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사라졌을 수도 있긴 한데, 어릴 때 그렇게도 외쳤던 "기준!"을 기억하실까? 학창 시절 '기역'의 성씨를 가졌거나 혹은 나처럼 굉장히 키가 작았다거나 했다면 운동장에서 정말 많이도 외쳤을 그 단어. 그냥 선생님이 네가 기준이라길래 외치는 그 단어의 본질을 곱씹어 보면 참으로 가슴 떳떳해지는 단어이기도 하다. 성인이 되서 "네가 기준이야"라는 얘기, 쉽게 들을 수 없는 말인 거 다들 아실 테니까.
좀 비슷한 흐름으로, 과거에 표준을 다루는 일을 한 적이 있어 비슷한 역할을 하는 단어에 보내는 시선이 막 달갑진 않은 편이다. 약간 내 눈에는 그렇다. 학창 시절에 기준을 선발하는 방식이 기준을 잘 할 것 같은 사람을 먼저 정해 놓고 그 친구를 1행 1열에 세우는 것이 아닌, 그냥 그 친구가 어떤 이유로든 간에 맨 앞 첫 줄에 서있기 때문에 기준이 된 것처럼, 표준이나 기준이라 불리는 그 무언가는 꼭 정답이 아니라는 것. 다만 그것을 접했을 때 그게 일반적이고 평균에 가까운 것이라는 이정표 수준으로 참고만 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준은 필요하다. 방금 말한 것과 같이 기준이 없다면 참고할 이정표가 사라지는 것이니까. 게이밍 노트북이 뭐냐는 질문에 "응 그냥 게임 잘 돌아가는 노트북"이라고 얘기할 순 없잖는가. 사회에 그 기준이 내려질 수 없거나 그 색깔이 흐릿하다면 그 간의 지식과 노하우를 총동원하여 내 나름대로의 기준을 세워보는 것도 합리적인 소비자가 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ASUS TUF GAMING F16(이하 TUF F16)'은 내가 소비자 입장에서 노트북 시장을 바라봤을 때에 게이밍 노트북의 기준이다. 물론 현재 시점으로 말이다. 기준이라고 해서 이걸 꼭 사야 된다, 이거 안 사고 딴 거 사면 바보다 뭐 이런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여담이지만 주변에 이런 화법의 지인이 있다면 조금은 거리를 두시길. 제품을 구매하고 사용하는 것은 소비자 당사자인 만큼 최종 선택 또한 당사자가 해야 할 일이다. 제품에 대한 만족 또한 당사자 본인의 몫이다.
TUF F16보다 좋은 제품은 얼마든지 많다. 다만 최대한 예산을 줄이고 싶은 누군가에겐 "TUF F16 정도는 되어야 게이밍 노트북이라고 부를 수 있어"라고 할 수 있고, 필요한 환경 대비 좀 더 비싼 노트북을 고민하는 사람에겐 "TUF F16으로도 충분히 다 즐길 수 있어"라고 얘기할 수 있는, 그냥 앞서 계속 얘기한 '기준'에 부합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뿐이다.
제품 정보
ASUS TUF GAMING F16
CPU: 인텔코어 i7-13650HX
GPU: 엔비디아 지포스 RTX 4060 Laptop
디스플레이: 16형 / QHD(2560 x 1600) / 16:10 / 165Hz / IPS
저장장치: 512GB PCIe 4.0 NVMe M.2 SSD (최대 2TB, 추가 슬롯 지원)
메모리: 16GB DDR5-4800 (추가 슬롯 지원)
I/O 단자: 1x 썬더볼트 4(DP 지원) / 1x USB 3.2 Gen 2 Type-C(DP 및 지싱크 지원) / 2x USB 3.2 Gen1 Type-A / RJ45(랜선) / 켄싱턴 락 / 오디오 콤보 잭
네트워크: 기가비트 랜 / 802.11 ax Wi-Fi 6(듀얼 밴드) + 블루투스 5.2
웹캠: 720P HD
배터리 및 어댑터: 배터리) 4-Cell, 90Whr / 어댑터) 240W 어댑터
크기 및 무게: 355 x 252 x 22.1-28.2(mm) / 2.27kg
가격: 1,699,000원(2024.11.11, 온라인 공식 판매처 프로모션 가격 기준)
사람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천차만별이지만, 일반적으로는 가격과 성능 그리고 무게의 세 가지를 두고 비교한다. 좀 더 고민할 부분이 있다면 선호하는 브랜드가 있다거나, 혹은 디자인적인 부분 정도.
첫째, 내가 생각하는 게이밍 노트북의 적절한 가격은 프로모션 가격 기준 120만 원에서 180만 원 사이다. 아무래도 할인에 맞춰 노트북을 구입하는 게 가격적으로 이점이니까. 보통 이것보다 저렴하면 부품이 뭔가 아쉽다거나 할인 기간을 너무 잘 탄 케이스. 반대로 이것보다 비싸다면 아직 분야에서 단어로 적립되지 않아 혼용되고 있으나, 약간 게임 하나에 특화됐다기보다는 크리에이터 노트북 혹은 고사양 작업 환경도 소화할 수 있는 고사양 노트북이라고 얘기해야 할 것 같다.
둘째는 성능.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어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데스크톱에 비해 노트북은 프로세서의 라인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i5 + RTX 4070의 구성보다 개인적으로 i7 + RTX 4060의 구성이 좀 더 안정적으로 느껴진다. 데스크톱 시장은 i5 구성으로도 고사양의 게임을 소화하기 충분하지만 아직까지 노트북 시장에서 최신 GPU를 커버하기엔 i5는 좀 부족하고 i7은 약간 넉넉한 편이라는 생각이다. 다만 i7을 탑재할 경우 가격적으로 불리해지는 측면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TUF F16에서는 13세대의 프로세서를 채택했나 싶다. 비록 이전 세대의 제품이지만 i7라는 플래그십 라인업으로 출시된 13세대의 i7-1650HX를 탑재했다. 내 기준에서 가격적으로 그에 따른 혜택이 있을 경우 12세대까지는 충분히 현역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무게. 이제는 게이밍 노트북도 경량화의 시대다. 가볍고 성능까지 좋은 노트북은 보통 가격도 높다. 때문에 이 부분에 있어 타협을 잘 해야 하는데, 내 개인적으로 "하루에 미팅이나 취재 1건"에 부합하는 기준은 2.5kg 이하다. 이것보다 무거우면 다음날 찌뿌둥한 아침을 맞이해야 한다.
제품 사진
마치며
몇 년 전만 해도 게이밍 노트북하면 그냥 무겁고 성능 좋은 제품군이었지만, 이젠 시대가 많이 달라졌다. 너무 무겁다는 평가가 많았던 게이밍 노트북은 점점 경량화를 목표로, 거꾸로 가벼운 대신 성능적으로 포기할 게 많았던 비즈니스 노트북은 최소한의 외장 그래픽을 탑재하는 모델이 등장하는 등 서로의 영역을 넘보고 있다. 이러다 게이밍 노트북보다 성능 좋은 사무용 노트북 내지는 사무용 노트북보다 가벼운 게이밍 노트북이 나오는 시대가 될지도 모르겠다.
ASUS TUF Gaming F16의 경우, 서론에서 언급한 가격과 성능 그리고 무게라는 세 가지의 요소 사이에서 밸런스를 적당히 잘 맞춘, 내가 생각하는 게이밍 노트북이라는 단어에 대한 기준이다. 물론 현시점에서 말이다. 앞서 설명하지 못한 최대 퍼포먼스 모드에서의 정숙함, 16인치의 거대한 화면과 QHD 해상도를 통해 느껴지는 또렷한 디스플레이 또한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밀리터리 콘셉트의 TUF라는 브랜드를 절제된 세련미로 표현한 양각 로고가 노트북 전면에서 남자의 마음을 뒤흔든다.
약간 첨언하자면 가격적으로도 어느 정도 납득이 되는 수준이긴 하나, 조금만 더 저렴했다면 강력하게 추천했을 것 같긴 하다. 어쨌건 에이수스의 브랜드 가격이 붙은 느낌. 다만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에이수스 제품들은 그 브랜드 가격을 주고도 쓰고 싶을 만큼 값을 하는 게 사실이긴 하니까. 프로모션 등의 할인 기간을 잘 노릴 수만 있다면 굉장히 합리적인 소비가 될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