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팀들이 다시 한번 한국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자국에서 열린 2017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원거리 딜러의 나라로 일컫는 중국팀들의 선전이 기대됐다. 불타는 향로 때문에 그 위력이 더 발휘될 것으로 보였으니 이번에는 다를 게 분명했다.
실제로 EDG-RNG-WE는 불타는 향로 메타 속에서도 한발 더 나아간 모습을 보였다. 갈리오를 다시 대세로 만들었으며, 외면당했던 케이틀린을 꺼냈다. 이들의 접근 방법은 한국팀은 물론, 타 지역팀들에도 많은 영감을 줬다.
결과적으로 중국팀을 기준으로 하면 EDG를 제외한 RNG와 WE가 4강에 올라 이전보다 좋은 성적을 냈다. 그러나 SKT T1과 삼성 갤럭시에 패하면서 더 이상의 전진은 없었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째서 이번에도 한국팀들과의 5전제에서 무너지고 말았을까. 다양한 원인 속, 중국 내부에서는 문화와 시스템의 차이를 첫손에 꼽았다.
기본기는 좋은데...... 연습량은 '글쎄'
한국팀과 현저히 다른 중국팀의 연습 방식
먼저 중국팀들과 한국팀의 큰 차이점은 연습량에 있다. 기본적으로 중국은 연습일정이 한국보다 느슨한 편이다. 하루 두 번의 스크림은 같지만, 2전제로 진행한다. 상황에 따라 주말 모두 휴식을 취한다. 즉, 일주일 기준으로 20게임의 연습을 소화한다는 이야기다. 한국은 무조건 3전으로 치르는 관계로 최소 10게임 이상을 더 한다. 이틀 연속 휴식할 일이 없기 때문에 그 격차는 더 벌어진다.
물론, LPL의 모든 팀의 일정이 위와 같지는 않다. 그러나 한국과 다른 부분이 또 존재한다. 한국팀은 서로 비슷한 시간대에 연습과 휴식 시간을 갖는다. 이미 시즌 초부터 서로와 언제 연습할지에 대해 의논하고 일정을 조율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기상과 휴식시간이 유사해지기 마련이다.
국내 솔로 랭크에 꽤 많은 인원의 중국 유저가 존재하는데, 그중 프로게이머들도 상당수다. 사실 이들의 기본기는 국내 프로게이머들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팀 게임'에 대한 연습량이 적다 보니 다양한 경우의 수에 대응하기 어렵고, 후반전에 대한 대처도 한국팀보다 미흡하다.
집중력이 낮은 탓에 5전제에서 빠르게 승부를 보지 못하면 스스로 무너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SKT T1과 호각을 이뤘던 RNG도 다르지 않았다. 팀 관계자는 패배에 대한 분석으로 "한국팀에 비해 부족한 연습량"이라고 답했다. 그나마 포지션별로 자국 최고급 구성원이기에 단점이 적게 드러났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중국이 한국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이런 연습 환경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2013년부터 매해 우승하고 있으니 좋은 본보기가 분명하다. 그런데 중국에 있는 코칭스태프들은 '불가능'이라고 입 모아 말한다.
어쩔 수 없는 문화의 차이?
정치의 축소판이 된 프로게임단
이렇게 된 배경은 팀 오너의 입김이 매우 강력하기 때문이다. 중국 선수들 다수는 코칭스태프에게 쓴소리를 듣는 것에 거부 반응이 크다. 개인주의에 가깝다 보니 선수들이 상처를 받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이를 무시하고 한국 코칭스태프와 비슷하게 지도할 때 그 후폭풍이 따른다.
이로 인해 코칭스태프가 전전긍긍할 때가 있는데, 오너는 자신의 성향에 따라 챔피언 조합을 요구하거나 선수 기용에 관여한다. 선수들 역시 월급을 주는 오너와 직접적으로 대면할 수 있기에 자신의 고충을 코칭스태프에게 먼저 털어놓지 않는다. 서로의 문제가 발생하면 오너가 나서서 해결하는 상황을 어렵지 않게 경험할 수 있다.
문화의 차이가 크기에 시스템에 변화를 주기 어렵다는 이유다. 한국 선수들은 게임 내외적으로 코칭스태프의 지도를 받는다. 또 친분에 따라 곧잘 어울린다. 하지만 중국은 철저하게 개인주의에 가깝다. 당장 옆에 있는 팀원이 어디를 갔는지, 무엇을 하는지에 큰 관심이 없다. 심한 경우 나이나 본명을 모를 때도 있다.
단순히 사이가 끈끈하지 못하기 때문에 패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팀에 불화가 생겼을 때 그에 따른 파장이 매우 크다. 팀원 전체와 등을 돌리거나 몸싸움으로 번지는 경우 때문에 관계를 돌이킬 수 없게 된다. 과거 롤드컵에서 중국 선수 중 한 명은 팀원과의 불화로 연습에 참여하지 않았다. 또 한 명은 선수 간의 문제가 챔피언 픽으로 이어져 경기를 지연 시킨 사례도 있다. 당연히 해당 팀들은 사건 이후로 패배를 당했다.
자신의 의견을 밝힌 한 코칭스태프는 "선수에게 강한 어조로 피드백을 하면 곧바로 오너의 귀로 흘러 들어간다. 그러다 보니 코칭스태프의 권위가 없고, 커리어조차 없는 이들은 먹고는 살아야 하니 눈치 보기 바쁘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게다가 통역사들의 갑질 논란도 문제가 된 사례도 존재한다. 만약 통역사와 관계가 좋지 못하면 자의적으로 해석해 관계를 더 악화시키는 경우다. 전문 통역사를 두고 있는 팀이 매우 드물기 때문에 통역 과정에서 적지 않은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제아무리 유능한 코칭스태프여도 사람들과의 관계 등 여러 이유로 해고당하기 일쑤다. 이런 환경 속에서 연습에 몰두하는 한국팀을 상대로 승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변화는 없는데, 팀의 성적을 끌어내야 할 코칭스태프는 계속 정치판의 희생양이 된다.
게임은 좋지만, 프로는 부담스러운 그들
성적도 중요, 하지만 스타성은 더 중요해
코칭스태프가 벌벌 떠는 사이, 중국 프로게이머들은 이미 다음 플랜이 갖춰져 있다. 중국 관계자는 "프로게이머보다 개인 방송을 하면 훨씬 많은 금액을 벌 수 있어 '프로'라는 타이틀에 큰 미련이 없다"고 꼬집었다. 적당히 자국 내에서 성적을 내면 무수히 많은 팬이 그들의 시청자가 되기 때문에 개인이 주목받아 이름값을 올리는 게 현명하다는 의견이 많다.
과거 롤드컵에서 상당히 좋은 성적을 낸 한 중국 프로게이머는 "당시 내 월급은 340만 원이었다. 그런데 팀을 나오고 나서 방송을 하니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액수를 벌 수 있었고, 더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 돈으로 자유롭게 한국은 물론, 해외여행을 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정도였다"며 진지하게 은퇴를 고려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부분에 아무도 경각심을 느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팀 오너들은 애초에 계약 협상 당시부터 은퇴하더라도 자신들과 방송 계약을 맺자고 제안한다. 팀과 선수가 함께 돈을 벌자는 의미에서 말이다. 팀 입장에서는 성적도 중요한데, 선수들의 이름값을 올리는 것도 중요 임무다. 심지어 미리 짜놓은 일정에 맞춰 연습하는 중 오너의 지시에 따라 촬영에 임해야 한다.
여러모로 프로게임단 본연의 일이 우선순위에서 밀려 중국의 프로게이머들은 스크림부터 중요성을 망각한다. 어떤 코칭스태프는 "어렵사리 한국팀들과 연습을 잡았는데, 한 선수가 자신의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다고 컴퓨터를 강제 종료했다"며 난처했던 에피소드를 전했다. 그럼 그들이 늘 입에 달고 사는 말은 "죄송합니다. 중국 현지의 인터넷 상황이 좋지 않아서요"다. 연습을 도와준 한국팀의 코칭스태프는 "사실 어떤 상황인지 알기에 이해한다"며 안타까워했다.
결국, 그들이 최종적으로 내놓은 해결방안은 커리어를 갖춘 코칭스태프다. WE의 윤성영(롤챔스, 롤드컵 우승), RNG의 이관형(롤챔스 우승), EDG의 정노철(롤챔스 우승)이 그 주인공이다. 그러나 한국 코칭스태프의 힘을 빌린다 하더라도 그들이 한국을 넘어 롤드컵 우승이라는 대업을 달성하기란 쉽지 않다. 근본적인 문제를 돌이켜 보고, 팀의 오너와 그 외 관계자들이 모두 함께 고민해 바꿔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