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루머가 사실로 드러났다. 몇 달 전부터 심상찮은 분위기를 풍기던 디아블로3의 새로운 콘텐츠가 '강령술사'의 부활로 판명 나자, 사람들은 술렁였다. 강령술사라... 디아블로2 시절, 네크로맨서로 뼈로 벽을 쌓고, 뼈로 갑옷을 해입고, 뼈로 방패를 만들어 입는 구석기 시대 멋쟁이의 산증인이 아닌가. 모두가 추억에 빠지기에 바빴다.

블리즈컨2016에서 발표된 강령술사는 지금까지 우리가 기억하고 있던 강령술사와 무척이나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정작 만나게 되자 예전과는 똑같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마치 오래전 헤어졌다 만나는 인연처럼, 과거보다 좀 더 멋진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그런 희망이랄까. 강령술사가 그랬다. 사실 디아블로2 때에도 사파의 대표주자였지, 엄청난 강캐까지는 아니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 조폭 메타의 강자, 강령술사

오늘 오프닝 발표가 끝나자마자 체험존으로 냅다 달려,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강령술사 시연대에 자리를 잡았다. 오랜만에 보는 강령술사... 비록 초반 빌드였기에 그 어떤 것도 뜯어보거나 세팅을 바꿔볼 순 없었지만, 약간이나마 맛본 그 경험을 풀어보고자 한다.



■ 왕년의 조폭 네크가 돌아왔다, 더욱 스타일리쉬한 모습으로

기본적으로 스킬들은 이름을 듣거나 효과를 보면 익숙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해골 창이라든지, 해골 소환이라든지, 시체 폭발이라든지, 또 시체 폭발… 시체 폭발… 스킬을 하나씩 써보는 것으로 새록새록 피어나는 추억을 맛볼 수 있다.

시연 버전에서 쓸 수 있었던 기술은 총 6가지. 그중 기본 공격 기술인 피의 착취는 중간 정도 거리의 적에게서 일정 비율의 체력과 함께 강령술사의 자원인 에센스를 회복하며, 에센스는 총량 200을 가지고 오직 기본 공격으로만 채울 수 있다. 오른 클릭에 배정된 해골 창은 일직선 상의 모든 적을 관통하며 날아가며, 제법 쏠쏠한 대미지를 준다.

▲ 피의 착취 (Blood Siphon)

해골 소환은 하나의 스킬 안에서 패시브 효과로 해골을 소환하고, 액티브 효과로 공격 대상을 지정할 수 있었다. 대상을 지정하면 검을 든 해골들은 쾌속으로 진격해 적을 에워싸고, 마법사 해골들은 주위에서 마법을 날린다. 해골은 정해진 수 만큼, 도중에 파괴되더라도 자동으로 그 수를 보충했다. 시연 버전에서는 10마리 중 7마리가 검을 든 해골, 3마리가 마법사 해골이었다.

디크리피파이는 상당히 넓은 지역에 광역 슬로우를 거는 주문으로, 해골 군단을 이용해 싸우게 되는 강령술사에게 유익한 기술이었다. 피의 질주는 순간적인 생존기로, 비교적 짧은 거리를 무적 상태로 이동해 빠져나가게 해준다.

마지막 기술인 시체 폭발은 역시 강령술사 기술의 꽃답게 노코스트로, 쿨다운 없이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작은 범위를 지정해 범위 안의 모든 시체를 동시에 폭발시키는 방식이었으며, 가장 강력한 대미지를 자랑했다.

▲ 시체 폭발 (Corpse Explosion)

이처럼 강령술사의 기술들은 과거 디아블로2의 네크로맨서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기술들이 많았고, 나머지 새롭게 선보이는 기술이 두어 개쯤 되었다. 이 중에서도 해골 소환과 해골 창, 시체 폭발은 강령술사의 상징과도 같은 기술이었으므로, 그 성능 또한 마음에 들었다.

강령술사의 사냥은 두 가지 느낌으로 진행됐다. 우선 하나라도 시체를 만들기 위해, 또 압도적으로 많은 적에게서 살아남고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디크리피파이와 해골 군단을 활용해 소위 엠신공을 펼치며 피를 깎는 단계와, 하나라도 시체가 나오기 시작하면 시체 폭발로 연쇄 폭발을 일으키면서 적들을 차근차근 쓸어버리는 단계라고나 할까.



■ 오래 전부터 잡혀있던 발목, 컨셉에서 오는 패널티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


디아블로3로 돌아온 강령술사의 가장 큰 첫인상은 ‘몇 년 안 본 사이 많이 스타일리쉬 해졌다’ 였다. 물론 디아블로2에서도 특유의 다크함과 뼈간지를 내뿜던 존재이긴 하지만, 모 게임의 모래나라 황제 챔피언을 떠올리게 하는 해골 군단의 돌진, 보다 날렵해진 해골 창, 최고로 멋진 시체 폭발까지, 우선 성능을 떠나 멋있어졌다.

궁금했던 것들은 각 스킬들의 룬 세팅인데, 특히나 해골 소환의 경우 모든 해골이 하나의 스킬로 묶임으로써 룬 세팅으로 해골의 구성, 혹은 숫자를 바꾸거나, 아니면 액티브 발동 시 해골이 달려드는 패턴 등을 바꿈으로써 많은 플레이의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시체 폭발 역시, 기본적으로 현재 강령술사의 주력기로 추정되는 만큼 시체가 꼭 필요하다는 단점을 어떻게 만회할 것인지가 주목되는 부분이었다. 그 때문인지 자원 소모도, 쿨다운도 없었지만, 시체라는 패널티가 일부 환경에서는 매우 크게 다가올 수 있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조절할지 궁금했다.

또한, 디아블로3 시연 버전에서 보여준 강렬술사는 소위 조폭네크라고 불리던 해골 전사 소환 타입이었기 때문에, 한때 인기를 끌어 시대를 풍미하던 독네크 같은 다른 기술트리는 어떻게 구현하게 될지 기대가 되는 부분이었다.


결론적으로, 전반적으로 강령술사라는 직업이 주는 특유의 뼈간지, 어두운 감각을 잘 살려내는데에는 성공한 것 같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특유의 스타일을 살리면서도 좋은 성능을 가지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조금 불안한 마음이 앞섰다. 어느 정도 부두술사와 겹치는 부분이 있는 데다, 디아블로3는 각 시즌마다 각 직업의 성능이 크게 롤러코스터를 타곤 하는 게임이다보니… 이미 다른 직업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게임 속에 확장팩도 아닌 단순히 캐릭터팩으로 도입되는 직업에게 필연적으로 주어질 수밖에 없는 걱정거리일까.

아직도 초기 개발단계라는 점에서 너무나 많은 시간이 남았지만, 그래도 기다려 볼 만한 것 같다. 단순히 우려먹기가 아니라 발전된 모습이 되길 바랄 뿐. 강렬술사의 멋진 뼈갑옷과 뼈방패를 들고 며칠 밤을 샐 그때가 기다려진다.


블리즈컨2016 특별취재팀(=미국 캘리포니아 애너하임)
오의덕(Vito), 김지연(KaEnn), 석준규(Lasso), 이명규(Sawual)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