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2016 스프링 글로벌 챔피언십의 2일 차 경기가 모두 종료됐다. 서울 방이동 올림픽홀에서 3일 간 펼쳐지는 이번 대회엔 한국, 유럽, 북미, 중국, 동남아 등 전세계 최고의 팀들이 참가해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을 개발한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1 시절부터 한국 e스포츠에 대한 막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사실상 e스포츠는 스타크래프트1부터 태동했고, 그 스타크래프트1 e스포츠는 한국에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 e스포츠와 블리자드의 연은 계속 이어져, 2016년까지 지속되고 있다. 블리자드의 e스포츠를 총괄하는 킴 판(Kim Phan)은 이번 글로벌 챔피언십을 한국에서 개최하게 된 이유에 대해 "e스포츠에 대한 열정이 많고, 뿌리가 깊은 지역이라서"라고 답했다.
다음은 블리자드의 e스포츠 선임 매니저 킴 판의 인터뷰 전문이다.
Q. e스포츠 선임 매니저라고 들었다.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알고 싶다.
본사 쪽에서 모든 e스포츠 관련 프로그램을 총괄하고 있고, 본사에서 진행하는 e스포츠 프로그램이나 각 지역의 e스포츠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Q. 블리자드 게임은 대부분 e스포츠로서 큰 성공을 거둬왔다. 그런 게임의 e스포츠 선임 매니저 자리가 부담스럽진 않았는지?
블리자드와 처음 연이 닿게 된 계기가 워크래프트3 e스포츠에서였다. e스포츠 팀에 합류하기 전부터 e스포츠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브루드워, 워크래프트3 등 모든 e스포츠와 블리자드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처음 입사했을 때는 부담감보다는 나 자신에 대한 뿌듯함과 성취감이 들었다. 일이 많긴 하지만 워낙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다.
그전에도 팬 사이트, 캐스팅, 프로 팀 매니저 등 각종 직책을 무상으로 맡아 해올 만큼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일을 이렇게 할 수 있게 됐다는 것 자체가 내게 큰 행운이다.
Q. 히어로즈 스프링 글로벌 챔피언십을 한국에서 열었다. ESPN에서 대학 리그를 중계하는 등 흥행이 어느 정도 보장된 북미 지역이 아니라 한국에서 개최를 결정한 이유가 궁금하다.
'히어로즈 오브 더 돔'은 북미 대학교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북미에만 집중이 된 리그다. 반면 글로벌 챔피언십은 세계 최고의 팀들이 모여서 블리즈컨 진출을 위해 경쟁을 하는 무대다. 이런 글로벌 챔피언십은 항상 블리즈컨에서만 진행이 됐기 때문에 올해에는 유저들의 피드백을 많이 받아 시스템을 약간 바꿔서 1년에 3번, 어떤 팀이 세계 최고의 팀인지 가릴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봄, 여름, 가을 시즌 글로벌 챔피언십을 아시아에서 하나, 유럽에서 하나, 그리고 가을은 북미에서 열리는 블리즈컨으로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아시아 개최지를 결정했을 때 한국이 e스포츠에 대해 열정이 많고 뿌리가 깊은 지역이기에 한국 개최를 결정했다. 유럽 지역 역시 드림핵에서 여는 것으로 결정했다.
Q. 한국은 특정 종목들을 제외하면 관중 동원에 문제가 많은 시장인데, 걱정이 되진 않았는지?
종목의 인기보다는 e스포츠가 가장 활성화된 나라, 강한 팀들이 많은 나라에서 대회를 개최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e스포츠의 뿌리가 잘 내려진 나라고, 강한 팀들도 많다. 한국 팀들이 강하다는 사실 역시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사실이고, 이번 대회만 보더라도 한국 팀이 강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또, 한국은 파트너사와의 관계도 좋다. OGN의 경우 이런 큰 대회를 여는 데 무리가 없는 역량을 갖고 있다고 판단해서 최종적으로 한국에서 개최를 결정했으며, 이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Q. 최근 블리자드 게임은 점점 더 쉬워진다거나, 혹은 가벼운 분위기의 게임이 늘어난다는 의견이 많다. 이것도 e스포츠화를 위한 방법의 일환인지?
그렇게 생각을 해 본 적은 없다. 블리자드 게임은 대부분 시작은 쉽되 마스터하긴 어려운 편이다. 하스스톤, 히어로즈 등의 게임 역시 접근은 쉽지만 최고 수준에 올라가기는 상당히 힘들다. 히어로즈는 접근성이 좋은 게임이지만 프로 레벨에 들어갔을 때는 오브젝트 획득에 대해 세부적인 계획을 짜야 하는 등 알아야 할 것이 많다. 블리자드의 철학 자체가 접근은 쉽되 마스터하기는 어렵게 하자는 것이다.
Q. 한국인이 완전히 점령한 스타2나 LoL 등과는 다르게 히어로즈는 아직 여러 나라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e스포츠 매니저 입장에서는 특정 국가의 독주가 아닌 현 환경이 반가울 것 같은데?
우리들이 이런 프로그램을 기획했을 때 지역 간 밸런스 등을 고려해서 만든 것은 아니다. 우리가 하고자 했던 것은 잘하는 팀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었다. 한국 외에도 재능이 있는 선수들이 많은 나라가 있지만 타 국가의 경우는 한국처럼 e스포츠가 잘 활성화되지 않았거나 역사가 짧아서 빛을 못 보는 경우도 많다.
이번 대회는 중국이 최고 전력을 갖추고 등장하는 첫 번째 글로벌 대회다. 작년에는 중국 최고의 팀이 비자 문제 때문에 블리즈컨에 참석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중국 팀이 참가하면서 진정한 월드 챔피언십 구도가 나타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한국 외의 지역에서 강팀이 등장하는 구도 자체는 매우 좋게 보고 있다. 마치 예전 워크래프트3를 보는 것 같다. 예전 워3의 경우 한국의 강자도 있었지만 유럽, 중국 등에서 강자들이 계속 나타났기 때문에 절대자는 없었다. 히어로즈에서도 한국뿐만 아니라 북미의 C9과 같은 팀이 나타나면서 다른 팀들도 자극을 받고 더 열심히 노력해서 이런 구도가 만들어진 것 같다.
Q. 히어로즈 외에도 많은 블리자드 게임의 e스포츠 리그가 진행 중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있는 건 어떤 것인가?
개인적으로 RTS게임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스타크래프트2 리그를 좋아한다. 내 e스포츠 커리어가 RTS 장르로 시작하기도 했고, 스타2는 보기에도 아주 재미있고 선수들의 컨트롤을 보고 있으면 굉장히 흥분된다. 물론 다른 e스포츠 대회 역시 아주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많이 플레이하는 게임은 히어로즈고, 하스스톤도 많이 플레이하지만 덱을 짜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
특히 스타크래프트2 선수들의 게임을 보고 있으면 뭔가 다른 인류를 보고 있는 기분이다. 모든 e스포츠 선수들의 플레이가 다 그렇지만, 특히 스타크래프트2 선수들의 플레이는 정말 사람이 아닌 것 같더라.
Q. 최근 가장 핫한 블리자드 게임이라면 역시 오버워치다. 오버워치의 e스포츠화를 위해 뭔가 준비하고 있는 게 있는지 궁금한데?
물론 준비 중이다. 다만 아직은 말씀드릴 수가 없다. 오버워치의 e스포츠화에 대해 기대가 매우 크다. 차차 공개될 것이니 즐겁게 기다려달라(웃음).
Q. e스포츠 매니저로서 최근 있었던 e스포츠 대회 중 가장 만족스러웠던 대회가 있다면?
역시 블리즈컨이다. 우리의 모든 e스포츠 종목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도 있었고, 선수들과 커뮤니티의 팬들, 개발자들이 한 데 모여서 대화를 나누기에 블리즈컨만한 자리가 없다. e스포츠의 목적은 경쟁이기도 하지만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끼리 모여서 어울리는 것이기도 하다. 블리즈컨에서는 그런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다.
Q. 히어로즈가 앞으로 e스포츠로서 더 발전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아주 어려운 질문이다. 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히어로즈는 아주 재미있는 게임이고, 앞으로 더 다양한 시스템과 영웅들이 추가될 예정이다. 앞으로 히어로즈에 등장시키기 위해 구상 중인 영웅들도 많이 있고, 밸런스 팀도 다양한 변화를 주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런 것들이 점점 더 도입되면 게임이 더 흥미진진해질 것이다. 이런 모든 변화들이 e스포츠에 기여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유저들로부터의 피드백이다. 히어로즈는 커뮤니티가 잘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유저들이나 해설자로부터 피드백을 자주 받게 되고, 이렇게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이 바로 이번 데하카 패치다. 커뮤니티로부터의 피드백 역시 히어로즈를 e스포츠로 발전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인터뷰를 해 줘서 감사하다(웃음). 오랫동안 블리자드를 사랑해 주신 한국 팬과 커뮤니티에도 정말 감사드린다. 한국으로의 여행은 내게 항상 즐거운 경험을 가져다준다. 하스스톤, 스타크래프트2를 비롯한 다른 종목에서도 한국 선수들이 굉장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런 선수들을 만나는 것 자체가 정말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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