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애인 이용자의 사연에, 넥슨 메이플스토리가 게임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할 것을 약속했다.

발단은 지난 25일, 메이플스토리 인벤의 한 사용자가 장애로 인해 게임에 어려움을 겪은 사연을 공유하면서 시작했다. '티모실명'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해당 이용자는 자신이 태어날 때부터 뇌병변 장애를 가지고 있었으며, 손가락을 양족 검지밖에 사용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는 "각종 차별과 무시 속에서 살아 왔던 제게 유일한 재미를 느낀게 메이플"이라며, 마우스를 잘 사용할 수 없는 여건 상 '메이플스토리'가 가장 맞는 게임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비올레타 시스템'이 도입되면서부터 게임을 플레이하는 데 지장이 생겼다고 밝혔다.

'비올레타 시스템'은 메이플스토리가 매크로 사용을 막기 위해 활용하는 탐지 시스템의 일환으로, 플레이어는 자신이 매크로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여러 개의 미니게임을 직접 수행해 밝혀야 한다. 정해진 시간 문자를 입력하는 기본적인 형태에서부터 숨겨진 이미지를 찾기, 점차 사라지는 도형을 따라 마우스 커서를 이동해야 하는 등의 미니 게임이 점차 추가됐다.

▲ 거짓말 탐지기 미니게임 예시(출처: 메이플스토리 공식 채널)

오랜 서비스를 이어오는 동안 점점 고도화되는 매크로를 방지하기 위해 여러 형식의 미니 게임이 추가되었지만, 공통적으로 제한 시간 안에 미니게임을 풀어야 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신체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용자 등은 시간 내에 게임을 풀지 못하면, 본인이 매크로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위 사연을 제공한 이용자의 손 구조상 마우스로 도형을 찾아야 하는 게임은 불가능했고, 결국 해당 미니게임이 떴을 때 게임 내 감옥에 갇힐 수밖에 없었다.

메이플스토리 인벤에 올라온 해당 게시글은 메이플스토리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었으며, 이를 확인한 메이플스토리는 공식 홈페이지에 '게임 접근성' 게시판을 신설했다. 앞으로 이용자들의 다양한 피드백을 취합한 뒤, 관련 업데이트를 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넥슨 관계자는 "해당 게시판은 화제가 되기 전부터 준비해오던 것으로, 게임 접근성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게임 산업의 경우 지난 수 년간 장애인 게임 접근성의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며 신작에 관련 기능을 대거 추가하는 일이 늘었다. 2020년 출시한 너티독의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는 장애인 자문단의 조언을 받아 60여 종이 넘는 접근성 옵션을 추가했으며, 콘솔 플랫폼 기업 Xbox와 SIE는 각각 장애인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이 강화된 컨트롤러를 선보이기도 했다.

최근 콘솔 게임으로 시선을 돌리기 시작한 국내에서도 게임 접근성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긴 했으나, 오랜 기간 서비스되어 온 게임에서는 비교적 부족한 부분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현 시점 기준 색약자를 위한 설정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국내 온라인게임은 던전앤파이터, 배틀그라운드, 검은사막, 로스트아크 등이 있지만, 그 외 접근성 기능의 경우는 지원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메이플스토리의 경우, 색상으로 구분이 필요한 스테이지에 모양 구분을 추가하거나, 배경음악 퀴즈에 텍스트 힌트를 추가하는 등 접근성 개선을 위한 직,간접적인 개선 조치를 진행해 온 바 있다.

넥슨 관계자는 "'메이플스토리'는 게임 내 장애인 이용자들에 대한 게임 접근성 향상 및 개선을 도모하고자 게임 접근성 관련 게시판을 오픈했으며, 이 게시판을 통해 개선 필요 사항 또는 불편 사항에 대한 제보를 받고 있다"며, "키보드 사용이 어려운 이용자의 경우에는 유선 고객센터에서도 제보 가능하다. 게임 접근성 향상을 위해 많은 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지속적으로 노력을 이어 나가겠다"고 전했다.
[ 내용 수정 : 2024.06.28. 14:57 ] 게임 접근성 게시판 신설 시기에 따른 관계자 멘트 수정 반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