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 2024년 4분기 애니메이션 중간 평가! 연말을 함께 장식할 작품은?
이문길,문용왕,강은비 기자 (narru@inven.co.kr)
2024년을 마무리짓는 분기입니다. 이번 분기에는 개성이 강한 작품들이 많습니다. 전부 저마다의 색채는 내고 있기 때문에 무난한 작품을 찾는 시청자라면 조금은 힘들 분기일지도 모르겠네요.
대중적인 호응을 얻기보다는 감독의 테이스트가 잔뜩 들어간 작품이 많기에 인벤 내에서도 보는 작품이 상당히 갈리는 분기가 되었습니다.
되도록 신작 위주로 감상을 써봤는데, 아직 1~3화 정도만 보고 쓴 감상인만큼 완결이 다가오는 시점에서는 어떻게 평가가 바뀔지도 기대됩니다.
◆ 당신은 저승님
: 만화책이나 일러스트에서 볼법한 그림체를 그대로 애니에 구현했다는 점은 높이 살만하다. 암살자의 삶을 살던 메이드가 착한 주인공과 엮이게 되면서 점차 인간성을 회복하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00년대 러브 코미디의 왕도같은 스토리. 연출도 올드한 느낌이 물씬 드는데, 캐릭터 디자인이 워낙 잘 뽑혀서, 캐릭터가 마음에 들면 추천할만한 작품이다. 아쉬운 점은 캐릭터 작화에 애니메이터 인력을 다 쓴 듯, 배경이 과하게 휑하다.
: 갑자기 쳐들어온 메이드와 동거하게 된다는 전통적인 장르. 미려한 그림체와 잔잔한 분위기는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반대로 그만큼 흥미를 끌만한 요소가 적기도 하다. 연상 연하 커플이기도 하고 연상 연하 커플의 로맨스를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좋을 듯 하다.
: 히로인의 캐릭터성은 많이 다르지만 몇 분기전쯤에 방영했던 '최근 고용한 메이드가 수상하다'라는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었다. 주인공과 히로인의 캐릭터 디자인으로 미루어 보아 구원 서사가 그려지는 작품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엄청나게 특별한 로맨스가 펼쳐질 것 같은 건 아니지만 이런 건 본인 취향이 중요하니 평소 본인 취향에 맞을 것 같다면 봐도 좋을 것 같은 작품이다.
◆ 단다단
: 작화가 굉장한 작품. 굳이 화려하게 움직이는 동화나 터져나가는 이펙트가 아니더라도 초반 모모와 오카룽이 대화할 때 자연스러운 제스처나 잡지책을 주워주는 디테일만 봐도 작화의 퀄리티를 느낄 수 있다. SF와 심령현상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구도도 굉장히 흥미롭다. 원작부터가 명성이 자자한만큼 끝까지 완주할 계획이나 처음 보는 입장에서는 소재가 소재인만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 지. -지구의 운동에 대하여-
: 천동설이 아직 상식이던 중세말~르네상스 시기를 배경으로 종교의 압도적인 권력과 그에 반해 진정한 아름다움, 지동설을 입증하고 이를 연구하는 학자들을 등장인물로 내세우고 있다. 중세 문화나 천문학에 관심이 많다면 몰입할 수 밖에 없는 작품. 묵직한 주제만큼이나 초반 전개의 무게감이 상당한 기대작. 다만 그림체는 트렌드에서 벗어나 있고, 고문과 협박이라는 다소 섬뜩한 장면도 나온다.
◆ 푸른 상자
: 2000년대 보던 순정만화풍 디자인과 연출이 눈에 밟힌다. 옛날부터 순정만화를 즐겨 봤던 입장이라면 익숙할법한 구도와 캐릭터성이 느껴질 것이다. 특히 히나는 보자마자 캐릭터의 미래가 예상되어서 뭔가 슬펐다. 다만 익숙하다고 촌스럽다는 것은 아니다. 작화의 퀄리티는 준수하며, 순정만화 매니아인 기자 입장에서는 기대작.
◆ 아크로 트립
: 유튜브 알고리즘에 PV가 떴을때도 캐릭터 디자인이 워낙 특이해서 관심이 갔던 작품인데, 본편을 보고나서는 매우 만족스러운 작품이 되었다. 애니를 꾸준히 시청하는 입장에서는 이제는 좀 흔한(?) 적대조직과 마법소녀간의 개그 꽁트물이지만, 그 사이에 끼인 일반인(?) 주인공을 더했다. 가볍게 볼 수 있는 귀여운 개그물을 찾는다면 추천.
◆ 주식회사 마지루미에
: 역시 마법 소녀의 탈을 쓴 다른 장르의 작품이다. 소재 자체는 누구나 마법 소녀가 될 수 있는 세계관으로 마법 소녀가 일종의 직업처럼 여겨지는데, 스스로를 평범하다 여기지만(실제로는 평범하지 않은) 주인공이 어엿한 마법 소녀(사회인)가 되어가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1화만 봤을 때는 저예산 티가 나는 작화와 신이 보여서 다소 아쉬운 편이다. 성우 연기에 대한 디렉팅도 조금 어색하다고 생각한다.
◆ 마법사가 되지 못한 여자아이의 이야기
: 캐릭터 디자인만 보면 마법 소녀물처럼 보이지만, 마법 학원물로 엄연히 다른 장르다. 2017년 방영되었던 리틀 위치 아카데미아가 생각날법한 내용으로 화풍 자체가 굉장히 메르헨틱하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해리 포터라거나 리틀 위치 아카데미아처럼 학원 판타지물을 좋아한다면 추천. 내용면에서는 아직 크게 전개될만한 부분은 없지만 유명 성우들을 곳곳에 배치하여 귀가 즐거운 편이다.
: 동화같은 작화의 오리지날 애니메이션. 주인공은 어렸을 때 부터 마법사가 되고 싶었던 여자아이인데 마법과 시험에 탈락하여 마법사의 꿈을 접어야하는 상황이 된다. 하지만 일반과에서도 마법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오리지날 애니메이션이니 만큼 작화나 연출에 신경을 쓴 것이 느껴진다. 다만 스토리가 초반에는 어떤 전개가 될지 가늠이 잘 안되고 약간 아동적인 유치한 분위기에 흥미를 강하게 끄는 요소가 적어서 앞으로의 전개에 따라서 평이 많이 달라질 듯 하다.
: 마치 동화책같은 채도 높고 뽀송한 작화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다루는 소재는 충분히 어른의 흥미를 끌 만한 내용인데 등장 인물들의 대사나 행동이 묘하게 아동 애니메이션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서 조금 애매하다. 하지만 현재 마법사들이 쓰는 마법은 일종의 가짜이며 진짜 마법은 따로 있다는 설정이 제법 흥미롭기도 하고, 작화도 취향인 데다가 드물게 제작되는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이다 보니 중간 전개가 너무 이상하지만 않으면 끝까지 보고 싶어지는 작품이다.
◆ 기동전사 건담: 복수의 레퀴엠
: 넷플릭스를 통해 이미 완결까지 공개되었다. 결산 리뷰에서도 이야기 하겠지만, 굉장히 잘 뽑힌 밀리터리 '영화'라 생각한다. 건담팬에게는 아쉬울 수 있겠지만, 밀리터리물을 좋아한다면 강추. 사운드를 기깔나게 잘 뽑았다. 보면서 건담보다 퍼시픽림이 더 생각났다. 영미권 성우들의 현장감 넘치는 연기력도 일품.
◆ Re: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 3기
: 언제나의 리제로라는 생각이 든다. 1화가 무려 1시간 30분이나 되는 분량이다. 전작이 나온지 워낙 오래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리제로 특유의 정중하면서도 불쾌감을 조성하는 연출은 살아 있었다. 시리우스가 행동에 비해 연기톤은 광기가 살짝 떨어지는 느낌이라 아쉬웠다.
◆ 파티에서 추방당한 그 치유사, 실은 최강인 것에 대해
: 대략 머리를 비우고 봐야할 것 같은 판타지 추방물. 그런데 초장부터 이야기 전개도 느리고 작화 상태도 좋지 않다. 히로인은 귀엽게 그려졌지만 그 외의 부분에서는 저예산 애니 티가 팍팍 나는 작품.
: 이 애니메이션, 도대체 어떤 부분이 최강인지를 좀처럼 얘기해주지 않는다. 요새는 툭하면 사이다 타령을 하는 독자나 시청자들이 많다고 하는데 그 마음이 조금 이해가 가는 느낌이다. 아무튼 무조건 빨리 알려달라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시청자가 상상해볼 수 있는 여지를 줘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주인공이 어떻게 최강인 건지도 모르겠고 답답하기만 하다. 추방물 특유의 억까도 있다보니, 3화 이후에 확실하게 제목을 증명해줘야 답답하지 않게 볼 수 있을 것 같은 작품.
◆ 푸니르는 귀여운 슬라임
: 아동용 애니메이션 분위기지만 중간 중간 등장하는 성인향 요소들은 일반적인 아동물은 아님을 느끼게 해준다. 귀여운 작화와 코믹한 전개는 그냥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개그물을 원한다면 즐겁게 볼 수 있을 듯 하다. 한마디로 아동용의 탈을 쓴 성인향 개그 애니.
: 색감이나 작화는 아동용 애니메이션 같은데 드립이나 소재가 성인 취향이다. 같은 분기에 방영하는 '마법사가 되지 못한 여자아이의 이야기' 쪽이 오히려 훨씬 아동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이다. 깔끔하고 예쁜 작화에 중간중간 나오는 변신 장면도 제법 화려해서 보는 맛이 있다. 개그 코드가 맞다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법한 작품이다.
◆ 비탄의 망령은 은퇴하고 싶다
: 최약체인 주인공이 최강의 클랜을 이끌며 은퇴하고 싶어하는 착각물. 착각물이야 드문 소재는 아니지만 비교적 깔끔한 작화와 매력적인 주인공의 성격으로 기대가 되는 편이다. 특히 감명 깊었던 부분은 오프닝과 엔딩의 연출이 꽤 특이했다.
오프닝은 나레이션과 함께 시작되어 한번 끝났다가 타이틀 화면이 나온 후 다시 사비가 한번 반복되는 연출이 흥미로웠고, 엔딩에서는 엔딩 막바지에 차회예고를 등장 인물들이 노래에 맞춰 랩으로 진행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이번 분기의 판타지/이세계 물중에서는 제일 기대가 되는 작품.
: 매 분기마다 하나씩은 있는 것 같은 착각물이다. 주변이 자신에 대해 착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때론 그걸 이용하기도 하는 주인공의 행동이 흥미로워 이후 전개가 기대되는 작품이다. 주인공이 어떤 행동을 하든 세계가 무조건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굴러가도록 해석해주는 느낌의 작품이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서 좋았다. 주인공 일편단심인 히로인 또한 귀엽다.
◆ 최흉의 버퍼 [화술사]인 나는 세계 최강의 클랜을 이끈다
: 시작부터 주인공을 포함해 인성에 문제가 있는 파티로 시작한다. 주인공은 최약체로 알려진 '화술사'인데 불을 다루는 건 아니고 대화할때 화술사이다. 개인적으로 주인공이 인성이 별로인 작품은 그다지 취향이 아니긴 한데, 그래도 일단 초반 전개 자체는 흥미있어서 좀 더 보고 싶은 마음이 들긴 한다.
: 보기 전에는 주인공이 혹시 진정한 의미의 '화술'로, 전투력이 아니라 입담으로 배틀에서 승리하는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했었는데 그런 작품은 아니고 평범하게 언령같은 느낌의 화술사였다. 아직까지는 '최흉의 버퍼'에 맞는 모습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작품 설정상 최약체인 화술사를 어떤 식으로 최강으로 묘사했는지 궁금해지는 작품이다.
◆ 아내, 초등학생이 되다.
: 제목만 보면 로리콘이 미쳐 날뛸거 같은 라이트한 일상물이 떠오르지만, 의외로 진지한 분위기의 작품. 일상물이지만 개그물적인 요소보다는 삶과 죽음, 그리고 가족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고찰이나 감동적인 이야기가 기대되는 작품이다. 초반부터 눈물샘을 자극하는 요소들이 꽤 있었으니, 밥먹으면서 보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다.
: 제목만 가볍고 설정은 무거운 작품이다. 개그 전개도 아니고 제법 시리어스한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보다 보면 가슴이 먹먹해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개인적으로 이런 설정의 작품에서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엔딩은 '상처를 극복하고 진정한 이별을 마친 다음 서로의 인생을 살아간다'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어떤 엔딩에 도달할지 무척 궁금해지는 작품이다. 끝까지 보는 동안 제법 울게 될 것 같은 게 걱정이다.
◆ 별 내리는 왕국의 니나
: 빈민가의 소녀가 왕녀를 대역하게 되는 대역물이자 신데렐라물이기도 하다. 그림체가 살짝 올드한 느낌이 들고 작화 퀄리티도 좋은 편은 아니라는 점이 아쉽다. 이런 식으로 당찬 여자애와 권력자와의 로맨스 물은 흔하지만, 보통 여자쪽이 비범한 능력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그런게 없어보여서 어떤식으로 전개될지는 기대된다.
: 흑발의 남주인공과 분홍 머리의 여주인공은 요새 로판 (로맨스 판타지) 에서 제법 흔한 캐릭터 문법이라, 대중적인 로판 느낌의 구성이 아닐까 했는데 실제로 초반은 그런 느낌이었다. 여주인공은 요새는 약간 드문 타입의 입 험하고 명랑한 말괄량이 계열인데, 오랜만에 보니 '예전엔 이런 여주인공이 대세인 적도 있었지' 라는 생각이 들어서 보는 동안 조금 추억에 젖기도 했다. 여주인공이 정략 결혼을 위한 대역을 하고 있는데 이 설정에서 어떻게 남주인공과의 로맨스를 그려나갈지 궁금해진다.
◆ 결혼한다는 게, 정말인가요
: 소심남과 소심녀과 회사 사정에 의해서 결혼을 가장한다는 설정이다. 전개도 흥미롭고 재미는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너무 소심한 캐릭터는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 편인데, 주인공과 히로인이 쌍으로 소심하다보니 보고 있는 내내 답답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속이 좀 뚫리는 전개를 원한다.
: 여행사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남녀 주인공이 각자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합의 하에 계약 결혼을 하여 주변을 속인다는 스토리다. 당연히 처음에는 단순히 주변을 속이기 위한 도구였을 뿐이었지만, 점차 정말 부부가 되어가는 과정이 재미 포인트일 것이다.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통칭 니게하지류 작품인데, 사실 드라마화가 먼저 이뤄지고 애니화는 나중에 된 케이스다. 애니의 퀄리티는 다소 미묘한 편. 일본 드라마를 즐겨본다면 추천.
: 소심남과 소심녀 조합은 평소 취향이 아니다보니 보는 동안 조금 답답한 느낌이 들기는 했다. 하지만 원작 독자들이 이미 좋게 평가한 작품이라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에 이후 내용 전개는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보려고 한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느낌의 케미가 이어질지, 아니면 터닝 포인트가 있을지 기대된다.
◆ 잘 가거라 용생, 어서 와라 인생
: 최강의 용이 인간으로 환생하여 평범하게 사는 이야기. 인간으로 환생했다고 해도 용의 힘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독특한 점은 초반의 메인 히로인으로 보이는 캐릭터가 하반신이 뱀인 라미아. 일상물에 가까운 전개가 기대되는 관계로 좋게 표현하자면 마음 편하게 볼 수 있을 것 같은 작품.
◆ 미팅에 나갔는데 여자가 없었던 이야기
: 제목만 보면 BL물인가? 라고 생각되고 초반에도 BL물인가? 라고 생각되지만 알고보니 등장 히로인들이 남장 여자들이었던 일단은 노멀 연애물. 이었을터인데 아무래도 생긴게 남장여자라서 그런지 자꾸 BL물의 느낌이 든다. 분명히 여자애들이긴 한데... 묘한 거부감이 계속 들어서 부담스러웠다.
: 등장 히로인들이 성별만 여성이지 남장한 비주얼과 목소리 연기는 남성에 가까워서 종종 연출되는 장면들이 마치 BL 작품 같다. 그렇다보니 어떤 층을 노리고 있는지 조금 애매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여성인 모습을 좀처럼 보여주지 않아서 러브 코메디라는 생각은 잘 들지 않고 그냥 개그물이라고 생각하고 보면 괜찮다.
◆ 리뷰어 소개
: 좋아하는 작품은 일상물, 드라마, 미소녀가 귀엽게 나오는 작품. 큰 갈등 없이 맘편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을 선호한다. 복잡한 전개나 갈등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 이상의 감동적인 스토리를 보여주는 작품이라면 보기도 한다.
: 좋아하는 작품은 스포츠, 로봇, 아이돌 등 열혈이나 성장물 요소가 포함된 작품. 그림체나 작화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고 내용만 마음에 들면 본다. 설정이 과하다 못해 아예 뇌절해버리는 작품들에 뜬금없이 꽂히기도 한다.
: 순정 만화와 SF, 락밴드를 좋아하며, 하루에 적어도 3시간은 애니메이션이든 영화든 드라마든 무언가 챙겨보는 생활이 일상이 되어 버린 중증 덕후. 애니와 관련된 이야기라면 사족을 못쓴다.
대중적인 호응을 얻기보다는 감독의 테이스트가 잔뜩 들어간 작품이 많기에 인벤 내에서도 보는 작품이 상당히 갈리는 분기가 되었습니다.
되도록 신작 위주로 감상을 써봤는데, 아직 1~3화 정도만 보고 쓴 감상인만큼 완결이 다가오는 시점에서는 어떻게 평가가 바뀔지도 기대됩니다.
◆ 당신은 저승님
: 만화책이나 일러스트에서 볼법한 그림체를 그대로 애니에 구현했다는 점은 높이 살만하다. 암살자의 삶을 살던 메이드가 착한 주인공과 엮이게 되면서 점차 인간성을 회복하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00년대 러브 코미디의 왕도같은 스토리. 연출도 올드한 느낌이 물씬 드는데, 캐릭터 디자인이 워낙 잘 뽑혀서, 캐릭터가 마음에 들면 추천할만한 작품이다. 아쉬운 점은 캐릭터 작화에 애니메이터 인력을 다 쓴 듯, 배경이 과하게 휑하다.
: 갑자기 쳐들어온 메이드와 동거하게 된다는 전통적인 장르. 미려한 그림체와 잔잔한 분위기는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반대로 그만큼 흥미를 끌만한 요소가 적기도 하다. 연상 연하 커플이기도 하고 연상 연하 커플의 로맨스를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좋을 듯 하다.
: 히로인의 캐릭터성은 많이 다르지만 몇 분기전쯤에 방영했던 '최근 고용한 메이드가 수상하다'라는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었다. 주인공과 히로인의 캐릭터 디자인으로 미루어 보아 구원 서사가 그려지는 작품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엄청나게 특별한 로맨스가 펼쳐질 것 같은 건 아니지만 이런 건 본인 취향이 중요하니 평소 본인 취향에 맞을 것 같다면 봐도 좋을 것 같은 작품이다.
◆ 단다단
: 작화가 굉장한 작품. 굳이 화려하게 움직이는 동화나 터져나가는 이펙트가 아니더라도 초반 모모와 오카룽이 대화할 때 자연스러운 제스처나 잡지책을 주워주는 디테일만 봐도 작화의 퀄리티를 느낄 수 있다. SF와 심령현상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구도도 굉장히 흥미롭다. 원작부터가 명성이 자자한만큼 끝까지 완주할 계획이나 처음 보는 입장에서는 소재가 소재인만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 지. -지구의 운동에 대하여-
: 천동설이 아직 상식이던 중세말~르네상스 시기를 배경으로 종교의 압도적인 권력과 그에 반해 진정한 아름다움, 지동설을 입증하고 이를 연구하는 학자들을 등장인물로 내세우고 있다. 중세 문화나 천문학에 관심이 많다면 몰입할 수 밖에 없는 작품. 묵직한 주제만큼이나 초반 전개의 무게감이 상당한 기대작. 다만 그림체는 트렌드에서 벗어나 있고, 고문과 협박이라는 다소 섬뜩한 장면도 나온다.
◆ 푸른 상자
: 2000년대 보던 순정만화풍 디자인과 연출이 눈에 밟힌다. 옛날부터 순정만화를 즐겨 봤던 입장이라면 익숙할법한 구도와 캐릭터성이 느껴질 것이다. 특히 히나는 보자마자 캐릭터의 미래가 예상되어서 뭔가 슬펐다. 다만 익숙하다고 촌스럽다는 것은 아니다. 작화의 퀄리티는 준수하며, 순정만화 매니아인 기자 입장에서는 기대작.
◆ 아크로 트립
: 유튜브 알고리즘에 PV가 떴을때도 캐릭터 디자인이 워낙 특이해서 관심이 갔던 작품인데, 본편을 보고나서는 매우 만족스러운 작품이 되었다. 애니를 꾸준히 시청하는 입장에서는 이제는 좀 흔한(?) 적대조직과 마법소녀간의 개그 꽁트물이지만, 그 사이에 끼인 일반인(?) 주인공을 더했다. 가볍게 볼 수 있는 귀여운 개그물을 찾는다면 추천.
◆ 주식회사 마지루미에
: 역시 마법 소녀의 탈을 쓴 다른 장르의 작품이다. 소재 자체는 누구나 마법 소녀가 될 수 있는 세계관으로 마법 소녀가 일종의 직업처럼 여겨지는데, 스스로를 평범하다 여기지만(실제로는 평범하지 않은) 주인공이 어엿한 마법 소녀(사회인)가 되어가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1화만 봤을 때는 저예산 티가 나는 작화와 신이 보여서 다소 아쉬운 편이다. 성우 연기에 대한 디렉팅도 조금 어색하다고 생각한다.
◆ 마법사가 되지 못한 여자아이의 이야기
: 캐릭터 디자인만 보면 마법 소녀물처럼 보이지만, 마법 학원물로 엄연히 다른 장르다. 2017년 방영되었던 리틀 위치 아카데미아가 생각날법한 내용으로 화풍 자체가 굉장히 메르헨틱하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해리 포터라거나 리틀 위치 아카데미아처럼 학원 판타지물을 좋아한다면 추천. 내용면에서는 아직 크게 전개될만한 부분은 없지만 유명 성우들을 곳곳에 배치하여 귀가 즐거운 편이다.
: 동화같은 작화의 오리지날 애니메이션. 주인공은 어렸을 때 부터 마법사가 되고 싶었던 여자아이인데 마법과 시험에 탈락하여 마법사의 꿈을 접어야하는 상황이 된다. 하지만 일반과에서도 마법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오리지날 애니메이션이니 만큼 작화나 연출에 신경을 쓴 것이 느껴진다. 다만 스토리가 초반에는 어떤 전개가 될지 가늠이 잘 안되고 약간 아동적인 유치한 분위기에 흥미를 강하게 끄는 요소가 적어서 앞으로의 전개에 따라서 평이 많이 달라질 듯 하다.
: 마치 동화책같은 채도 높고 뽀송한 작화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다루는 소재는 충분히 어른의 흥미를 끌 만한 내용인데 등장 인물들의 대사나 행동이 묘하게 아동 애니메이션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서 조금 애매하다. 하지만 현재 마법사들이 쓰는 마법은 일종의 가짜이며 진짜 마법은 따로 있다는 설정이 제법 흥미롭기도 하고, 작화도 취향인 데다가 드물게 제작되는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이다 보니 중간 전개가 너무 이상하지만 않으면 끝까지 보고 싶어지는 작품이다.
◆ 기동전사 건담: 복수의 레퀴엠
: 넷플릭스를 통해 이미 완결까지 공개되었다. 결산 리뷰에서도 이야기 하겠지만, 굉장히 잘 뽑힌 밀리터리 '영화'라 생각한다. 건담팬에게는 아쉬울 수 있겠지만, 밀리터리물을 좋아한다면 강추. 사운드를 기깔나게 잘 뽑았다. 보면서 건담보다 퍼시픽림이 더 생각났다. 영미권 성우들의 현장감 넘치는 연기력도 일품.
◆ Re: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 3기
: 언제나의 리제로라는 생각이 든다. 1화가 무려 1시간 30분이나 되는 분량이다. 전작이 나온지 워낙 오래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리제로 특유의 정중하면서도 불쾌감을 조성하는 연출은 살아 있었다. 시리우스가 행동에 비해 연기톤은 광기가 살짝 떨어지는 느낌이라 아쉬웠다.
◆ 파티에서 추방당한 그 치유사, 실은 최강인 것에 대해
: 대략 머리를 비우고 봐야할 것 같은 판타지 추방물. 그런데 초장부터 이야기 전개도 느리고 작화 상태도 좋지 않다. 히로인은 귀엽게 그려졌지만 그 외의 부분에서는 저예산 애니 티가 팍팍 나는 작품.
: 이 애니메이션, 도대체 어떤 부분이 최강인지를 좀처럼 얘기해주지 않는다. 요새는 툭하면 사이다 타령을 하는 독자나 시청자들이 많다고 하는데 그 마음이 조금 이해가 가는 느낌이다. 아무튼 무조건 빨리 알려달라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시청자가 상상해볼 수 있는 여지를 줘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주인공이 어떻게 최강인 건지도 모르겠고 답답하기만 하다. 추방물 특유의 억까도 있다보니, 3화 이후에 확실하게 제목을 증명해줘야 답답하지 않게 볼 수 있을 것 같은 작품.
◆ 푸니르는 귀여운 슬라임
: 아동용 애니메이션 분위기지만 중간 중간 등장하는 성인향 요소들은 일반적인 아동물은 아님을 느끼게 해준다. 귀여운 작화와 코믹한 전개는 그냥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개그물을 원한다면 즐겁게 볼 수 있을 듯 하다. 한마디로 아동용의 탈을 쓴 성인향 개그 애니.
: 색감이나 작화는 아동용 애니메이션 같은데 드립이나 소재가 성인 취향이다. 같은 분기에 방영하는 '마법사가 되지 못한 여자아이의 이야기' 쪽이 오히려 훨씬 아동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이다. 깔끔하고 예쁜 작화에 중간중간 나오는 변신 장면도 제법 화려해서 보는 맛이 있다. 개그 코드가 맞다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법한 작품이다.
◆ 비탄의 망령은 은퇴하고 싶다
: 최약체인 주인공이 최강의 클랜을 이끌며 은퇴하고 싶어하는 착각물. 착각물이야 드문 소재는 아니지만 비교적 깔끔한 작화와 매력적인 주인공의 성격으로 기대가 되는 편이다. 특히 감명 깊었던 부분은 오프닝과 엔딩의 연출이 꽤 특이했다.
오프닝은 나레이션과 함께 시작되어 한번 끝났다가 타이틀 화면이 나온 후 다시 사비가 한번 반복되는 연출이 흥미로웠고, 엔딩에서는 엔딩 막바지에 차회예고를 등장 인물들이 노래에 맞춰 랩으로 진행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이번 분기의 판타지/이세계 물중에서는 제일 기대가 되는 작품.
: 매 분기마다 하나씩은 있는 것 같은 착각물이다. 주변이 자신에 대해 착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때론 그걸 이용하기도 하는 주인공의 행동이 흥미로워 이후 전개가 기대되는 작품이다. 주인공이 어떤 행동을 하든 세계가 무조건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굴러가도록 해석해주는 느낌의 작품이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서 좋았다. 주인공 일편단심인 히로인 또한 귀엽다.
◆ 최흉의 버퍼 [화술사]인 나는 세계 최강의 클랜을 이끈다
: 시작부터 주인공을 포함해 인성에 문제가 있는 파티로 시작한다. 주인공은 최약체로 알려진 '화술사'인데 불을 다루는 건 아니고 대화할때 화술사이다. 개인적으로 주인공이 인성이 별로인 작품은 그다지 취향이 아니긴 한데, 그래도 일단 초반 전개 자체는 흥미있어서 좀 더 보고 싶은 마음이 들긴 한다.
: 보기 전에는 주인공이 혹시 진정한 의미의 '화술'로, 전투력이 아니라 입담으로 배틀에서 승리하는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했었는데 그런 작품은 아니고 평범하게 언령같은 느낌의 화술사였다. 아직까지는 '최흉의 버퍼'에 맞는 모습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작품 설정상 최약체인 화술사를 어떤 식으로 최강으로 묘사했는지 궁금해지는 작품이다.
◆ 아내, 초등학생이 되다.
: 제목만 보면 로리콘이 미쳐 날뛸거 같은 라이트한 일상물이 떠오르지만, 의외로 진지한 분위기의 작품. 일상물이지만 개그물적인 요소보다는 삶과 죽음, 그리고 가족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고찰이나 감동적인 이야기가 기대되는 작품이다. 초반부터 눈물샘을 자극하는 요소들이 꽤 있었으니, 밥먹으면서 보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다.
: 제목만 가볍고 설정은 무거운 작품이다. 개그 전개도 아니고 제법 시리어스한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보다 보면 가슴이 먹먹해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개인적으로 이런 설정의 작품에서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엔딩은 '상처를 극복하고 진정한 이별을 마친 다음 서로의 인생을 살아간다'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어떤 엔딩에 도달할지 무척 궁금해지는 작품이다. 끝까지 보는 동안 제법 울게 될 것 같은 게 걱정이다.
◆ 별 내리는 왕국의 니나
: 빈민가의 소녀가 왕녀를 대역하게 되는 대역물이자 신데렐라물이기도 하다. 그림체가 살짝 올드한 느낌이 들고 작화 퀄리티도 좋은 편은 아니라는 점이 아쉽다. 이런 식으로 당찬 여자애와 권력자와의 로맨스 물은 흔하지만, 보통 여자쪽이 비범한 능력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그런게 없어보여서 어떤식으로 전개될지는 기대된다.
: 흑발의 남주인공과 분홍 머리의 여주인공은 요새 로판 (로맨스 판타지) 에서 제법 흔한 캐릭터 문법이라, 대중적인 로판 느낌의 구성이 아닐까 했는데 실제로 초반은 그런 느낌이었다. 여주인공은 요새는 약간 드문 타입의 입 험하고 명랑한 말괄량이 계열인데, 오랜만에 보니 '예전엔 이런 여주인공이 대세인 적도 있었지' 라는 생각이 들어서 보는 동안 조금 추억에 젖기도 했다. 여주인공이 정략 결혼을 위한 대역을 하고 있는데 이 설정에서 어떻게 남주인공과의 로맨스를 그려나갈지 궁금해진다.
◆ 결혼한다는 게, 정말인가요
: 소심남과 소심녀과 회사 사정에 의해서 결혼을 가장한다는 설정이다. 전개도 흥미롭고 재미는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너무 소심한 캐릭터는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 편인데, 주인공과 히로인이 쌍으로 소심하다보니 보고 있는 내내 답답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속이 좀 뚫리는 전개를 원한다.
: 여행사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남녀 주인공이 각자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합의 하에 계약 결혼을 하여 주변을 속인다는 스토리다. 당연히 처음에는 단순히 주변을 속이기 위한 도구였을 뿐이었지만, 점차 정말 부부가 되어가는 과정이 재미 포인트일 것이다.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통칭 니게하지류 작품인데, 사실 드라마화가 먼저 이뤄지고 애니화는 나중에 된 케이스다. 애니의 퀄리티는 다소 미묘한 편. 일본 드라마를 즐겨본다면 추천.
: 소심남과 소심녀 조합은 평소 취향이 아니다보니 보는 동안 조금 답답한 느낌이 들기는 했다. 하지만 원작 독자들이 이미 좋게 평가한 작품이라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에 이후 내용 전개는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보려고 한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느낌의 케미가 이어질지, 아니면 터닝 포인트가 있을지 기대된다.
◆ 잘 가거라 용생, 어서 와라 인생
: 최강의 용이 인간으로 환생하여 평범하게 사는 이야기. 인간으로 환생했다고 해도 용의 힘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독특한 점은 초반의 메인 히로인으로 보이는 캐릭터가 하반신이 뱀인 라미아. 일상물에 가까운 전개가 기대되는 관계로 좋게 표현하자면 마음 편하게 볼 수 있을 것 같은 작품.
◆ 미팅에 나갔는데 여자가 없었던 이야기
: 제목만 보면 BL물인가? 라고 생각되고 초반에도 BL물인가? 라고 생각되지만 알고보니 등장 히로인들이 남장 여자들이었던 일단은 노멀 연애물. 이었을터인데 아무래도 생긴게 남장여자라서 그런지 자꾸 BL물의 느낌이 든다. 분명히 여자애들이긴 한데... 묘한 거부감이 계속 들어서 부담스러웠다.
: 등장 히로인들이 성별만 여성이지 남장한 비주얼과 목소리 연기는 남성에 가까워서 종종 연출되는 장면들이 마치 BL 작품 같다. 그렇다보니 어떤 층을 노리고 있는지 조금 애매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여성인 모습을 좀처럼 보여주지 않아서 러브 코메디라는 생각은 잘 들지 않고 그냥 개그물이라고 생각하고 보면 괜찮다.
◆ 리뷰어 소개
: 좋아하는 작품은 일상물, 드라마, 미소녀가 귀엽게 나오는 작품. 큰 갈등 없이 맘편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을 선호한다. 복잡한 전개나 갈등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 이상의 감동적인 스토리를 보여주는 작품이라면 보기도 한다.
: 좋아하는 작품은 스포츠, 로봇, 아이돌 등 열혈이나 성장물 요소가 포함된 작품. 그림체나 작화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고 내용만 마음에 들면 본다. 설정이 과하다 못해 아예 뇌절해버리는 작품들에 뜬금없이 꽂히기도 한다.
: 순정 만화와 SF, 락밴드를 좋아하며, 하루에 적어도 3시간은 애니메이션이든 영화든 드라마든 무언가 챙겨보는 생활이 일상이 되어 버린 중증 덕후. 애니와 관련된 이야기라면 사족을 못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