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라트로'는 포커 규칙 기반의 로그라이크 덱빌딩 게임으로 지난 2024년 가장 주목받은 작품 중 하나다. 특히 더 게임 어워드(TGA)에서 GOTY(올해의 게임) 후보에 오르면서 '아스트로 봇', '검은 신화: 오공' 등과 경쟁했다. 결과적으로 '발라트로'는 TGA '최고의 데뷔 인디 게임', '최고의 인디 게임', '최고의 모바일 게임' 3관왕을 거머쥐었다. 메타크리틱 평점은 90점을 유지 중이다.

'발라트로'에 대한 여러 평가 중 의미 있는 것은 확률 기반의 게임에 로그라이크 요소를 접목해 새로운 게임성을 정립했다는 것이다. 이른바 '발라트로라이크'라 할 수 있는 새로운 게임들이 '발라트로' 이후에 출시했거나 모습을 드러낼 준비를 하고 있다.

게임성에 대해 유저들은 '압도적으로 긍정적'이지만, 적절한 이용등급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글로벌 게임 심의 기구마다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ESRB(E), USK(12), PEGI(18) 등 다양한 등급분류 주체에 의해 각 나라 특성이 반영되어 '발라트로'의 연령등급이 정해지고 있다.

'발라트로' 배급사 플레이스택은 여러 차례 도박성에 관한 평가를 부정했다. 도박에 반대하는 개발자가 개발했으며, 어떤 종류의 도박 메커니즘도 포함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는 게 주된 이유다. 개발사 로컬성크는 TGA 시상식 이후 결정된 'PEGI 18'(18세 이상 이용 가능) 등급에 대해 "EA 스포츠 FC처럼 소액결제, 전리품 상자, 실제 도박을 추가하여 등급을 'PEGI 3'(3세 이상 이용 가능)으로 낮춰야 할지도 모르겠다"라 비판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발라트로'에 대한 판단은 '청소년 이용불가'다. 개발자의 의도와 기관의 판단이 다른 경우에 해당한다.

다만, 패키지 판매를 위해 국내에 등급분류를 신청한 유통사가 처음부터 '청소년 이용불가'로 신청했던 점은 다른 나라와 차이가 있었다. 모바일의 경우 자체등급분류사업자인 구글플레이가 지난 14일 전체이용가 등급에서 청소년 이용불가로 변경했다. 애플 앱스토어에선 12세 이용가로 판매되다 16일 내려갔다.


▲ 발라트로 관련 위원 회의록과 게임위 설명(강유정 의원실 제공)

16일 더불어민주당 강유정 의원실이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받은 '발라트로' 관련 자료에 따르면, 적정 등급에 관한 짧은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쟁점은 '발라트로'가 사행행위를 모사했는지다.

'사행행위'와 '사행행위 모사'는 일부 차이가 있다. 사행행위는 우연적 방법으로 득실을 결정하여 재산상의 이익이나 손실을 주는 행위다. 우선 '발라트로'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사행행위 모사 규정은 웹보드 게임처럼 환전상이 존재하거나, 인터넷PC방에서 은밀히 운영하는 형태를 규제하기 위해 마련되어 있다. 직접적인 재산상 이익 및 손실 외에도 간접적인 환금을 막기 위해서다.

게임위 측은 "덱 빌딩 시 포커 족보의 룰을 적용한 부분은 사행행위의 모사에 해당하는 것으로 사행행위 모사 및 사행성 유발 정도가 제한적인 경우로서 게임의 내용 중 '일부'에서 사행행위 모사 표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한 위원이 "일부에 사행적 모사가 있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사행행위 모사가 있는 거 같다"라고 의견을 냈다.

이 논의 다음에 게임위 위원 6인은 투표를 통해 등급분류를 결정했는데, 15세 이용가 2표와 청소년 이용불가 4표로써 '발라트로'의 등급이 결정됐다. 보통 만장일치 결정이 대부분인 게임위 위원 표결에서 '발라트로'는 2표의 이견이 있었던 셈이다.

실제 '발라트로' 플레이는 베팅하는 포커와 달리 운과 전략, 실력으로 점수를 많이 획득하는 게임이다. '발라트로'와 포커의 공통점은 기본 족보와 일부 용어로, 실제 게임성은 상이하다. 150장의 조커로 인한 점수 획득 변화, 5장이 아닌 8장이 기본인 점, 디버프와 보스 요소와 로그라이크 룰 등 게이머들에게 친숙한 요소 등이 다르다. '발라트로'를 플레이하는 절대다수의 유저는 더 높은 점수를 획득하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낄 뿐이다.

게임위는 베팅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봤다. 게임위 측은 "위원회 회의에서는 '발라트로'가 베팅은 존재하지 않으나 △우연적 카드 분배로 시작되어 포커 족보에 따른 목표 점수 획득과 △누적된 목표 점수달성에 따른 보상을 획득하는 내용이 존재하여 사행행위 모사로 위원들이 의결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게임위의 '사행행위 모사' 판단을 두고 유저들은 동의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게임위의 의결이 '발라트로'의 실제 게임성과 달라 '포커는 사행행위'라는 전제를 깐 기계적 판단이란 아쉬움이다. 그런 점에서 15세 이용가 2표의 위원은 희망적이다.

특히 포커를 카드를 이용한 마인드 스포츠로 보는 국제적인 움직임도 있다. 마인드 스포츠로서의 포커도 사행행위인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규정의 해석, 실제 게임성과 회의실 내에서의 판단이 실제 유저들의 의견과 동떨어지진 않았는지 게임위의 재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