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 달간 진행 된 블레이드&소울(이하 블소) 비무제:용쟁호투가 11월 22일(토)에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첫 출전에 한국 최강자전에서 우승한 이성준(뉴토링, 검사)을 비롯하여 한·중 최강자전 우승에 빛나는 이재성(정무 그렇슴, 기공사), 폭발적인 경기력을 선사한 강덕인(권사인볼트, 권사)까지 많은 화제를 남기기도 했다.

e스포츠로서 시작되는 블소 비무제. 그 첫 걸음이었다. 한국과 중국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여 경기를 하며 실력을 겨뤘다. 한국의 압승을 예상했지만 중국 선수들의 실력은 만만치 않았다. "다음 대회에서 더 성장한 중국 선수들을 보게 될 것."이라는 한 중국 선수의 인터뷰를 되새겨 들어야 할 정도다. 그만큼 보는 입장에서는 흥미진진한 경기가 많았다.

아쉬운 면도 있었다. 스킬 사용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특정 스킬에 대해 '버그다', '문제 없다'와 같은 논쟁이 이어졌다. 한국과 중국의 서로 다른 클라이언트 버전 차이에 따른 캐릭터 능력치 조정도 매끄럽지 못했다.

환호와 아쉬움이 공존했던 비무제:용쟁호투. 한 달이 넘는 일정으로 진행 된 대회를 다시 한 번 돌아 보려한다.




▣ 한국과 중국이 어우러져 벌인 경합! 손에 땀을 쥐는 경기 속출하다

비무제: 용쟁호투가 기존의 비무제와 차별화된 점 중 하나는 e스포츠의 시작과 함께 국가대항전의 개념이 도입되었다는 것이다. 상금 역시 높아졌고 출전 장벽도 높았다. 국가별로 예선전을 진행했고 치열한 경쟁을 뚫고 4강에 안착해야 한·중 최강전에 진출할 자격이 주어졌다.

재미있는 경기도 많았다. 하지만 결과는 많은 이들의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더 오래 블소를 플레이했고, 한 발 먼저 비무 대회를 경험한 실력을 앞세워 최종적으로 한국의 우세 속에 대회는 마무리되었다. 한·중 최강전 결승에서는 기공사의 아버지라 불리기도 하는 이재성이 무패로 중국의 역사 탕 웬보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과 중국 선수 각각 4명이 팀을 이뤄 11전 6선승제로 결전을 벌인 올스타전에서는 한국이 6:2로 압승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로만 판단하기 아까운게 이번 비무제였다. 한·중 최강전 8강에서 중국의 쉬 징린 선수는 한국의 김신겸 선수를 2:1로 격파하며 놀라움을 선사했다. 그리고 중국의 탕 웬보 선수는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현재 비무에서 큰 활약이 어렵다고 알려진 역사를 가지고 한국 선수들도 보여주기 어려운 경기력을 선보이며 한·중 최강전이 진행되는 내내 뜨거운 성원을 받았다.

중국 선수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경기력은 큰 찬사를 받기 충분했다. 첫 대회에서는 한국이 승리를 거두었지만 앞으로도 이런 결과가 나올 것이라 장담할 수는 없다. 그만큼 중국의 공격은 거셌고, 선수들의 실력도 훌륭했다. 자국의 선수를 응원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싱겁게 끝나는 경기는 큰 재미를 주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실력있는 선수들의 뛰어난 경기력은 성공적인 대회로 거듭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 중국 선수들 역시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했다



▣ 스타 플레이어 배출로 더욱 풍성해진 재미

원기옥 그리고 권신. 이번 비무제 경기를 관람했다면 저 두 단어만 들어도 감이 올 것이다. 이번 대회가 지닌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바로 뛰어난 경기력을 기반으로 한 스타성을 지닌 선수들이 다수 발굴되었다는 점이다.

대회 첫 출전으로 한국 최강자 등극이라는 큰 성과를 거머쥔 이성준부터 이재성, 김신겸, 김상욱에, 대회 첫 원기옥 사용으로 큰 센세이션을 불러온 이우용. 우승자 배출 및 다수의 선수들을 본선 경기에 올리며 첫 프로팀으로서의 저력을 과시한 아이뎁스까지, 선수 하나하나가 놓치기 아까울 정도로 멋진 활약을 보여주었다.

특히 비무 약체로 평가 받던 권사로 모든 경기마다 폭발적인 공격력을 과시하며 한국 최강자전 준우승까지 올라 자신만의 클래스를 입증한 강덕인은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 대회 첫 출전에 우승을 거머쥔 이성준(좌)와 대회 최고의 인기를 달린 강덕인(우)


이런 선수는 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중국 대표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한 쉬 징린(검사)은 한·중 최강전 8강에서 만난 한국의 대표 린검사 김신겸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큰 이슈를 만들어냈다.

더 놀라운 일도 벌어졌다. 바로 최근 비무에서 기를 펴지 못했던 역사의 활약이다. 그 주인공은 한·중 최강전 준우승에 빛나는 탕 웬보. 4강전이었던 쉬 징린 vs 탕 웬보의 경기가 진행되기 전만 해도 검사를 플레이하는 쉬 징린의 승리를 점친 사람이 많았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역사가 검사를 상대하는 법'이라는 교과서에 가까운 경기를 보여주면서 결승전에 진출, 비록 이재성에게 패배했지만 놀라운 실력에 한국 팬들도 생겼다.

내가 좋아는 선수의 경기가 기대되듯, 한 대회에서 이름을 날리는 스타성 선수의 존재는 매우 고무적이다. 블소의 지난 대회를 살펴보면 큰 이슈가 된 선수가 없던 것은 아니다. 다만, 대회 기간이 짧아 방송상에서 보여지는 부분이 적었고 혹자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아쉬운 이야기도 남겼다.

이번 대회는 기존 선수들의 명성은 오르고 새로운 선수들의 입지도 강화되는 등 차기 대회가 더욱 파급력을 지닐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초석이 되었다 볼 수 있다.

▲ 스타급 선수들이 선사하는 뛰어난 경기력이야말로 대회의 꽃이 아닐까



▣ 현장 관리, 경기 몰입도 등 지난 대회에서 발견된 문제가 다수 개선되다

공식 e스포츠로서 진행된 비무제는 용쟁호투가 최초지만,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는 비무제 자체는 무왕 결정전, 임진록이라는 두 대회를 거쳐왔다. 경험이 많은 대회가 아니라 그런지 간혹 불편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매번 개선되는 모습도 보였다.

현장 관리 부분에서는 지난 대회보다 확연히 나아졌다는 평이다. 지난 임진록 시즌에서는 결승 당일 3,000여명의 인파가 용산 e스포츠 스타디움을 방문하면서 현장 관리에 문제가 발생하는 등 미흡한 부분이 발견됐다.

이에 대한 개선책인지 이번 대회부터는 입장권을 예약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지정된 수량의 티켓을 유료로 판매하여 현장 관람의 문턱이 높아진 것은 아쉽지만 과도하게 인원이 몰려 안전 사고가 발생하거나 관람을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하는 사태는 방지되어 지난 대회보다는 낫다는 목소리가 컸다.

▲ 수많은 인파가 몰렸던 임진록같은 악몽이 되풀이되지는 않았다


관전 UI도 개선됐다. 블소 비무 경기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특유의 빠른 템포로 인해 평소 비무를 즐기지 않는 사람이 경기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하는 것. 직업별 탈출기나 강력한 기술들의 재사용 대기시간을 하단에 표시해주고 연타나 강력한 스킬이 적중될 때 화면에 표시되는 등 관람객을 위한 변화를 선보였다.

특히, 번개베기나 화련장 같은 강력한 스킬이 터져나올때 표시되는 문구에는 한국과 중국의 언어가 모두 표시되어 양국이 함께하는 대회라는 느낌을 안겨주기도 했다. 비무에 문외한인 사람일지라도 경기에 몰입할 수 있는 길이 제시된 셈이다.

▲ 보다 직관적인 UI는 관람하는 입장에서 큰 도움이 된다



▣ 의미있는 한중 최강전, 룰은 개선이 필요

아쉽게도 모든 면이 매끄럽지는 않았다. 선수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고 관중들이 의문을 제기한 것 중 가장 대표적인 예는 '룰'이었다.

양국은 서로 다른 클라이언트 버전에 의해 사용하는 캐릭터 능력치 역시 다르다. 서로 공개 된 비급의 수도 다르고 중국은 현지화에 따른 변화가 있어 한국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스킬을 활용할 수 있는 부분도 존재한다. 그리고 양국 선수가 서로 겨뤄야 하기 때문에 대회에서 사용하는 캐릭터의 능력치를 평등하게 맞춰야하는 것은 필수인 상황이다.

표준 능력치 적용을 기본으로 하고 양국 선수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방안으로 조율이 진행되었다. 문제는 그 룰이 경기마다 달랐다는 점이다. 한국 최강자전에서 한국 선수들은 자신의 캐릭터를 사용하고 비급도 모두 사용한다. 한·중 최강전에서 한국 선수끼리 맞붙을 경우엔 한국 최강자전 룰과 동일하지만 한국과 중국의 선수가 맞붙을 경우엔 캐릭터 레벨이 홍문/마도 6성으로 조정되고 찌르기 1편 계열 비급을 제외한 비급 중 한 가지만 선택해 사용할 수 있었다.

올스타전은 또 다르다. 한국 선수는 자신의 캐릭터를 사용하고 중국 선수는 홍문/마도 13성 캐릭터를 지급받아 사용하는 가운데, 찌르기 1편 계열 비급을 제외한 모든 비급을 사용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한 대회에서 세 가지로 적용되는 룰이 존재하는 셈이다.

경기마다 다르게 책정된 룰은 선수에게도 악영향을 미쳤다. 비급 하나만으로도 전투 스타일이 크게 바뀌는 블소인데 서로 다른 스킬과 능력치로 적용되는 3개의 버전으로 연습을 해야했다. 결국 전투 운영에 대한 실수가 아닌, 자신이 콘트롤 하는 캐릭터의 버전에 대한 이해 실수가 승패 결정 혹은 경기 중단에 이르기도 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한·중 최강전 3, 4위 결정전이다. 심판과 한국 선수간의 룰 전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수련을 잘못 사용하는 사태가 벌어지며 경기가 지연되었다.

클라이언트 차이를 조율하기 위한 룰은 반드시 필요하다. 서로 다른 클라이언트 버전에 의해 부득이한 조정이 있었겠지만 길지 않은 시간동안 진행되는 대회에서 굳이 세 가지나 되는 룰을 동시 적용할 필요가 있었는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경기 퀄리티의 상승뿐만 아니라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미리 연습을 하여 자신의 기량을 더욱 뽐낼 수 있는, 이를 관람하는 팬들도 혼동 없이 보다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나의 룰로 지정하는 방안의 모색은 필요하다.

▲ 클라이언트 차이로 생기는 능력치 차이 문제의 보다 명확한 해결이 필요하다



▣ 이걸 써야하나 말아야하나? 세부적인 경기 규정 부재는 아쉬워

스킬의 사용에 관한 이슈도 적지 않은 논란이 되었다. 지금까지의 비무제는 스킬 사용에 제한을 두는 규정을 두지 않았다. 즉, 모든 스킬은 사용이 가능한 셈이다. 하지만 일부 스킬의 경우 '버그성 플레이' 논란에 휩싸이면서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검사의 공중막기다. 공중막기는 검사가 활강 중 후방이동 후 막기, 어검보호 등을 활용해 공중에서 내려오지 않고 버틸 수 있는 방법이다. 검사가 공중막기를 사용한다고 해서 반드시 승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중막기를 사용하면 초반 경공전에서 쉽게 우위를 점할 수 있을 뿐더러 다른 직업들은 이런 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는 점에서 구설수에 오른 것이다.

일반적으로 막기는 공중에서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 아니다. 하지만 버그이기에 사용하면 안된다는 규정 역시 없다. 만약 대회를 주최한 엔씨소프트 측에서 특정 스킬 사용에 관한 규정을 제시해두었다면 문제는 더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관련 조항은 준비되어 있지 않았고 공중막기 사용에 대해서는 별도의 제재나 언급이 되지 않았다. 결국 경기 중 사용해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했고 활용할 경우 이득이 되는 부분이기에 몇몇 경기에서는 공중막기를 사용하는 장면이 나왔다. 그리고 이를 지켜보던 시청자들이 질타하며 논쟁으로 번지기도 했다.

규정의 부재가 선수와 유저간의 싸움까지 번져나간 것은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이번 대회에서는 공중막기였지만 버그성 플레이로 언급되는 스킬은 이외에도 얼마든지 있다. 차기 대회에서 선수를 보호하고 깔끔한 경기 진행을 위해서는 스킬 사용, 특정 플레이 등에 있어 확고한 규정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 스킬 사용에 대한 명확한 규정의 확립은 필수



▣ e스포츠로서 변화를 거듭하는 블소, 더욱 개선된 비무제를 기대하다

비무제는 계속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한국에서 벗어나 중국까지 포함하는 e스포츠로서의 시작을 알리며 스케일이 커졌고 그만큼 선수의 수나 경기력의 증가도 가시적으로 다가온다. 대회용 UI의 개선을 통해 관람객들을 위한 편의도 도모하고 있다. 초대가수인 정준영이 선사한 새로운 음악과 주술사 코스프레도 빼놓을 수 없을 터.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복수의 룰을 적용함으로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던 선수들과 팬들을 위한 대회용 고정 룰의 적용. 영원한 숙제로 이야기되고 있는 직업별 밸런스의 조정. 보다 많은 유저들이 비무에 참여하기 위한 시스템까지.

첫 술에 배부르기는 어렵다. 블소는 이제 e스포츠로서 첫 발을 내딛는 상태고 앞으로도 더욱 개선되어야 한다. 물론 문제점이 많았던 대회지만 그래도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다. 기존에 제시되었던 문제들이 조금씩 수정되고 있고 앞으로 개선되어야 할 방향은 지속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비무제: 무왕결정전을 기점으로 한다면 이제 갓 한 살이 되어가는 대회다. 조금씩 변화해나아가는 그 길의 다음은 한국, 중국, 일본, 대만까지 4개국이 함께 하는 비무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선수들과 팬들이 이야기하는 부분을 수렴하며 지금보다는 더 나은 모습으로 차차 완성되어 가는 비무제가 오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