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업계는 여름과 겨울에 특히 바쁘다. 2개월 가량의 짧은 방학 기간. 그동안 다양한 게임이 선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어느덧 무더웠던 여름 방학은 끝났고, 학교가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개학이 찾아왔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면서 제법 선선해진 요즘. 화면 구석에 있는 메모 하나를 찾았다. 제목은 'CBT 시작'.

그 메모가 시발점이었다. 이번 여름엔 어떤 게임들이 있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번 여름에 봤던 게임은 참 다양했다. 오랜만에 만날 수 있었던 FPS부터 시작해서 MORPG, 스포츠 등 여러 장르의 게임이 첫선을 보였다. 수많은 메모는 홍보라도 하듯 '내가 있었어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너무 많아 다 정리하기는 힘들었다. 결국, 여러 메모 중에서 처음 테스트를 진행한 게임만 모아보기로 했다.

차근차근 여름 방학 동안 테스트를 진행한 게임에 관한 메모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날짜와 관계없이 이리저리 사방에 펼쳐져 있는 메모 속에서 원하는 정보를 찾는 것은 암호를 푸는 것과 같았다. 어떻게 찾을까 하는 고민에 머리가 아프기도 했지만, 막상 하나씩 찾다 보니 재미가 붙었다. 마치 학창시절 소풍가서 보물찾기하듯 차분히 하나씩 뒤져가며 찾았다.



첫 메모는 '파이러츠:트레저헌터'(이하 파이러츠)에 관한 내용이었다. 넷마블이 서비스하고 버추얼 토이즈가 개발하는 '파이러츠'는 특정 장르라고 쉽게 말하기 힘든 독특한 전략 액션 게임이다. 올 하반기 OBT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갑자기 궁금해졌다. '파이러츠'를 처음 접했을 때에는 어떤 메모를 했었을까. 전에 적어두었던 메모를 읽었다.

■ 7월 16일. 기존의 MOBA와 달랐다. '파이러츠:트레저헌터' CBT.


'파이러츠:트레저헌터'는 기존의 MOBA와 달랐다. '리그오브레전드', '도타2' 등과는 다른 시스템을 갖고 있다. MOBA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라인'. 3개의 라인으로 구성된 탑, 미드, 바텀과 그 길을 따라가는 유닛은 MOBA의 상징과도 같다. 그런데, '파이러츠'에는 그런 요소가 없다.

타워를 방어하는 거미만 있을 뿐. 드넓은 전장에는 해적들의 치열한 싸움만 존재한다. 바다와 섬을 넘나들며 정신없는 난타전이 벌어진다. 이 전투를 돋보이기 위해서일까. '파이러츠'에서 라인은 사라지고, 같이 싸울 유닛은 없다. 전투 외에 불필요한 요소는 최대한 없애버린 느낌이다. '리그오브레전드'의 미니언과 같은 유닛들이 사라진 전장에는 이동 수단이 자리잡았다.

경험치 시스템은 전투의 필요성을 한층 더 높인다. 독특한 경험치 획득 방식으로 더 극한 전투를 즐기도록 한달까. 자신이 상대방에게 가한 데미지만큼 경험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전장 속으로 뛰어들게 된다. 라인전을 통해 성장하고 팀 전투를 벌이는 기존의 MOBA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다.

라인전이 사라지면서 심심할 것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렇지만은 않다. 정신없이 전장을 누비다보면 어느새 라인전은 머릿속에서 지워진다. 그야말로 상대방과의 피 터지는 싸움만 하게 된다. 그만큼 '파이러츠'는 전투를 핵심 콘텐츠로 내세웠다.

그 때문인지 팀이 유리해지기 시작하면 스노우볼을 굴리기 쉽다. 무엇보다 레벨이 중요하므로 한쪽이 승기를 잡으면 그만큼 게임을 이기기 쉬워진다. 역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쉽지 않은 이유는 경험치 획득 방식이 데미지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캐릭터 밸런스에 상당히 민감한 것도 그 이유다.

줄어드는 미니언 체력을 보면서 라인전을 할 필요없이 전투를 즐기면 되는 '파이러츠'. 쉼 없이 전투가 일어나는 '파이러츠'의 색다른 MOBA 형태는 기존의 MOBA와는 다른 재미가 있다.

  • 주요특징: 쉴새 없이 벌어지는 전투, 팀웍을 맞춰가는 재미
  • 아쉬운점: 유리한팀이 스노우볼을 굴리기 쉬운 시스템




  • '파이러츠' 관련 메모를 찾고 나니 메모 수색(?) 작업에 탄력을 받았다. 하나하나 열었다 접었다 하다 눈에 들어온 메모는 '서든어택2' 관련 내용. 넥슨 지티에서 개발 중인 '서든어택2'는 생각해보면 아직 CBT 단계도 아니었다. 7월 24일부터 4일간 진행된 이번 알파 테스트로는 게임에 정확한 평을 적긴 힘들었을 터. 잊고 지냈던 메모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었는지 확인해봤다.

    ■ 7월 29일. '서든어택2' 전작을 최대한 반영하다.

    [▲ '서든어택2' 신규맵 '니제르델타' 팀 데스매치 영상]

    맛보기 수준의 테스트였기에 '서든어택2'가 아직 어떤 게임인지 정확히 평을 내리기 이른 부분이 있다. '서든어택2'에서 크게 살펴볼 점은 2가지. 앞으로의 방향성, 그리고 눈에 띄게 발전한 그래픽이다.

    '서든어택2'에서 첫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은 무엇보다 발전된 그래픽이다. 기존에는 뭉뚱그려졌던 벽돌과 컨테이너들은 '이제 나도 제대로 구현되어 있어요.'라고 속삭이는 듯 했다. 각종 오브젝트가 세세함과 함께 죽을 때의 다양한 모습은 전작과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스템은 오히려 전작과 비슷했다. 특별히 조작키에서 변동된 점도 없는 데다가, 전작의 조작방식을 가지고 플레이해도 불편한 점이 없었다. 아무래도 조작감은 최대한 '서든어택'의 느낌을 살리기 위한 방향으로 개발 중인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전작과 조작 방식이 유사했다.

    가장 많은 관심이 가는 부분은 부착물. 알파 테스트 단계에서는 그 기능을 모두 활용할 수 없었지만, CBT에서는 모른다. 과연 무기에 다양한 변화를 줄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전장의 경우에는 기존의 지형을 최대한 살렸다. 샷을 쏠 때의 각도가 조금 다른 느낌이었지만, 전체적인 지형 구조는 비슷했다.

    이번 알파 테스트의 목적이 '서든어택'의 느낌을 최대로 보여주기를 목표로 했다면, 이번 알파 테스트는 상당히 성공적이었다. 그만큼 전작의 느낌이 잘 살아났다는 말이다. 앞으로 지금 모습에서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해봄 직하다.

  • 주요특징: 뛰어난 그래픽, 전작의 느낌을 최대한 반영
  • 아쉬운점: 차별성 없는 콘텐츠

    [▲ '서든어택2' 상점 및 인벤토리 영상]


  • 8월 1일자 메모를 열어보니 그 속에는 골프 게임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스크린 골프의 명가 골프존의 기술력이 집약된 골프 게임 '온 그린'. 골프존 엔터테인먼트에서 개발하고 네오위즈게임즈에서 서비스하는 '온 그린'의 포지션은 독특했다. 캐주얼도 아니고 실사도 아니다. 그 중간이랄까. 골프 게임의 새로운 포지션, '온 그린'의 메모도 읽어 봤다.

    ■ 8월 1일. 캐주얼과 실사 그 사이. '온 그린'.

    [▲ '온 그린' 힐(hill) 코스 플레이 영상]

    이전에 골프 게임이라고 하면 크게 두 가지 방향이 있다. 첫 번째는 실제와 같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고, 둘째는 캐주얼하게 쉽게 다가가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온그린은 두 선택지가 아닌 세 번째 답안을 제시했다. 캐주얼하면서도 실사같은 느낌. '온 그린'은 어느 한 쪽이 아니라 중도의 길을 택했다.

    이펙트나 애니메이션은 리얼리티를 살리면서 '액션'의 느낌도 가미했다. 이 그래픽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릴 듯 하다. 차분히 샷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조금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고, 시원시원한 느낌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선호될 방법일 것 같다. 기자는 가끔 골프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살짝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는데, '온 그린'은 액션성이 가미되면서 지루하지 않도록 느껴졌다.

    그래픽은 캐주얼한 반면, 게임 플레이 자체는 리얼리티에 초점을 맞췄다. 공을 칠 때마다 다르게 샷이 적용된다고 인터뷰에서 들었다. '온 그린'에서 변수는 단순히 바람만이 아니었다. 평평한 듯 굴곡진 지형은 공이 매번 다르게 움직이도록 했다. 이외에도 존재하는 다양한 변수는 스크린 골프 명가 골프존의 노하우가 녹아있는 것이 아닐까.

    실사와 같은 시스템을 캐주얼한 포장지로 감싼 골프 게임 '온 그린'. 다양한 변수들로 기계적인 샷이 아니라 감각적인 샷을 하게 만드는 골프 게임이었다.

  • 주요특징: 화사한 그래픽, 뛰어난 캐릭터 애니메이션 및 연출력
  • 아쉬운점: 기존 골프게임의 시스템을 답습, 게임적인 측면에서의 재미 부족




  • 수십 개의 메모 중 10개 가량 남은 상황. 그때 '클로저스' 메모를 발견했다. 나딕게임즈에서 개발하고 넥슨에서 서비스할 '클로저스는 라이트 노벨 작가 오트슨이 시나리오를 맡았으며, 벌써 2차 창작물이 나올 정도로 캐릭터성을 중요시한 게임이다. '클로저스'의 핵심은 서로 다른 두 게임으로 만들 수 있을 RPG와 MOBA를 하나의 게임으로 만들었다는 점. 그 속에 담겨있는 초능력자 학생들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 8월 21일. 두 장르가 한 게임에 모였다. '클로저스'


    [▲ '스트라이커' 이세하 플레이 영상]

    '클로저스'의 가장 큰 특징은 두 장르를 가감 없이 합쳤다는 점이다. RPG와 MOBA 두 장르를 모드를 통해 구분해 놨을 뿐, 실상은 두 모드는 서로 다른 게임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다. 기존에 MORPG의 경우 PvP로는 1:1 대전을 중요시했다. 그런데 이 게임은 다르다. PvP를 최근 유행하는 형태의 MOBA로 바꿨다.

    PvP 모드의 시스템은 타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시점때문에 이 MOBA 모드가 독특하다고 생각된다. 시점을 횡으로 바꾸면서 다른 MOBA 게임과 차별화를 둔 것. 이전에 했던 게임과 시점이 다르기 때문에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막상 익숙해지면 오히려 RPG 모드 캐릭터가 그대로 MOBA 모드로 온 듯한 느낌도 든다.

    MOBA 모드의 특징이 시점이라면, RPG 모드는 음성녹음이 되어있는 점이 인상 깊었다. 라이트 노벨 작가 오트슨 '클로저스'의 시나리오에 얹어지는 음성녹음. 게임 스토리가 흥미로운 데는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상당한 양의 대사가 음성녹음이 되어 있기 때문에 스토리를 보는데 지루하지 않았다.

    이번 CBT에서 '클로저스'는 아직 완전히 다듬어지지 않은 느낌이 강했다. 그럼에도 사소한 부분을 상당히 신경을 쓰는 모습은 돋보였다. RPG 모드와 MOBA를 합치면서 한 게임에서 두 장르를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시도는 독특하다고할까. 완성된 게임은 어떨지 기대가 된다.

  • 주요특징: 빠져들만한 세계관과 스토리, 한 게임에서 두가 지 장르를 즐기는 재미
  • 아쉬운점: 모드별로 분리했을 때 각각의 경쟁력이 아직 부족




  • 모든 메모를 확인하고 슬슬 마무리하려는 찰나, 뭔가 잊어버렸다는 생각에 다시 메모들을 훑어보니 빠진 게임이 하나 있었다. 네오위즈게임즈에서 서비스하고 엔에스 스튜디오에서 개발하는 FPS, '블랙스쿼드'. 아바(A.V.A)를 만든 박보현 PD를 필두로 FPS의 기본을 중심으로 만든 게임이다. 저번 기자시연회 때 적어둔 메모의 양이 조금 부족해 새로 적은 메모를 합쳐 새로 정리했다.

    ■ 8월 26일. 빠른 속도감보다 전략을 중요시했다. '블랙스쿼드'


    [▲ 블랙스쿼드 섬멸전 플레이 영상]

    속도감에 중점을 맞춘 FPS 게임은 아니다. '블랙스쿼드'는 '빠른'이라는 단어보다는 '전략적'이란 단어가 강조된 게임이다. 이 속도감은 총기 연사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이동 속도에 대한 이야기다. 마치 서서히 맵을 장악해 가는 듯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달까. 빠르게 적을 노린다기 보다 전략적인 움직임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맛이 있다.

    이동 속도가 타 게임에 비해 조금 느린 편이지만, 이상하게 적은 적절한 타이밍에 등장한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전장의 구성 때문인 듯 하다. '블랙스쿼드'의 전장은 넓은 듯 하면서 좁다. 심지어 데스 매치의 경우에는 골목 하나 돌면 적을 만날 정도니 말이다. 그래서 더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인터뷰에서 이야기했던 유저가 발전할 수 있는 FPS의 의미는 아마 이 점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여기에 다양한 부착물을 사용할 수 있는 점은 더 정확한 상황 판단을 요구한다. 총기에 있는 다양한 부착물은 그저 장식이 아니다. 필요하다면 줌을 해서 사용해야 하며, 적과 만난 상황에서 어떻게 적을 공격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꾸준히 내려야 한다. 그만큼 전략적이다.

    배틀 모드에서는 FPS에 RPG 향을 살짝 섞었다. 사람이 많고 플레이 타임이 길어질 경우, 긴장감있는 FPS더라도 지루해질 수 있다. 16:16 전장에 스킬이라는 RPG 요소는 긴 플레이 타임이더라도 할 것을 만들어 준다. 단순히 돌격 앞으로가 아닌 무엇인가 할 것을 제공해주는 셈이다.

  • 주요특징: FPS의 전략적인 맛을 잘 살림
  • 아쉬운점: 속도감을 줄이는 다소 느린 움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