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기 보헤미아 왕국을 배경으로 하는 게임, '킹덤 컴 딜리버런스' 한 편으로 체코의 게임 개발사 워호스 스튜디오는 세계적인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누적 판매량 600만 장, 예상 외의 성과를 거둔 이들은 이제 후속작인 '킹덤 컴 딜리버런스2'를 위해 분주히 노력을 하고 있죠.

원작 개발 당시 시작 인원 약 서른 명, 지금은 약 250명 규모로 커진 워호스 스튜디오는 후속작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습니다. 전 세계의 미디어를 초청해, 게임의 배경이 될 도시를 구경시켜줄 만큼 말이죠. 인벤 또한 초청을 받아, 미디어 체험 이벤트에 참가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게임이 '쿠트나 호라(영문명 Kuttenberg)'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많은 사람들은 어째서 체코의 수도이자 가장 잘 알려진 도시인 프라하를 배경으로 하지 않았는지를 더욱 궁금해 했습니다. 하지만, 워호스에게는 중요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바로 쿠트나 호라가 게임의 배경이 되는 15세기 당시, 보헤미아 왕국의 거의 모든 부가 집중되는 도시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이같은 결정은 그저 게임 속 배경을 정하는 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쿠트나 호라 시 정부가 워호스 스튜디오와 협업을 원하는 상황까지 만들어 냈습니다. 마치 CDPR의 '위쳐'가 폴란드의 국가 사업과 같은 인식을 얻는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비록 시연부터 도시 투어까지 모든 일정이 끝나는 일정이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생소했던 체코의 역사는 물론, 게임의 배경이 되는 도시에 대해 알 수 있었던 소중하고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 프라하에서 차로 약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도시 '쿠트나 호라'

▲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보이는 풍경은...

▲ KCD2 공개 영상에서도 보여준 '산타 바바라' 교회입니다

▲ 교회를 지키고 서있는 중세 병사들(!)

▲ "쿠트나 호라에 온 것을 환영한다구!"
(워호스 PR 담당자, 토비 경)

▲ 둘러볼 새도 없이 어딘가로 안내되는 글로벌 미디어들

▲ 시에서 흔쾌히(?) 대여해 줬다는, 게임 체험을 위한 미술관이었습니다

▲ 이런 시연장은 또 처음이네

▲ 저마다 집중해서 시연하는 사람들

▲ 본업 모먼트

프라하에 마련된 호텔에서 셔틀 버스를 타고 약 한 시간 정도 가면 나오는 '쿠트나 호라'는 현재 기준으로는 그리 큰 도시는 아니었습니다. 지금은 국내 여행객들도 종종 찾는 여행지로서, 해골로 장식된 교회가 가장 유명합니다. 이번 투어에는 해골로 된 교회는 볼 수 없었지만, 대신 게임에서도 등장하는 '산타 바바라' 교회부터 그 여정이 시작됐습니다.

현장에 도착한 취재진은 담당자의 안내에 따라 곧장 미술관으로 이동했고, 그곳에서 신작을 체험하는 데 오전을 모두 사용했습니다. 게임 체험은 2부에 걸쳐 진행됐고, 초반부 튜토리얼 구간과 쿠트나 호라의 모습을 확인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게임 체험에 대한 내용은 별도 기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오후에는 본격적인 도시 투어가 진행됐습니다. 30도에 육박하는 뙤약볕 아래에서 약 세 시간 가까이 걸어야 하는 일정이었고, 전문 가이드의 인도에 따라 쿠트나 호라의 곳곳을 방문하며 게임에서 구현된 모습을 비교하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세계 대전에 희생되지 않은)일부 유럽 도시들은 국내에 비해 과거의 모습이 잘 보존된 편이지만, 종종 대화재 등 재난으로 인해 과거의 모습을 많이 잃어버린 사례도 존재합니다. 게임스컴으로 유명한 독일 쾰른의 대성당이 거무튀튀한 이유도 마찬가지고요. 쿠트나 호라 또한 그 중 하나로 중세 시절의 모습을 지금 확인하기는 어려웠지만, 일부 광장이나 길목, 도로의 방향 등은 게임 속 모습에서도 확인할 수 있을 만큼 닮아있었습니다.

▲ 체험이 끝나고 난 뒤, 기다리고 있던 것은...

▲ 중세 복장을 한 가이드들과 함께 하는 도시 투어!

▲ 뙤약볕에 졸고 계시던 분...너무 분위기 있고...

▲ "자 헤드폰 가져가세요~"

▲ 현지 가이드의 설명과 함께, 중세 쿠트나 호라로 떠날 시간입니다

▲ 길을 잃으면, 저 깃발을 따라가면 된다구

▲ 그렇게 우루루 몰려가는 게이머, 아니 미디어들

▲ 도시 곳곳에서 펼쳐진 투어는

▲ 게임 속에 구현된 도시의 모습을 비교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 게임 속 우물은 15세기 형태를 추측해 디자인한 것으로

▲ 지금은 이런 모습입니다. 신기하게도 광장 자체는 그대로네요

투어를 통해 방문한 장소 중에서도 가장 유명하고, 또 중요한 곳은 바로 '이탈리아 법원(Italian Court)'였습니다. 보헤미아 왕국 당시에는, 각 지방에 위치한 은광에서 채굴한 은이 모두 이곳에 모여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당시 중부 유럽에서 가장 많이 통용된 화폐인 프라하 그로셴(prague groschen)이 만들어졌습니다. 킹덤 컴 딜리버런스에서도 사용되는 화폐인 '그로셴'이 바로 이것이죠. 그런데 뜬금없이 왜 이탈리아 법원이냐면, 당시 화폐 주조에 뛰어난 기술을 가진 이탈리아인들을 이곳에 모여 살게 해 그렇다고 합니다.

쿠트나 호라는 지하에 자체적으로 거대한 은광을 가진 도시였고, 또 바츨라프 2세가 모든 화폐 주조를 이탈리아 법원에서만 이루어지도록 하게 한 뒤로 중세 유럽의 부의 상징과 같은 존재가 됐습니다. 개발진은 이러한 쿠트나 호라의 모습을 게임 속에 구현하며, 그저 더럽고 지저분하기만 했다고 생각하는 중세 유럽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싶었다고 전합니다.

그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세 시대에도 자신의 부를 표현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었습니다. 늘 잿빛의 건물과, 옷만 입었던 것이 아니고, 부유층은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형형색색의 의류를 입고, 장신구를 패용했다고 하죠. 킹덤 컴 딜리버런스2가 출시된다면, 좀더 색채가 뚜렷한 중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탈리아 법원 안에서 쿠트나 호라 시의 부시장이 직접 축사를 해줬다는 것입니다. 후속작 개발 초기부터 워호스 스튜디오는 쿠트나 호라 시와 돈독한 관계를 갖고, 도시의 모습을 게임에 옮기는 데 많은 협조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그저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체코 역사의 일부를 대변할 수 있는 작품으로서, 체코 국민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 이곳은 쿠트나 호라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축물인 '이탈리아 법원' 입니다

▲ 보헤미아 왕국 전역의 은화 조폐시설을 이곳으로 통폐합했었다고 합니다

▲ 당연히 게임 속에서도 가장 중요한 장소 중 하나로 나올 예정

▲ 내부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 쿠트나 호라 시의 부시장님이 오셔서 축사도 해주고 갔고요

▲ 토비 경이 가리키는 것은 게임 속에도 등장하는 두 왕, 지기스문트와 바츨라프 4세입니다

▲ 이래 보여도, 거의 세 시간 째 걷는 중

▲ 기력 보충을 위한 아이스크림 보급

▲ 진짜, 올해 먹은 아이스크림 중 제일 맛있었음

▲ 쿠트나 호라는 은광으로 유명한 도시로, 지금도 은광 투어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 한 바퀴를 다 돌아 다시 산타 바바라 교회로 향하는 투어

▲ 게임 속에서는, 아직 공사중인 모습으로 등장한다고 하네요

▲ 교회 안에 기다리고 있던 것은... 킹덤 컴 시리즈 작곡가 얀 발타(Jan Valta)!

▲ 킹덤 컴 딜리버런스2 OST 메들리가 시작됐습니다

▲ 이날 들려준 곡 중 하나인 테마곡 '산타 바바라'입니다

도시 투어 이후, 저녁에는 한적한 공터에서 중세 체험 이벤트가 진행됐습니다. 진짜 중세 갑옷을 입은 리인액터들이 나와 전투 시범을 보이는 공연을 하고, 각종 체험 공간을 마련해 참가자들이 중세의 생활상을 알 수 있도록 했죠.

워호스 스튜디오는 게임 내 특징을 좀 더 알기 쉽게 설명하는 취지로 이 이벤트를 기획했다고 밝혔습니다. 천으로 된 튜닉부터 부유한 기사들만 입었던 풀 플레이트 아머까지. 당시 중세 유럽인들이 입은 방어구를 단계별로 보여준 것은 게임 속 방어구의 특징을 설명하기 위함이었죠.

또한, 중세 방어구들은 그 종류에 따라 효과적인 공격 수단이 다르다는 점도 자연스럽게 알려줬습니다. 체인 메일은 검을 상대로 뛰어난 방어력을 자랑하지만, 망고슈나 창 같은 찌르기 공격에는 취약하다거나 하는 것들 말입니다. 그리고 풀 플레이트 아머를 입은 사람은 움직임이 둔했다는 편견도 깨뜨리는 시범도 이어졌고요.

원거리 무기 시연에서는 직접 석궁이나 활의 종류별로 발사하는 시범을 볼 수 있었는데, 각 무기의 특징은 게임 속에서도 고스란히 적용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활은 가장 연사 속도가 빠른 대신 기교와 힘이 더욱 필요하고, 석궁은 그 크기에 따라 발사 후 재장전 하는데 무수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무기의 특징을 이해하면, 게임 속 전투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 이래도 하루가 안 끝났다고?

▲ 다음에 펼쳐진 건 중세 체험 이벤트!

▲ 은화 주조 만들기 체험이 빠지면 되나요

▲ 한번에 내리치면, 은화가 짠! (알루미늄임)

▲ 곧이어 시작된 건 중세 리인액터들의 전투 시범

▲ 일대일 전투는 물론

▲ 다대일로 싸우면 어떻게 되는지, 게임에서도 적용되는 규칙입니다

▲ "갑옷과 무기의 특징에 따라 효과적인 공격이 다릅니다 여러분"

▲ "게임에서도 꼭 잘 써먹으세요! ^^"

▲ 원거리 공격 시범도 빠지지 않았죠

▲ 펑!

▲ 각자 중세 체험을 열심히 하는 사이 점점 해는 저물고

▲ 게임 속 연금술을 표현한 칵테일도 빠질 수 없죠

▲ 실제 15세기 사람들이 했던 도박 게임 한번 해볼텐가?

▲ 저도 뭐, 네, 재밌었습니다 허허

▲ 밤 열두시가 되어서야 마무리된 일정을 끝으로, 쿠트나 호라에서의 하루가 끝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