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월드오브탱크 최강이라 불리는 ARETE와 NOA는 끝까지 치열한 라이벌 구도를 이어갔고, 결국 나란히 한국 대표로 WGL에 출전하게 되었다. 그들은 이제 3억원이 넘는 상금, 전차의 장갑을 뜯어 만든듯한 트로피 '모노리스'를 놓고 세계 최고라 손꼽히는 러시아를 비롯한 유수의 팀들과 겨루어야 한다.
ARETE의 팀장 강정모 선수를 비롯한 각국의 대표들이 등장한 WGL 티저 영상도 공개되었다. 초반까지만 해도 여러 가지로 말 많았던 월드오브탱크 리그지만, 당초 공개되었던 로드맵을 따라 무사히 성장해 왔고 결국은 그랜드 파이널만을 남겨놓고 있는 것이다.
대회가 다가오는 것을 느낌과 동시에 양 팀의 근황이 궁금해졌다. WTKL이 진행된 1년간 매 주 마주치며 인터뷰를 진행해왔던 탓일까? 대회 준비는 잘 하고 있는지, 양 팀간의 교류도 조금은 원활해지지 않았을지, 여러가지가 묻고 싶어졌다.
때마침, ARETE와 NOA가 연습실을 구해 본격적인 대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e스포츠 팀이 별도의 연습실을 구해 합숙 훈련을 하는 모습은 그리 생소한 광경이 아니다. 하지만 그 게임이 월드오브탱크라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순수하게 게임만을 즐기는 아마추어보다는 조직적으로 활동하지만, 기업의 후원을 받는 프로 팀은 아닌 WTKL의 팀이 연습실을 마련해 합숙 훈련에 돌입했다는 소식은 예상 밖이었다.
한 걸음에 달려간 WGL 한국 대표팀의 연습실은 벌써 수 개월분의 생활감이 느껴지는 '남자들의 공간'이 되어 있었다. 그들이 입주한지 불과 며칠만의 일이었다.
ARETE와 NOA는 같은 건물에서 서로 다른 연습실을 쓰고 있었지만, ARETE의 숙소에 한데 모여 기자의 방문을 환영해 주었다.
"오, 오셨네! 안녕하세요~!"
양 팀을 같은 자리에 앉혀놓은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굳어진 '라이벌 관계'라는 느낌이 남아있었는지 ARETE와 NOA 선수들이 서로 친근하게 이야기하며 만들어낸 어수선한 분위기가 조금은 어색했다.
◆ WGL 그랜드 파이널 한국 대표팀 ARETE, NOA 인터뷰
ㅁWTKL 이후 한달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노아: 팀원들이 WTKL 결승전 이후 일주일 가까이 힘들어 했습니다. 그 후에는 회복기가 조금 필요했고. 그 뒤로 WGL을 위한 연습을 조금씩 시작했어요.
아레테: 결승 직후에는 ARPS의 플레이오프가 있어 이를 준비하느라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후에는 WGL을 위한 연습을 계속 해왔고, 워게이밍과 온게임넷이 준비해준 숙소에 들어와 스퍼트를 올리는 중이네요.
ㅁ연습실이라니, 처음엔 상당히 놀랐어요.
아레테: 워게이밍을 졸랐어요. 연습 제대로 할테니 지원해 달라고.
결국 저희가 WGL에 참가하는 모습을 온게임넷에서 프로그램으로 다루게 되었고, 연습실도 지원받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촬영을 위한 숙소이기도 하죠. 그동안은 각자의 집에서 연습을 해 왔으니까요. 무리한 부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워게이밍 측에서 성심성의껏 알아봐 주셨어요.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그 대신 성과를 못 올리면 '도로 뱉어내라'는 압박을 은근히 주시더라고요.
노아: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에는 의견이 반반이었습니다. 직장 다니는 분들도 있고, 지방 사는 분들도 있었으니까요. 결국은 팀의 일부만 숙소에 들어와 생활하고 있어요. 다른 팀원들은 매 번 온다는 말만 하네요. 사는 곳과 거리가 상당히 멀기 때문에, 오더라도 놀러 오는거지 연습하러 오는건 아닐 것 같아요. 연습을 시작하면 사실상 돌아갈 수 없는거죠 뭐. (웃음)
ㅁ그동안 대부분의 연습을 각자의 집에서 해왔을텐데, 새로운 환경이 어색하지는 않았나요?
아레테: 그동안 오프라인에서 워낙 많이 만나서 어색한건 없었어요. 숙소에서 잘 때 일부 팀원들이 코 고는거 빼곤 괜찮죠. 코고는 소리가 심해서 옷장 들어가 자는 분들도 있기는 하지만요.
노아: 마찬가지에요. 이 사람들을 동네 친구들보다 더 자주 만나는 것 같아요. 우리 팀원중에 누군가는 돈을 전혀 안 들고 오는 바람에, 나머지 팀원들이 전부 나눠 부담하고 있기는 하지만. 괜찮아요.
ㅁ(온게임넷)첫 번째 촬영이 있었던 것으로 들었어요. 방송용 카메라가 따라다녔을텐데, 어색하지는 않았나요?
노아: 양 팀 모두 리그를 참가하면서 카메라를 많이 접해왔던 입장이라 특별히 어색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아레테: 거의 1년 가까이 리그에 참가하면서 카메라에는 익숙해진 것 같아요. 놀란 것은, 그동안 팀장을 비롯한 한 두명이 인터뷰를 담당해 왔는데, 다른 분들도 쌓아놨던 이야기들이 많았는지 카메라 앞에서 한 번 이야기를 시작하니 방언이 터지듯 이야기를 이어가더라고요. 앞으로는 돌아가면서 해야겠어요 인터뷰.
ㅁARETE와 NOA는 한국 서버 최고의 라이벌로 꼽혔지만 이제는 함께 WGL에 도전하는 입장이 되었습니다. 두 팀이 함께 연습하는 경우도 있나요?
아레테: 네 지금은 계속 함께 연습하고 있죠.
ㅁ대회에서 대전 상대로 만나는 것과 차이점이 있나요?
아레테: 경기에서 만나는 것보다 연습때 새로운걸 더 많이 발견하는것 같아요. 서로 여러가지 전술을 계속 시험하게 되니까 그 과정에서 팀의 진면목이 드러나는것 같습니다.
노아: 우리는 연습 경기가 매 번 결승전과 똑같은 긴장감의 연속이에요. 연습 경기에서 지면 빠따 맞거든요. (웃음) 평소보다 더 긴장하게 되는 것 같아요. 예민해 지기도 하고. 특히 팀장이 이길만한 경기를 지면 멘붕하는게 심해요.
아레테: 아, 그래서 그랬구나. 카톡으로 욕도 날아오더라고요. (웃음)
ㅁ연습에 있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아레테: 실책을 줄이는게 우선이지 않을까 싶어요. 다른 나라 팀의 경기를 봐도 그렇거든요. 상대 실책을 물고 늘어지는것이 효과적이고, 그 타이밍이 결정적인 승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노아: 기본적으로 우리도 다르지 않아요. 실수를 줄이고 계획했던 전략을 완벽하게 성공시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또 하나 집중하는 것은 '서로 합을 맞추는 것'인데요, 아레테 팀의 장점 중 하나가 교전 시 합이 잘 맞는다는 점이에요. 반면 우리 팀은 가끔 합이 맞지 않는 경우가 생겼거든요. 그런 상황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ㅁ특정 맵마다 독특한 전략을 한두개씩 준비하기도 했는데, 이번 대회에서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아레테: 몇 개 있기는 한데, 실제로 WGL에서도 유효한지의 여부는 모르겠어요. 계속해서 가다듬는 중입니다.
노아: 우리도 있기는 있어요. WTKL에서도 몇개 선보였지만, 아무래도 국제 대회에서는 확실치 않은 전략인 만큼 봉인하는 방향으로 굳어지고 있어요. 상대방의 실수, 빈틈을 잡아내서 풀어가는 경기가 우선일 것 같아요.
ㅁ두 팀 모두 해외 대회 경험이 있지만, 이번 대회는 좀 더 감회가 새로울 것 같은데요.
노아: 우린 이미 엔디비아 토너먼트에서 큰 패배를 경험해 봤어요. 하지만 WGL에서는 긴장이 더할지 덜 할지 알 수 없네요. 선수 개개인의 차이도 있을테고, 닥쳐봐야 알 것 같아요.
아레테: 사실, WCG나가서 제일 많이 떤게 저에요.(투수) 전혀 긴장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정작 거기서 실수를 하기도 했었고요.
긴장을 안하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연습 한 만큼만 한다면 경기가 크게 어렵진 않을텐데. 한 사람이라도 긴장을 덜 하는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고 봐요. 하지만 이번엔 긴장을 하긴 할것같네요. 세계 최고라는 팀들이 모두 참여하잖아요. 러시아 팀은 물론이고 유럽팀도 소속은 러시아인 경우가 많고요.
ㅁ해외대회 경험이 도움이 된다고 보시나요?
아레테: 굉장히 큰 도움이 되죠. WTKL과는 관객 수도 완전히 다를 뿐더러, 현장의 분위기를 미리 체험 했다는게 커요. 세계 유수의 팀들과 매치를 해 본게 있으니까.
노아: 도움은 확실히 많이 되요. 직접 싸워봤다는 부분이 특히. 북미 대회(엔비디아) 때 느낀 점은, 해외 팀도 피지컬은 비슷하다는 거에요. 개개인의 기량은 크게 밀리지 않았거든요. 결국 팀 단위의 연습만이 살 길인것 같아요.
아레테: WGL이 열리는 곳이 8천명 수용 가능한 극장이에요. 한국과는 달리, 해외 경기에서는 선수용 부스도 없고요. 현지의 인기를 생각하면 상당히 많은 관객이 올텐데, 그 기에 눌리면 꽁꽁 얼어버릴 거에요. 그런 심리적 압박을 얼마만큼 이겨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죠.
부스가 없다는 데에서 오는 압박감은 장난이 아니에요. 헤드폰을 끼고 있더라도 장내 스피커를 통해 울리는 해설진들의 말소리, 관객들의 함성과 같은 반응이 직접 느껴지니까 경기 도중에 평정심을 잃을 수 있어요. 전략을 펴는 과정에서 그 반응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고요.
노아: 부스가 없더라도 WTKL 오픈 시즌 결승전이 열린 영등포 타임스퀘어보단 나을것 같아요. 외부 소리를 차단한다고 거대한 우퍼를 달아놓은데다, 너무나도 더웠으니까요. 그땐 정말 힘들었거든요. 부스와의 싸움이었죠. (웃음)
ㅁ군입대 이야기도 있던데, 출전 멤버 변동이 있었나요?
아레테: 나노선수가 17일에 입대했어요. 너무 쿨하게 어느날 갑자기 휴대폰이 정지되어 있더라고요. 지금은 에피선수가 올라와 숙소로 합류했어요.
노아: 멤버 구성이나 포지션 등의 틀은 그대로에요 저희는. 대신 그동안 잘 나오지 않던 비주류 전차들을 준비하고 있어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전차를 만날 수도 있겠네요. 그리고 우리 팀도 군입대를 앞둔 팀원들이 둘이나 있어요. WGL이 끝난 뒤에 입대하게 될 것 같네요.
ㅁ러시아 리그 그랜드 파이널은 모니터링 하셨나요? 어떤 경기가 가장 인상깊었는지?
노아: ESC의 경기요.
아레테: RR유니티라는 팀의 경기요. 해외 리그는 8티어 룰(경기 무승부 시 8티어 이상 차이가 날 경우 티어 차이로 승패를 결정짓는)이 없어요. 1티어 한대라도 살아있으면 비기는 룰이거든요. WTKL이었으면 지는 경기였어요. 경기 종료 시간이 임박한 상태에서 기방하는데 IS-3가 체력 6 남았고 상대 AMX 50 100이 모두 재장전이 돌아서 그 경기를 비기고 결국 상위 라운드로 올라가더라고요.
ㅁ'8티어 전략'의 유무도 있듯이, WTKL과 룰이 다른데서 오는 불리함도 작용하지 않나요? 사용하는 전략도 달라질 것 같은데.
아레테: (WTKL과는 달리)이기려면 점령 아니면 모든 전차를 파괴해야 해요. 1티어 하나만 제대로 숨겨놓아도 남은 시간 내에 기지 점령을 완료하지 않으면 무승부죠.
그렇기에 해외 팀들은 기방 포지션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아요. 8티어가 하나 없어도 기방해서 역전하는 게임이 많이 나오거든요. 이런 수비를 뚫기 위한 공격 전술은 많이 연구를 해야 할 것 같아요.
8티어 룰의 차이로 교전이 벌어지는 타이밍 자체가 달라져요. 기방 끝에 무승부가 자주 나오는 상황을 막으려고 WTKL에서 도입한 것이 8티어 룰이거든요. 국내 룰로 하면 보통 5분대에 첫 교전이 많이 일어났어요. 지금은 8티어 룰이 없는 상태로 연습을 하다 보니 노아와의 연습 전투에서도 마지막 3분이 남았을 때 1티어를 숨긴 상태에서 최후의 싸움을 하는 경우가 있어요. 교전에서 져도 1티어를 성공적으로 숨기면 패배는 면하는 식이니까요. 보는 입장에선 재미가 없을수도 있죠 아무래도.
세계 최정상이라는 NAVI'도 기방만 해요. A게이밍 등도 국내에서 못본 전술을 많이 쓰더라고요. 어쩔 수 없는것 같아요. 그냥 룰이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바뀌기 어렵다면 차라리 세계 공통으로 적용했으면 좋겠어요. 이 차이 때문에 많은 부분을 바꿔야 하거든요 저희는.
노아: 룰이 기방을 하게 만들어요. 리스크를 안고 해야 하는게 많으니까요. 1티어를 숨겨두고 상대 포지션을 확인하기 위해 전차를 밀어넣죠. 그럼 상대방은 전략이 들통나더라도 기방으로 태세를 전환하면 되요. 전차 픽도 그렇고요. (주 : 교차픽은 WTKL에서 시험적으로 도입된 시스템이었다.) 지금은 해외 리그 일부에서도 적용되기는 했지만, 교차 픽 이 아닌 전차 픽을 일괄 제출로 처리하게 되면 또 하나의 전략적 요소가 사라지는 셈이니까요.
아레테: 대회 룰이 늦게 확정되서 조금 어려움이 있어요. 이번 대회에서 사용할 맵 종류도 그렇고, 너무 늦게 공개되서 연습 시간이 부족했죠. 그동안 확실히 사용할 수 밖에 없는 맵 (힘멜스도르프, 엔스크, 루인베르크) 세 개만 연습했는데, 대회를 안하는 분들의 경우는 눈치채지 못할 어려움이 많았어요.
지난 패치로 불타는 루인베르크와 혹한의 힘멜스도르프가 추가되었잖아요? 각종 환경 효과만 바뀐 정도로 받아들이는 분들이 대부분이지만, 7/42 전투를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매우 큰 차이가 있어요. 불타는 루인베르크의 경우는 원래 있던 수풀이 불타는 효과로 인해 사라졌고, 그 수풀 하나 차이로 해당 진입로를 사용할 수 있느냐 여부가 갈리거든요. 같은 맵이 아닌거에요.
노아: 불타는 루인베르크도 혹한의 힘멜스도르프도 힘든게 많아요. 특히 불타는 루인베르크는 맵 귀퉁이에 석양이 자리잡고 있어요. 해당 지역을 조준하고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는 강한 빛 때문에 상당히 눈이 아픈 상황도 발생해요.
뿐만 아니라 매우 작은 차이로도 이전에 쓰던 전략을 사용하지 못 하게 되는 경우가 생겨버렸죠. 새롭게 바뀐 맵을 대회에 활용하는 것은 좋지만, 이런 부분도 세심히 고려했으면 좋겠어요.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이야기 하다 보니 여러가지 의견들이 쏟아졌다. 인터뷰는 대회의 룰에서 시작해 선수의 입장에서, 관객의 입장에서 느끼는 여러가지 아쉬움을 털어놓는 분위기로 이어졌다. 7/42룰을 거의 즐기지 않는 일반 유저들이 내놓는 리그의 개선점과 선수들이 원하는 방향도 적잖이 달랐음을 알 수 있었다.
ㅁWGL 이후 새롭게 시작될 리그에서 룰이 변경된다면 어떤 식으로 바뀌길 바라나요?
아레테: 다 괜찮아요. 하지만 일단, 전 세계가 (룰이)똑같았으면 좋겠어요. 월드오브탱크 리그가 경쟁력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룰 자체가 경기를 루즈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거든요. 나비의 경우 대회를 선도한다고 볼 정도로 강력한 팀인데, 경기는 제일 재미없게 해요. 프로는 그 룰에 최적화된 경기를 하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나비는 거기에 맞춰서 하고 있는거에요. 그러니 룰을 고칠 필요가 있다는거죠.
노아: 국내 룰 자체는 대만족이에요. 우선, 8티어 룰 제한이 굉장히 좋았죠. 무승부를 줄이고 기방 위주 플레이가 오히려 불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게 만들었어요. 교차 픽 또한 또 다른 전략 요소를 만들었고요.
ㅁ새로운 룰(전차 프리징 등)의 도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아레테: 사용 가능한 전차 폭이 달라지면 이를 소화하기 위한 연습량, 전략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상위 팀과 하위 팀의 격차가 지금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질 거에요. 특히 월드오브탱크 리그는 아마추어와 프로의 경계선상에 있잖아요? 엄청난 연습량을 버텨낼 팀이 얼마나 나올런지 모르겠네요. 클랜전의 경우만 봐도, 해외 서버는 전차 프리징이 있는데, 유저들10티어를 최대한 많이 뽑아내야 한다는 고통이 뒤따라요. 클랜전을 위해 일반 전투를 엄청나게 돌아야 하는 상황이 펼쳐지는거죠. 보기 좋은거랑 실현 가능성의 문제는 분리해서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노아: 이벤트성 전투에서는 괜찮을 것 같아요. 선수들도 안타던거 태우면 실수가 굉장히 많아지거든요. 전차 폭이 넓으면 좋지만 7:7은 공방과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거든요, 처음부터.
ㅁ주말 리그나 3:3리그의 참여도는 나쁘지 않은 편이에요. 그에 반해 팀 전투 모드의 이용률은 상당히 저조한 편인데,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아레테: 우린 일부러 안가는 편이에요. 리그 자체는 굉장히 재밌죠, 박진감 넘치고.
노아: 간과해선 안되는 부분이 있어요. 참여율은 좋지만 '나가는 사람만 나간다'는 거죠.
이벤트 전투는 연습전투로 들어가거든요. 보상이 없고 크레딧만 소모되요. 경기를 위해서 소모품, 골탄 등 모든 것을 쏟아붓는데 이기는 팀만 보상을 받으니 지는 팀은 적자가 너무 큰거죠. 그러니 한 번 나가보고, 어느 정도 성적을 내는 팀들은 계속해서 나가고 그렇지 못한 팀은 다시 도전할 엄두가 나지 않는거에요.
아레테: 보상을 골드보다 크레딧으로 줬으면 좋겠어요. 그 밖에도, 전에 팀 전투 보상으로 조준기 줬을때 굉장히 많이들 했거든요. 보상을 확실히 보장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팀 전투에서도 어떤 날은 클로즈맵, 어떤 날은 오픈맵 이렇게 구체화 했으면 좋겠어요. 픽을 먼저 정하고 맵을 들어가야 하잖아요. 전차 조합을 무난하게 짤 수밖에 없는거에요. 맵을 모르니까. 주말 리그에서 매 번 맵을 정해주잖아요? 그거 괜찮다고 생각해요. 맵에 맞는 전술과 전차 픽을 연구할 수 있어서, 맵이나 전술의 이해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공방도 자기 전차로 여러 맵을 도는데, 7:7도 그래야 하지 않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7/42는 인원 전체가 같이 팀을 짜서 들어오는 거에요. 전차 픽도 다르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고요.
ㅁ1년간 리그가 진행되었지만 아직 리그에서의 1티어 전차의 존재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분들이 많아요. 선수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아레테: 안 타봐서 그래요. (웃음) 1티어 전차는 전투 능력을 최소화 한 대신 전략적 요소가 집중된 개체에요. 만약, 1티어 전차가 수풀에 숨어 시야만 밝히는 것으로 보셨다면 그건 관객들에게 7/42의 전략이 제대로 전달이 안 된거죠.
노아: 워게이밍도 공식 영상으로 7/42경기에서 각 병과의 역할을 안내하기도 했지만, 중요한 것은 관객들이 경기를 보면서 각 전차가 무엇을 하는지 곧바로 알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레테: 그런 면에서는 옵저버의 중요성도 짚고 가야해요. 종종 옵저버가 잡은 화면을 (경기에 참여한) 제가 봐도 오해할 만큼 잘못 전달되기도 하거든요.
노아: 외국 경기와 옵저버 방식이 달라요. 우리나라 경기는 '그림이 나오는'장면을 중점적으로 잡아주는 반면에, 외국 경기를 보면 '전술적으로 중요한 부분'을 잡아주거든요. 우리 팀 경기 중에서도 AMX 13 90이 잡은 상대를 자주포가 잡은것처럼 찍힌 적도 있었죠.
아레테: 토너먼트도 많이 해보고 게임 많이 하는 분들이 옵저버를 잡아주는게 필요하다고 봐요.
노아: 해설자가 옵저버 잡는게 제일 좋죠. 해외에서는 지금도 해설자들이 직접 옵저버를 잡고 있고요. 본인이 해설할 부분, 그러니까 전략적 요소를 옵저버로 바로 비춰주면서 전달할 수 있으니까요.
ㅁ 가장 경계하고 있는 팀이 있다면요?
아레테: 경계... 보다는, 우선 프나틱을 만나서 리벤지를 하고 싶어요. 설욕전이죠.
노아: 우리도 그래요. (엔비디아 대회에서의) 리벤지가 최우선이에요.
ㅁ이번 대회의 목표는 어디로 잡고 계신가요?
아레테: 준결승만 가도 목표를 달성했다고 생각하지만, (워게이밍 관계자를 바라보며) 반드시 우승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화이팅!!
그래도 우리는 상황이 좋아요. 세번만 이기면 우승이니까요. 하지만 목표는 클수록 좋잖아요? 4강 까지만 가겠다는 것도 웃긴 이야기고요. 그리고 그만큼 좋은 성적을 위해 숙소도 제의한 거죠.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아요. 플레이오프의 경우는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노아: 물론, 결승 진출입니다. 우린 준우승 전문 팀이니까. (웃음) 상금이 참가 팀 모두에게 나와요. 그리고 리그전에서 연승해 올라가면 (블리츠 방식) 훨씬 많은 상금을 받을 수 있어요.
ㅁ총 상금이 3억원이 넘어요. 받은 상금은 어떻게 쓸 생각인가요?
아레테(송준협): 어머니께 차 한 대 사드릴 생각입니다.
아레테(최민수): 와이프가 가져갈 것 같아요.
노아: 그리고 누군가는 그 돈으로 PX에서 냉동을 사먹고 있겠지. (웃음)
ㅁWGL 이후에도 팀을 계속 유지할 계획인가요?
아레테: 아레테는 앞으로도 유지할 계획이에요. 우리는 오픈 시즌 16강 광탈 당시 상당수의 팀원이 하차했고, 힘든 재정비 기간을 거쳤어요. 지금은 오히려 고난이 일찍 찾아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노아: 인원 수급이 제일 어려워요. 아무리 찾아도 원하는 조건을 수용하는 인원이 없더라고요.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학생과 직장인이 많으니 리그 스케줄을 소화하기도 힘든 실정이니까요. 만약 차기 리그에 다시 나오게 되더라도 변동이 좀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ㅁ리그를 함께 할 팀원을 모집하는 것이 상당히 힘들것 같아요.
아레테: 너무 어려워요. 공방에서 날고 긴다는 유니컴을 데려다 놔도 팀전에서는 그저 배드맨으로 시작할 뿐이거든요. 레이팅을 위한 플레이가 아닌 7:7 전투를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진짜 유니컴'이 필요해요. 그런 실력에 '노라이퍼' 요소를 조합한 인재는 구하기가 정말 어렵죠.
나노님이 처음 팀에 들어왔을때만 해도 그랬어요. 캐스터나 팬들이 경기를 봤을 때는 굉장히 잘한다고 칭찬하는데, 합류 당시에는 상대가 보이면 제자리에 멈춰서서 쏘질 않나, 상황 전달도 안하질 않나, 여러모로 힘들었던 기억이 나요.
노아는 알거에요. 힘멜스도르프 전투였는데, 저희가 리그에서 처음 공개한 전술이었거든요. 거의 피해 없이 한 대를 삭제시켰어요. 완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헤드폰에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저 죽어요~' (웃음)
AMX 50 100이 갈 만한 길이 아니었는데, 우리 AMX 50 100이 거기에 가 있더라고요. 전차 특성에 따라 움직여야 할 길이 있어요. 공방과는 또 다른 그런 요소들을 이해하지 못하면 굉장히 힘들어지죠.
노아: '공방 버릇'이 가장 안좋아요. 치고 나가서 적의 포탄을 맞아줘야 할 타이밍에 엄폐물 뒤로 숨는다던가, 다 죽었는데 혼자 피해 없이 살아남는다던가.
아레테: 그런 경우, '난 체력 관리 잘했다'는 대답이 돌아오죠. (웃음) 토너먼트는 전술 외의 부분은 자리 싸움과 스킬 싸움인것 같아요.
ㅁ당면의 목표는 국제 대회입니다. 각국의 국가대표가 참가하는 이번 대회에 참가해 어떤 인식을 심어주고 싶으신지?
아레테: 한국 서버가 전체적으로 보면 변방에 가깝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팀도 있다.', '한국 유저들이 이 정도의 실력도 되는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해 주고 싶어요. 어떤 게임을 쥐어줘도 날아다니는 것이 한국이라는 말이 나오게.
노아: 대표로 갔으니까 인식을 심어줘야죠. '강하구나', '탱크아시아?', 'WTKL 한번 봐야겠다' 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싶어요. 궁극적으로는 성적을 좀 내서 국내리그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ㅁ꾸준하게 응원해 주는 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노아: 지난 1년의 결실을 맺기 위해, 응원해 주신 분들께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레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는 4월 2일(수) 아레테와 노아는 WGL에 참가하기 위해 폴란드로 떠난다. 각자 해외 대회 경험이 있기 때문일까? 여유있어 보이는 첫 모습과는 달리, 굳은 결의도 엿볼 수 있었다.
WTKL에 참가하는 팀의 수는 지역 리그를 별도로 치르는 러시아나 유럽 리그에 비하면 너무나도 작은 규모다. 하지만 이들은 한국 1등이라고 자만할 수 없다. 1년의 시간동안 최선을 다했고, 각국의 대표 팀이 모여 세계 최강을 가리는 자리에 오를 수 있게 되었다. '차원이 다른 강력함'이라 불리는 강호들이 대거 참가하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이 얼마나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을 만큼 각자의 개성을 보유한 '주목할 만한 팀'임에는 분명하다. 아레테의 공격적 운영이 강호들의 철벽 방어를 어떻게 뒤흔들게 될지, 노아의 칼날같은 전략과 수 싸움이 어떤 결과를 불러오게 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 경기가 월드오브탱크 리그의 마지막은 아니다. 아레테와 노아는 이제 WTKL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둥같은 팀이 되었다. 단순히 본인들의 성적에만 신경쓰는 것이 아니라, 보다 많은 이들이 리그를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을 밝혀 왔던 그들이다.
본인들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재미있는 경기가 펼쳐지면 더 많은 사람들이 리그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는 노아의 말처럼, WGL에서의 성적이 중요하지 않을 수는 없다.
8강? 4강? 우승? 리그를 지켜보는 팬들이 트로피보다 더 기대하는 것은 러시아와 유럽의 철옹성을 뒤흔드는, '볼 맛 나는' 경기다. 우리는 성원에 좋은 경기로 보답하겠다는 그 약속 하나만 믿고 응원하면 된다. 투지 만큼은 세계 그 어디에 내놓아도 지지 않을 그들이니까.
▲WGL 그랜드 파이널 공식 트레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