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들어 OGN도, 하스스톤도, 그리고 하스스톤 마스터즈 코리아도 큰 변화를 맞게 됐다.

OGN은 2006년 개관해 10년을 이어온 용산 e스포츠 스타디움을 떠나 상암에 위치한 서울 OGN e스타디움에 새 둥지를 튼다. 이렇게 상암으로 자리를 옮긴 OGN e스타디움에서 펼쳐지는 첫 e스포츠 대회는 하스스톤 마스터즈 코리아(이하 하마코) 시즌5로 결정됐다.

하마코 역시 이번 시즌부터 큰 변화를 맞이한다. 뛰어난 운영 능력과 정복전 룰에 맞는 덱 구성을 이루는 것이 이전까지의 하마코에서 요구되는 능력이었다면, 이번에는 거기에 한 가지가 더 필요할 것 같다. 바로 정규전 도입, 확장팩 추가 및 오리지널 카드 밸런스 조정이라는 역대급 변화를 맞이하게 될 하스스톤 환경에서 누가 가장 먼저 적응하느냐다. 단순히 카드팩 추가 정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카드들의 공백까지 메워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선수들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창의력 대결을 펼쳐야 한다.


■ 하마코 16강, 낙스라마스의 저주와 고블린과 노움의 마지막 무대

그렇다고 해서 하마코가 처음부터 정규전 도입 상태로 리그를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하마코 16강 일정은 오는 17일부터 26일까지, 아직 정규전이 도입되기 전이다. 16강에서만큼은 선수들은 다가올 정규전은 모두 잊고 현재 포맷의 하스스톤에만 전념을 해야 한다.

이번 하마코 16강은 낙스라마스의 저주, 고블린과 노움에서 등장한 카드들의 고별전이 된다. 정규전에서는 앞으로 볼 일이 없는 경기 양상이 펼쳐지겠지만 야생전에서는 여전히 유효한 메타이기 때문에 지켜보는 팬 입장에서도 충분히 가치 있는 경기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파마 기사'로 불리는 비밀 성기사, 어그로 주술사, 리노 흑마법사 등의 덱이 판을 치던 하스스톤이었으나 엘리스 스타시커를 위시한 방밀 전사가 최근 급부상하면서 경기 시간이 조금씩 길어지기 시작했고 리노 흑마법사 대신 이제는 과거의 유산인 줄 알았던 위니 흑마법사도 득세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힘이 조금 약해졌다고는 하나 파마 기사나 어그로 주술사도 여전히 건재한 상황이고, 멀록 기사나 얼방 법사 등 콤보 덱 역시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 무엇보다 모두의 위에 있는 드루이드가 이번에는 또 어떠한 '약'을 하고 경기에 나설지도 관심사다.

다만 정규전이 도입되기 전에 펼쳐지는 16강 경기는 정형화되고 획일화된 덱들 간의 전투라는 이미지를 벗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미 탐험가 연맹이 나온지 5개월 가까이 되는 시점이기 때문에 다른 참신한 덱이 등장하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났다. 16강 경기에서는 좋으나 싫으나 벌목기, 로데브, 박사 붐의 얼굴을 수십 번은 더 봐야 할 것 같다.


■ 새로운 덱은 언제나 환영이야!

하마코의 진검승부는 8강부터 가려진다. 하마코 16강이 4월 26일에 끝나면 빠른 시일 내에 정규전이 적용될 것으로 보이며, 이 순간부터 선수들은 모든 것을 정규전 포맷에 집중하게 된다. 하마코 8강 첫 경기는 16강이 끝난 후 약 2주 후인 5월 8일부터 펼쳐질 예정이고, 그 기간 동안 선수들은 정규전에서 가장 큰 힘을 쓸 수 있는 직업과 덱을 준비해야 한다.

많은 선수들은 정규전 도입이 발표되고 커뮤니티가 들끓을 때에도 방식에는 문제가 있었다고 얘기를 하면서도 변화 자체에는 찬성한다는 의견을 표하기도 했다. 현재는 너무 뻔한 덱, 나오는 직업만 나오지만 정규전이 도입되면 상황이 바뀔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마코 본선에 진출한 선수들은 8강부터 적용되는 정규전을 반긴다고 밝혔다.


하마코 시즌1 준우승을 차지했고 시즌5 본선에 진출하면서 하마코 본선 최다 진출 기록을 세운 '팜블라드' 곽웅섭은 "작년 하마코 시즌1 당시에도 시즌 도중에 검은바위 산이 적용돼서 매주 새로운 카드가 나온 적이 있었는데, 뭔가 새로운 덱을 시도할 기회가 된다고 생각해서 오히려 좋았다. 또, 시청자들도 새로운 덱을 보고 싶어 하기 때문에 리그 흥행에도 더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시즌 도중 정규전 도입을 반겼다.

'누구야' 이경민 또한 "정규전 도입 후 첫 메이저 대회이기 때문에 다른 시즌보다 더 의미가 클 것 같다. 이런 대규모 변화가 일어날 때 이득을 보는 선수는 세 부류가 있는데, 첫 번째가 자신만의 창작 덱으로 상대 허를 찌르는 부류, 두 번째는 해외나 국내에서 좋다고 평가받는 덱을 빨리 찾아내 카피해서 쓰는 부류, 세 번째는 그 카피 덱을 맞춤형으로 개량하는 부류다. 여기에 속하지 못한다면 도태되기 쉽고, 좋은 성적을 거두기 힘들 것이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 신규 카드들의 잔치 8강, 덱 메이킹 능력이 승부를 가른다!

이경민이 말한 대로 8강부터는 선수의 덱 메이킹 능력이 모든 것을 가른다. 이경민이 꼽은 세 유형의 선수 중 아무래도 가장 승산이 있는 쪽은 첫 번째 부류인 자신이 직접 덱을 만들어서 나오는 선수일 것이다. 카피 덱을 쓰거나 그걸 개량할 경우에는 선수들이 정보 수집 능력만 있다면 충분히 덱 구성을 파악하고 이에 대처할 수 있다. 그러나 자기가 직접 덱을 구상하고 만들어서 나타나는 경우엔 확장팩 초기 환경상 상대의 대처 능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고대신의 속삭임 카드가 속속 공개되면서 아직까지 '사기 카드'라고 의견이 모아지는 카드가 없는 가운데, 일부 카드들은 이것이 '함정'이냐, 아니냐로 많은 의견이 오가고 있다. 사자 볼라즈나 승천한 할라질, 독한 마음의 자릴, 신비술사의 고서나 피의 전사들, 초갈 등은 일부 유저는 충분히 쓰기 좋은 카드로 평가하기도 하고 일부 유저는 코스트가 너무 무겁거나 성능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함정 카드'로 평가하기도 한다.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카드들의 가능성을 빠르게 파악하고, 덱에 넣을지 말지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확장팩 초창기인 만큼 온갖 형태의 덱이 난립할 것이고, 수많은 카드들 중 가장 많은 잠재력을 지닌 카드를 찾아내는 선수가 반드시 웃을 수밖에 없다.



그 어느 때보다 엄청난 대규모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하스스톤. 이제 정규전, 고대신의 속삭임 도입까지는 불과 약 2주밖에 남지 않았다. 아직 공개될 카드는 절반이 넘게 남았다. 선수들이 그중 어떤 카드들을 어떻게 모아서 덱을 꾸리고 나올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5개월 간 계속된 덱의 획일화, 늘 같은 직업만 보던 하스스톤에서 탈피해 다양한 종류의 덱과 직업을 볼 수 있을 것이란 점이다. 혹시 아는가? 누가 이번 확장팩의 메인 카드인 크툰이나 느조스 등 고대신 카드를 들고 나와 사람들을 열광케할지 말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정규전 발표였지만 어쨌거나 변화는 피할 수 없고, 이는 하마코도 마찬가지다. 고대신의 등장이 약 2주 남은 시점에서, 이제는 조금 긍정적인 면을 바라보고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새로운 덱은 언제나 환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