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요? 대회를 관전하는 관전자? 대회의 재미를 돋우는 중계진? 대회의 진행을 위해 뒤에서 열심히 움직이는 스태프? 지금 나열한 모든 요소가 중요하겠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대회에 참가해 승부를 겨루는 '선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e스포츠 역시 크게 다르진 않을 것입니다. 대회에 참가해 자신의 기량을 아낌없이 발휘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선수들이야말로 e스포츠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중에서도 일부 선수들은 이미 뛰어난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게이머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곤 합니다.
'이터널 리턴에서 그런 선수가 누구일까'라고 생각하면 바로 떠오르는 선수가 있습니다. 바로 오늘의 주인공 '한동그라미' 선수입니다. 한동그라미 선수는 여러 대회에서 이미 높은 성적으로 수상한 바가 있으며, 자신의 대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 나타폰, 셀린 등으로 게이머들의 감탄을 자아내는 플레이를 선보이곤 합니다.
한동그라미 선수는 이번 시즌 9 마스터즈 오픈 개인전에서도 높은 성적으로 이미 7월에 대전에서 진행될 예정인 시즌 9 파이널 진출을 확정하기도 했는데요. 그런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 봤습니다.
※ 해당 인터뷰는 마스터즈 오픈 #16 : 개인전 이전에 진행했습니다.
Q. 안녕하세요. 이터널 리턴 유저분들에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나타폰과 셀린으로 대회를 가장 많이 뛴 선수 '한동그라미'입니다.
Q. 이터널 리턴은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 2021년 11월 1일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때가 군대를 전역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기도 하고, 날짜가 기억하기 쉬워서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Q. 이터널 리턴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 전역한 이후라서 시간이 여유로우니까 해볼만한 게임을 찾고 있었는데, 친구에게 이터널 리턴을 영업 당했어요. 그때는 남는 것이 시간이었으니 바로 OK하고 시작했죠.
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 며칠동안은 재미가 없었습니다. 제가 다른 사람과 경쟁하는 PVP 게임을 좋아해서 캐릭터를 선택하고 싸우는 것은 재미있었지만, 어느 지역에 어떤 아이템이 나오고, 파밍 동선은 어떻게 구성해야 하고, 어떤 전설 장비를 만들어야 하는 등 이터널 리턴 특유의 시스템이 너무 어렵게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저한테는 옆에서 가르쳐주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듀오와 스쿼드 모드를 플레이하면서 배우다 보니 점점 익숙해졌고, 익숙해지고 나니 이터널 리턴에 재미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Q. 이터널 리턴 실력을 보면 다른 게임도 굉장히 잘하셨을 것 같은데, 이터널 리턴 이전에는 어떤 게임을 플레이하셨나요?
= 개인적으로 다른 사람과 겨루는 PVP 게임을 좋아하는데, 이터널 리턴 다음으로 재미있게 했던 게임은 오버워치입니다. 오버워치는 고등학생 때 플레이했었는데, 점수로는 4,600~4,700 사이, 등수로는 100위 안을 유지했었습니다.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그 당시에 제가 인벤에서 진행하는 이벤트 매치에 일반인 랭커 포지션으로 참가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중계를 김영일 캐스터님이 담당하셨는데, 이터널 리턴에 와서도 김영일 캐스터님이 중계를 해주셔서 개인적으로 내적 친밀감을 느꼈습니다.(웃음)
Q. 한동그라미라는 닉네임은 어떤 의미인가요?
= 제 이름인 한동규에 동그라미를 합쳐서 만들었습니다. 사실 별 뜻은 없고, 발음하기가 좋아서 만든 닉네임입니다.
Q. 시즌 4에 파일럿으로 진행된 ERL의 첫 대회부터 선수로 활동하셨습니다. 어떤 계기로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나요?
= 처음에는 그냥 한번 도전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신청했습니다. 솔직히 예선을 통과할지도 몰랐고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땐 부족한 점이 정말 많았거든요. 운이 좋게도 예선을 통과해 ERL에서 활동할 수 있었고, 좋은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었습니다.
Q. 혹시 그때 ERL에 같이 듀오로 참가한 선수가 이터널 리턴을 영업했다는 그 친구인가요?
= 맞습니다. 저한테 이터널 리턴을 영업하고 가르쳐줬던 친구입니다.
Q. 이터널 리턴에서 진행하는 대회에 다수 참가하셨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가 있다면?
= 2022년 말에 있었던 IEF 국제 e스포츠 페스티벌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어머니가 지금은 돌아가셨는데, 의식을 잃으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경기를 보면서 저를 응원해 주셨던 대회였습니다. 어머니는 이터널 리턴뿐만 아니라 제가 하는 모든 일들을 응원해 주셨어요. 어떻게 표현해도 부족할 정도로 그저 감사하다는 마음뿐입니다. 앞으로도 그 대회가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Q. 대회에 참가한 횟수만큼 수상도 많이 하셨습니다. 이터널 리턴 유저 사이에서도 인지도가 높으신데 부담이 되셨던 적은 없으신가요?
= 경험이 많지 않던 초반에는 부담이 컸습니다. 많은 분이 응원해 주시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집착도 있었고요. 그리고 제가 솔로 랭크에서 새로운 캐릭터를 플레이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캐릭터에 대해 질문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고 느낍니다.
지금도 부담을 완벽하게 떨쳐내진 못했지만, 그래도 지금은 경험이 쌓이면서 어느 정도 익숙해졌습니다.
Q. 혹시 자신만의 루틴이나 징크스가 있으신가요?
= 뭔가를 하면 진다는 징크스는 딱히 없고,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하는 루틴은 있습니다. 제가 세팅에 민감한 편이라서 의자 팔걸이와 키보드가 정해진 위치에 있어야 해요. 그리고 한 라운드를 시작할 때마다 의자 높낮이를 조절하고, 말려 올라간 옷을 내려서 정리하고, 이어폰을 눌러서 귀에 꽉 차게 합니다. 이 과정을 라운드마다 반복하는 것이 제 루틴입니다.
Q. 최근 플레이엑스포에서 진행한 코발트 챌린지 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코발트 모드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코발트 모드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코발트 챌린지 컵에 참가하기 위해 팀을 짜고 연습을 많이 했는데, 우선은 현재 버전에서 성능이 좋은 캐릭터가 무엇인지부터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4명이 한 팀이다 보니 균형 있는 조합을 구성해야 하고, 처음에 선택하는 6개의 아이템도 팀원과 상의하면서 선택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의를 통해 조합을 구성했다면 초월 아이템도 어떻게 분배할지 미리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운영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팀을 꾸린다면 같이 연습하면서 그 팀만의 운영을 최적화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Q. 코발트 챌린지 컵도 정기적으로 개최될 것으로 보이는데, 선수로서 코발트 모드의 이런 부분은 개선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 코발트 모드 자체에 바라는 것은 딱히 없습니다. 코발트 챌린지 컵을 진행할 때 캐릭터 밴픽 과정을 실시간을 보여줬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밴픽 과정도 대회에서 볼 수 있는 재미 요소인데, 이번 대회에서는 밴픽이 끝난 후에 결과만 보여줘서 아쉬웠습니다.
Q. 지난 시즌 8까지를 기준으로 한동그라미 선수가 주로 플레이한 캐릭터는 나타폰, 셀린, 칼라, 타지아였습니다. 실제로 대회에서도 자주 플레이하셨는데 이 중에서 원픽을 뽑으신다면?
= 저는 나타폰을 가장 좋아합니다. 대회 성적으로 보면 칼라와 셀린이겠지만, 나타폰에는 추억이 많거든요.
Q. 나타폰을 원픽으로 뽑으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 이터널 리턴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집중해서 플레이했던 캐릭터가 나타폰이었습니다. 카메라라는 특이한 무기를 사용하는 데다가 스킬 구성도 독특하고 재밌잖아요.
Q. 본인만의 나타폰 플레이 팁이 있다면?
= 나타폰의 궁극기를 사용했을 때 상대가 얼기 전에 상대 캐릭터를 빠르게 클릭해 두면 디버프 UI에 유지 시간이 표시됩니다. 쉽지 않지만, 할 수만 있다면 상대가 풀려나는 타이밍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서 매우 유용합니다.
Q. 지금은 이전에 비해 나타폰 플레이 비율이 적어진 편이신데, 현재의 나타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현재의 나타폰 성능은 생각보다 좋은 편입니다. 나타폰이 출시 당시에는 워낙 약해서 시즌이 지날 때마다 꾸준히 버프를 받았거든요. 오히려 지금이 나타폰 인생의 전성기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대회에서도 나타폰을 사용할 예정입니다.
Q. 최근에는 대회에서 자히르도 자주 선택하고 있습니다. 자히르를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 제 생각으로는 우승하기 위한 전략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오브젝트를 모두 챙기면서 쉬지 않고 굴려 나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야생동물을 사냥하면서 모은 크레딧으로 재료를 수급하는, 소위 말하는 벽 보고 크는 것입니다.
두 가지 전략 중에서 자히르는 벽 보고 크는 전략에 적합합니다. 자히르만큼 야생동물을 사냥하기 좋고, 위클라인 버스트가 빠른 캐릭터가 딱히 없기 때문이죠. 게다가 개인적으로 재미도 있어서 자주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Q. 이터널 리턴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우선은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잘 뽑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 경험 기준인데, 어렵게 다가왔으나 유니크한 게임성도 이터널 리턴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캐릭터를 다양한 방식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루트 시스템도 좋았습니다.
Q. 그렇다면 반대로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거나 앞으로 바라는 것이 있다면?
= 이터널 리턴이 서바이벌 게임이잖아요. 솔로 랭크 기준으로는 18명 중에 우승자는 단 1명입니다. 그러다 보니 1등이 아니면 패배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예를 들어 9킬 2등이라는 성적을 달성했다면 정말 잘한 건데 결국 1등이 아니니까 패배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서바이벌 장르 게임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하지만, 1등을 못 하더라도 무조건 패배한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라도 자신의 성적을 인정받을 수 있는 장치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Q. 이번 시즌이 끝나면 정식 출시가 다가옵니다. 정식 출시 이후에 가장 기대하는 부분이 있다면?
= 개발일지에서 나오는 모든 것이 기대됩니다. 개발일지에 있던 내용의 일부인데, 오브젝트 채집을 2단계로 나누는 것이 굉장히 좋다고 생각합니다. 수아, 아델라, 칼라와 같은 캐릭터를 빈사 상태로 만들어서 쫓아낸 후에 오브젝트를 채집하더라도 상대가 적당히 회복하고 와서 CC기로 방해하면 채집하기 정말 어려워요. 제가 싸움에서 이겨도 이득을 보는 것이 없고, 싸움이 길어지면 다른 사람들이 모일 수 있으니 정말 난감합니다. 그래서 오브젝트 채집 단계를 나누는 것은 좋은 패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맵이 넓어지는 것도 기대됩니다. 개인적으로 불쾌하게 느껴지는 지형도 수정될 것 같고요. 아직 공개되지 않은 개발일지도 많으니 더 기대됩니다.
Q. 이번 시즌의 마스터즈 오픈에도 참가하셨고, 이번 주에도 대회가 진행될 예정인데요. 대회에 임하는 각오를 부탁드립니다.
= 저는 항상 우승을 목표로 대회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에도 우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Q. 정식 출시 이후에도 대회에서 한동그라미 선수를 만나볼 수 있을까요?
= 당연하죠.(웃음)
Q. 한동그라미 선수에게 이터널 리턴이란?
= 여태까지 이렇게 시간을 투자하고 애정을 가진 게임이 없을 정도로 가장 재미있게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이터널 리턴을 하면서 특별한 경험도 많이 쌓았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죠. 저에게 정말 고마운 게임입니다.
Q. 마지막으로 유저분들과 팬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 제가 잘하든 못하든 항상 응원해 주시고, 현장까지 찾아와 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앞으로 제가 더 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