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개발자 소미가 1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유니티 유나이트 2025' 행사에서 연사로 나서 자신의 개발 경험과 철학을 공유했다. 그는 특히 최신작 '미제사건은 끝내야 하니까'를 중심으로 게임 개발 원칙과 고민을 상세히 설명하며, 자신의 경험이 다른 개발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

▲ 개발자 소미(닉네임)

소미는 2014년 데뷔 이후 사회와 개인의 관계,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작품들을 꾸준히 선보여왔다. 그의 게임들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플레이어가 개발자가 마주한 세계 속에서 자신만의 해석과 감정을 발견하는 '공명'의 경험을 목표로 한다.

대표작으로는 '레플리카', '리갈던전', '더웨이크'로 구성된 '죄책감 3부작'이 있으며, 사회 시스템과 개인의 고뇌를 깊이 있게 다뤄 주목받았다. 최근 출시한 '미제사건은 끝내야 하니까'는 기억과 진실을 탐구하는 독창적인 퍼즐 어드벤처로, 독일 게임 페스티벌 '어메이즈'(A MAZE.) 대상과 미국 '인디케이드'(IndieCade) 내러티브상을 수상하며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동시에 받았다.

그는 초기 자신의 게임들이 주로 사회의 어두운 면과 부조리를 다뤘다고 밝혔다. 게임에 분명한 주제 의식과 메시지를 담는 것이 자신의 작품을 특별하게 만드는 요인이라 생각했으며, 이러한 관점이 '죄책감 3부작'으로 집결되었다.

'죄책감 3부작' 중 '레플리카'(2016)는 전체주의 국가의 감시하에 놓인 소시민의 죄책감을, '리갈 던전'(2017)은 시스템의 부조리 속에서 '근면한 악인'이 되는 과정을, '더 웨이크'(2020)는 암호화된 일기장을 통해 대물림되는 죄와 개인적 상처를 탐구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소미는 이 3부작이 모두 자신의 '죄책감'에 관한 이야기였으며, 게임을 통해 자신이 속한 사회와 가정의 현실을 묘사하고 플레이어의 공감을 얻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일부 해외 미디어에서는 그를 '사회운동가'로 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3부작 완성 후 약 3년의 공백기를 거치며 게임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생겼다고 밝혔다. 그는 게임을 메시지 전달의 도구로만 사용하는 것에 의문을 품게 되었고, '게임은 메시지보다 아름다워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회고했다. 게임 그 자체로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목표를 세웠다는 것이다.

▲ '미제사건은 끝내야 하니까'

이러한 변화는 2023년 신작 '미제사건은 끝내야 하니까' 개발 과정에 반영되었다. 그는 작가와 분리된, 독자적인 세계 구축을 목표로 삼았다. 당시 사회의 슬픈 소식들을 접하며 비극 대신 위로와 연대를 담은 허구의 유토피아를 그리고자 했고, '서로가 서로를 위해 거짓말을 한다'는 주제 아래 책임과 이해에 관한 이야기를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탄생한 '미제사건은 끝내야 하니까'는 실종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퍼즐 어드벤처로, 치매를 앓는 퇴직 경찰관의 기억 조각을 맞추는 독특한 방식을 취한다. 소미 개발자는 이 작품이 작가와 분리된 완성된 세계를 만들고자 한 자신의 첫 시도였으며,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하려는 노력 자체에 큰 의미를 둔다고 강조했다.

그는 게임 개발에 앞서 '게임이란 무엇인가', '어떤 게임을 만들고 싶은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서 그는 자신의 핵심 게임 디자인 원칙 두 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하루에도 수백 개의 게임이 쏟아지는 공간에 비슷한 제품을 더하는 것은 낭비"라며, 기존에 본 적 없는 전례 없는 구성과 형식의 게임을 만드는 것을 첫 번째 원칙으로 삼는다고 밝혔다.

둘째는 몰입을 위해 '튜토리얼 없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다. 이 상충될 수 있는 두 원칙을 조화시키기 위해 '익숙한 무대 속 낯선 경험'이라는 전략을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스마트폰 화면을 그대로 옮겨온 '레플리카'나 소셜 미디어 UI를 차용한 '미제 사건'처럼, 익숙한 인터페이스 안에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직관적인 이해를 돕는다는 설명이다.

게임 소재와 영감은 주로 문학 등 다른 매체에서 얻는다고 말했다. '레플리카'는 코리 닥터로의 소설에서, '더 웨이크'는 앨리슨 벡델의 에세이에서, '미제 사건'은 줄리언 반스 등의 소설과 영화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구체적인 예를 들었다. 그는 관련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공부가 게임의 서사를 풍부하게 하고 전달하는 태도의 진정성을 더한다며, '공부한 만큼 말해야 한다'는 신조를 강조했다.


그의 게임은 상업적 성공과는 별개로 플레이어와 평단으로부터 꾸준히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미제사건'은 독일 어메이즈 대상, 미국 인디케이드 내러티브상 수상, IGF 후보 선정 등 국제적인 성과를 거두었으며, 일본 유명 배우 호시노 겐이 직접 게임을 소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게임을 플레이해 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향후 게임 개발 방향에 대해서는 다시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 '더 웨이크' 플레이 경험을 통해 얻었던 '공명'의 순간을 되짚으며, 플레이어 각자가 자신의 이야기와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당신의 이야기와 의미가 게임을 완성시킨다'는 지향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는 이러한 방향성을 통해 '소미'라는 개발자만의 정체성과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개인 개발자에게는 꾸준한 활동을 통해 독자적인 세계를 보여주고 신뢰를 얻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의 모든 게임이 유니티 엔진으로 제작되었음을 밝히며, 1인 개발 환경에서 유니티의 편의성과 호환성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감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