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고의 모바일 MMORPG를 만들겠다" - '패스파인더에이트'의 포부
양영석 기자 (Lavii@inven.co.kr)
올 해 3월, 스마일게이트의 모바일 브랜드, '팜플'을 이끌었던 前 서현승 대표가 스타트업을 설립했다.
팜플을 이끌며 성공적으로 스마일게이트 모바일 게임의 기반을 닦은 서현승 대표, 그리고 '리니지2'를 십 여년간 이끌어 온 채기병 이사를 포함해 많은 업계의 베테랑이 모인 스타트업이기에 '패스파인더에이트'의 행보는 많은 업계인들의 관심사였다. 그들이 처음으로 소식을 알렸을 때,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모바일에서 MMORPG를 개발한다는 점이었다.
지금 시장에 주류 장르가 RPG인 점은 맞는데, 왜 하필 MMORPG일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MMORPG는 PC시장에서도 쉽지 않다. 거기에 '모바일'이라는 건 일종의 제약이 생긴다. 태생적으로 작은 화면, 그리고 상대적으로 PC보다 낮은 사양. 이는 예전부터 스마트폰의 한계로 지적되어 온 부분이다.
퍼즐과 같은 캐주얼 장르의 게임도 고생을 하는 부분인데, 대규모의 인원이 함께 게임을 즐기는 MMORPG는 더 설명이 필요 없다. 조작, 그래픽, 네트워크 등등 MMORPG는 정말 모바일에서 쉽지가 않은 장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말 그들의 말대로 뭔가 혁신적인 것이 필요할 터.
과연 그들은 모바일 MMORPG라는 어려운 길을 어떻게 헤쳐 나가려고 하는 것일까? '패스파인더에이트'를 방문해 채기병 이사에게 그들의 전략과 개발 철학, 그리고 지금 개발중인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엔씨소프트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것으로 안다. 패스파인더에이트에는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엔씨소프트에 처음 입사한 게 1999년이고, 그때가 업계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때 인 것 같다. 당시에는 과금 인프라와 개발 쪽을 맡았었는데, 2001년 즈음에 '리니지2' 팀이 막 생겨서 그때 서버 프로그래머로 '리니지2' 팀에 합류했다. 2003년에는 게임이 상용화되고 런칭하고, 서버 팀장을 거쳐 프로그램 개발 팀장까지 됐다. '리니지2'를 제대로 맡게 된 건 2006년 말이다. 이후 2012년까지 '리니지2'를 꾸준히 다듬었다.
2012년에 '리니지2'로 처음 도전을 해 본 게 중국 시장이다. 그리고 중국으로 건너가서 1년 반 정도 지내면서 많은 걸 배웠다. 그리고 2013년에 한국에 다시 돌아왔고, 작년 말에 회사를 나왔다.
그리고 잠시 휴식의 시간을 가지면서 무엇을 할까 고민했는데, 마침 대표님과 이야기가 잘 맞아서 올해 초에 '패스파인더에이트'를 설립했다. 어쩌다 보니 굉장히 빨리 이야기가 진행된 것 같다.
인연도 있겠지만, 뭔가 특별한 계기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전에 소식을 알렸을 때는 업계 베테랑들이 많이 모여 있다고 들었다. 베테랑 2-3인이 스타트업을 여는 건 그래도 자주 있는 편이지만 어려운 일임은 분명하다.
=대표님하고는 대학교 때부터 알던 사이다. 컴퓨터 연구회에서 활동을 하고 있을 때 대표님은 대학교 총 학생회의 일을 하셨다. 첫 인연은 그렇게 맺게 됐고, 그런 다음에 엔씨소프트 재직 중에도 다시 만나게 됐다. 묘한 인연이다 싶었다. 그리고 한참을 못 만나다가 퇴사한 이후 못 보던 사람들을 만나러 다닐 때 다시 만나게 됐다.
타이밍이 절묘했던 것 같다. 대표님하고 이야기를 하다보니 그러더라. 이렇게 한 3번쯤 만났으면 이게 인연이 아니겠느냐, 같이 일을 해보지 않겠느냐고. 그래서 '패스파인더에이트'에 합류하게 됐다.
계기라고 한다면…생각이 같았다는 점이 가장 클 것 같다. 서로 지금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이라던가, 어떤 걸 해야 하는지. 그런 이야기를 대표님과 많이 나눴다. 일단 모바일을 해야 한다는 점도 생각이 맞았고, 그리고 MMO를 선택한 것도 비슷했다. 또 하나는 굳이 한국만 바라보지 말고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신경 써야 한다는 점이다. 큰 생각은 일치했으니 작은 부분에서 다른 건 괜찮다고 생각했다.
국내 개발사들이 묘하게 그런 점이 있는 것 같다. 글로벌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하나? 겁을 내고 시도 자체를 좀 안 하는 것 같다. 겪어본 바로는 국내나 해외나 똑같다. 아마 잘 모르는 시장이라서 덜컥 겁을 내는 것 같다고 본다. 미지에 대한 두려움, 안 해본 시도에 대한 걱정. '리니지2'를 하면서도 많이 느꼈던 점이다.
그러고보니 중국 시장에서 배운 점이 많다고 하지 않았나. 1년 반이나 중국 현지에서 라이브 서비스를 진행해봤다면 온라인 게임뿐 아니라 모바일 게임도 많이 접했을 것 같다. 패스파인더에이트가 지향하는 글로벌 전략이 있나?
='리니지2'를 서비스하면서 느꼈던 점이다. 당시 '리니지2'는 한국 라이브 서비스 중이었고…글로벌 서비스도 진행 중이라 해외 시장에 많이 신경을 썼다. 일본은 이미 오픈했다고 하지만, 태국이나 대만, 유럽, 러시아 등등 이런 국가들도 계속 신경을 쓰면서 생각했던 것이다.
무조건 한국 시장에 라이브한 다음에 글로벌 성장을 도모하는 건 매우 힘들다. 차라리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게 효율이 높다. 중국에 1년 반이나 다녀온 이유도 중국 시장을 꼭 경험해보고 싶어서다.
해외시장도 나라마다 특성이 있다. 우리나라 정서에 맞는 게임이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정서적으로 동양과 서양은 서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래서 서양 시장이 더 어려운 것 같다. 그렇다면 동양에서 우리가 노려야 할 국가는 어디인가. 일본과 태국, 대만 등 동남아랑 비교하면 당연히 중국이 파이가 크지 않나. 서양보다도 동양의 문화를 이해하기도 쉽고. 당연히 중국을 노려야 한다. 하지만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기도 쉽지가 않다.
'리니지2'도 마찬가지였다. '리니지2'는 중국 공략을 세 차례나 시도하지 않았나. 그리고 텐센트하고 다시 '리니지2'를 해보기로 했었다. 현지에 맞춰서 많이 수정하고 이것저것 다 해보려고 했다. 그리고 텐센트가 요구한 것이 있었다. 바로 개발팀이 중국에 와줬으면 했다는 거다.
'리니지2' 라이브를 담당 중인 상황이라서 고민이 많이 됐을 것 같다. 실질적으로 중국에 개발팀으로 있으면서 한국에서 라이브를 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 않나.
=맞다.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중국에 대해서 많이 알아보고 싶었다. 중국 문화를 이해해보려고 했고, 공통의 무엇인가가 존재하는 것인지. 혹은 클라이언트 버전이 달라야 하는지. 중국 시장에서도 성공하기 위한 키워드는 무엇일지 궁금했다.
텐센트와 이야기하면서 느낀 건데, 대체 그들은 우리가 말하는 걸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혹은 우리가 그들이 요구하는 걸 완벽히 이해하고 있는지도 생각해봤다. 돌아보니 서로 잘 모르는 것 같더라. 차라리 중국에 가서 중국 문화를 겪어보고 같이 해보자. 그게 더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해서 1년 반을 중국에 다녀왔다. '리니지2' 라이브 서비스 실장을 내려놓고 가야 하니 실질적으로는 도전이었던 셈이다.
실제로 중국은 우리에게 알려진 것과 많이 다르다. 발전된 도시는 우리나라보다 치안이 좋은 편이기도 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중국이 실제와 완전히 다른 경우도 많다. 물론 지역별 편차가 커서 맞는 부분도 있긴 하다. 하지만 그걸 다른 모든 곳에 적용 시키면 안 된다. 아무튼, 중국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중국에 서비스하는 게임을 준비한다는 게 말이 되나. 중국을 이해해야 한다.
그렇다면 묻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 한국의 온라인 게임들은 중국에서 성공한 사례가 많다. 반면에 모바일 게임들은 그렇지 못하다. 일본도 중국 시장에서 거의 성공하지 못했다고 봐도 될 정도다. 그렇다면 왜 중국에서 모바일 게임이 유독 성공한 케이스가 적다고 생각하는지, 견해를 묻고 싶다.
=뭐라 딱 설명하기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중국이 충분히 성장해서가 아닐까 한다. 상대적으로 설명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 먼저 일본을 보자. 일본은 콘솔 등 비디오 게임이 정말 잘 발달했다. 내수시장도 크고, 비디오 게임 시장 점유율도 엄청 높다. 동양에서는 일본이 가장 콘솔을 잘하고 있다.
다음은 PC 온라인. 이거는 우리나라가 잘했다. 일본은 실패한 거다. 일본은 애초에 PC 온라인에 별 관심이 없었다. 무시한다고 해야 하나. 일본은 PC 온라인 시장에서 10년의 세월을 잃어버렸다고 본다. 우리가 그걸 가장 먼저 시도한 거고. 리니지, 바람의 나라 등등 PC 온라인 게임을 많이 연구했지 않나. 멀티플레이가 이런 재미를 보여준다 하는 걸 한국이 전 세계에서 제일 앞섰던 거다.
물론 서양 국가들도 PC 온라인 게임을 하긴 했다. 하지만 대중화에 성공한 건 한국이 으뜸이다. 우리나라는 PC 온라인이 본진 같은 게임이다. 노하우도 많고, 기술도 알고 라이브 서비스와 운영 등등 '어떻게'하면 되는지 안다고 보면 된다.
그렇게 진보된 기술을 가진 PC 온라인 게임이 중국에 갔다. 크게 성공한 거다. 지금 봐도 중국에서 잘 되는 게임은 한국 게임들이 많다. 노하우가 많고 가장 진보된 기술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중국에서의 PC 온라인 게임의 개발력은 낮았다.
자, 이제 어떻게 되겠나. 한국은 PC 온라인에 묶여 있었다. 일본과 비슷한 거다. 중국과 대만은 여기서 웹 게임을 개척했다. PC 온라인을 즐겨본 사람들은 웹 게임이 수준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건 실제로 일본에서 패키지 게임과 콘솔을 겪어본 사람들이 PC 온라인 게임을 보면서 했던 말 그대로다. 콘솔에는 콘솔대로, PC는 PC대로 최적화가 필요하다. 웹게임에서도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중국은 그때 웹게임 시장이 크게 떠올랐다.
거기서 중국은 기술력을 쌓고 있는데, 새롭게 스마트폰 시대가 열렸다. 사실 스마트폰 게임은 웹 게임과의 연관성이 크다. 포팅도 쉬운 편이고. 그래서 중국은 쉽게 웹 게임들이 모바일 게임으로 넘어왔다. 내수 시장의 원칙이랄까, 그런 게 있는 거다. 적어도 이제 중국은 이 부문에서 다른 나라에 절대로 뒤지지 않는다. 정체성이 성립됐다. 오히려 한국이 뒤처져 있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한국은 여전히 PC 온라인이 잘 나가고 있어서 웹 게임과 모바일 게임을 상대적으로 무시하게 된다. 여기서 일본하고 차이점이 생긴다. 일본은 PC 게임들을 놓쳐서 시장이 쇠퇴기에 들어왔다. 그래서 새로운 플랫폼인 모바일에 대해 연구도 활발했고, 고민도 많았다. 그래서 나름 예쁘게 정체성을 성립한 것 같다. 그래서 나름 내수 시장도 다시 커졌고, 글로벌에서도 좋은 성과를 보이는 것 같다.
중국은 이제 스마트폰 시장에서 완전히 자립했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개발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렇게 된다. 시장마다 집중한 게임 분야가 다르다. 다른 국가들보다 먼저 집중한 분야는 기술이나 노하우가 충분히 쌓였다. 그리고 시장도 비슷한 성격을 띠게 된다. 내수 시장의 자아가 성립한 것이다. 이건 바뀌기가 어렵다.
중국도 PC 온라인을 모를 때 한국 게임을 보면 대단하고 재미있다고 했었다. 그러나 모바일은 상대적으로 비교가 된다. 그리고 이제 웹게임과 스마트폰 게임들이 중국은 정체성을 가지게 된 거고, 유저들도 거기에 맞춰졌다. 물론 자기 위치를 잡았다는 것이지, 창조한 것과는 좀 다르다.
솔직히 중국에 비해서 모바일 게임은 한국이 살짝 뒤처졌다. 게다가 나름의 시장도 구축했고, 성공한 케이스도 있다. 어느 분야나 비슷한 거지만, 성공한 케이스가 있다면 '모험'을 하기가 어렵다. 투자자들이 모험보다는 안전한 케이스를 택할 수밖에 없다. 이러면 절대로 뛰어넘을 수가 없다.
PC온라인 시장은 '어쩔 수 없이' 한 모험이라고 보면 된다. 투자도 자연스럽게 모이고, 최고의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개척하는 거다. 당연히 최고의 게임이 나오고, 기술력도 쭉쭉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모바일은 그럴 수가 없는 상황이 됐다. 이미 성공한 케이스가 있지 않은가. 선점당한 시장을 개척하는 건 정말 어렵다는 걸 누구나 다 안다. 그러면 결국 '모험'이라고 불릴 시도는 나올 수가 없다.
대기업들도 마찬가지고, 중소 기업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오히려 1인 개발자가 더 자유로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도 수익을 목적으로 한다면 기존에 나와있는 게임들의 틀을 벗어나기가 힘들다.
'모험'이라는 것도 좀 다른 의미로 이야기하는 것 같다.
=새로운 시도로 보면 될 것 같다. 이것도 좀 경계가 있다. 어느 분야에서든지, 완전히 새로운 것은 배척당할 수밖에 없다. 역사에서도 말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것, 혁신은 무엇인가? 내가 볼땐 남들보다 한발 더, 한 두걸음 더 진보된 형태라고 생각한다. 유저들도 그런 성향을 띈다. 완전히 새로운 것을 원하는 유저는 소수다. 문화나 과학발전과 똑같은 거다.
완전히 새로운 문화. 모든 것이 다르다는 것은 흥미보다는 이질감을 더 많이 느낄 수 밖에 없다. 한발 한발 조금씩 새로운 것에 다가서야한다. 그게 이질적인 것과 새로운 것의 차이라고 본다. 유저들이 원하는 새로운 건 '좀 더 진보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나아간 미래라고 봐야한다. 이게 PC 온라인에서는 3~5년을 개발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러는 동안은 기술도 많이 발전하고 또 뭔가 더 새로워지지 않나. 그 진보된 미래에서 1~2년을 더 내다봐야 하는게 PC 온라인이다. 거의 4~6년을 넘게 미래를 예측하고 개발하는 것이다.
그래서 모바일은 PC처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모바일은 생각보다 주기가 짧고 1~2년 내로 개발이 완료되는 경우가 많다. 중간마다 방향을 재확인하면서 탄탄하게 갈 수 있는 시간이다. 그리고 1년. 이게 좀 애매하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예측 가능하면서도 워낙에 많이 변화해서 불가능하기도 하다. PC처럼만 하지 않으면 된다. 1년 뒤를 예측했을 때 남들보다 한 걸음 더 앞서나간 게임이라고 생각하면서 개발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아주 재미있는 관점이고, 굉장히 흥미롭다. 그렇다면 이제 한국은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그게 '패스파인더에이트'의 방향성이자 무기가 될 것 같다.
=한국은 모바일 MMORPG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처음 회사를 소개할 때도 모바일 MMO를 추구한다고 했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모바일 MMORPG는 아직 국내 시장에서는 좀 오묘하다. 오히려 중국이 더 많은 모바일 MMORPG를 보이는 것 같다.
=아까 이야기했던 것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PC, 콘솔도 그렇고 아케이드까지 보게 되면 결국 점점 장르는 어려워지는 쪽으로 흘러간다. 그게 모바일에서 똑같이 적용될 거로 생각한다.
작년에 '블레이드'가 출시된 이후 아직도 RPG가 시장의 흐름을 장악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액션 RPG로 바뀐 것 같다. 하지만 중국 시장에는 여전히 뮤와 같은 형태, 모바일에도 MMORPG로 트렌드가 이동하고 있다고 본다.
덧붙이자면, 아직 한국에는 MMORPG를 모바일에서 만드는 곳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알겠다. 하지만 아까 이야기했던 것과 조금 안 맞는 것 같다. 지금 중국 시장이 독자적으로 기술도 갖추고 모바일에서도 경쟁력을 갖췄지 않나. 그렇다면 일본의 사례처럼 모바일보다는 그 이후에 나올 새로운 플랫폼을 선도하는 걸 노리는 게 더 가능성이 크지 않나?
=꼭 그런 건 아니다. 왜 한국에서 모바일 MMORPG를 해야 하느냐. 다음 플랫폼을 노리는 것도 맞는 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국의 모바일 MMORPG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중국 모바일 MMORPG의 선조는 웹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웹 MMORPG와 PC 온라인, 클라이언트 형식의 MMORPG를 비교해보면 당연히 후자가 더 완성도나 수준이 높다. 역사도 길고.
중국의 MMORPG는 RPG적인 요소가 국내에서 만든 게임들보다 훨씬 약하다. 대신 그 약점을 감각적인 면을 많이 채워서 유저들을 끌어들이는 구조다. 실질적으로 RPG적인 요소가 부족하다. 기본기가 부족하달까. 그게 중국의 약점이라고 보면 된다. 대신 유저 친화적인 부분이나 빠르게 제작하는 건 강점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겠나. 한국은 예전부터 PC MMORPG의 경험이 풍부하다. 그 경험을 토대로 모바일 RPG를 만들면 훨씬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더 좋은 게임성을 가질 수 있고 더욱 탄탄한 작품이 나올 수 있다. 우리도 분명히 약점이 있지만, 중국도 마찬가지이지 않은가.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고 대등한 포지션을 잡을 수 있을 거라고 본다.
그렇다면 지금 개발 중인 게임에 대해 소개를 부탁한다. 모바일 MMORPG는 쉽지 않을 길 일테니, 개발 철학도 남다를 것 같다.
=음…배경은 중세 유럽이 되는 판타지의 느낌이다. 이게 동서양 모두 아주 친숙한 소재고 그리 거부감도 없고. 그리고 그동안 자주 해왔던 시스템이기도 하니 나름의 세계관을 잡고 중세 판타지의 느낌을 주고 있다. 아직 게임의 포스터나 로고도 없다(웃음). 이게, 필요하면 만들자고 하는 주의다 보니…
일전에 소개했던 것처럼, '패스파인더에이트'에는 PC 시절부터 MMORPG를 만들어 온 사람들이 많다. 10년쯤 되는 사람들도 많고…그래서 평균 연령이 좀 높은 편이다. 이제 좀 젊은 사람을 뽑자고 주장하고 있는데, 아무튼 주로 큰 게임들을 개발해온 사람들이 많다. 그 분야에서는 최고가 될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기도 하고. 그래서 MMORPG를 개발하고 있다.
회사의 설립 이유 자체도, 모바일에서 가벼운 게임이 아니라 무거운 게임, 깊이가 있는 게임이 곧 성공하리라 예측하고 있다. 이런 시기가 MMORPG 하던 사람들에게는 최적의 시기이기도 하고. 아무튼, 우리는 모바일에서도 최고를 지향한다. 최고의 MMORPG를 만들고 싶다.
이름도 가칭으로 정해두긴 했는데, 일단 프로젝트명은 '로드 앤드 나이츠(Lord and Knights)'다. 기본적인 게임플레이는 PC MMORPG처럼 정교하면서도 모바일에서의 접근성이 쉬운 형태로 설계 중이다. MMORPG는 PC나 모바일이나 비슷한 것 같다. 모바일이더라도 많이 바뀌고 있고.
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유저의 플레이 흐름을 생각하고 있다. 초반 유저에게는 어떤 부분을 어필해야 할까. 그래픽이나 초반 시스템, 튜토리얼보다는 첫눈에 반할만한 뭔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쉬우면서도 좀 감각적인 콘텐츠랄까…중국 게임들이 이런 걸 잘한다. 그리고 중반에는 기본적인 성장과 육성, 수집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하고, 후반에는 이제 협력과 대립. PvP라던가 레이드같은 콘텐츠랄까. 이게 정말 MMORPG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모바일도 이런 흐름을 타야 하는데, 결국 PC MMORPG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PC는 접근성이 떨어진다. 일단 설치하는 과정이라던가, 정액 요금이라던가. 그런 부분에서는 친절하지 않다. 흔히 친절한 걸 튜토리얼 많이 만든다고 오해하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그냥 튜토리얼 다 빼버리고 싶다.
아무튼 게임에 대한 인상이랄까. 그래픽이 눈에 들어오는 건 처음이지 않나. 그런 것보다도 "와, 이거 신기하다"하는 부분을 초반에 배치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면서도 어렵지 않아야 하고. 이게 중반만 가면 금방 귀찮아지니까, 중반부터는 반복할 때 재미있도록 설계하려고 한다. 수집과 육성, 반복 플레이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충분히 성장했다면? 이제부터는 협력과 경쟁의 재미를 줘야 한다. 마치 초반에는 패키지 게임 같은 느낌이 들다가 중반에는 RPG, 마지막에는 MMO의 재미를. 이게 MMORPG의 재미라고 생각한다. 후반에는 솔직히 육성도 지겹다. 그냥 사람과 사람간의 인터랙션이 중요하다. MMO에서 제일 좋은 콘텐츠는 바로 '사람'이다. 하지만 그걸 처음부터 하면 안 된다.
모바일의 접근성이 PC보다 높은 건 맞다. 하지만 그래도 모바일이라 제한되는 부분도 많지 않나.
=맞다. 그래서 모바일에서 배운 것도 많다. MMO의 기준을 이야기해봐야 할 것 같다. 솔직히 MMO라고 하면 서로 생각이 다르다. 스스로는 Massive 라는 건 '같이 플레이하는 걸 느낄 수 있으면 된다'고 본다. 그리고 멀티플레이는 '서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식의 온라인을 모바일에서 만들어 보려고 한다.
매시브 멀티플레이에 대해서도 좀 고민이 많았다. 애초에 파티플레이에 대해서. 솔직히 힘들게 파티플레이를 맺는 것 자체가 좀 장벽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탱커, 딜러, 힐러 미리 순서를 잡고 싸우고. 분명히 좋은 콘텐츠다. 하지만 그건 뭐랄까…마치 문제를 푸는 것 같은 느낌이다. 나름의 재미가 있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그건 상당히 매니악한 콘텐츠다.
MMORPG에서는 분명 협력이 필요하다. 관련된 콘텐츠는 쉽게 만들 수 있긴 할 것 같은데, 사람 사이의 협력을 어떻게, 언제 하는지가 문제다. 그런데 유저들은 모르는 사람들과 파티를 맺고 싶어할까? 아닌 것 같다. 부끄럼을 탄다고 해야 하나. 오랫동안 비슷한 사냥터에 매번 보이던 사람이 있으면 "어, 저 사람 또 있네?"하면서 꾸준히 그 사람을 보다 보면 나중에는 호기심이 생겨서 친구가 되고 싶고. 그리고 그렇게 친구를 사귀면 친구들과 먼저 파티를 하지 않나.
꼭 파티라는 형태, 시스템적으로 묶어야 함께 플레이하는 건가 싶다. 초대를 하지 않고 파티 플레이를 할 수 있다면 어떨까 싶고. 애플이 비슷하다. 사람들이 부끄러워하는 걸 시스템으로 해주었다. 우리도 비슷하게 하려고 한다. 자동화라는 부분이 사람들이 좀 껄끄럽고 부끄러워하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해주게 할 수 있도록.
'점차 사귄다'는 개념을 시스템에 녹여보려고 한다. 유저들이 부끄러워하는 걸 없애고. 어색한 걸 자연스럽게 만들면서 현실과 비슷한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그렇다고 탱커, 딜러, 힐러의 개념을 없애려고 하지는 않았다. 확실히 탱딜힐이 구분이 되는 게임이 될 것 같은데…모바일에서 어디까지 될 수 있는지가 문제다. 다만, 모바일은 네트워크가 워낙에 민감해서, 좀 한계가 있기에 방법적으로는 다를 수 있다. 동기화시켜서 같이 매끄럽게 할건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할 것인지는 좀 더 논의를 해봐야 할 것 같다.
출시는 어느 정도로 예상하고 있나. 그리고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처음부터 글로벌을 노릴 생각인가?
=앞으로 한 1년 정도를 봐야 할 것 같다. RnD를 많이 진행한 상황이다. 런칭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방향성이나 전략이 수립된 것은 아니지만, 굳이 언급하자면, 글로벌 동시에 런칭하는 것이 더 낫지 않나 생각한다. 솔직히 국내 출시를 하고 이후 글로벌로 가게 되면, 게임의 콘텐츠와 정서 자체가 한국에 맞춰져 버린다.
국내 출시 이후 해외 런칭을 준비하려면 콘텐츠를 다시 수정해야 한다. 만들어진 걸 수정하는 건 어렵지 않나. 차라리 처음부터 글로벌로 동시에 열어버리면 이런 문제가 해결된다. 일단은 알파 빌드를 올해 3/4분기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이후 다른 자리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게임에 대해 소개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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