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도로 사실적인 중세를 묘사한 것으로 호평받은 워호스 스튜디오의 '킹덤 컴: 딜리버런스', 그 후속작이 오는 2월 5일 출시를 앞두고 있다.

작년 여름, 우연치 않게 찾아온 기회로 체코에서 게임을 처음 시연한 이후, '킹덤 컴: 딜리버런스2'는 분명 2025년을 빛낼 게임 중 하나가 되리란 것을 직감했다. 전작에서 대폭 개선 된 게임 플레이, 거기다 전혀 불편함이 없던 최적화는 그러한 생각을 받쳐주는 핵심적인 요소였고.

출시까지 한달을 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한 번 퍼블리셔인 플레이온으로부터 게임을 체험할 수 있는 빌드를 전달받았다. 시연용 장비가 아닌 개인용 PC로도 작년의 경험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지, 사전 공개로 허용된 분량에 대한 첫인상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본 프리뷰는 미디어용 리뷰 빌드를 활용해 작성되었습니다.

헨리야, 어쩌다 또 거지가 되었니
약한 자는 살아남을 수 없는 땅(?), 보헤미아에 어서오십쇼 형님들


▲ 광활한 보헤미아 들판을 누비는 헨리와 한스

작년 여러 게임쇼를 통해서 공개된 것과 마찬가지로, '킹덤 컴: 딜리버런스2'는 전작의 스토리에 곧바로 이어지는 작품이며, 동시에 실제 체코에 위치한 또 다른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따라서 전작의 마지막에서 사절로 선택돼, 보헤미아 귀족 연맹에게 서신을 주러 가는 헨리와 한스의 여정으로 게임이 시작되는 것.

그러나, 그저 편지만 건네주고 오면 될 것 같았던 간단한 임무는 모두의 예상처럼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이들은 오토 폰 베르고프 영주에게 하루면 도달할 수 있는 거리를 놔두고 호숫가에 야영지를 차리지만, 잠시 목욕을 하는(겸사겸사 마을 처녀들을 훔쳐보려던) 도중 도적떼의 습격으로 야영지에 있는 모든 하인들이 죽음을 맞이한다.

가까스로 도적떼의 추격을 따돌린 헨리와 한스 일행은 숲 속에 살고 있던 노파의 도움을 받아 목숨을 건졌지만, 목욕 도중 습격을 당한 바람에 변변한 옷가지 하나 없는 신세가 되고 만다. 그리고 중세 시대에 옷은 사람의 신분을 나타내는 아주 중요한 요소였다.

오토 폰 베르고프 영주가 기거하는 트로스키 성까지는 우여곡절 끝에 도달한 이들. 하지만, 편지는 도적에게 뺏긴 채, 거적떼기만 두르고 있는 한스와 헨리를 귀족으로 맞이할 리 만무했다. 성문을 지키던 이들은 우리의 주인공들에게 똥물을(!) 부으며 조롱했고, 다혈질인 한스의 인내심은 점점 한계를 맞이하고 있었다.

결국엔 터질 것이 터지고 마는데, 허기를 달래기 위해 들어간 주점에서 다른 귀족 자제와 시비가 붙고 만 것이다. 이미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한스는 귀족 자제와 주먹다짐을 하기로 결심하고, 헨리는 이를 말리려다가(선택지에 따라 동참할 수도 있다) 싸움이 커지고 만다.

▲ (아직까지는) 번역은 아주 찰진 편이다

▲ 대장장이의 아들인 줄 알았던 내가 사실은 영주의 아들이었는데, 또 다시 거지가 됐다고?

여기까지가 바로 '킹덤 컴: 딜리버런스2'의 오프닝 과정이다. 이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플레이어는 게임의 다양한 요소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심지어 킹덤 컴 전작의 대략적인 이야기까지도 말이다.

초반 야영지에서 헨리와 한스의 대화를 잘 들어보면, 전작의 주요 선택지를 되새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주인공 헨리의 출신이나 한스를 어떻게 만났으며, 또 왜 이러한 여정을 하게 되었는지 간접적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전작을 경험하지 않은 게이머, 그리고 오래 전에 클리어해 기억이 가물가물한 게이머 모두에게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치라고 할 수 있겠다.

▲ 그렇다고 전작 이야기를 완전히 알려주진 않는다. 궁금하다면 직접 해 보시길(찡긋)

도적들에게 쫒기고, 또 숲 속 노파에게 목숨을 빚지는 과정에서는 핵심 게임플레이에 대한 내용을 배우게 된다. 적의 눈을 피해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방법부터, 한스를 치료하는 물약을 직접 달이는 과정까지 세세하게 포함됐다. 전작을 해 본 이들은 알겠지만, 물약 달이는 것도 굉장히 디테일한 과정이 들어 있다.

캐릭터의 여러 능력치를 활용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킹덤컴 딜리버런스2는 굉장히 자유도 높은 게임으로 설계됐고,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정말 다른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튜토리얼 과정에서는 설득에 사용되는 서로 다른 능력치를 소개하는 한 편, 몇 차례 설득을 직접 해 볼 수 있는 과정도 담겨 있다.

이 게임에서 설득은 아주 중요한 문제다. 언제 어디서나 저장 불러오기를 할 수 없기 때문에, 한 번 실패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마주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

▲ 다양한 설득 아이콘이 존재하며, 설득이 실패하면 주로 칼싸움이 이어지더라...

하지만, 거기까지가 튜토리얼의 끝이요, 본 게임의 시작은 더 애처롭다. 주점에서 소동을 일으킨 죄로 하루동안 칼을 쓰고 있던 한스와 헨리의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결국 한스는 혼자서 임무를 완수하겠다며 헨리를 버리고 떠나버린다. 마땅한 도구도, 옷가지도, 아무것도 없이 혼자 남은 헨리에게 있는 것이라곤 지도(M) 탭을 열면 보이는 퀘스트 마커 정도가 끝이다.

여기서부터 '킹덤 컴: 딜리버런스2'의 여정이 시작된다. 여러 개의 퀘스트 마커 중 어느 것부터 조사할지는 플레이어의 손에 달렸다. 메인 스토리를 따라 오토 폰 베르고프 영주를 만나기 위한 퀘스트에 곧장 달려들어도 좋고, 아니면 도움의 손길을 구하는 마을 사람들에게 한 번씩 말을 거는 것부터 시작해도 무방하다.

개인적으로는, 곧장 메인스토리를 진행하는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그야말로 '상거지' 헨리가 이 살벌한 중세 보헤미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제한적이다. 당장 배고픔 게이지는 줄어들고 있는데, 주변에서 먹을 것을 구하는 게 급선무 아닐까?


이게 진짜 '중세 체험'시뮬레이션이지
의식주 해결조차 쉽지 않은데, 임무는 도대체 어떻게 한담?


요점만 보는 '킹덤 컴: 딜리버런스2' 특징
- 배고프면 밥 먹어야 됨 (과식해도 디버프)
- 음식 계속 가지고 있으면 상함
- 더러워지면 씻어야 함 (빨래하려면 비누 필요)
- 계속 걸으면 신발 내구도 닳음
- 말은 엄청 비싸다
- 옷, 장비 내구도 금방 소모, 틈틈이 고쳐야 함
- 저장할 때 포션 필요
- '내' 침대에서 잘때만 저장 가능

▲ 드넓은 풍경은 보고만 있어도 즐겁다

그렇게 '킹덤 컴: 딜리버런스2' 초반은 거의 '중세에서 살아남기' 식 게임플레이가 주가 되는 편이다. 다시 생각해 보면, 전작도 그랬던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본편에서는 더욱 발전한(?) 시스템 덕분에 중세 생활이 더 없이 사실적으로 변모했다.

기본적으로, 초반 헨리는 별로 특출난 면모가 없는 '일반 사람'이다. 1편에서 이룩한 그 많은 업적은 다 어디로 갔는지, 능력치도 그렇고 가진 재산도 그렇고 '거지' 말고는 따로 부를 단어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 그렇기 때문에 하루 하루 먹을 음식과 잘 곳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면 안 됐다.

그렇다고 하염없이 걸을 수만도 없다. 걸을 때마다 신발 내구도가 감소하기 때문. 허기와 장비 내구도 감소 등 매우 현실적인 요소들을 보고 있으면, 정말 길가의 말똥 냄새가 느껴지는 것 같은 착각도 들 정도다. 적과 전투를 하면 온 몸에 피가 묻는다거나, 피 묻은 무기는 무뎌져서 제 공격력이 나오지 않는다거나 하는 것도 구현되어 있다.

▲ 대련 정도 할 때가 좋았지

▲ 지나가던 일반 도적 조차 너무 강하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중세에는 중세의 규칙이 있는 법. 전작에서도 그랬지만, 도적을 잡아 장비를 마련하는 것이 그나마 쉬운 방법이었다. 그리고 이 방법은 이번 작품에서도 꽤나 잘 통했지만, 도적떼를 상대로 승리하기까지 무수히 많은 세이브 로드가 필요했다.

전작을 해본 플레이어라면 익숙할테지만, 초반에는 두 명 이상의 상대방과 전투를 하는 것조차 매우 어려운 일에 속한다. 이런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똑똑하게 행동해야 한다. 도적 두목과의 수 차례 전투에서 족족 패배를 경험한 나는 결국, 밤이 더 어두워지기를 기다린 후 자고 있는 두목의 목을 졸라 살해(!)하는 방법을 쓰고 말았다.

출시 전부터 개발진이 이야기한 바에 따르면, 게임 속 NPC들은 저마다 하루 시간에 따른 행동을 하며 일상을 살아간다. 아침이 되면 일어나고, 각자 일을 하다가 저녁에는 주점에 모인다. 숲속을 본거지로 하는 도적이나 밀렵꾼도 마찬가지다. 낮에는 비즈니스(?)를 하러 숲속을 배회하고, 밤이 되면 야영지에서 잠에 든다.

물론, 다른 게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예시지만, 게임 전반적으로 '중세 시뮬레이터' 같은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마을 공용 숫돌에서 칼을 갈거나, 대장장이 조수로 취직해 작업을 하는 것. 이런 사소한 동작들조차 상당한 디테일로 구현됐다는 것도 확인이 가능했다.

▲ 칼 가는것도 직접 페달 밟고, 각도 조절까지 해야 하고

▲ 망치질도, 망치 치는 위치 정하는 것도 다 플레이어가 해야 함

물론 전반적인 게임플레이 구성이 이렇다 보니 전체적인 템포는 굉장히 느린 편에 속한다. 말 살 돈 없다고 뚜벅이 생활을 하는 것. 칼 한 자루 만든다고 철근부터 달구는 것이 답답해 못 견디겠다는 게이머는 '킹덤 컴' 시리즈와는 맞지 않는 성향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거기에 조금이라도 철판을 덧댄 도적들은 맷집이 장난이 아니다. 칼이 부러질 때까지 싸워도 쓰러지지 않는 도적의 용맹함마저 엿볼 수 있을 정도.

하지만, 이 시리즈는 전작도 이래왔고, 그 매력에 빠진 팬들 덕분에 킹덤 컴 1편은 누적 600만 장 판매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용과 마법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 순도 높은 중세 시대 생활을 동경하는 이라면 분명 '킹덤 컴: 딜리버런스2'에서도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모험이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
But, 템포가 빠른 RPG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너무 루즈한 게임일지도


▲ 빠른 이동은 안전할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개발사 측에서 프리뷰 분량으로 허용한 것은 헨리가 베르고프 영주를 만나기 위해 어떤 '결혼식'에 참여하게 되는 부분까지. 그러나, 메인 퀘스트외에 자잘한 서브 퀘스트가 너무 많아 게임 플레이 10시간이 되도록 다른 모험을 하기 바빴다.

거기에 다양한 랜덤 인카운터 요소나,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는 서브 퀘스트들은 플레이어 자신만의 '중세 이야기'를 만들어낼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어떤 말을 하는지, 또 어떤 행동을 보이느냐에 따라 같은 퀘스트도 전혀 다른 결과를 나타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마을에서 서로 다투고 있는 주민들을 마주했을 때, 헨리는 이들의 싸움을 중재하거나 어느 한 편을 들어줄 수 있다. 그러나 중재하려는 설득에 실패한다면, 다투고 있던 주민들은 "근데 넌 뭐야?"라며 갑자기 힘을 합쳐 헨리를 집단 구타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싸움에 이기면 주민들에게 혼쭐을 내줄 수 있겠지만, 주먹을 얻어맞고 기절한 내 헨리는 누군가에게 신발을 빼앗긴 채로 깨어나고 말았다.

▲ 설득 하나에만 여섯 가지 요소가 있다. 게임 메커니즘적인 깊이도 남다른 편

중세 월드를 자유롭게 다니는 자유도만큼이나, 캐릭터 육성에 주어지는 자유도의 깊이도 상당한 점이 앞으로의 여정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설득과 관련한 능력만 여섯 개에 달하는 '킹덤 컴: 딜리버런스2'의 육성 요소는 정말 무궁무진하다. 장검의 달인이 되고 싶은 사람, 달변가가 되고 싶은 사람, 동물로 상대를 위협하는 비스트마스터로 전직(?)하고 싶은 사람까지. 모두 자신만의 헨리를 키우는 것이 가능해 보인다.

라이파 영주의 서신을 전달하는 헨리와 한스의 여정은 아직 시작조자 하지 않았는데도, 초반 10시간의 경험은 이미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이후 스토리상 도착하게 될 보헤미아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쿠트나 호라(쿠터베르크)에서는 또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지. 게임은 오는 2월 5일, PC 및 콘솔(PS, Xbox)을 통해 정식 출시된다.

▲ 여러분은 어떤 헨리로 키워보고 싶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