월 27일(※ PS4는 2월 1일 발매), 정식으로 만난 '드래곤볼 파이터즈'는 팬으로서도, 격투 게이머의 입장에서도 결코 아쉬운 타이틀이 아니었다. 정말, 다른 외신들이나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역대급' 드래곤볼 격투 게임이 나왔다고 느꼈다. 다들 어디가서 공룡 비슷한 거 잡고 그러는데, 나는 그 와중에도 초-사이아인들과 격투가 더 재밌게 느껴질 때도 많았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진정 원작에 충실한 재현이란 이런 것"
그래픽에서부터 캐릭터 특징, 만담, 소원 빌기까지...

현재 총 21개의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다.

누구나 드래곤볼 파이터즈를 하면서 가장 먼저 느낄 부분은 '원작 재현'이 정말 충실하게 잘 되어있다는 점이다. 일단 먼저 그래픽을 보면, 이만큼 원작 느낌을 잘 살린 그래픽은 없었다고 할 정도로 훌륭한 편이다. 원작의 요소가 잘 녹아있는 캐릭터들과 대사를 보면 팬으로서는 바라만 봐도 흐뭇하다고 할 정도니까.

게다가 캐릭터마다 상징적인 기술들도 눈에 띄게 구현을 잘 해두었다. 거의 잊혀졌던 영원한 2의 상징 베지터의 '갤릭포', '파이널 프래시'라던가, 피콜로의 마관광살포 같은 상징적인 기술들이 눈을 끈다. 진짜 말 그대로 '보기만 해도 재미있다'라는 느낌이 무엇인지 한 번에 팍 와닿는 수준이다.

이 다음 대사는... "셀!! 네 녀석이 완전체가..."

전투 시스템 중에 가장 독특한 부분이 하나 있는데, 바로 '드래곤볼'을 모아서 소원을 비는 시스템이다. 침착하게 콤보를 넣어서 총 7회의 강력한 콤보를 성공시키면 '드래곤볼'이 전부 모이게 된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게이지 MAX(7단계)를 채우고, X콤보를 끝까지 넣게 되면 소원을 빌 수 있다.

이 '소원'은 누가 봐도 '격투 게임'에서는 말도 안 된다고 할 정도로 강력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 넉다운된 캐릭터를 부활시킨다던가, 일정 시간 무적 효과를 받거나 HP를 회복하기도 하고 공격력이 급상승하기도 한다. 다행인 점은 이렇게 소원을 빌 정도의 상황은 거의 나오지 않을 거라는 점? 조건 자체가 너무 까다로우니까 말이다.

막상 해보면 대전에서 구슬은 꽤 잘 모이는 편인데, 게이지를 MAX까지 모으기가 쉽지 않다. 게이지를 사용할 일이 매우 잦은 데다가 활용도가 무궁무진한 스타일이니까. 추가적으로 그래픽에서 눈에 띄는 또 하나는, 좀 많이 얻어맞거나 체력이 낮을 경우, 옷이 지저분해진다던가 얼굴에 흙이 묻는 등 '길티기어'에서 보여줬던 연출도 그대로 잘 살아있다. 이런 세밀함도 '보는 맛'을 살리는 요소 중 하나다.

많이 맞으면 이렇게 두드려 맞았다는 티가 난다. 아무튼 연출 하나는 끝판왕.

드래곤볼을 모아서 소원도 빌 수 있다.


풍성한 콘텐츠, 즐길거리는 많다.
스토리부터 대전, 아케이드 등등..'격겜'으로 있을건 다 있다.

스토리 모드의 대전 구성

드래곤볼 파이터즈는 상당히 풍성한 콘텐츠 구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초심자들이 게임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안내하는 튜토리얼도 잘 구성되어 있어서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스토리 모드를 통해서 다시 복기할 수도 있다.

스토리 모드는 원작 스토리가 아닌 파이터즈만의 '오리지널'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다. 원작의 스토리 전개를 잘 몰라도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간혹 등장하는 NPC들이나 캐릭터들이 낮설을 수 있다는 점 정도? 스토리 모드는 높은 수준의 연출과 캐릭터 간의 대화가 주를 이루며, 나름대로 즐기는 맛이 있다. 추가로 중간 중간 대전에서도 초보자를 위한 튜토리얼이 존재하고 보상도 괜찮은 편.

이 외에도 로컬 대전이나 월드 랭킹 대전, 서클 대전과 같은 다양한 대전 콘텐츠도 있다. 지정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아케이드 모드는 3개의 코스로 구성되어 있고, 각 스테이지의 클리어 등급마다 난이도가 유동적으로 변한다. 추가적으로 클리어를 한 후에는 더욱 고난이도 AI가 기다리는 하드모드도 개방된다. 아케이드 모드의 난이도도 제법 있는 편이라, 유저와의 대전을 하기 전 걱정이 된다면 아케이드 모드로 연습을 해도 나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콘텐츠 구성은 정말 풍성한 편. 격겜으로 있을 건 다 있다.


초심자도 쉽게 익힐 수 있는 콤보, 전투 시스템
아크시스템웍스의 게임을 할때마다 느끼는 "초보자 배려"

격투 게임의 가장 큰 문제가 바로 무엇일까. 뭐 어느 게임이나 서비스를 오래 하면 겪는 비슷한 고충이겠지만, 격투게임은 유독 '뉴비'가 귀하다. 격투게임은 정말 어지간한 승부욕이 있지 않는 이상은 대부분 유저와의 대전에서 정신없이 맞다가 좌절하고 게임을 접기 일쑤다. 모르면 맞아야 하는 건 맞는데, 때리는 사람이 좀 살살 때려야 맞는 사람도 승부욕이 돋는 법이다.

아무튼, 아크시스템웍스는 대전 게임만 십 년 넘게 제작해 온 개발사다. 거기다 다른 격투게임들보다 시스템도 다소 복잡하고 진행도 스피디하다. '길티기어'라던가 '블레이블루' 이야기를 하면 "그거 어렵지 않아요?"라는 말부터 나오는 게 대부분이니까. 아무튼 이들도 이런 고민을 끝없이 해왔고, 당연히 이런 초보들의 진입장벽에 대한 고민도 끝없이 해왔다. 그런 고민에 대한 해답을 매 시리즈마다 바꾸고 개선해왔고. 아크시스템웍스의 격투게임은 튜토리얼이 정말 놀랄 정도로 잘되어 있고 세세하게 되어 있을 정도니까.

튜토리얼은 감탄나올정도로 잘 되어 있다.

드래곤볼 파이터즈에서도 이런 점이 잘 드러난다. 기본적인 콤보는 버튼 하나의 연타만으로도 넣을 수 있고, 대미지도 꽤 강력한 편이다. 격투게임에서는 한 번의 공격에서 얼마나 큰 대미지를 넣느냐가 곧 자신의 공격력이자 무기가 되는데, 초보들에게 꽤 강력한 무기를 쉽게 쥐여준 셈이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게임 시스템을 이해할 경우 동료를 불러서 강력한 기술을 더 넣을 수 있고, 위기 상황에서 캐릭터 교체로 상황 반전을 노릴 수도 있다. 이런 시스템 자체를 앞서 말한 스토리 모드와 튜토리얼을 통해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배려를 해둔 점은 매우 높게 평가할 부분이다.

버튼 하나만 쓰는 콤보도 대미지가 꽤 높은 편.

또한 게이지를 사용하는 필살기도, 입력 커맨드가 정말 간단하다.


입문자는 배려하고 팬심도 채워주는 작품.
그런데, 원작 IP가 '개성'이라는 발목을 잡아 버렸어?

드래곤볼 파이터즈를 즐기면서 느낀 부분은 두 가지였다. 격투게임 입문자를 위한 시스템이 정말 잘 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격투게임답지 않다고 할 정도로 풍성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따는 점이랄까. 앞서 언급한 부분 외에도 콜렉팅 요소도 있고, 이는 게임에서 파이팅 머니를 획득해 해금할 수 있는 형태다.

지금까지 나왔던 드래곤볼 IP의 게임 중 최고라고 생각은 한다. 간편하면서도 쉬운 콤보 시스템과 풍부한 콘텐츠, 오리지널 스토리까지 모두가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완벽한 게임이라고 하기에는 단점이 좀 있다.

연출은 참 멋진데....좀 지나치다고 할 때도 있는 것 같다.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만 못하다. 굉장한 연출은 게임을 화려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걸림돌이 된다. 때로는 지나친 연출로 인해 전투의 흐름이 끊어지는 느낌도 있다. 또한, 화려하기 때문에 맞아도 재미있을 것처럼 보이고 실제로도 몇 번은 그렇게 느껴진다. 하지만 결국 두드려 맞는 일이 기분 좋은건 아니라서 나중에는 연출 때문에 더 화가날 수도 있다. 이게 투쟁심, 경쟁심을 부각시킬 수 있는 요소도 되겠지만, 반대로 입문자에게는 크나큰 좌절이 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아무래도 캐릭터의 수가 아닐까. 현재는 21종의 캐릭터가 끝인데, 문제는 이 캐릭터들의 '개성'과 '전투 스타일'이다. 앞서 언급한 화려한 연출로 개성을 어느정도 살릴 순 있었지만, 전투 스타일이 비슷해 보이고 전체적으로 콤보의 구성도 비슷하다. 이는 제작사의 문제라기보다는 '원작'의 문제에 가깝다.

철권이나 KOF와 같은 격투게임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캐릭터의 개성을 살린다. KOF의 경우 태권도라던가 채찍, 레슬링이나 특유의 '불'을 이용한 무술 등, 각자의 캐릭터마다 자신만의 개성이 있다. 혹은 주로 발차기를 쓰거나 정권을 쓰는 캐릭터로 나뉠 수도 있는데, 드래곤볼의 캐릭터는 오직 하나인 "격투"라는 스타일로 귀결된다. 꼬리가 있거나 재생을 하거나 팔이 늘어나거나 하긴 하는데... 그런 캐릭터도 많지 않으니까.

생긴건 다 다른데, 플레이해보면 스타일이 은근히 비슷다하고 느껴진다.
단점도 되고, 장점이 될 수도 있는 애매한 부분이지만...

격투에서도 누구는 발을 쓰고 누구는 손을 더 쓰고 누구는 장풍을 쓰고...이런 느낌이 다를 수 있지만, 원작 캐릭터들의 대부분이 격투의 형식이 비슷하다. 투닥투닥하다가 에네르기파 대결하고 다시 투닥투닥하다가 비기쓰고. 결국 아크시스템웍스가 길티기어와 블레이블루에서 보여줬던 스타일의 다양성이 '드래곤볼'이라는 IP가 묶어버린 셈이 됐다. 원작을 잘 살리는 만큼 돋보이게 되는 아이러니한 단점. 더군다나 3vs3 배틀이기에, 1vs1 배틀보다 더욱 캐릭터가 적다고 느껴지는 편이다. DLC가 추가 캐릭터가 답인데...이게 언제 될지는 의문.

또한 아무리 콤보가 쉽다고 한들 결국 '접근'이 쉽다는 뜻이다. 플레이하다 보면 자연스레 X콤보나 Y콤보의 한계를 깨닫게 되는데, 상위 콤보의 조합은 초심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난해한 경우가 많다. 거기에 기게이지 운용법이나 낙법, 프레임과 상성까지 따지고 들어가보면 정신없어진다.

물론 이를 연습하라고 만들어준 시스템이 있으니 답은 연습뿐이고, 그게 격투게임이 원래 걸어왔던 길이자 진입장벽이었다. 원래 배우기는 쉬우나 마스터하기는 어려운 법이니까. 이건 격투 게임 특성이라고 할만한 내용이긴 하다. 초심자를 정말 잘 배려하긴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장벽이 있다고 할까. 이외에도 스토리 모드의 보드게임 형식 진행이 좀 어울리지 않고 한 칸씩만 이동되는데 매우 불편하다는 평가가 있는 편이다.


캐릭터간의 대화도 재미있다. 참고로 베지터는 세계관 최고의 인격자 중 하나다.

허나, 드래곤볼 파이터즈는 앞서 말한 단점이 특유의 매력과 장점보다 부각되는 게임이 아니다. 말 그대로 '역대급' 드래곤볼 격투게임이다. 화려한 연출과 박진감 넘치는 격투를 보여주는, IP게임으로서도 격투게임으로서도 높은 완성도를 지녔다고 할 수 있다.

거기에 원작을 알면 더 재미있는 다양한 오마주 요소나 개그 요소, 거기에 오리지널 스토리와 초심자 배려까지 갖췄다. 팬들에게는 더욱 큰 만족감을 제공했고, 입문자가 격투 게임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도 최소화했다. 그러면서 고수들을 위해 깊이 있는 콤보나 연계도 빼놓지 않았다.

10년 넘게 쌓아올린 아크시스템웍스의 노하우와 '드래곤볼 제노버스' 시리즈로 다져온 반다이남코의 IP 노하우가 잘 어우러진 타이틀. '드래곤볼 파이터즈'는 당신이 드래곤볼 시리즈의 팬이라면 반드시 해봐야 할 작품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충분히 즐길 가치가 있다.

특별한 연출과 캐릭터간의 묘사도 있다.

로비 이모티콘 기능. 로비 시스템은 길티기어와 매우 유사하다.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