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쉽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 데브캣의 나크 김동건 대표가 마비노기 모바일에 대해 지속적으로 해 온 소개 문구다. 마비노기 모바일은 김 대표의 또 다른 바람대로 마비노기로 넘어가는 또 하나의 새로운 문이 될 수 있을까.

마비노기 모바일이 첫 공개된 지 벌써 수년의 시간이 지났다. 그 사이 마비노기 모바일에게는 수많은 기대, 그리고 수많은 우려가 함께 쏟아졌다. 그리고 드디어 3월 27일, 마비노기 모바일이 그 모든 기대 및 우려와 함께 정식 출시된다.

출시를 앞두고 마비노기 모바일을 미리 확인할 수 있는 미디어 시연회가 마련됐다. 시연회에서는 약 2시간가량 PC와 모바일 플랫폼으로 게임을 자유롭게 플레이할 수 있었으며, 다양한 캐시템이 미리 제공되어 좀 더 원활한 플레이 및 뽑기 시스템 등을 경험할 수 있었다.



마비노기만의 특별한 감성
아름다운 음악, 특징을 살려낸 그래픽


마비노기 모바일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결국 마비노기만의 그 특별한 감성의 연계 여부가 아닐까. 판타지 라이프, 그 캐치프레이즈로 설명되는 마비노기만의 감성은 확실히 하나로 뭉뚱그려서 설명하기 어려운 뭔가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래픽과 사운드, 두 가지에서 오는 감성 그 자체만 두고 본다면 마비노기 모바일은 기존의 느낌과 새로운 느낌을 잘 섞어냈다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칭찬할 만한 부분은 다양한 상황에서 만나는 음악을 포함한 전체적인 사운드다. 마을에서, 던전에서, 사냥터에서, 수많은 곳에서 들려오는 마비노기 모바일의 음악은 기존의 느낌, 어딘가 아련하고도 몽환적인 마비노기의 느낌을 가득 품고 있다.

이는 마비노기의 기존 OST들을 적절하게 잘 재해석해낸 덕이 아닌가 싶다. 이미 알고 있는 음악을 포함해 처음 듣는 음악 속에서도 분명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그 아름다운 멜로디를 찾을 수 있다. 덕분에 새로운 게임을 하고 있지만, 마비노기 IP를 플레이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

▲ 반가운 티르코네일

특히 게임의 가장 초반, 나오와 함께 티르코네일에 들어오는 순간 들려오는 낙엽의 춤은 마비노기에 대한 추억을 확 살리면서 그 연결점을 정확하게 인지하게 해준다.

모바일 플랫폼은 이번 시연에서는 사운드를 켜지 못했는데, 이 때문에 어느 정도 플레이하다 PC로 바로 바꿀 정도로 음악이 참 좋았다. 특히 전체적으로 자동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이 많았기에, 들려오는 사운드는 보이는 것만큼이나 큰 부분을 차지했다.

▲ 저도 참 익숙하네요 던컨 촌장님

그래픽의 경우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다가올 듯하다. 그래픽의 퀄리티만 두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게임 전체가 주는 느낌, 그리고 플레이어 캐릭터와 NPC 등의 그림체도 포함해서다.

마비노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아기자기하고, 귀엽고, 동화와도 같은 그런 이미지가 아닐까 싶다. PC 마비노기가 워낙 오래되었기에 전체적으로 투박한 그래픽은 어쩔 수 없지만, 그 그래픽 안에서도 마비노기만의 이미지는 확연하게 살아난다.


그리고 마비노기 모바일은 그런 특유의 느낌을 좀 더 세련되게 현세대에 맞춰 그려냈다. 전체적으로 그래픽이 매우 좋다거나, 사실적이라거나, “와” 소리가 나올 정도로 뛰어난 건 아니다. 하지만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첫 장면을 비롯해 나오와의 만남, 티르코네일 마을 등 마주하는 그래픽들은 모두 마비노기만의 특징을 잘 담아내고 있다.

특히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에서 이런 익숙한 느낌이 많이 살아난다. 같은 커스터마이징을 하더라도 선택하는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캐릭터의 외형은 물론이고, 만화에 나올 것 같은 독특한 눈과 입 등 마비노기를 플레이해봤던 사람에게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반가운 것들을 커스터마이징 단계에서 만나볼 수 있다.


▲ 만화와도 같은 눈과 입 모양이 참 반갑다


아쉬운 판타지 라이프
자동 시스템으로 퇴색되어버린 감성


그렇다면 콘텐츠적 측면에서 본 마비노기 모바일은 어떨까. 과연 판타지 라이프의 즐거움을 살려냈을까.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큰 편이다. 뭐랄까, 전체적으로 모든 걸 보기 좋게 잘 만들어두고, 그걸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느낌이다. 아니, 그저 ‘보기 좋게’만 만들어 둬서 너무나 아쉽다.

이 모든 아쉬움은 자동 시스템에서 비롯된다. 마비노기 모바일의 경우, 모든 것이 자동으로 돌아간다. 자동 이동, 자동 전투, 자동 스킬, 자동 수집 등 한국형 모바일 MMORPG가 가지고 있는 자동 시스템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

쇼케이스부터 김동건 대표가 이야기해온 ‘누구나 쉽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을 위해서인지, 게임은 나침반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그야말로 버튼 하나만 눌러도 퀘스트부터 전투까지 모두 진행할 수 있게 되어 있다.

▲ 시작과 동시에 마주하는 나침반

모바일 MMORPG에서 이런 자동 시스템 자체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모바일 플랫폼에서 모든 조작을 직접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니까. 하지만 결국 이런 자동 시스템, 그것도 모든 것이 자동으로 흘러가는 시스템은 게임에서 조작이 주는 장점을 모조리 빼앗아버린다.

특히나 마비노기 모바일의 경우 마비노기 ‘모바일’이지만 PC로 플레이할 때 게임이 전달하는 그래픽적 특징 등이 더 살아났기에 굳이 이런 자동 시스템을 모든 부분에 넣었어야 했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PC에서 플레이해봤자, 나침반인 스페이스 버튼을 누르고, 대화를 보고, 스페이스를 누르고, 전투를 보고, 스페이스를 누르고, 이동하고, 스페이스를 누르고, 다시 대화를 하는 것의 반복일 뿐이다.

전투 역시 그렇다. 초반에는 스킬 정도는 직접 누르게 되어 있지만, 당연하게도 조금만 진행하면 어시스트를 눌러 모두 자동으로 사용할 수 있다. 게임 내에는 회피 조작도 없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냥 모든 걸 자동으로 두었다가 적의 공격을 걸어서 피하는 정도다. 그래도 선택한 궁수의 경우 회피가 가능한 스킬이 하나 있어서 보스 전투에서는 스킬 정도만 수동으로 활용하며 플레이할 수 있었다.

▲ 모든 것이 자동으로 돌아간다

이 자동 시스템으로 인해 신규 유저의 편의성은 높아졌을지 모르겠지만, 마비노기의 고유한 조작 재미는 잃은게 사실이다. 직접 스킬을 쓰며 전투를 진행하고, 직접 양털을 깎아 NPC에게 가져다주고, 직접 달걀을 모으기도 하는, 그런 모든 재미가 그냥 버튼 하나로 압축돼 버렸으니까.

그렇다고 수동 조작이 어려운 것도 아니다. 보통 어렵다고 느낄 수 있는 건 전투지만, 마비노기 모바일의 전투는 절대 어렵지 않다. 스킬 개수도 많지 않았고, 적의 공격을 피하는 게 어렵지도 않았다. 아, 물론 자동 전투를 해도 회피는 없으니 알아서 피해야 한다.

▲ 전투 시스템이 충분히 잘 구성되어 있어 자동은 더 아쉽게 다가온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굳이 자동 전투 시스템이 없었어도 게임이 충분히 흘러갈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는 느낌이 난다는 점이다. 단일 및 범위 공격 스킬과 회피 기능을 가진 공격 스킬 등 스킬 자체의 특징도 살아 있고, 큰 데미지에는 물약, 지속 데미지에는 붕대 등 적의 공격에 대처하는 방향도 개별적으로 만들어져 있다.

심지어 전투 튜토리얼도 꽤 자세하게 만들어져 있다. 스킬을 사용하면 적이 브레이크되어 무방비하게 된다거나, 적들과 좀 더 원활하게 싸우려면 어떻게 전투를 진행해야 하는지 등 몇 단계에 걸쳐 구성되어 있다. 이외에도 카운터, 퍼스트 어택, 피니쉬 등 전투와 관련된 다양한 효과나 시스템 등이 준비되어 있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 양털도 자동으로 깎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은 전투와 이동, 수집, 퀘스트 등 모든 것에 자동 시스템을 투입했다. 수동 조작을 원하면 할 수 있다지만, 결국 메인은 자동 조작이다. 이는 2시간 동안 마주한 퀘스트에서도 나타났다.

양털을 깎거나, 연주를 하는 등 마비노기 느낌을 살린 퀘스트가 일부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사냥터에 가서 뭐를 몇 마리 잡아오라거나, 던전 1층, 2층, 3층을 클리어하라거나 이런 전투 퀘스트가 많은 편이었다. 그냥 스페이스를 눌러서 이동하고, 스페이스를 눌러서 전투하고, 스페이스를 눌러서 다시 이동한 뒤 보고하는, 그런 익숙한 방식이다.

한편으로 이해는 된다. 모바일에서 직접 조작은 사실 쉽지 않은 일이고, 모든 이들이 PC로만 게임을 플레이할 순 없을 테니까. 그리고 마비노기라는 추억에 이끌려 온 조작 자체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좀 더 원활하게 게임을 접하고, 즐기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다.

▲ 사냥터 퀘스트는 이렇게 몬스터를 소탕해오라는 내용이 대다수였다

▲ 모바일에서도 한 손으로 그냥 게임을 볼 수 있다


익숙함 사이 느껴지는 새로움
우연히 마주치는 다른 이들과 함께


▲ 반가운 나오

콘텐츠 측면에서 아쉬움만 있었던 건 아니다. 자동 시스템이 아쉽다는 것을 제외하면, 2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접한 콘텐츠 그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마비노기가 떠오르는 시스템도 이리저리 만나볼 수 있었다.

특히 초반 콘텐츠 구성이 좋은 편이었는데, 나오라는 마비노기의 상징, 티르코네일이라는 익숙한 마을을 가장 초반에 배치해 새로움 가운데 익숙함을 확실하게 전달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 새로운 이야기와 새로운 NPC들을 슬쩍 넣어 마비노기 모바일만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나간다.

▲ 던전에서 자연스럽게 다른 플레이어를 만날 수 있다

던전에서 경험할 수 있는 우연한 만남 시스템 역시 흥미롭다. 우연한 만남은 본격적인 파티 플레이를 하지 않고도, 자신과 진행도가 비슷한 유저를 그야말로 우연히 만나 함께 던전을 클리어할 수 있는 보조 시스템이다.

따로 뭔가 시간을 들여 기다릴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방에 진입할 때마다 다른 유저가 등장하고 던전의 난이도는 낮아진다. 정말 간편하면서도 부담 없이, 쉽고 가볍게 던전을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느낌을 얻을 수 있다. 만나는 누구나 함께할 수 있다는 마비노기의 특징을 잘 살려냈다.

▲ 마비노기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캠프파이어

캠프파이어 역시 비슷한 결이다. 키트만 있으면 쉽게 설치할 수 있고, 그렇게 우연히 만난 동료들과 던전에서 음식을 나눠 먹거나, 편안하게 앉아 쉬면서 채팅을 통해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성장의 경우 게임 내 레벨업을 통해 능력치를 배분할 수 있는데, 세 가지 능력치 카드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간단하게 구성되어 있다. 처음 선택한 견습 클래스에 맞춰 능력치 카드를 자체적으로 추천해주는 듯했으며, 카드의 능력치는 매번 다른 것들이 떴다.

마비노기하면 빼놓을 수 없는 염색이나 타이틀 등도 모두 준비되어 있다. 타이틀은 특정 목표를 달성하면 얻을 수 있는 방식이고, 능력치가 붙어있어 타이틀을 착용할 시 해당 능력치가 적용되는 구조였다. 염색은 시간 부족으로 경험해보지는 못했다.

▲ 마찬가지로 빼놓을 수 없는 타이틀

시연회를 통해 확인한 BM의 경우, 크게 멤버십, 패스, 패키지, 뽑기, 재화 등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캐시 아이템 자체는 모두 능력치나 스킬 등이 붙어 있었으며, 4부위로 나뉜 의상 아이템 및 무기(외형), 전투를 도와주는 펫, 탈것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등급은 총 6가지로, 캐시 외형은 5번째 등급의 아이템을 합성해 가장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확률에 따라 얻는 방식으로 되어 있었다. 아래 등급 아이템들 역시 확률에 따라 다음 등급 아이템으로 합성할 수 있었다. 멤버십은 혜택별로 따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통합 패키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뽑기는 시연 기준 특별 의상 픽업 2종과 상시 의상 및 펫 뽑기로 구성, 흔히 말하는 천장이 존재했다. 탈것과 무기 외형은 패키지를 통해서만 획득할 수 있었다. 펫 역시 의상과 마찬가지로 등급이 존재하며, 각각 전투에서 사용하는 스킬이 달랐다. 탈것은 이동 비용 감소 옵션과 가방 무게 및 매력 상승 옵션을 보유하고 있었다.




▲ 데브캣 '나크' 김동건 대표

이번 시연회 시작 전, 김동건 대표가 현장을 직접 찾았다. 김동건 대표는 “마비노기 모바일은 마비노기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게임이다. 20년 치 콘텐츠가 쌓인 마비노기만큼은 아닐 수 있지만, 참신한 부분이 분명 있을 것이다. 시스템이나 UI 등을 모바일에 맞게 새롭게 설계하고 아트나 사운드 등도 재해석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데브캣은 넥슨에서 처음 만들어진 스튜디오인 만큼 독특한 위치에 있다. 가장 먼저 새로운 시도를 하며 개발하고, 그만큼 독특한 것들도 많이 했다. 마비노기 모바일 역시 새로운 개발 방식으로 진행했다. 기존 넥슨에서 만들던 방식과 달랐기에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고, 힘든 일도 많았다. 판교가 아닌 서울에서 초기 던전앤파이터를 만들었던 개발자와 협력해서 제작했다.”며 개발 과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결과, 마비노기 모바일은 문턱을 많이 낮춘 MMORPG로 만들어졌다. 김 대표는 이를 “게임을 추천할 때, 누구나 추천하고, 추천받을 수 있는 그런 게임”, 그리고 “게임을 한 번도 안 해 본 사람도 하고 싶어지는, 그런 게임”이라고 설명했다.


마비노기 IP가 가진 특징이자 장점 중 하나는 결국 계속해서 언급했던 ‘감성’이다. 하나로 뭉뚱그려서 설명할 수 없는, 마비노기만의 분위기가 있다. 에린 속에서 경험하고 플레이하는 모든 것이 마비노기가 20년 넘게 사랑받아 온 이유이고, 강점이다.

그리고 마비노기 모바일은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에서 마비노기의 느낌은 살리면서 다른 경험을 주기 위해 문턱을 낮추고, 게임을 쉽게 만들었다. 이는 분명 김 대표가 이야기한 것처럼, 마비노기로 진입하는 새로운 입구가 될 수는 있을 것이다.

마비노기 모바일에 대해 종합적인 판단은 잠깐 미루려 한다. 8년이라는 시간 동안 개발해온 이 프로젝트를 온전히 판단하기에 약 2시간의 플레이는 충분치 않은 듯하다. 그 어릴 적, 20년 전부터 마비노기를 플레이했던 팬의 입장에서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 건 맞다.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큰 법이니까.

과연 마비노기 모바일이 에린을 찾는 이들에게 새로운 ‘판타지 라이프’, 조금 더 쉽고 가벼운 ‘판타지 라이프’를 선물할 수 있을까. 넥슨의 마비노기 모바일은 3월 27일 정식 출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