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작, 명작이라는 이름이 결코 부끄럽지 않은 게임. 경비병이 되려면 일단 무릎에 화살을 맞아야 하는 그 게임! MOD…아니, 서양 RPG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수많은 사람이 극찬한 게임, '엘더스크롤5: 스카이림'이 VR에 진출합니다.
스카이림을 VR로 할 수 있다는 소식에 막 HMD를 쓰고 소븐가르드에서 "FUS RO DAH!!!!!"할 수 있는 건지 궁금했습니다. 그러면 좀 재미있을 것 같았거든요. 마침 이번에 TGS 소니 부스에서 스카이림VR의 데모 시연이 가능하길래, 주저하지 않고 시연을 해보았습니다.
TGS2017에 등장한 스카이림 VR은, PS 무브를 이용해 조작합니다. 왼쪽 PS 무브로는 이동과 왼손 무기(마법)을 사용하고, 오른손의 PS 무브로는 방향 전환 및 오른손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무빙 방식은 순간 이동 형이고, 사용할 수 있는 무기는 활과 검, 마법, 창 정도입니다. 이번 시연에서 아쉽지만 창은 써보지 못했어요.
캐릭터는 떼껄룩…아니 카짓으로 세팅되어 있었고, 분량은 약 15분 정도입니다. 처음에 잠깐 조작을 해보고, 길을 따라 이동해서 만나는 도적떼를 쓰러뜨립니다. 그리고 동굴로 들어가 거대 거미를 해치우는 구성으로 되어있습니다. 아쉽게도 아이템 획득은 안되고 인터렉션은 거의 없이 그냥 전투만 경험해볼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느낌 자체는 신선했어요. 스카이림 세계 속으로 들어와서 적을 물리치는 느낌이 들긴 하는데...활 같은 몇 가지 무기들은 조준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대부분 마법과 검으로만 적을 쓰러뜨렸습니다. 순간 이동 방식의 무빙은 생각 외로 금방 익숙해지고 나쁘지는 않았지만, 방향 전환이 매우 불편했고요. 전투의 흐름이 뚝뚝 끊어진다는 느낌.
게다가 컨트롤러의 동기화가 꽤나 자주 끊겼는데, 이러면 무슨 손이 로켓 펀치처럼 쾅쾅 날아가기도 하고 무기는 이상한 방향으로 휘둘러지곤 했어요. 결국 활은 한 번도 제대로 쏘지 못했습니다. 광선형 마법이 아니면 마법을 맞추기도 힘들어 보였어요.
그냥 이번에 체험한 데모는 스카이림 VR이 어떻게 되는지 정도만 보여주는 정도였습니다. 그나마 만족했던 부분은 "FUS RO DAH!"가 제법 신난다는 점이었죠. VR로 하니까 뭔가 좀 더 신납니다. 시연 내내 무덤덤하다가 막상 푸스로다를 써보고 나서는 신나서 육성으로 "푸스로↗다아아아!!!" 했다가 조용히 해달라고 한소리 듣긴 했지만, 푸스로다하는데 안 그럴 수가 있나요. 필살의 일격으로 활을 쏠 때 "UU, what I take you cry!!!"하는 거랑 비슷한 거죠.
지금의 VR 게임 시장은, 기기의 가격도 가격이고 이래저래 더 발전해야 하지만 다른 고민도 해야 할 때입니다. 바로 '킬러 타이틀'의 필요성이죠. 아무리 기기가 좋다고 한들 킬러 타이틀이 없다면 하드웨어가 아무리 좋아도 시장이 급속도로 발전하기는 어렵거든요. 그런 VR 게임 시장에 단물이 될 수 있을 게임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스카이림 VR'이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느냐? 가능성이야 있겠지만 지금 이 데모로는 절대 "NO"라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 이건 그냥 말 그대로 "억지로 VR을 만들어본다"는 느낌이었어요. VR에 맞춰 개발하거나 개선했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게임을 VR로 억지 이식한 수준밖에 안됩니다. 해볼 수 있는 것도 많지 않았거든요.
2017년 11월 예정이면 이제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인데...지금 공개된 데모가 이 정도라면 내가 도바킨이 된 느낌은 크게 느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걱정은 많이 들지만, 그래도 스카이림의 팬이라면 한 번쯤 시도해볼 만할 것 같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