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 캡콤 ⊙장르: 액션 ⊙플랫폼: PS4, PSVR, Xbox One, PC ⊙출시:2017년 1월 24일


"이게 진짜 '바이오하자드'라고?"

2016년, 캡콤의 장수 호러 어드벤처 타이틀 '바이오하자드' 시리즈가 20주년을 맞은 해로 저 말을 딱 세 번째 하게 됐다. 처음은 '바이오하자드4'를 접했을 때였고, 두 번째는 4인 코옵 게임인 '오퍼레이션 라쿤 시티'가 처음 등장했을 때였다. 6편 이후로는 시리즈에 대한 관심이 한참 식었기 때문인지, 현재 스팀 평균 접속자 2.7명에 달하는 '엄브렐러 코어'를 작년에 봤을 때는 별다른 감흥조차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가 바로 일곱 번째 신작 '바이오하자드7'의 데모를 봤을 때였다. E3에 공개된 트레일러를 봐도, PSN으로 올라온 데모를 플레이해봐도 전혀 예전 '바이오하자드'의 느낌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원작 대대로 이어져오던 3인칭 시점은 1인칭이 되었고, 파란 옷을 입은 금발 경찰이나 벨벳 드레스를 입은 비밀요원도 등장하지 않았다. 아주 현실적으로 그려진 오래된 저택과 그만큼 현실적으로 그려진 가족들이 그 자리를 대신할 뿐이었다.

얼핏 보면 기존 '바이오하자드'와는 다른 성격의 호러 게임들을 연상케 하는 '바이오하자드7'. 심지어 데모를 플레이한 이후에는 '이번 작품은 너무 무서워 보여서 할 수 없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던 이 게임은 신기하게도 플레이하면 할수록 원작의 느낌이 살아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엔딩에 가까워질수록 한없이 가벼워지는 무게감까지도.


1인칭 시점 - '장수 타이틀'이 시도하는 또 다른 변화



첫 등장조차 캡콤에게 있어 뜻밖의 흥행이었던 '바이오하자드'는 20년이라는 세월 동안 기존 시리즈와는 뭔가 다른, 과감한 시도를 계속해왔다. 몇몇 도전은 예상하지 못한 성과를 이뤄 장수 타이틀로 남을 수 있는 초석을 마련했는데, 전작을 탈피하고자 액션 요소를 듬뿍 넣은 4편이 당시 최다 GOTY를 받을 정도로 크게 흥행한 것이 그 예다. 그 덕분에, 이후 시리즈는 호러 요소보다는 액션, 코옵에 더욱 큰 비중을 두게 되었다.

이후에도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는 도전을 계속했다. 기존 주인공 대신 제약회사 '엄브렐러'의 방독면 전투원들을 전면적으로 내세우거나, 매주 에피소드 형식으로 출시해 보거나, 그것도 모자라 PVP를 주요 콘텐츠로 하는 등 과감한 시도를 이어갔다. 물론, 그 모든 도전은 대부분 독이 됐다. 4편 이후 팬들은 방독면 병사에 애정을 갖지 않았고, 4편 이전의 팬들은 왜 다음 에피소드를 기다려야만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결국 어떤 팬도 사로잡을 수 없었던 수많은 도전들과 함께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는 다소 쓸쓸한 20주년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 접하게 된 '바이오하자드7'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다 쓰러져가는 폐가 안에는 썩은 재료와 음식들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고, 복도에 걸린 등불이 만들어내는 섬세한 그림자 표현은 이전 시리즈와 달리 현실적이었다. 여기에는 펑펑 터지는 마이클 베이식 액션 연출도, 협동 플레이도, 방독면 요원들도 없다. 대신, 그 빈자리는 낯선 저택에 갇혔다는 공포감, '바이오하자드'가 처음 세상에 등장했을 때 게이머들에게 선사했던 그 느낌이 자리했다.

▲ 공포감을 배가시키는 데 1인칭 시점은 합격점

그중에서도 전작과 가장 달라진 점은 역시 시리즈 최초로 시도되는 1인칭 시점이다. 1인칭 시점은 플레이어에게 공포 분위기를 전달하는 데 아주 효과적인데, 게임 속 장면에 몰입하는 것을 도와줄뿐더러 뒤가 보이지 않기에 공포감이 배가된다. 개발이 취소된 '사일런트힐:PT'나 '아웃라스트' 등 흔히 '가장 무서운 게임'들로 꼽히는 작품 대부분이 1인칭 시점이기 때문에, 출시 전부터 '바이오하자드7'이 전작 대신 다른 호러 게임들과 더 많은 비교를 당해야만 했던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바이오하자드7'의 플레이 초반, 즉 사전에 배포된 데모만큼의 분량에서 이번 게임은 원작 시리즈 이상의 공포감을 보여준다. 여타 호러 게임에 비해 '바이오하자드'가 가진 차이점은 등장하는 적을 공격해 쓰러뜨릴 수 있다는 데 있음에도, 액션을 최대한 배제하고, 죽지 않는 설정을 가진 '베이커 일가'에 쫓기는 장면을 연출한다. 액션 일변도로 변모한 전작과 다른 경험을 선사하기 위한 결정으로 1인칭 시점을 차용한 것은 성공이었다고 할 수 있다.

공포감은 배가하는 장치로서의 기능 외에도, '바이오하자드7'의 1인칭 시점은 여러 부분에서 만족스러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초반부 이후 총을 소지하게 되는 순간부터 게임은 FPS 느낌을 물씬 풍기게 되는데, 샷건으로 감염체들의 머리를 쏴 맞춘다든지, 권총으로 다리를 쏴서 넘어뜨리는 등 기존 작품의 액션성 또한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반면, 저택 이곳저곳에 숨겨진 아이템을 찾는 것은 오히려 체감 난이도가 올라간 느낌이다. 소파 밑이나 선반 등, 그냥 지나치면 모를 만한 곳에도 생존을 위한 물품들이 숨겨져 있다. 이 또한 1인칭 시점이 가져온 특징 중 하나리라.


이유 있는 정식 넘버링 - 뜻밖으로 충실했던 원작 구현



앞서 잠시 언급했지만, '바이오하자드7'은 게임 초반부, 베이커 가족과 오붓한 식사 시간을 보내는 장면까지만 체감되는 공포감이 가장 큰 편이다. 그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무기를 소지하기 전까지만 무섭다. 결말이 뻔한 공포 영화의 클리셰와도 같은 흑인 경찰관으로부터 권총을 입수한 뒤부터는 자연스럽게 세이브 포인트를 거점으로 저택을 탐험해 나가는 원작 특유의 게임 플레이가 이어진다.

저택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절대 죽지 않는 가족들을 피해 집안을 돌아다니며 생존에 필요한 아이템을 구해야 한다. 몇몇 문은 처음 마주했을 때 열리지 않고, 일정 이상 진행한 뒤 세이브포인트를 쉽게 가기 위한 지름길 역할을 한다. 이번 편의 무대가 되는 저택은 크게 신관과 구관, 온실 등으로 이뤄져 있으며, 아이템을 탐색하는 구간과 보스전이 일어나는 구간, 그리고 세이브포인트 간의 거리가 적절히 디자인되었다. 이것만으로도 전작들의 게임 플레이와 비슷한 느낌을 주고 있는데, 여기에 서로 다른 종류의 열쇠들과 약간은 머리를 써야 하는 퍼즐까지 더해져 초창기 '초창기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의 향수를 물씬 불러일으킨다.

시리즈 대대로 '문'이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데 큰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 또한 닮았다. 4편 이전의 게임 시리즈는 계단이나 문이 열리는 장면을 영상으로 사용해 로딩의 일환으로 사용했다. 문 뒤에 어떤 게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소리를 내며 서서히 열리는 문을 바라보는 그 느낌을 다들 기억하고 있으리라. '바이오하자드7'의 문은 이러한 긴장감을 잘 담아냈다. 물론 데모에서와 같이 손으로 문을 여는 동작들은 생략되었지만, 작게 연 문틈을 통해 방 너머를 확인하는 그 떨림은 그대로다.

▲ 역시, 가장 무서운 문은 '열리는' 문이다

또, 가방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초창기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를 지금 와서 플레이하는 데 가장 난관인 이유 중 하나로 제한된 인벤토리를 정리해야 하는 부담감이 언제나 높은 순위로 꼽히곤 한다. 한정된 인벤토리를 정리하는 것은 사실 초기뿐 아니라 액션 비중이 높아진 이후에도 줄곧 이어져온 전통이지만, 장르가 서바이벌 호러일 때 그 부담감이 더욱 크게 느껴지게 마련이다. 생존하기 위해서는 총알 한 발도 버리고 싶지 않은데, 닥쳐오는 상황은 언제나 그렇듯 선택을 강요한다. 이 게임도 마찬가지다.

'바이오하자드7'에서 플레이어가 방 안을 돌아다니는 중에 실탄을 발견할 횟수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보다 '화학 약품'과 '화약', '허브' 등 조합의 재료가 되는 아이템을 더 쉽게 찾아내게 되는데, 갯수가 중첩되는 화약이나 허브와 달리 화학 약품은 하나 당 한 칸의 인벤토리를 차지한다. 때문에 그때그때 조합을 하지 않는 한 계속 들고 다니기가 거의 불가능한데, 어떤 물건을 만들 때도 필요한 재료이기 때문에 버리기에도 아까운 아이템이기도 하다.

이러한 플레이어의 고충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자, 세이브 포인트인 '카세트테이프' 근처에는 거의 항상 큰 녹색 상자가 마련되어 있다. 게다가 그 근처에는 시리즈 대대로 친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게임 속에서 가장 안전한 공간이라는 표시다. 이쯤 되면 말하지 않아도 집안을 탐험하면서 자주 세이브포인트에 들러 가방 정리를 하게 된다. 자꾸 죽지 않는 적들이 쫓아온다고? 가방 정리하느라 무서울 틈도 없다.

▲ 가방 정리하느라 무서울 틈이 없다, 진짜다

이렇듯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상당히 여러 부분에서 전작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앞에서 열거한 게임 시스템적인 부분 외에도, 저택을 구석구석 조사하다 보면 발견할 수 있는 실험의 흔적과 여러 일지들을 통해 어떤 생화학 실험이 이 저택에서 이뤄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4편부터 6편까지 액션 위주의 타이틀이 아프리카와 미국, 중국을 넘나들며 미션을 수행하는 등 거대한 생화학 테러의 '숲'을 표현했다면, 7편은 다시 원작의 설정으로 돌아가 미국 남부 어느 시골 저택의 사건, 즉 '나무'를 표현했다고 볼 수 있겠다.


공포를 이겨내고 나면... - 살짝 남는 아쉬움



공포감과 함께 FPS의 특징을 잘 살린 1인칭 시점과 비교적 완급 조절이 훌륭했던 저택의 레벨 디자인, 원작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시스템 덕분에 플레이타임 내내 몰입할 수 있었지만, 그만큼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 또한 없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부분은 크게 보스 전투와 등장하는 적들의 종류, 그리고 총 플레이타임 이렇게 세 가지다.

'바이오하자드7'의 보스 전투는 베이커 가족 구성원들과 치르는 전투가 대부분이다. 죽지 않는다는 설정을 가진 가족인 만큼 끈질긴 모습을 보여주지만 오히려 그것이 발목을 잡은 느낌이다. 생존을 위해 총알 한 발이라도 아껴야 하는 와중에 맞아도 아파하지 않는 보스를 상대는 것은 생각보다 더 피곤한 일인데다, 의미 없이 막고 공격하고 하다 보면 어느새 이겼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잭의 부인인 마가렛을 상대할 때 이런 느낌은 최고점을 찍는다. 길쭉해진 팔다리로 온실 여기저기를 활보하는 보스를 상대로 할 수 있는 것은 토치를 사용한 화염 공격이나 아파할 때까지 계속 총을 쏘는 것 뿐. 언제쯤 죽을지 가늠도 안되는데다 맷집은 얼마나 좋은지... 보스전을 마치면 탄약을 만들 수 있는 재료를 얻을 수는 있지만 역시 피로하기는 마찬가지다. 또, 보스전 이후 잭과 마가렛이 저택에서 등장하지 않는 것 또한 긴장감을 살짝 떨어뜨리는 데 일조한다. 분명 절대 죽지 않는다고 한거 같은데...

▲ 아저씨, 그만 좀 살아나세요...

크게 잭과 마가렛으로 대변되는 베이커 가족들 외에도, '바이오하자드7'에는 중간중간 생화학 실험 실패로 인해 태어난 괴생명체들이 플레이어를 위협한다. 문제는 이 괴물들의 종류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이 괴물들은 마치 타르를 뒤집어쓴 인체 형태의 기본적인 괴물부터 오른팔이 강화된 형태, 네 다리를 사용해 기어 다니는 형태, 그리고 가장 강력한 뚱뚱한 괴물까지 총 네 가지 형태로 등장한다. 물론, 마가렛이 조종하는 벌레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이들은 그다지 큰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는 적이라고는 위 네 가지 형태라서, 대처하는 것이 상당히 단조로워 질 수 있다. 그렇다고 게임의 전체적인 난이도가 낮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 괴물들 또한 상당한 맷집을 자랑하기 때문인데, 다수의 괴물들에게 공격받을 경우는 얼마 없는 탄약을 많이 소비하게 된다거나, 몇 개 없는 회복약을 사용해야 할 경우도 생기곤 한다.

▲ 두어 번 만나면 친근하게까지 느껴질 정도

플레이타임의 경우 처음 게임을 클리어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8시간 안쪽. 물론 베이커 가족들을 피해 숨어 다니던 시간이나 퍼즐을 풀고 길을 찾는 데 허비한 시간까지 포함해서다. 즉, 회차에 익숙해지고 나면 훨씬 빠른 시간에도 클리어가 가능한 셈이다. 저택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10시간 안쪽으로 탐험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길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역시 조금은 아쉬움이 느껴지는 길이이기도 하다.

다시 밝은 이야기를 해보자. 처음 바이오하자드7이 공개될 당시, 공포감에 비중을 준 데모를 보면서 들었던 걱정이 있다. 바로 '2회차를 플레이를 독려할만한 요소 존재 여부'에 대한 것이었는데, 게임 중간 깜짝 놀라는 구간이나 스토리를 이미 알고 있는 플레이어가 다시 게임을 하게 할만한 요소를 데모에서는 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바이오하자드7'에는 다양한 클리어 특전이 준비되어 있다. 난이도별, 클리어 시간별 특전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이 모두를 얻으려는 이들에게 플레이타임은 큰 걱정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 뜻밖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클리어 특전들도 준비되어 있다


간만에 즐긴 재밌는 '바이오하자드' - 과연 다음 후속작도?


1인칭 시점과 함께, 더없이 무서워 보이는 데모로 찾아온 이번 작품은 한마디로 '간만에 재밌게 즐긴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였다. 1편부터 3편이 가지고 있는 긴장감과 기본적인 게임 플레이 틀, 그리고 4편부터 6편에 해당하는 작품들이 보여줬던 액션성을 고루 갖추고 있으면서 동시에 전작들과 특징을 강하게 구분 짓는 포토리얼리즘 그래픽을 통해 7편만의 색채를 찾는 데 성공했다.

20년동안 이어진 캡콤의 장수 타이틀 '바이오하자드'. 이번 7편은 그간 수없는 무모한 도전에 실망한 팬과 게이머들에게는 오랜만에 찾아온 제대로 된 게임으로, '바이오하자드' IP에게는 앞으로 가능성을 다시 조명할 작품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어쩌면, 그동안 수없이 변화를 시도하려고 했던 시리즈였기에 이런 결과를 낼 수 있었지 않았을까. 어쨌든 출시 전부터 이어진 모두의 의심과 달리 '바이오하자드7'는 메타스코어 85점대를 기록하며 예상외의 성적을 거두고 있는 중이다.

7편을 통해 또 한번 변화의 가능성을 확인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앞으로 나올 후속작들이다. 지금까지 1편부터 3편, 4편부터 6편이 비슷한 콘셉트로 출시되었다는 것을 비추어 볼 때, 8편과 9편 또한 1인칭 시점으로 나올 가능성이 없지는 않아 보인다. 게다가, 리메이크를 약속한 2편도 남아있지 않나. 중요한 것은 어찌 됐든 여기서 끝은 아니라는 것이다. 20년 좀비 맛집의 계속되는 '무한 도전'에 다시 한번 기대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