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어떻게 부활할까?
정재훈 기자 (Laffa@inven.co.kr)
블리즈컨 2023이 마무리된 후, 북미 게임업계에 하나의 소문이 퍼졌다. 블리자드의 CEO '마이크 이바라'가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스타크래프트'의 미래를 묻는 말에 약간의 가능성을 내비침과 동시에 'RTS는 아닐 수도 있다'라는 말을 더한 것.
불확실함을 논함에 있어 단어의 선택 온도는 각 게임사마다 상이한 편이나 블리자드는 여지가 없는 일에 대해서는 항상 못을 박아 왔다. '히어로즈오브더스톰'의 업데이트 중단이나, 디아블로3, 오버워치 리그 건에 대한 언급이 참고할 만한 전례가 될 것이다. 아마 스타크래프트에 대해 논의된 바가 전혀 없다면, 말 그대로 '지금 단계에서는 논의된 바가 없다'라고 답했을 것이란 뜻이다.
마이크 이바라의 발언을 보다 직설적으로 풀이하면,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스타크래프트라는 IP를 다시 만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RTS로 나오진 않을 것이다."
많은 게이머들은 과거 블리자드가 스타크래프트 IP로 RTS가 아닌 도전을 했던 것을 알고 있다. 이른바 '스타크래프트 고스트'. 2002년, 도쿄 게임쇼에 최초 공개되어 순식간에 블리자드 최고의 기대작이 되었던 이 작품은 유령 요원 '노바 테라'를 주인공으로 하는 TPS로 소개되었지만, 여러 사정이 겹친 끝에 베이퍼웨어가 되어 버렸다.
때문에, 스타크래프트의 슈터화는 팬들에게 일종의 아픔으로 남아 있지만, 블리자드의 현 상황을 고려하면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이기도 하다.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건 얼마 전, 블리자드가 MS 산하로 편입되었고, 이를 대외적으로 각인하기 위해 블리즈컨 2023에 마이크로소프트 게이밍의 CEO인 '필 스펜서'가 등판했다는 것이다.
실제 게이머들이 가장 궁금해할 게임패스와 배틀넷의 연계에 대해서는 아직 디테일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제부터 개발될 블리자드의 신작 대부분은 콘솔 동시 개발을 기본 명제로 삼게 될 것이다. 이에 스타크래프트 IP를 활용한 신작이 나온다면, 가장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 액션, 슈터가 된다. 20년 넘게 RTS 게임의 기둥이 되어주었던 스타크래프트이지만, 콘솔과 RTS가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마이크 이바라'의 발언 또한 이를 염두에 두었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블리자드가 공식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스타크래프트 고스트'외에도 스타크래프트의 슈터화에 대한 소문은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으며, 지난 2019년에는 '아레스'라는 프로젝트명으로 스타크래프트의 대규모 멀티플레이 슈터가 개발 중이었다가 중단되었다는 외신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블리자드의 결정권을 지닌 그룹에서도 스타크래프트의 스핀오프에 대한 의지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블리자드가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한, '스타크래프트'의 부활은 여전히 루머일 뿐이며, 실제 개발 단계에 이르렀다 해도 그간 몇 번이고 프로젝트가 취소되었던 만큼 여전히 지나가는 루머로 남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하지만, 마이크 이바라 CEO의 언급과 외적 상황, 그리고 게임 체인저가 필요한 블리자드와 팬덤 간 분위기를 고려하면, 이번 소식은 꽤 설득력있게 다가오는 것 또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