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앞 'Z:PC'에 취재를 다녀왔다. 제페토가 직접 설립한 PC방이자 e스포츠 경기장. 약 한 달 전에 취재차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꽤 한적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소 이른 시간이기도 했고 주변 홍보가 마무리되지 않은 탓도 있겠다.

일주일 전에 제페토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포인트블랭크 왕중왕전 이번주 토요일에 진행합니다.'라는 내용. 취재 당시 정기적으로 최강팀을 뽑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느덧 최종 단계까지 넘어온 거다. '포인트블랭크'를 즐기는 유저들의 반응을 볼 수 있겠다 싶어 장비부터 챙겼다. 마침 장소도 홍대니 만큼, 근처에 사는 친구 불러서 저녁에 맥주도 한 잔 마실 생각에.

미리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왕중왕전 개최 소식을 알렸기 때문인지 현장에는 제법 많은 유저들이 와있었다. 일부는 선수, 또 다른 무리는 관중이겠지만 육안으로는 딱히 구분되지 않았다. 스폰서를 줄줄이 달고 있는 프로가 아닌 만큼, 선수들 역시 편한 복장이었으니까.

겉보기엔 유저 소모임, 혹은 랜파티 같은 느낌이 더 강했지만, 상금 규모는 결코 적지 않았다. 우승 상금이 300만 원, 준우승 상금 100만 원, 3등 상금이 50만 원이다. 타 FPS 게임의 월드챔피언십 상금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주장원팀 간 대결인 것을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 적지 않은 상금 규모


그리 크지는 않지만 엄연히 e스포츠 대회인 만큼, 정보 및 현장 분위기 전달이 당초 취재 목표였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 도착해보니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기사를 푸는 게 좋아 보였다. 기자가 인상깊게 본 부분은 개발사 '제페토'의 유저 소통 방식이었다. 그들은 정말 쉬지 않고 팬들에게 '말'을 걸었다.

참가 선수 전원에게는 소정의 교통비와 10,000캐시, 포인트블랭크 티셔츠와 에코백, 인게임 총기와 블루투스 셀카봉이 증정되었다. 설령 경기에서 패배했더라도 고개 푹 숙이고 짐을 싸는 상황은 볼 수 없었다. 상금이 목적인지, 대회에 참가해 즐기는 게 목적인지는 그들만이 알겠지만 최소한 패배 팀 특유의 무거운 공기는 덜 느껴졌다.

뿐만 아니라, 대회 관람객 전원에게도 푸짐한 경품이 주어졌다. 포인트블랭크 티셔츠와 에코백, 대회 기념 총기는 기본적으로 지급됐다. 여기에 경품 추첨을 통해 로지텍 G230 헤드셋, 스파이럴캣츠의 사인이 들어간 브로마이드, 모니터 받침대 및 스마트폰 보조 배터리가 이 날 행운의 주인공의 품에 안겨졌다.

이미 오랜 기간 해외에서 PBIC(포인트블랭크 인터네셔널 챔피언십)을 정기적으로 개최했던 노하우 덕분인지 제페토의 대회 진행 솜씨도 매끄러웠다. 결승전을 제외하곤 2라운드 선승제로 구성해 경기 템포가 늘어지는 것을 막았고, 경기와 경기 사이에는 넉넉한 휴식 시간과 경품 추첨 이벤트가 자리잡고 있었다. 유저들은 음료수 한 캔,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경기장과 카페, PC방을 돌아다녔고 그 모습에서는 타 e스포츠 대회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생기가 느껴졌다.


▲ 쉬는 시간은 제법 넉넉한 편.


사실, 이런 요소는 규모가 작은 대회일수록 연출하기 쉬운 편이다. 참가자 및 관객이 몇 백 명을 넘어가게 되면 통제하기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제페토는 이 모습을 위해 그리 크지는 않은,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었고 그 목적은 상당 부분 달성한 것으로 보였다. 왕중왕전이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만큼, 그 이상의 발전도 노려볼 수 있겠지만 지금 분위기에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해외에서 큰 성공을 거둔 후 금의환향한 '포인트블랭크'. 그렇기에 이번 대회는 적극적인 마케팅이라기보다는 기존 팬들을 위한 일종의 서비스에 가깝다. 게임사들은 각자 자신만의 유저 소통 방식이 있는데, 제페토는 자신들의 장기인 대회 개최에 포인트를 잡았다. 그리고 이를 풀어내는 과정 역시 팬들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었다.

규모를 불문하고 더욱 다양한 e스포츠 대회가 개최되는 게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 바람직하다고 기자는 믿고 있다. 그런 입장에서 보면 '포인트블랭크'와 제페토의 발걸음은 나쁘지 않다. 변함없는 초심으로 이번 왕중왕전이 팬들 사이에서의 문화로 자리잡기를 바라 보며, 이제 맥주를 마시러 가야겠다.



▲ 많은 관람객이 이날 행운의 주인공이 됐다.

▲ 예선전이 마무리된 PC방



▲ 진지한 분위기로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