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대, 아니 어쩌면 이제는 서양 최대의 게임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게임스컴 2024'가 21일, 독일 쾰른에서 나흘간 개최됩니다. 게이머들 사이에서 게임스컴은 여러모로 큰 의미를 지닌 게임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럽 최대의 게임쇼인 동시에 상반기, 그리고 E3에서 최초 공개한 신작들의 테스트베드이기도 한 자리이기 때문이죠. 실제로 그간 많은 게임사가 E3에서 신작을 공개하고 게임스컴에서 시연 기회를 마련했을 정도입니다.

그랬던 게임스컴이지만, 올해는 좀 다릅니다. 신작을 소개하는 자리가 돼야 했을 E3가 28년 만에 폐지된 거였죠. 그 빈자리를 서머 게임 페스트가 일부 대체하긴 했지만, 전부 채우기엔 역부족이었던 것 같습니다. 게임사들이 주목한 건 게임스컴이었습니다. 이제는 테스트베드로서의 역할에 그치는 게 아니라 E3의 역할을 이어받아 신작을 소개하는 자리로 자리매김하려고 하고 있죠. 그렇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올해 게임스컴은 여느 때보다도 더욱 풍성한 모습입니다. 데브컴을 비롯한 각종 이벤트에 더해 이제는 신작 소개와 시연까지 그야말로 게임쇼로서는 완전체에 가까워진 건데요.

게임스컴 개최까지 이제 일주일 가량 남은 상황. 과연 올해 게임스컴에서는 어떤 소식들이 공개되고 어떤 게임들이 출품돼 참관객들을 기쁘게 할지, 그리고 데브컴을 비롯해 어떤 이벤트들이 마련되어 있을지 한자리에 모아봤습니다.


본 행사만큼 풍성한 전야제 '오프닝 나이트 라이브'

게임스컴의 막을 여는 전야제 '오프닝 나이트 라이브(Opening Night Live, 이하 ONL)'가 올해도 풍성한 규모로 개최됩니다. 매년 ONL을 통해 신작 영상이 공개된 만큼, 올해 ONL 역시 많은 게이머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데요.

현재까지 확인된 신작은 '콜 오브 듀티: 블랙옵스6', '몬스터 헌터 와일즈', '마블 라이벌즈', '듄: 어웨이크닝', '인디아나 존스: 그레이트 서클', '문명7', '퍼스트 버서커: 카잔', '다크앤다커 모바일', '인조이' 등입니다. 물론 이게 전부인 건 아닙니다. 무엇보다 '월드 프리미어'를 통해 최초 발표되는 게임은 포함되지 않은 만큼, 실제로 발표될 게임은 훨씬 많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트위터를 통해 제프 케일리가 직접 "새로운 게임이 발표될 예정"이라고 밝힌 만큼, ONL에 대한 관심 역시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울 것으로 보이는데요. 신작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메탈 기어 솔리드 델타: 스네이크 이터', '드래곤 에이지: 베일가드'를 비롯해 제프 케일리가 친분이 깊은 코지마 히데오의 '데스 스트랜딩2'에 대한 최신 정보가 공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올해 ONL은 한국 시각으로 21일 오전 3시, 더 게임 어워드 공식 유튜브 채널을 비롯해 트위치 채널 등을 통해 시청이 가능합니다.



이제는 신작 공개까지, 완전체로 거듭난 '게임스컴 2024'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코로나 이전인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각각의 게임쇼는 명확한 성격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대내외적으로 세계 최대의 게임쇼라고 평가받는 E3에서 신작을 공개하면 게임스컴에서는 신작의 최신 정보나 게임을 시연하는 자리를 마련함으로써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TGS에서는 그러한 기대감을 이어간 끝에 연말이나 다음 해 연초에 출시되는 게임의 구매로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입니다.

하지만 그랬던 흐름이 코로나로 인해 크게 바뀌었습니다. E3가 취소되자 게임사들은 서둘러 온라인을 통해 자체 쇼케이스를 하기 시작했고 그러자 오프라인 게임쇼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한 거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끝내 E3의 폐쇄라는 결정을 불러왔죠. 2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E3가 막을 내리면서 신작을 소개해야 할 게임쇼가 사라진 거였습니다. 물론 온라인이라는 수단이 남아있긴 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 시기 폭발적으로 성장한 서머 게임 페스트가 E3의 빈자리를 얼추 메우는 듯 보이기도 했었죠. 하지만 생각보다 E3의 빈자리는 컸던 것 같습니다. 온라인 위주인 데다가 미디어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일까요. 올해 서머 게임 페스트는 예상보다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되려 오프라인 게임쇼로서 E3의 빈자리가 생각보다 컸음을 증명했는데요.

이에 게임사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게임스컴 2024로 향했습니다. 신작 소개와 시연 모두 게임스컴 2024를 통해서 하겠다는 거였죠. 덕분에 올해 게임스컴 2024는 신작을 소개하는 E3의 역할까지 겸하면서 그야말로 역대급 게임쇼가 될 것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그 덕분인지 출품하는 신작들의 면면 역시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데요.

▲ 컷신 위주였던 지난 영상과 달리 게임 플레이 영상이 ONL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대형 게임사들을 연이어 인수하면서 몸집을 불린 Xbox는 Xbox 게임 스튜디오를 비롯해 블리자드, 베데스다를 축으로 수많은 게임들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하나같이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기대작들로 '어바우스', '인디아나 존스: 그레이트 서클', 올가을 출시 예정인 스타필드의 DLC '섀터드 스페이스' 등의 독점 극장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할 예정이며, 이외에도 시연할 수 있는 게임으로 '에이지 오브 미쏠로지 리톨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내부 전쟁', '디아블로4: 증오의 그룻', '워해머 40K: 스페이스 마린2' 등을 출품해 기대를 사고 있습니다.

작년 게임스컴에 불참했던 THQ 노르딕은 2종의 신작을 소개하는 동시에 '디즈니 에픽 미키: 리브러시드', '고딕 리메이크', '타이탄 퀘스트2' 3종의 게임을 시연 출품합니다. 시연 출품작 중에서는 '타이탄 퀘스트2'에 대한 관심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이는데요. '패스 오브 엑자일2', '디아블로4 증오의 그릇'과의 보이지 않는 삼파전이 치러질 예정인 만큼, 이를 비교해서 보는 것 역시 하나의 재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신작의 경우 지난 8월, 온라인 쇼케이스를 통해 티저를 공개한 리틀 나이트메어1, 2 개발사인 타르시어 스튜디오의 신작과 다크 사이더스 시리즈의 신작일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 세계 최초로 시연 출품하는 '몬헌 와일즈'는 분명 올해 게임스컴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다

캡콤은 '쿠니츠카미', '스트리트 파이터6', '몬스터 헌터 나우' 등 이미 출시한 게임들을 비롯해 '역전검사 1&2 미츠루기 셀렉션', '몬스터 헌터 와일즈'를 출품합니다. 이 중에서 '몬스터 헌터 와일즈'에 대한 유저들의 관심은 캡콤을 떠나 게임스컴 전체를 놓고 봐도 상당하다고 할 수 있는데요. 세계 최초로 '몬스터 헌터 와일즈'를 시연하는 자리인 만큼, 전 세계 게이머들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을 넘어 이제는 글로벌 게임사로 도약하고자 하는 텐센트는 산하 스튜디오 게임들을 게임스컴에 출품했습니다. 보헤미아 인터랙티브의 '아르마 리포저', '스카이버스', 펀컴의 '어로프트', '듄: 어웨이크닝', 그라인딩 기어 게임즈 '패스 오브 엑자일2', 샤크몹의 '엑소본' 무려 6종의 게임을 들고 말이죠. 특히 주목받고 있는 게임은 '듄: 어웨이크닝'과 '엑소본'입니다. 여전히 많은 부분이 베일에 가려진 게임들로 이번 게임스컴에서 자세한 정보가 공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 듄: 어웨이크닝의 게임 플레이 영상이 공개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한편, 텐센트는 자사의 글로벌 브랜드 레벨 인피니트를 통해 게임스컴 2024 개막과 동시에 온라인 쇼케이스 '인투 더 인피니트'를 열고 10종의 신작 정보를 공개할 예정입니다.

넷이즈 역시 여러 게임을 들고 왔습니다. '마블 라이벌즈', '프래그펑크', 일상 시뮬레이션 장르의 미공개 신작, 그리고 캐주얼 장르의 모바일 신작, 끝으로 스다 고이치와 미카미 신지가 개발에 참여한 '섀도우 오브 더 댐드 : 헬라 리마스터드', 최근 스팀에서 순항 중인 '원스휴먼' 6종으로 저마다의 매력으로 참관객들을 맞이할 전망입니다.

호요버스의 경우 '원신'과 '붕괴: 스타레일', '젠레스 존 제로' 3종을 출품합니다. 특히 주목할 건 '원신'인데요. 오는 28일 예정인 5.0 버전 업데이트를 통해 신규 지역 '나타'가 추가되고 여기에 더해 게임 그래픽 전반에 걸쳐서 개선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원신'에 이어 '붕괴: 스타레일', '젠레스 존 제로'를 통해 점점 더 발전한 그래픽을 보여준 호여버스인 만큼, '원신' 유저들 사이에서는 그래픽 개선에 대한 요구가 커져가는 상황이었는데요. 과연 그런 유저들의 바람을 이뤄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 올해 게임스컴 기대작 중 하나인 '문명7' 역시 게임 플레이 영상을 공개할 예정이다

주목할 게임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테이크투는 이번 게임스컴에서 '문명7'의 게임 플레이 영상을 공개하겠다고 했는데요. 그 문명 시리즈의 최신작인 만큼, 주목도 역시 남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세가는 '메타포: 리판타지오', '소닉 X 섀도우 제너레이션즈'를 비롯해 미공개 신작을, SNK는 '아랑전설: 시티 오브 더 울브스'를 각각 공개 및 출품 예정이며, 우크라이나의 GSC 게임 월드 역시 오는 11월 20일 출시 예정인 '스토커2: 초르노빌의 심장부'를 출품, Xbox 부스에서 데모 시연할 예정입니다.


한국은 좁다, 이제는 세계로 나가는 국산 게임들
다양한 게임들이 게임스컴 2024에 출품한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게임들이 있는데요. 바로 국내 게임사들의 출품작들입니다. 오랜 기간 준비한 PC 및 콘솔 게임들이 마침내 세계라는 무대에서 평가받는 자리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도 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 '붉은사막'이 마침내 시연 버전을 출품한다

펄어비스는 이번 게임스컴에서 '붉은사막'의 시연 버전을 최초로 공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시연 버전은 클리프를 주인공으로 회색갈기 용병단의 치열한 전장에서의 사투를 보여줄 예정입니다. 공격, 방어, 회피, 특수 스킬 등 기본 조작법을 익히며, 몰려오는 다수의 적들을 상대하는 등 '붉은사막'의 액션성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시연 버전의 핵심은 보스전인데요. 총 4개의 보스가 등장, 전투 스타일을 분석해 자신만의 공략법으로 맞서는 재미를 선사할 예정입니다.

이외에도 전투 중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다양한 컷신 연출을 통해 클리프와 동료들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게 하는 등 몰입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요소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또다른 기대작, 넥슨의 '퍼스트 버서커: 카잔' 역시 시연 버전을 출품한다

넥슨 역시 굵직한 기대작을 들고 왔습니다. 던전앤파이터 IP를 기반으로 한 하드코어 액션 RPG '퍼스트 버서커: 카잔(이하 카잔)'입니다. 펄어비스의 '붉은사막'과 마찬가지로 일반 유저들을 대상으로 최초 시연 자리를 마련한 건데요. 지금까지 트레일러만 공개했던 '카잔'인 만큼, 이번에 시연 버전을 출품함으로써 해외 인지도를 강화하고 전 세계 게이머들을 대상으로 게임성을 검증할 것으로 보입니다.


크래프톤은 신작으로 '다크앤다커 모바일'과 심즈의 대항마로 기대를 사고 있는 '인조이'를 출품합니다. 8월 초 글로벌 대규모 테스트를 진행한 '다크앤다커 모바일'이지만, 유럽 지역이 빠져서 유럽 게이머들에게 있어선 이번 시연이 '다크앤다커 모바일'을 최초로 시연하는 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인조이'에 대한 기대감이 클 것으로 보이는데요. 신규 트레일러와 정보 공개에 이어 시연까지 진행함으로써 신작 인생 시뮬레이션을 기다려온 유럽 게이머들의 시선을 잡아끌 예정입니다.

신흥 게임사들 역시 게임스컴의 문을 두드렸는데요. 하이브IM은 B2B관 내 단독부스를 마련, 매드엔진의 개발 자회사 원웨이티켓스튜디오는 B2B 경기도관에 참가해 각각 익스트랙션 RPG '던전 스토커즈'와 좀비 익스트랙션 슈터 '미드나잇워커스'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둘 다 익스트랙션 장르라는 공통 분모를 지녔지만, 게임성 측면에서는 여러모로 큰 차이가 있는 만큼, 크래프톤의 '다크앤다크 모바일'과 함께 국산 익스트랙션 신작으로서 게임스컴 2024에서 유럽 게이머들에게 눈도장을 톡톡히 찍을 것으로 보입니다.

▲ 하이브IM의 3인칭 던전 익스트랙션 '던전 스토커즈'와

▲ 수직 구조의 좀비 익스트랙션 슈터 '미드나잇워커스'의 경쟁 역시 관전 포인트다

카카오게임즈의 개발 자회사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는 '로스트 아이돌론스: 위선의 마녀', '섹션13', '갓 세이브 버밍엄' 3종의 신작을 들고 옵니다. 이중 '섹션13'과 '갓 세이브 버밍엄'은 게임스컴 2024를 통해 최초로 공개되는 게임인데요.

'로스트 아이돌론스: 위선의 마녀'와 '섹션13'이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가 기존 출시 및 얼리액세스를 실시한 게임을 기반으로 한 신작인 것과 달리 '갓 세이브 버밍엄'은 완전 신작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중세 잉글랜드 버밍엄을 배경으로 한 좀비 서바이벌 장르라는 점 외에는 어떠한 정보도 공개되지 않은 게임으로 게임스컴 2024에서 최초로 정보를 공개할 예정입니다.

▲ 카카오게임즈는 개발 자회사의 신작 '갓 세이브 버밍엄'을 선보일 예정이다

내년 참석을 일찍 선언한 게임사도 있는데요. 바로 카카오게임즈입니다. 카카오게임즈는 최근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개발 자회사 엑스엘게임즈의 '아키에이지2'를 내년 게임스컴에 출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유럽을 비롯한 서양권을 공략하기 위한 교두보로 게임스컴의 영향력 역시 점차 커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개발 노하우부터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지식 공유의 장 '데브컴'

게임스컴하면 ONL과 본 행사 외에도 개발자들이 모여 각종 노하우나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공유하는 컨퍼런스, '데브컴'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올해 데브컴은 게임스컴 개최 전인 18일부터 20일까지 3일간 진행되는데요. 18일은 사전 행사로 네트워킹 파티와 인디 어워드가 진행되는 만큼, 사실상 데브컴 자체는 19일과 20일 이틀에 걸쳐서 진행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 데브컴에는 19일 '베인글로리'와 '카탈리스트 블랙'의 개발사 슈퍼 이블 메가코프 켈시 비첨 시니어 라이터가 '더 나은 스토리 통합을 위한 사례'를 주제로 오프닝 키노트를, 20일에는 '발더스 게이트3'의 개발사 라리안 스튜디오의 제이슨 라티노 시네마틱 디렉터가 '카오스 메뉴 또는: 내가 걱정하는 것을 멈추고 곰을 껴안는 법을 배운 방법'을 주제로 키노트 강연이 진행됩니다.

이외에도 인섬니악 게임즈 도널드 바렛 시니어 디자이너, SIE 산타 모니카 스튜디오 미히르 셰스 게임 디렉터, CDPR 모리츠 레어 시니어 퀘스트 디자이너, 바이오웨어 안드리 카프리아 디벨롭먼트 매니저, 유비소프트 아흐메드 살라마 UX 디자이너, 게릴라 게임즈 블라디미르 로파틴 시니어 테크니컬 아티스트 등 세계 각지에서 활약하고 있는 업계 전문가들이 자신들의 노하우를 비롯해 게임과 관련된 각종 비하인트 스토리를 공유할 예정입니다.

▲ 유럽은 뭔가 달라도 다르다고 느꼈던 데브컴 '런클럽' 행사는 올해도 진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