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열풍이 많이 사그라 든 지금, 간간히 들리는 소식 하나하나가 매우 반갑고 고맙다. 많든 적든, 지금까지 쌓아 온 모든 것을 내던지고 새로 도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절박함과 생동감, 그리고 새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기자 스스로가 창업할 확률은 거의 없으니 대리만족이라도 하자는 심정에, 창업 소식은 웬만하면 직접 듣고 기사로 옮기는 편이다.

이번에도 눈여겨볼 신생 개발사가 하나 있다기에 급 관심을 가지고 이번 창업자들의 정보를 찾아 봤다.

어...근데, "나이의 상태가...?"

나이가 뭐 그리 중요한 건 아니지만, 무거운 가정부양의 책임과 직장에서 차곡차곡 쌓아 온 경력을 내던지고 '불혹'의 나이에 창업에 도전하는 이는 많지 않다. 이제껏 만나 본 사람들도 대부분 30대 초반, 많아 봐야 중후반 정도였지, 직장 내 안정성은 커지고 도전의 필요성은 줄어드는 불혹의 나이에 새로운 미래를 꾸려가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경험이 축적될수록 좋다곤 하지만, 이 정도로 풍부한 경험이 쌓인 사람들이 불확실한 창업의 세계에 뛰어들 거란 생각도 못 해봤다. 박재성 대표를 비롯, 2명의 창립멤버가 모두 업계에 '한가닥'하기로 소문난 전문 개발진이었기 때문이다.

박재성 대표의 경우 다수의 게임개발사에서 경력과 인맥을 쌓은, 게임계에서 알아주는 마당발이다. 박 대표에게 힘을 보태 준 오랜 친구, 임준석 PD 역시 컴투스에 15년 간 재직하며 타이니팜, 이노티아 연대기 등 화려한 개발이력을 가진 베테랑이다. '학교'라는 배경과 귀여운 덕심을 제대로 자극하는 '마법학원 루시드이야기'를 개발한 고동일 PD 역시 박 대표의 든든한 동료로 합류했다.

일원들도 그렇지만, 회사 이름조차 독특했다. 'SingTa(싱타)'라는, 축약어라 해도 의미를 종잡을 수 없는 이름에 회사에 대한 흥미는 더 커져갔다. 이제 막 세워진 신생개발사인만큼, 구체적인 소식은 지금 만들고 있는 게임이 출시되는 다음해 즈음에나 들을 수 있을 터. 회사 소개를 들을 거면 지금이 기회라 생각해 연락을 취해보았다.

▲ 싱타라는 새로운 인생에 도전한 3인방, 왼쪽부터 임준석 PD, 박재성 대표, 고동일 PD




'싱타'라는 사명이 많이 독특하다. 어떤 의미가 있는가?

박재성 : 사실 별 뜻 없다. 고유 명사로 기억되기 좋은 이름을 찾다가 갑자기 우연히 떠오른 이름이다. 어감이 좋아서 일단 확정. 이름 다 짓고 나서 의미를 좀 부여, '씽나게 창조하자' 라는 경영이념도 생겼다. '슈퍼셀'처럼 별 뜻은 없지만, 세계최고의 게임회사로 의미되는 고유명사로서 '싱타'가 널리 알려지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그렇게 젊은 나이는 아닌데도 도전을 감행했다. 어떻게 싱타라는 회사를 꾸리게 되었는가?

박재성 : 어릴 때부터 사업을 하고 싶었는데 지금이 그 시기라 생각하고 도전을 감행한 거다. 엑스엘 게임즈에 다니고 있던 2014년 5월부터 서서히 준비했으며,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일단 함께할 동료를 영입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여기 있는 임준석 PD는 대학 동기기도 하면서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같이 일 해본 바로 동료로 삼기에 손색이 없는 사람이었고, 고동일 PD님 역시 언제 한 번 꼭 모시고 싶은 사람이었다.

임준석 : 이번만 같이 하자고 한 게 아니다. 1997년부터 아주 '너! 내 동료가 돼라!' 하면서 계속 귀에 바람을 넣더라. 그 끈질긴 구애에 지쳐(웃음) 마흔살이 된 지금 같이하기로 했다.

고동일 : 원래도 알고 있던 사람이었지만, 함께 하기로 마음 먹은 건 어느 장례식장에서 회사창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때였다. 장소가 장소임에도 꿈을 위해 행동력을 보여주는 박재성 대표에게 매력을 느껴 함께 하기로 했다.


3인의 동료 외에도 싱타의 시작을 함께 할 다수의 가족들을 영입했을 텐데, 어떤 사람이 싱타에 가장 어울린다고 보는가?

박재성 : 흔들림이 없는 사람, 확실한 자기 색깔을 갖추고 그 색깔을 솔직히 드러낼 줄 아는 사람을 좋아한다. 상황에 따라 이리저리 나부끼는 사람들은 여러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창업 초창기에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 흔들림 없이 굳건한 멤버들이 싱타의 시작을 위해 노력 중!


현재 어떤 게임을 개발 중인가?

박재성 : 현 상황에서 가장 먼저 시장에 선보일 수 있는 건 고동일 PD의 ' 마법학원 루시드이야기'의 속편이 아닐까 싶다. 지향하는 마켓도 뚜렷하고, 원작이 있기 때문에 리소스 활용도 용이해 3개 프로젝트 중 가장 먼저 공개할 수 있을 것 같다.

RPG, 프로젝트명 '자이언트'는 임준석 PD가 지휘하고 있다. '타이니팜'으로 소셜콘텐츠에 대한 이해도도 높고, 이노티아 연대기 등 게임플랫폼으로는 부족했던 피처폰으로도 RPG의 재미를 충분히 끌어낸 당사자인 만큼, 내부에서도 거는 기대가 크다.

다른 하나는 젊은 친구들이 팀을 이뤄 만들고 있는 시뮬레이션 장르의 게임. 최근 트렌드에 맞게 전략성을 살리되, '싱타'만의 참신함을 덧칠한 게임이다.

RPG와 시뮬레이션 프로젝트는 아직 기획 단계에 있어 많은 정보를 공개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 세 프로젝트가 싱타의 시작을 알림과 동시에 앞으로의 발전을 견인할 거라 확신하고 있다. 이 3개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현재 23명의 인원을 더 늘려 약 30명 규모로 회사를 발전시키려 한다.


'마법학원 루시드이야기'의 속편이라니. 흥행 점수는 많이 높진 않았지만, 게임성과 덕심을 자극하는 감성은 일품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속편은 어떤 형태로 제작 중인가?

고동일 : 아무래도 CCG가 처음이다 보니, '마법학원 루시드이야기'는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았다. 운영이 최대 중점인 게임이었는데,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카드를 늘려나가는 것에만 집중하고 나머지 콘텐츠에는 썩 신경쓰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

콘텐츠의 매력을 충분히 끌어낼 수 있는 IP라는 건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 이를 염두에 두고, 주인공의 이야기와 전체의 세계관을 잘 활용해 수집 콘텐츠보단 전략성에 초점을 두어 선보일 예정이다. 본편의 인물들도 다시 등장할 거고, 선을 지키면서 적당히 유지하던 절제된 수위(*-_-*)도 유지하며 세련미를 살리려 한다.


▲ 연내 상용화 목표로 한창 개발 중인 '마법학원 루시드이야기'의 속편 스크린샷 및 아트워크


RPG 프로젝트, '자이언트(가칭)도 궁금하다. 모바일 트렌드는 항상 바뀌기 때문에 RPG와 같이 대규모 콘텐츠가 필요한 장르일 수록 초반부터 신중히 컨셉을 잡아야 한다. 아직 개발 초반이니 정해진 게 많지 않겠지만, 대략적인 컨셉이나 지향점 등을 설명해 주면 게임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질 것 같다.

임준석 : 유니티랑 언리얼 엔진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한국에서 유행하는 실사 그래픽보다는 캐릭터의 개성이 살아있는 서양 지향적인 그래픽으로 가자 싶어 글로벌 취향에 맞는 비주얼을 가져갔다. 아직 글로벌 서비스까진 고려할 단계는 아니라 글로벌 원빌드로 갈 지는 아직 생각해보고 있다.

플랫폼은 모바일이지만, PC의 파티플레이가 주는 재미도 오롯이 내고 싶기에 보스레이드 등 파티 전투를 부각한 RPG를 기획 중이다. 단순히 5:5, 6:6의 소규모 대전보다는 공격대의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대규모 전투를 구상하고 있다. 유저 간의 소셜성도 중요해, 한 유저가 보유한 보스를 다른 유저가 공략하는 구조와 자연스러운 경쟁 구도 등을 버무릴 예정이다.


이제 막 창업한 단계임에도 3개의 프로젝트를 구동 중인데, 처음부터 이렇게 다양한 게임을 동시다발적으로 개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박재성 : 기본을 지키는 것이 게임 개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기본에만 충실하면 적어도 실패는 하지 않으리라는 걸 그간의 경험으로 알고 있다. 대박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실패할 게임을 만들지는 않을 거라는 자신감은 확실히 있다.

또 하나, 여기 있는 내 동료들을 믿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게임업계에 몸 담으며 쌓아 온 노하우가 있고, 이를 완벽히 게임 속에 녹여낼 수 있는 전문가들과 함께 있는데 무엇이 두렵겠나. 엑스엘 게임즈라는 든든한 파트너도 있고.

또, 사업이라는 건 몇 번의 경험이 축척돼야 비로소 두각을 나타내는 거 아니겠는가. 여러 번 패를 받아 보며 여러 면모를 분석해봐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여유가 될 때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나중에 선택과 집중의 단계에서 결정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요즈음 수익모델부터 먼저 잡고 게임을 개발하는 경우도 있다. 혹시 염두에 뒀다거나 미리 구상해 둔 것이 있는가?

박재성 : 수익모델부터 잡고 게임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특징이 없는 게임에만 적용될 수 있는 방식 같다. 솔직히 게임도 사업이니 어느 정도 수익창출에 대해 고려는 해야겠지만, 그걸 먼저 생각하고 가는 건 옳은 방법이 아니라 생각한다.

그래도 아예 세상 물정을 모르는 것도 문제이기에, 최근 각광받는 VIP시스템과 이를 탑재한 게임들은 공부할 겸 찬찬히 분석해보고 있다. 여러 사례를 보면서 느낀 건, 확실히 과금과 무과금의 격차를 과도하게 두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좋은 수익모델은 게임의 기둥이 되는 콘텐츠를 적절히 구상하는 것부터 시작, 과금유저와 무과금유저 모두 만족할 수 있게끔 재화의 흐름을 잘 컨트롤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싱타의 게임 역시 시간을 쓰든 돈을 쓰든 모두 우리 게임을 사랑해 주는 유저라 생각하고, 그 분들이 우리에게 투자한 만큼 다시 베풀려 노력할 것이다.


엑스엘게임즈와는 어떤 파트너쉽으로 이어져 있는가?

박재성 : 엑스엘게임즈와는 원래 인연이 깊어서 그런지, 사업적인 파트너라기 보다는 돈을 뛰어넘는 가치를 지닌 관계의 느낌이 강하다. 엑스엘게임즈 재직 당시에도 많은 것을 배웠고, 지금도 사업적 노하우, 게임에 대한 안목 등을 배우며 협업하고 있다


이후 대중에게 '싱타'라는 회사를 보여줘야 할 시기가 올 것이다. 싱타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

박재성 : 당연히 게임개발사로서 게임성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게임 뿐만 아니라, 게임에 연관된 사업 모델이나 퍼블리싱 관계도 평범하기보다는 좀 더 '싱타'다운 방식으로 고민해 볼 거다. 개발도, 사업도 창조적으로! 이게 싱타가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이 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이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함께할 수 있는, 창의적인 생각을 가진 동료들도 더 많이 모시려 하고 있다.

▲ 아직은 신생 개발사지만,
더 많은 멤버들과 함께 좋은 개발사를 의미하는 고유명사로서 '싱타'를 알리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