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퀘스트3는 JRPG라는 장르를 확립한 게임이다. 1988년 출시 후 일본에서 어마어마한 인기를 얻은 것은 물론, 시리즈 중 최고라고 꼽히며, 수많은 개발자들에게 영감을 주기도 했다. 그 영향력 덕에 드래곤 퀘스트3는 명작 그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드래곤 퀘스트 35주년 이벤트에서, 드래곤 퀘스트3가 새로운 모습으로 리메이크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후 몇 년의 기다림이 이어졌다. 높은 기대치 만큼이나 많은 불안의 소리도 함께 나왔다. 그리고 드디어, 드래곤 퀘스트3 HD-2D 리메이크(이하 드래곤 퀘스트3 리메이크)가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번 리메이크작은 원작이라는 거대함을 과연 넘을 수 있을까. TGS2024를 앞두고 도쿄 스퀘어에닉스 본사에서 하야사카 마사아키 드래곤 퀘스트3 리메이크 프로듀서와 이에 대해 심도있는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다.

▲ 스퀘어에닉스 하야사카 마사아키 프로듀서


Q. 드래곤 퀘스트3는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그렇기에 이번 리메이크 타이틀에 대한 기대치가 매우 높다. 이러한 부분이 부담으로 다가오지는 않는가.

= 물론 드래곤 퀘스트3 리메이크를 개발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왔을 때, ‘아 이거 실패하면 게임 업계에서 살아남지 못하겠구나'라는 부담감은 있었다.

다만 저는 원작인 드래곤 퀘스트3가 발매됐을 때, 실시간으로 그 영향력을 경험한 세대가 아니다. 발매 당시에는 태어나지도 않았다(웃음). 그 당시 드래곤 퀘스트3가 일으킨 사회적 현상, 그리고 그 열광에 대해 잘 모르는 상황이었다. 분위기를 잘 몰랐다고도 보면 된다. 그래서 오히려 부담이 적었던 것 같다.


Q. HD-2D를 선택했다. 풀 3D를 비롯해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을 텐데, HD-2D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 그래픽을 검토할 때 당연히 풀 3D라는 선택도 있었다. 다만 풀 3D로 제작할 경우, 유저들이 기대하는 건 아무래도 드래곤 퀘스트11과 같은 그래픽이다. 그 정도의 그래픽으로 드래곤 퀘스트3를 제작하려면, 정말 완성까지 몇 년이 걸릴지 도저히 예측할 수 없었다(웃음).

드래곤 퀘스트3는 30년 전 발매된 타이틀이다. 그리고 HD-2D는 확실히 오래된 타이틀일수록 진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추억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현대적인 모습, HD-2D의 강점이다. 내부에서도 만장일치로 HD-2D를 선택했다.


Q. HD-2D로 리메이크하면서 힘들었던 점이 있을까. 그리고 HD-2D였기에 표현할 수 있었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설명 부탁한다.

옥토패스 트래블러나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 등 기존의 타이틀은 흔히 말하는 스퀘어계 타이틀, 어른스러운 느낌의 타이틀이다. 하지만 드래곤 퀘스트는 느낌이 다르다. 드래곤 퀘스트 다운 느낌, 비비드한 색감 이런 것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 힘들었다. 이번 타이틀이 시리즈 중 첫 도전이기도 했다.

드래곤 퀘스트답다 라는 게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은 사람마다 다르다. 그런 ‘드래곤 퀘스트'의 특징을 어떻게 살려야 하는지, 이 부분을 찾는 과정이 정말 어려웠다.

반대로 HD-2D였기에 토리야마 선생님이 만든 도트 몬스터를 현대에 가져와서 사용할 수 있었다. HD-2D를 통해 토리야마 선생님이 만들어낸 몬스터들의 그 귀여운 느낌, 옛날 그 느낌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었다는 게 정말 가장 큰 장점이 아닌가 싶다.



Q. 드래곤 퀘스트3의 경우 스토리가 정말 유명하지 않나. 하지만 아무래도 오래된 작품인 만큼, 다듬을 부분이 있었을 텐데, 어디에 기준을 뒀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장 고민스러웠던 부분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 이번 리메이크는 원작을 중시했기에, 현대에 맞춰서 빼거나 한 부분은 없다. 다만 옛날 게임이기에 게이머들이 불편함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다음 목적지에 대한 힌트를 준다거나, 스토리적으로 잘 모를 수 있는 부분 등은 개선했다.

현대 게임처럼 50~60시간을 플레이할 수 있는 큰 볼륨은 아니다. 하지만 원작 스토리가 가진 감동적인 부분, 그리고 당시 팬들이 느꼈던 감정, 이런 것들을 지금의 유저들도 느낄 수 있게 하는 걸 목표로 했다.


Q. 리메이크 작품을 개발하면서 가장 신경 쓴 개선 사항이 있을까. 많은 요소가 현대적으로 개선되었기에 궁금하다.

= 리메이크 개발 시 가장 고민하고, 또 참여한 건 캐릭터 메이킹 시스템이다. 다른 멤버들이 모두 필요없는 기능이라고 말했지만, 현재의 게이머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분명 필요한 시스템이라고 생각했다. 캐릭터를 만들어서 일관성 있게 게임을 진행하고 싶을 것 같았다. 당장 무투가 남성이 마법사로 전직하면 갑자기 청년에서 할아버지가 되어버린다.

원작의 이런 부분은 현대에 맞지 않다 싶어서 캐릭터 메이킹을 넣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모두 필요하지 않은 기능이라고 해서, 직접 1부터 100까지 다 만들었다. 완성하는 데 3개월이나 걸렸다(웃음).



Q. 이번 작품으로 처음 드래곤 퀘스트라는 명작 시리즈를 접하는 유저가 어떤 경험을 했으면 하는지 설명 부탁한다.

= 아마 이번 리메이크를 통해 드래곤 퀘스트3를 처음 접하는 유저들은 두 타입이 있을 것 같다.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를 아예 처음하는 사람, 그리고 드래곤 퀘스트3를 하지 않은 시리즈 팬이다.

드래곤 퀘스트3는 일본에서 하나의 사회 현상을 일으킬 정도로 유명했던 작품이다. 그리고 JRPG라는 장르를 확립한 작품이기도 하다. JRPG를 많이 즐긴 유저들은 장르의 시작을 새롭게 플레이하면서 여러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많은 개발자들 역시 드래곤 퀘스트를 통해 RPG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이야기한다. 이번 리메이크 작품을 플레이하면서 그들이 어떤 부분에서 감명을 받아 자신들의 게임을 만들었는지 직접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후자의 경우, '조마가 나온 작품이 바로 이거네'라거나, 유명한 이벤트 장면을 보면서 '아 이게 3편에 나왔던 장면이구나' 이런 부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드래곤 퀘스트3은 시리즈에서도 굉장히 팬이 많은 작품이기에, 기존 시리즈를 즐긴 유저라면 '아 이게 여기에 나왔네!'라는 식으로 익숙하고 반가운 내용이 많이 들어있을 거라 생각한다.


Q. 과거의 명작을 리메이크하는 경험은 소수의 개발자에게만 주어지는 기회가 아닌가 싶다. 직접 개발해본 디렉터의 입장에서, 고전을 리메이크한다는 건 어떤 의미이자 어떤 작업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 역시 가장 의미있는 건, 과거 명작을 현재의 플랫폼으로 플레이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드래곤 퀘스트는 게임 역사상 금자탑을 쌓은 타이틀이다. 하지만 옛 게임이기에, 이식작들이 있긴 해도 지금의 사람들이 플레이하기 어렵다. 이를 현대 게임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정도로 만들면서도, 게임의 역사 내에서 쌓아 올린 금자탑, 중요한 타이틀로서의 위치를 잇는 것이 리메이크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Q. 1&2편이 아니라 3편을 먼저 리메이크한 이유가 있을까.

= 3편부터 리메이크한 건 의도가 있다. 아무래도 1, 2, 3편 순으로 접근성이 좋아지는 부분이 있기에 3편을 먼저하고 1&2편을 플레이하면 시리즈에 입문하기 쉽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로토 3부작의 경우 시간순으로는 3, 1, 2편이 맞다. 이 순서대로 플레이했을 때 원작에는 없었던 새로운 내용, 깜짝 놀랄 포인트를 넣을 수 있어서 3편을 먼저 리메이크 하게 됐다.


Q. 원작 출시 이후 여러 플랫폼으로 이식됐다. 이식 후 다양한 요소가 추가됐는데, 리메이크판에도 이식작들의 요소가 적용된 게 있는지 궁금하다.

= 오르테가의 여정 이외에도 많은 추가 요소가 있다. 엔드콘텐츠도 준비되어 있다. 배틀 로드도 새로운 요소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이식이 되면서 새로운 요소가 들어갔기에, 리메이크 역시 유저들의 기대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마물조련사라든지 여러 새로운 콘텐츠를 넣었다.


Q. 마물조련사 이야기가 나온 김에, 마물조련사를 지금 형태로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 마물조련사라는 직업이 등장한 이유에 대해 설명해야 할 것 같다. 리메이크가 되면서 맵이나 필드가 굉장히 넓어졌고, 뭔가 채워 넣을 플레이 요소가 필요했다. 맵만 넓어지고 아무것도 없네라는 생각을 막고 싶었다. 그리고 몬스터 투기장의 경우 원작 있었다. 배팅하고 돈을 따는 그런 구조였다. 하지만 이 부분이 들어가면 해외 심의가 어렵다. 그래서 투기 요소를 없앴지만, 투기장은 넣고 싶었다. 고민 끝에 변경해서 몬스터 배틀 로드라는 시스템을 만들게 됐다.

그런데 넓어진 맵을 활용하면서도 배틀 로드도 재미있게 하려면, 몬스터를 더 쉽게 잡을 수 있는 직업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더라. 그리고 리메이크에 있어 유저들이 가장 기대하던 부분이 새로운 직업이었다. 이런 것들이 모두 합쳐져 마물조련사가 탄생했다. 상황에 가장 잘 맞는 형태였다.


Q. 그래픽이 좋아졌지만, 배틀 중 캐릭터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게 아쉽다. 이런 선택을 한 이유가 있나.

= 개발 초기에는 전투를 할 때도 등 뒤를 보여주면서, 어택하면 캐릭터가 직접 가서 공격하고 돌아오고 이런 식으로 구상을 했었다. 그런데 이를 사용하니 드래곤 퀘스트3 특유의 전투 템포감이 없어지더라. 호리이님과도 논의를 했고, 그 결과 해당 사양은 아닌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배틀 그래픽을 선택했다.


Q. 신규 에피소드인 오르테가의 여정에 대해 설명 부탁한다.

= 오르테가의 여행이 어떻게 진행 됐는지, 지하 세계에는 어떻게 갔는지 이런 부분이 원작에는 잘 그려져 있지 않다. 간접적으로만 알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는 오르테가가 밟았던 여정을 주인공도 그대로 겪을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부자간의 인연을 볼 수 있는 스토리가 오르테가의 여정이다. 다만 오르테가를 직접 플레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Q. 마지막으로 한국 유저들에게 인사 부탁한다.

= 일단 원작을 플레이한 유저들은 아마 그래픽적 한계가 있었기에, 각자 상상한 것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HD-2D로 리메이크된, 구현된 모습이 상상과 얼마나 비슷한지 이런 것들을 즐기면서 게임을 플레이하면 더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드래곤 퀘스트3를 플레이하지 않은 유저들에게는 시리즈의 입구로서, 처음 접하는 작품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JRPG라는 장르를 확립시킨 작품이며, 역사적으로도 플레이할 가치가 충분하기에 꼭 발매 후 경험해 보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