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철 위원장 "게임이용자 위한 열린 창구 필요하다"
이두현 기자 (Biit@inven.co.kr)
게임물관리위원회(위원장 김규철)가 처음으로 게임이용자의 다양한 의견을 듣는 정책 토론회를 서울 CKL기업지원센터에서 28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게임이용자의 적극적인 정책 참여 활성화 방안이 논의됐다. 토론회는 전문가들이 법 제도 측면에서 게임이용자 정책 참여 방안을 제시하고, 게임이용자 단체 및 전문가들이 발제 내용에 대한 논의로 채워졌다. 이후 게임이용자들이 직접 질문하고 답변을 듣는 시간도 마련됐다.
김규철 게임물관리위원장은 "게임이용자는 게임산업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게임 정책을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창구가 필요하다"라며 "마차시위로 대표되는 이용자 불만에 게임위도 게임을 관리한다는 측면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처럼 게임이용자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게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게임이용자와 전문가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겠다"고 덧붙였다.
정책 토론회에 성수민 변호사(법무법인 한앤율), 이철우 변호사(한국게임이용협회장), 성수현 YMCA 게임소비자센터 팀장, 김민성 한국게임소비자협회장, 곽경배 데일리게임 편집장, 박한흠 게임물관리위원회 소장이 참여했다. 게임이용자는 20여 명이 참석했다.
성수민 변호사는 '제도권 내에서의 게임이용자 정책 참여 방안'을 주제로 정책을 제언했다. 성 변호사는 "게임정책 결정 과정에서 게임이용자가 참여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있지 않다"며 "소통 창구 부재로 게임이용자 권익 침해 시 여론 형성, 집단행동 등으로 게임사, 정부에 문제상황을 인식켜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게임이용자이 정책 결정 과정 참여 및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 변호사는 게임이용자의 정책 참여를 위해 △원스톱 지원센터 설치 △이용자권익보호위원회 설치 △등급분류기준 개선 시 게임이용자 의견 반영을 제시했다. 등급분류와 관련해선 직권등급재분류 등 사후관리 시 다양한 연령의 이용자 의견을 수렴하여 심의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철우 변호사는 일부 게임사의 이용자 기만행위와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불투명성 등으로 게임이용자 권익 보호의 필요성이 대두됐다고 짚었다. 확률형 아이템 조작 사건, 무성의한 서비스 제공, 정보 비대칭성으로 인한 문제 발생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 변호사는 게임이용자의 실질적인 정책 참여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태까지 이미 결정된 정책 또는 등급분류결과에 대한 항의성 의견 개진만 가능했다면, 이제는 정책 수립 및 결정 과정에서 이용자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정보 공개 등을 통해 이용자 신뢰 제고 및 권익 보호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정책 참여 활성화를 위한 과제로 △법제도 정비 △의견수렴을 위한 시스템 구축 △게임관련 각 사회 주체 간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어 "정부, 게임사, 게임이용자 간 상호 신뢰와 소통을 기반으로 한 정책 수립이 게임산업 발전과 건전한 게임 문화 조성에 기여할 것"이라 기대했다.
성수현 팀장은 게임이라는 상품이 갖는 특수성과 일정 부분의 전문성을 고려해 관련 분쟁은 '게임물분쟁조정위원회'(가칭)와 같은 별도 기구를 설치하고 게임소비자를 대표할 수 있는 자가 위원회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를 통해 게임 분쟁을 보다 효율적으로 조정하고, 게임 분쟁 관련 합의의 의미 있는 사례를 중점적으로 분석해 정책에 반영하는 시스템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됐다.
이어 "소비자기본법에 의해 설치된 소비자단체의 역할을 제고하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게임산업과 소비자 권익침해 쟁점에 대한 이해, 게임관련 법제도 관련 교육을 일단 정부에서 계획해 시행해 보는 것도 게임소비자의 정책 참여 활성화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김민성 한국게임소비자협회장은 민간, 학계, 법조계 등으로 구성된 상임위원회 설치를 제시했다. 상임위원회가 소비자 의견을 모아 구체적인 정책을 기획하고, 게임위가 이를 보조하는 구조다. 김 협회장은 "이러한 조직이 악성 민원, 즉 악의적인 소비자의 요구사항 등을 사전에 차단하는 역할도 함께 수행한다면 산업의 윤리적 경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말했다.
김 협회장은 정부의 자체등급분류사업자 규제 완화 정책이 소비자 권익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자체등급분류사업자는 정부 기관의 역할을 양도받아 수행하지만, 정부 기관과 같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청원권, 감사청구권, 행정심판과 같은 의무에서 자유롭기에 책임 없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고, 그만큼 권력을 남용하기 쉽다고 주장했다. 예로 환불 기준 비공개, 유통 정지, 불법게임물 방치 등이다. 이에 "자체등급분류사업자를 소비자 권리 아래 두고, 일원화된 정부 조직이 소비자의 목소리를 들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곽경배 편집장은 "이십여 년 게임산업을 돌아보면 이용자와 산업계가 이렇게 대척점에 서 있었던 적이 있나 싶다"며 "확률형 아이템으로 그 신뢰 관계를 깨버리는 것은 산업계이고, 아직도 고쳐야 할 점이 많지만, 이용자 의견에 귀 기울여 좋은 게임으로 보답한다면 회복될 가능성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게임사는 공정거래위원회를 응원하는 유저들의 심정이 뭔지를 헤아려 낮은 자세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길 권한다"고 덧붙였다.
박한흠 소장은 "과거 정책 과정에서 능률성은 결과를 중심으로 전문성과 신속성을 중심으로 논의되었지만, 오늘날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민 참여에 기반한 절차적 타당성 확보와 정책 수용성 제고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게임 정책은 주요 고객인 국민의 참여 과정이 상대적으로 미흡했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만큼, 제도적 참여 과정 확대 노력은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참여는 필연적으로 의견 청취와 협의 과정, 합의점 도출이라는 물리적 시간을 요구하므로 건별로 달리 접근할 필요성도 있다"며 "경우에 따라 불법 요소의 시정 등 정책 집행과정에서 신속한 처리가 요구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제도 입안, 정책 설정 과정에서는 소통에 기반한 민주적 참여를 기본으로 하되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별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재홍 교수(숭실대학교, 전 게임물관리위원장)는 "게임이 국가 경쟁력을 가진 산업으로 올곧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게임사와 이용자의 소통이 필연적이다"라며 "앞으로 우리 게임사가 이용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해 서로 이해하고 신뢰하는 관계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