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형 헌법재판관 "게임물 사전검열 바람직하지 않아"
이두현 기자 (Biit@inven.co.kr)
김복형 헌법재판관이 게임물 사전검열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김복형 헌법재판관은 직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일 당시 조희대 대법원장 지명을 받아, 지난 9월 10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쳤다. 9월 12일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안을 재가해 이날부터 헌법재판관 자리에 올랐다.
인사청문회 때 당시 김복형 후보자에게 국회는 게임산업법 제32조2항3호 헌법소원에 관한 의견을 서면으로 물었다. 'G식백과' 김성회 유튜버는 해당 조항이 게임물 사전검열에 해당해 위헌이라 주장하며 9월 5일 헌법소원을 추진했다. 김 후보자의 답변은 헌법소원 추진이 알려진 지 5일 뒤에 나왔다.
질문 전문은 "1996년 헌법재판소의 영화와 음반에 대한 사전검열에 대한 위헌결정은 표현의 자유를 확대한 상징적인 결정이었고 이로 인해 K콘텐츠가 르네상스를 맞이한 것으로 볼 수 있음. 최근 게임 사전검열제를 규정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32조제2항에 대해 헌법소원이 제기되어 곧 결정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법률의 명확성 원칙 위배 여부 및 사전 검열 최소화의 관점에서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음"이라는 내용이다.
이에 김복형 후보자는 "사전검열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모호성에 대한 의견도 경청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함"이라고 답했다.
모호성에 관한 의견은 이번 헌법소원 법률대리인 이철우 변호사가 주장한 명확성의 원칙과 연결된다. 이 변호사는 지난 8일 헌법소원 취지를 밝히며 "내가 출시하려는 콘텐츠가 검열의 대상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며 "기본권의 침해만큼이나 어떤 검열과 그런 등급의 산정이 이루어진다면 적어도 예측 가능성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명확성의 원칙 위반도 강력하게 주장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아울러 헌법재판소가 헌법재판연구원을 통해 직접 '3223'을 검토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1년 헌법재판연구원은 '게임물 규제법제에 관한 헌법적 검토'(김종현 책임연구관)를 발간했다. 해당 조항에 대해 연구원은 "학계에서는 불법게임물의 내용이 너무 불명확하고 추상적이어서 결과적으로 포섭범위가 매우 광범위할 가능성이 높아, 죄형법정주의에 따른 형벌법규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고 짚었다.
이어 "범죄, 폭력, 음란 등의 묘사가 어느 수위에 이르러야 지나치다고 할 것인지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며 "동 규정이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고까지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보다 상세한 규율을 통해 수범자의 예측가능성을 제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헌법재판연구원은 "한국의 게임물 등급분류제도는 점차 자율규제의 면모를 갖추어가고 있으나 여전히 정부주도형의 심의체계이며, 등급분류 관련 의무를 위반할 경우 강력한 제재를 가한다"며 "등급분류는 국가후견주의의 한계를 일탈하지 않고 명확한 기준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며, 등급분류 거부사유 또한 비례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명확성의 원칙을 강조했다.
이철우 변호사는 헌법재판관 의견, 헌법재판연구원 검토 내용을 반겼다. 이 변호사는 "헌법재판연구원의 연구 및 검토 내용이 실제 헌법재판에서 중요한 논거로 활용되는 사례가 많아, 이번 헌법소원에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인식을 가진 헌법재판관이 존재한다는 것은 헌법소원의 결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도 "헌법재판관과 헌법재판연구원이 그런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전망으로 본다기보다, 청구인들의 주장 자체가 헌법적으로 설득력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의견들이 나왔던 것으로 이해해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