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홍 교수(숭실대학교 예술창작학부 문예창작전공)

이재홍 교수(숭실대학교 예술창작학부 문예창작전공)가 2일 정년기념 고별강연회를 가졌다. 이 교수는 2001년 게임학문 개척을 시작으로 2018년 게임물관리위원회 제3대 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현재는 한국게임정책학회장을 맡고 있다.

1959년생인 이재홍 교수는 숭실대학교 전자공학과(1984) 졸업, 동 대학원에서 문학석사(1987) 학위를 받았다. 1987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도쿄대학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에서 비교문학전공 연구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도쿄대학 대학원 지역문화연구전공에서 석사과정 졸업 및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 교수는 1996년 귀국한 뒤 2001년 서울게임대학에서 게임시나리오창작학과를,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에서 디지털스토리텔링학과를 국내 최초로 개설하여 10여 년간 인재를 양성했다. 2010년 2월 게임스토리텔링 학문 마무리를 위해 숭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스토리텔링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2014년 3월부터 모교 인문대 예술창작학부 문예창작전공에서 10년간 재직했다.

저술활동으론 1997년 창조문학에서 소설 '팔녀각'으로 신인상을 받은 후, 창작집 '팔녀각'을 2005년 출간했다. 게임스토리텔링분야 논문은 50여 편 발표했다. 대표저서로는 '게임스토리텔링 총론', '디지털콘텐츠스토리텔링' 등이 있다.


이 교수는 대외활동으로 한국게임학회 7대, 8대 학회장, 콘텐츠분쟁조정위원, 한국캐릭터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2018년 정부의 부름을 받아 게임물관리위원장을 지냈다.

장범식 숭실대학교 총장은 "이재홍 교수는 게임 산업과 학문의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시대를 앞서간 인물"이라 평가하며 "늘 소탈한 웃음과 따듯한 인간미를 가진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태건 게임물관리위원장은 "대학 교수 정년기념 고별강연회에 수많은 게임업계 관계자가 참석한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교수로서 정년을 맞이했지만, 게임업계에선 놔주지 않을 것, 앞으로 게임산업 발전을 위해 많은 역할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 고별강연회에 이재홍 교수 제자, 동료 교수, 많은 게임업계 관계자가 참석했다

마지막 강연 자리에서 이재홍 교수는 게임학문에 몰입한 이유를 먼저 소개했다. 이 교수는 일본 유학 시절 파친코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험을 전하며 "만일 파친코만 접했다면 게임의 사행성을 더 걱정했었겠지만, 그때 닌텐도의 '슈퍼마리오'를 감명 깊게 플레이하면서 앞으로 인문학과 예술, 공학이 융합되는 산업이 올 거라 믿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게임을 '최첨단 놀이 문화 예술 기업 융합 산업'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게임은 100% 자력 생산이 가능한 고부가가치 산업,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미래성장동력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자신의 인생 게임으로 블리자드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꼽았다. 그가 게임에서 중요하게 본 것은 서사다. 이 교수는 "WoW는 2004년부터 지금까지 플레이하고 있는데, 완성도 높은 방대한 서사에 푹 빠졌다"며 "쓴 게임논문 50여 편 중에서 WoW를 활용한 게 25편, 이처럼 WoW를 강조하는 것은 우리나라 게임사가 그러한 게임을 만들었으면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로 2016년 진행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드레노어의 전쟁군주' 퀘스트 연구'를 선정했다. 이 연구는 '드레노어의 전쟁군주' 퀘스트에 드러나는 폭력성과 비폭력성을 비교 분석하는 작업이었다. 이 교수는 연구 결과로 비폭력적인 퀘스트가 515개, 폭력적인 퀘스트가 510개임을 확인하면서 로마시대 호라티우스가 '작시술'로 강조한 교훈성과 쾌락성의 밸런싱을 중시하는 블리자드의 기업 윤리 의식을 엿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K-게임을 지키는 일은 스토리와 텔링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검은 신화: 오공'으로 대표되는 중국게임의 위협을 경고하며 "이미 2007년 '완미세계' 때 경고했던 일들이, 2024년에도 반복되고 있다"며 "17년이 지났음에도 같은 위기가 반복된다는 것은, 우리가 변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니 우리부터 반성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2007년 '중국게임이 몰려온다 -완미세계 철저 분석-' 리포트를 통해 △그동안 레드오션에 빠져 허우적거린 개발사들의 반성이 필요한 시점 △현질화보다 창의성이 높은 스토리텔링으로 게임의 완성도를 높여야 하는 시점 △완미세계 이후, 중국 게임이 물밀듯 몰려올 것에 대비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국내 게임산업에 경종을 울렸다. 해당 내용이 '검은 신화: 오공'에 의한 현시점에도 적용된다는 게 이 교수의 걱정이다.

▲ "이용자를 동등한 게임 개발 파트너로 생각하며 적극 소통해야 한다"

이 교수는 게임산업을 향한 마지막 당부로 "확률형 아이템 과금 방식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BM을 속히 활성화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이용자를 동등한 게임 개발 파트너로 생각하며 적극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스토리와 감성, '텔링'으로 서사적 완성도가 큰 한국형 IP를 생산해야 한다"며 "기존 중국 시장으로부터 탈피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등 글로벌 이용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를 향해선 "게임산업은 미래의 핵심 성장동력이다"라며 "산업적, 경제적, 문화적 가치 인식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교수는 "불필요한 규제를 개선 및 폐지하고, 통 큰 진흥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게임산업법을 현실에 맞게 전면개정하고, 산업을 보호하고 활성화시키는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학계, 정부, 산업계, 이용자가 한데 모여 거국적인 K-게임 인식 개선 프로그램이 활성화되길 바랐다. 또한 4차산업혁명에 따른 융합시대에 걸맞게 거시적 안목에서 블록체인, NFT, P2E, 성인게임 문제 등이 공론화의 장에서 논의되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이재홍 교수는 "건강한 게임 생태계 정착을 위한 정책적 논의와 연구가 활성화되어야 한다"며 "문화적, 학문적, 기술적, 시스템적, 서비스적 가치 체계를 학계, 산업계, 정부, 이용자가 논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