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분기 애니메이션 감상평입니다. 많은 이들에게 화제가 되었던 패배 히로인이 너무 많아!를 필두로 작화가 뛰어난 작품들이 꽤 많았습니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액션물쪽의 비중이 상당히 낮았다는 점이고, 연출을 강조하는 감성적인 작품들이 수준이 높았습니다.

지난 분기와 비교하자면 저점은 높고 고점이 낮았던 분기라 할 수 있겠네요. 뭔가 특정 요소에서는 퀄리티가 높은데 전체 밸런스로는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 패배 히로인이 너무 많아!



장르 : 학원물, 청춘 드라마, 러브 코미디

평점 : ★★★★★

한 줄 평 : 그림이 예쁜것만으로도 볼 가치가 충분했다

: 이번 분기 작화만 따졌을 때 가장 압도적인 퀄리티가 아닐까 싶은 작품입니다. 러브 코미디에 필연적이라 할 수 밖에 없는 패배 히로인들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한 것이 참신했습니다.

그야말로 자본을 때려박은듯한 작화로 화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기분을 느끼게 만듭니다. 특히 배경 작화가 아름다웠으며, 채색의 채도도 화사함이 느껴지는 톤이었습니다. 장르가 장르다보니 호불호는 있겠지만, 트렌디한 캐릭터 디자인, 특색있는 성우 연기, 뛰어난 미술과 채색 등 호평할 요소가 가득합니다.

또한, 히로인마다 엔딩곡이 달라지는데, 전부 맘에 들었지만 아무래도 코마리 치카 성우의 feel my soul(원곡 YUI) 커버가 나왔을 때 추억에 젖어들 수 밖에 없더군요. 야나미 안나나 야키시오 레몬 엔딩도 연출과 영상미가 워낙 뛰어나 엔딩과 스태프롤을 매화 보게 만드는 재주가 있던 애니였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야나미 안나 성우가 5화에서 누쿠미즈와 함께 카페에 있을 때 '바람이다!' 라고 소리를 내지르는 장면입니다. 토오노 히카루 성우는 우마무스메의 마치카네 탄호이저의 에이에이뭉!으로 알고 있었는데, 꽤 특색있는 목소리라 앞으로도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 높은 작화와 연출, 그리고 귀여운 (패배) 히로인들은 일단 시각적으로 즐거웠습니다. 나름 재미있는 설정을 가지고 그걸 잘 살린 이야기도 좋았는데요, 단순히 패배 히로인들을 가지고 2차 하렘물을 꾸미는 이야기가 아니라 등장인물들을 잘 조합하여 설득력 있고 짜임새 있는 이야기로 재탄생시킨 점을 높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오프닝 엔딩도 상당히 좋았습니다. 중독성이 있는 오프닝에 명곡을 커버한 엔딩까지. 눈과 귀가 모두 즐거운 작품이었네요.

: 이번 분기 애니메이션 중 가장 재미있게 본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주인공을 좋아하는 히로인들이 아니라 이미 실연을 겪은 패배 히로인들과의 이야기라는 게 저에게는 무척 신선하게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캐릭터 디자인과 작화도 무척 깔끔했고, 필요한 순간에 힘이 확 들어가는 연출과 작화 덕에 시각적으로도 즐거웠습니다.

모든 히로인들이 무척 매력있었으며 특히 가장 먼저 등장한 야나미 안나가 너무 귀엽고 발랄해서 보는 내내 미소가 입가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아무래도 '패배 히로인이 너무 많아!' 라는 제목대로 히로인은 여럿이고, 주인공은 한 명이다보니 패배 히로인 중에서 또 패배 히로인이 생길 것 같은 건 벌써부터 마음이 아파지는 요소네요.

애니메이션 내용이랑은 상관없는 부분이지만 여학생 교복 블라우스에 다는 리본이 4개인 게 감상하는 내내 좀 신경쓰였습니다. 저만 그런가요?


◆ 최애의 아이 2기



장르 : 환생, 아이돌, 연애, 성장, 복수, 서스펜스, 스릴러

평점 : ★★★★★

한 줄 평 : 애니메이션으로 연극 무대를 연출한 스케일에 찬사를 보낸다

: 이제는 확실히 대세 애니메이션이라 할 수 있는 최애의 아이 2기입니다. 2기에서는 도쿄 블레이드 무대 및 뮤직 비디오 촬영편입니다.

이전부터 자본의 힘이 느껴지는 뛰어난 작화는 이제 당연한 수준이지만, 2기에서 가장 압도된 장면은 극중극인 도쿄 블레이드 무대신입니다.

원작에서도 2.5차원 무대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상당히 공을 들인 묘사가 인상적이었는데, 애니메이션에서는 아예 화면을 뚫고 나오는 레벨의 현장감과 생동감을 전달해줬습니다. 무대가 끝날때 저도 모르게 작중 관객들처럼 박수를 따라서 치고 있더라고요.

작품성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2.5차원 무대를 애니메이션 화면으로 완벽 이식했다는 점에서 이번 분기 최고의 연출로 뽑고 싶습니댜. 이런 현장감을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 원작자나 애니메이션 제작진의 집념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애니를 보는 시청자로 하여금 살면서 한 번쯤은 2.5차원 뮤지컬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 것에서 이미 의도가 제대로 전해졌다 생각합니다.


◆ 지팡이와 검의 위스토리아



장르 : 판타지, 액션

평점 : ★★★★☆

한 줄 평 : 압도적인 초반 액션신! 캐릭터의 매력에는 다소 의문점

: 꽤 인상적인 캐릭터 디자인으로 눈길을 사로잡고, 이번 분기 최강급이라 할 수 있는 액션신 동화를 선보여 눈도장을 찍은 작품입니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던만추 작가 스타일의 왕도적 판타지 전개라 할 수 있는데요. 다만 캐릭터성이 약간 낡은 스타일이라 던만추 때의 신선함은 조금 덜했던 것 같습니다. 작가 특유의 게임을 보는 듯한 세계관 설정과 고전적인 문법은 여전했습니다.

스토리를 짧게 요약한다면 마법만이 전부이자 인정받는 세계에서 육체적인 힘과 검술만으로 올라서는 주인공의 고군분투입니다. 초반에는 힘을 감춘(검술) 주인공이 주변에 무능력자라고 천대받고 무시 받다가 위기의 순간 본인의 힘을 보여주며 인정받는 카타르시스가 있었는데, 생각보다 다들 빠르게 인정하면서 동료가 되는터라 뭔가 김이 새는 느낌은 있습니다.

아쉬운 부분으로는 주변 캐릭터들이 약간 겉도는 느낌이 있고, 매화 감정의 폭이 너무 커서 따라가기가 조금 벅찬면이 있었습니다. 스토리 진행도 애니메이션에서는 1쿨 내에 전부 보여주기가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2기 제작이 확정이기에 후일 2기를 보면서 다시 평가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분기 액션물을 찾는다면 해당 작품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 소시민 시리즈



장르 : 추리, 심리, 청춘

평점 : ★★★★☆

한 줄 평 : 여우같은 남자와 늑대같은 여자의 환상의 커플쇼

: 작화와 연출만 따진다면 이번 분기 최강급 위치에 놓쳐진 작품이지만, 장르나 캐릭터는 상당히 호불호가 갈린다고 생각합니다. 빙과의 작가가 집필한 작품이기 때문에 상당 부분 빙과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스릴러가 강조되는 그런 서스펜스형 미스터리와는 거리가 먼 작품으로 일상물에 가까운 잔잔한 느낌의 전개가 많습니다. 그 와중에 심리 묘사가 깔리는 방식이라 취향에 안맞으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일상의 그냥 지나칠법한 점을 교묘하게 미스터리화 시켜 풀어나가는 전개 방식은 빙과에서 처음 접했을 때는 신선했지만, 이제는 이게 잘 먹힐까 싶기도 합니다. 빙과는 쿄애니의 뛰어난 캐릭터 디자인으로 승부를 본 느낌이었다면, 소시민은 인상적인 장면 전환 연출로 승부를 봤습니다.

모에 애니와는 거리가 있지만 여주인공이 상당히 귀엽게 묘사되고, 애니에서 공개된 부분으로는 자극적인 미스터리 전개는 없지만, 연출이 볼만합니다. 배경 작화는 패배 히로인과 더불어 최강급입니다. 좋은 의미로 애니메이션이지만 소설을 보는 듯한 느낌이 더 강했던 작품입니다. 2기 제작이 확정입니다.


◆ 도망을 잘 치는 도련님



장르 : 시대극, 액션

평점 : ★★★☆☆

한 줄 평 : 변태끼가 느껴지는 화려한 연출과 극단적인 캐릭터 묘사

: 마인탐정 네무로와 암살교실의 작가 마츠이 유세이의 신작이라는 점에서부터 이미 기대치가 높았습니다. 애니메이션도 1화부터 압도적인 작화와 연출을 선보여 기대감을 높였죠.

이 작품의 세일즈 포인트를 꼽는다면 다른 작품과 차별화를 두는 연출입니다. 원작의 인상깊었던 연출을 애니메이션으로 어떻게 옮길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 있습니다. 물론 마츠이 유세이 작가의 연출이 워낙 데포르메와 심볼을 강조하기에 연출이 너무 과한면이 없잖아 있습니다.

작가 특유의 극단적인 캐릭터상도 호불호가 갈릴 것 같고요. 일반적인 찬바라 액션이나 예쁜 캐릭터 애니메이팅을 기대했다면 취향에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작품 퀄리티는 좋지만 너무 과한 연출 때문에 추천이 조금 꺼려집니다.

개인적으로는 스토리 흐름에서 캐릭터가 초반부터 너무 많이 나오는 감이 있기에 원작을 보고 애니메이션도 보는 것이 더 낫지 않나 싶네요. 액션신에서 어색한 3D 작화가 흠이었던 것 같습니다.


◆ 코드 기아스: 탈환의 로제



장르 : SF, 메카, 피카레스크, 디스토피아

평점 : ★★★☆☆

한 줄 평 : 코드기아스 특유의 서비스신은 명불허전이었다

: 극장판인 부활의 를르슈 이후 5년만에 나온 코드기아스 신작입니다. 이미 작품이 충분히 매듭지어졌다고 생각했는데 후속작이 더 나올줄은 몰랐습니다.

시대가 지난만큼 메카닉 디자인이나 메카닉 액션신의 퀄리티는 상승했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꽤 코드기아스 특유의 책략이나 긴장감을 조성하는 대결 구도가 제대로 펼쳐지지는 않았습니다. 초반의 임팩트는 강했지만 후반부는 다소 맥빠지는 전개였다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최종 보스가 폼만 잡다가 끝날때의 허무함을 오래간만에 느꼈습니다.

책략과 책략 혹은 이념과 이념이 부딪혀 카타르시스를 이끌어내는 각본이 아닌, 단순히 한 인물의 허무주의(인간혐오?)와 이에 휘말린 세계라는 느낌이 강하네요. 전작에 있었던 요소들을 최대한 압축해서 넣고 싶어했다는 의도는 느껴지지만 차라리 덜어냄의 미학을 보여주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전작의 리스펙도 나옵니다. 본편의 등장인물은 물론 OVA에 등장했던 인물들까지 우정 출연합니다. 망국의 아키토에 나왔던 출연진과 쌍모의 오즈에 나왔던 캐릭터들도 당당하게 등장하여 팬서비스로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코드기아스 시리즈 특유의 서비스신은 역시 명불허전이었고요. 솔직히 사쿠야의 그 큰 가슴이 압박 붕대 하나만으로 그렇게 가려진다는건 말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 델리코스 너서리



장르 : 미스터리, 가족

평점 : ★★★☆☆

한 줄 평 : 육아는 뱀파이어 세계에서도 전쟁이다

: 사실 이런 작품을 거의 처음 보는 것이기 때문에 장르를 어떻게 규정지어야 할지 난감합니다. 짧게 말하자면 초보 아빠들의 육아 분투기이자, 연쇄 살인사건 추적, 아이들의 성장 등 여러 요소가 담겨 있습니다.

모종의 사건 때문에 육아를 시작한 초보 아빠 달리가, 자신에게 사건 수사를 맡기고 싶다면 '동료들도 전부 나처럼 일과 육아를 병행해야 한다!'는 조건을 상부층이 수락하면서 벌어지게 되는 일련의 에피소드들을 묘사하는 작품입니다.

육아라고는 하지만 생각보다 육아에 대한 분량은 그리 크지 않으며, 달리가 말했듯이 일과 육아의 균형을 맞추듯 애니도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고 있습니다. 작품 색깔을 드러내기 위해 초반에는 육아에 대해 포인트를 많이 잡고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꽤 많지만, 중반부터는 아이들끼리 알아서 잘 놀고 사고도 치게 됩니다.

그래도 초보 아빠들이 아이들이 울 때 어떻게 대처할 지 몰라서 쩔쩔매는 모습이나, 툴툴대면서도 육아에 신경쓰게 되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게 하죠. 그렇다고 코미디물은 아니고 상당히 진지한 작품이라 꽤 사실적인 육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여러 타입의 아빠를 보여주면서 각 아이가 안고 있는 고민이나 문제점 등도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런 부분을 떠나서 작화나 색감, 캐릭터 디자인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생각 없이 보더라도 눈이 즐거운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아쉬운 부분은 세계관에 대한 설명이 조금 불친절하고, 수사물이라 보기에는 많이 미흡합니다.


◆ 터미네이터 제로



장르 : SF, 액션, 스릴러

평점 : ★★★☆☆

한 줄 평 : AI를 막 가져다 쓰지 말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생각할 때

: 사이버펑크나 공각기동대, 사이코 패스 등 SF에 관심이 많은 시청자라면 눈여겨 볼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빠른 전개 속도로 눈과 귀를 사로잡았던 엣지 러너와 비교하자면 늘어지는 전개가 많아 매니아가 아니라면 추천하기는 조금 어렵습니다.

그리고 터미네이터 시리즈 전체의 흐름을 알고 있어야 이해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물론 안봐도 작품 자체는 이해할 수 있겠지만, 여러 장면에서 쓰이는 오마쥬나 시간 이동과 관련된 패러독스 등 전작들에 대한 간단한 배경 지식은 쌓고 보는 것이 좋습니다.

생각보다 수위가 높은 편이며, 인간들이 픽픽 쓰러져 나갑니다. 다만 액션신이 잘 뽑혔냐고 하면 그건 아닌데, 인상적인 작화는 있지만, 연출이 받쳐주질 못한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가장 아쉬운 부분이 작중 큰 스토리 줄기가 에이코 파트와 말콤 파트인데, 추격해오는 터미네이터를 피해 아이들을 데리고 도주하는 에이코 파트(혹은 미사키)는 굉장히 흥미로웠지만, AI이자 인류 멸망과 존속의 키를 쥔 코코로와의 대담만을 이어가는 말콤 파트는 연출이 너무 밋밋해서 지루했습니다.

그래도 터미네이터 IP를 가지고 일본식 연출로 재해석한 부분은 높게 사고 싶습니다. 연출은 조금 심심하지만 SF 가뭄인 이 시대에 이정도 퀄리티면 충분히 만족하고 볼만한 작품이었습니다.


◆ 이세계 수어사이드 스쿼드



장르 : 액션, 판타지, 이세계 전이, 피카레스크, 다크 히어로

평점 : ★★★☆☆

한 줄 평 :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유쾌했던 자살 특공대

: DC 코믹스물에 대한 색안경을 벗고 본다면 생각보다 굉장히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입니다. 물론 굳이 스쿼드의 인물들이 이세계를 갔어야 했는가에 대한 개연성은 의문으로 남지만, 그냥 '할리 퀸이 이세계로 가면 어떻게 될까?'에 대한 궁금증을 유쾌하게 풀어냈다고 보면 됩니다.

작화 자체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고퀄리티에 액션신도 초반에는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으나, 후반으로 가면 속도감 있는 동화신과 화려한 폭발 신, 영화를 보는듯한 맞대결 신 등 인상적인 연출이 많습니다.

다만 수어사이드측 스쿼드의 작화는 디자인이 잘 나왔지만, 이세계측 디자인이 너무 날림이라는 것은 지탄받아야 할 점입니다. 개연성과 스토리를 중요시 여긴다면 취향에 맞지 않겠지만, 수스쿼의 인물들이 유쾌하게 날뛰는 장면을 보고 싶다면 상당히 추천할만합니다.

인상 깊었던 점은 할리 퀸은 얼굴마담인만큼 당연히 예쁘게 나왔지만, 카타나가 초절 미소녀 캐릭터로 나와서 매우 놀랐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DC 인물들이 일본식 화풍(모에화)으로 마개조 된 것만 봐도 꽤 재미있었습니다.


◆ 이 세계는 너무나 불완전하다



장르 : 게임, 판타지

평점 : ★★★☆☆

한 줄 평 : 디버깅은 소스고, 직업 윤리에 대한 고찰을 요구하는 작품

: 판타지 세계관으로 보였던 곳이 사실은 게임 속 세상이고, 그리고 왕의 비밀 임무를 수행하던 캐릭터가 사실은 디버깅을 하러 다니는 현실 속 인물이고, 이를 바라보는 판타지 속 캐릭터들의 시선이라는 흥미로운 설정인 작품입니다.

초반에는 판타지 속 인물인 니콜라가 바라보는 디버거(하가)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본인 스스로의 마을 사람으로서 벗어나 세계를 탐험하고 싶다는 열망이 느껴져서 신선했습니다. 아쉬운 건 초반 반전이 밝혀진 이후부터는 딱히 판타지 속 세계관에 집착하지 않고, 공돌이로서의 하가의 시선에서 극의 진행되기에 다소 평이한 전개가 되어버립니다.

연출적인 부분도 아쉬웠는데, 프로그래밍의 허점이 발생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설명과 묘사는 좋았는데, 이를 보여주는 방법이 단촐했습니다. 대부분의 디버깅일이 화려하지 않고 심심한 일인것을 감안하면 훌륭한 현실 고증일 수 있겠지만, 애니에서조차 너무 디버깅에 충실했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그리고 판타지 세계관 속 인물(NPC)들과의 교감이 나오긴 하지만, 표면적인 부분에 가깝고, 이야기는 디버거들 위주로 굴러가기 때문에 조금은 좁은 시야에 갇힌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 게임 배경 자체도 특이할 건 없는 설정이고요. 물론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이쪽에 비중을 둔 것이 더 취향에 맞을 수도 있습니다. 의외로 굉장히 어두운 내용이 전개되는 다크 판타지스러운 면모가 있으니 참고합시다.


◆ 나나레 하나나레



장르 : 청춘, 드라마, 치어리딩

평점 : ★★☆☆☆

한 줄 평 : 소재만 가져다 쓰고, 주제 의식의 책임은 져주지 않았다

: 1화부터 치어 리딩 대회 장면과 연습하는 부원들을 비춰주면서 전국 무대를 노리는 스포츠물인가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런 방향의 작품이 아니었습니다.

여러가지 의미로 P.A.WORKS스러운 작품이었습니다. 좋은 의미로는 준수한 퀄리티의 작화를 꼽을 수가 있고, 나쁜 의미로는 이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았나 싶은 캐릭터 메이킹과 각본입니다.

Angel Beats!를 처음 봤을때의 충격과 꽃이 피는 첫걸음의 당시 보기 힘들었던 감성의 캐릭터 메이킹이 인상적이었으나, 오리지널 애니에 대해서는 확실히 개성이 사라진 느낌입니다. 캐릭터들 포지션이나 성격도 기존에 P.A.WORKS에서 탬플릿마냥 쓰였던 캐릭터들이고, 각본은 안그래도 끈금없는 전개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더 급전개입니다.

무엇보다 명확한 주제 의식이나 끝맺음이 없이 어정쩡하게 결말이 났습니다. 차라리 명확하게 재기를 노리며 새롭게 치어 리딩 전국 대회를 노린다는 노선이었으면 낫지 않았을까 싶네요. 추가로 채색이 굉장히 특이한데, 너무 개성적인 색체 설계다보니 중간중간 거슬릴 때도 있었습니다.


◆ 나는 모든 것을 【패리】한다 ~역착각의 세계 최강은 모험가가 되고 싶다~



장르 : 판타지, 착각, 개그

평점 : ★★★☆☆

한 줄 평 : 개그물 관점으로 봤을때 나쁘지 않았다

: 세계 최강이지만 자신만 본인이 강한 것을 모르는 계열의 착각 개그물입니다. 주인공이 그야말로 모든 것을 패리하는데, 그 패리 대상에는 사례라던가 제자라던가 좋은 것들도 있기 때문에 때로는 너무 답답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주인공이 최강이기 때문에 맘 편하게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시간 때우기 용으로 적합.

: 모든 것을 패리한다는 제목이 대체 무슨 말인가 했는데, 마치 세상에 대한 이해조차 패리하는 것 같은 주인공이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주인공의 인지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서 답답할 때가 많았지만, 역착각물은 아무래도 그렇게 되기 쉬운 경향이 있으니 어쩔 수 없나 싶기도 하네요. 대신 고구마도 억까도 없는 작품이니 편하게 보기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 이세계 느긋한 기행 ~육아 하면서 모험가 합니다~




장르 : 이세계, 판타지, 모험

평점 : ★★☆☆☆

한 줄 평 : 좋게 말하면 힐링물. 나쁘게 말하면 봐도 안봐도 그만인 작품

: '주인공이 신의 실수로 사망하여 이세계에서 되살렸다….'라는 어디에도 있는 설정입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주인공이 어린 쌍둥이 두 명을 주워서 육아하며 모험을 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육아라는 타이틀치고는 실제로 육아다운 내용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며, 이 어린애들도 엄청나게 강하기 때문에 별로 갈등 없이 볼 수 있습니다.

전개도 흔한 이세계물의 전개이며, 아이들이 좀 귀엽다는 점 외에는 그다지 장점도 단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잠이 잘 오지 않을 때 보면 적절할 것 같은 작품.


◆ 던전 관리인



장르 : 판타지, 던전

평점 : ★★★★☆

한 줄 평 : 던전을 운영하는 측면에서 풀어보는 조금 색다른 이야기

: 주인공은 원래 던전을 공략하는 모험가였지만 어찌저찌하여 던전을 운영하는 측에 고용되어 던전 관리측에서 근무하게 됩니다. 원제는 'ダンジョンの中のひと(던전 안의 사람)'으로 관리인뿐만 아니라 던전에 안에서 생활하는 다양한 사람(몬스터 포함)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작화는 비교적 좋아 보이지 않는 편이고, 저예산 느낌을 주긴 해도 내용은 가벼우면서도 흥미 있게 볼 수 있습니다. 관리 측이라고 해도 경영 관련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며, 일상생활에 가까운 이야기가 주로 나옵니다. 개그물적인 요소와 약간의 백합 요소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 던전을 모험하는 게 아니라 던전을 관리하는, 어떤 의미로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같은 느낌도 드는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일반적인 공략 측이 아니라 관리 측이라는 점에서 오는 독특한 설정들의 묘사 덕분에 재미있게 느껴지는 장면이 많았네요.

주인공과 관리인이 압도적으로 강하기 때문에 보는 동안 아무 위기감이 들지 않아서, 전투 신이 있는 작품임에도 일상물, 치유물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작화는 저예산 느낌이지만 표정 묘사가 무척 다양하고 귀엽기 때문에 캐릭터 보는 맛도 있고요. 개인적으로는 이번 분기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 중 하나였습니다.


◆ 선배는 남자아이



장르 : 로맨스

평점 : ★★★★☆

한 줄 평 : 생각 외로 깊이가 있는 퀴어물

: 처음에 제목과 시놉시스만 보고 백합물 성향의 가벼운 러브코디를 기대하고 봤으나 실제로는 상당히 진지하고 무거운 작품이었습니다. 크로스 드레싱, 동성연애, 성 정체성 등의 퀴어적인 주제를 바탕으로, 그로 인한 가족과의 갈등이나 사회적 시선 등을 진지하게 풀어냈습니다.

히로인은 매우 귀엽지만 누구보다 깊은 어둠을 품고 있으며, 여장을 하는 주인공 또한 일반적인 오토코노코물에서 나오는 밝고 재미있는 이야기보다 고뇌하고 방황하는 내용이 많이 나옵니다.

너무 심각해질 수 있는 소재를 짜임새 있는 드라마를 통해 흥미를 잃지 않게 보여준 점은 좋은 평가를 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남자 시청자로서 중간에 나오는 BL 전개는 조금 보기 괴로웠습니다.

: 생각보다 깊이가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여장하는 남자 주인공을 보고 '역시 여장은 가장 남자다운 행동' 어쩌고 생각하면서 1화를 봤던 게 미안해질 정도로요. 중간중간 데포르메를 이용한 코믹한 연출이 자주 사용되는데, 진지한 내용이다보니 애니메이션이 너무 무거워지지 않도록 넣은 숨 돌리기용 연출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였습니다.

동성 연애에는 나름대로 열린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 코드가 있는 작품이라는 모른 채로 봐서 조금 놀라긴 했습니다만, 단순히 성적 취향을 위한 묘사는 아닙니다. 사춘기에 있을 수 있는 여러 고민들에 대해 제법 진지하게 접근한 작품이니, 평소 흥미가 있는 주제라면 한번 보셔도 좋겠습니다.

2025년에는 극장판으로도 개봉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등장인물들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궁금하기 때문에 무척 기대됩니다.


◆ 모노가타리 시리즈 오프 & 몬스터 시즌



장르 : 미스터리, 판타지

평점 : ★★★★☆

한 줄 평 : 모노가타리 시리즈의 팬이라면 챙겨봐야할 작품

: 7년 만에 방영된 모노가타리 시리즈의 TV 애니메이션. 본편의 전일담 혹은 후일담 격인 작품입니다. 이번에 애니메이션으로 나온 내용은 후일담 격인 '오로카모노가타리', '나데모노가타리', '시노부모노가타리'와 전일담인 '와자모노가타리'입니다.

크게 보면 나데코와 시노부의 이야기가 메인이 되고, 특히 원작에서 애매하게 리타이어해버린 나데코의 후일담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본편 초반부에서 등장하여 '연애 서큘레이션'이라는 테마곡과 함께 대히트하였던 나데코였지만 이후 행적으로 인해 약간 미묘한 이미지가 되어버려서 아쉬웠던 나데코의 팬들이라면 어느 정도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후반부는 시노부의 과거 이야기와 그 근원이 된 흡혈귀가 등장하는 미스터리물입니다. '샤프트 다운' 연출을 전혀 아낌없이 발휘해 왔던 모노가타리 시리즈이니만큼 이번 작품도 여전히 특유의 연출이 주를 이룹니다. 다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 이전 작품들을 모르면 그다지 의미가 없는 작품이라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할 것 같습니다.

: 나데코의 성장 서사가 아주 돋보였습니다. 이번 시리즈를 보기 전의 나데코의 행보는... 요약하자면 짝사랑을 하다가 실연당하고 흑화한 나머지 대형 사고를 치고 퇴장! 이라는 느낌이었는데요.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히 미성숙한 상태로 등장하지만 극이 진행되면서 내면의 여러 미숙한 자신들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고, 그런 자신들을 받아들이면서 결국 성장을 이루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철 없던 어린아이가 성장하는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것 같아서 괜히 뿌듯하기까지 했네요. 원래 나데코를 좋아하던 건 아니었는데도 제법 감동적이었으니 나데코의 팬이라면 꼭 봐야겠죠!

나데코 이야기에 열을 올린 것에 비해 시노부 이야기는 그런 과거가 있었구나 정도의 감상이었네요. 아무래도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였던 나데코 이야기에 비해 과거를 다루는 이야기여서 그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 샤프트의 모노가타리 시리즈 특유의 난해한 아트 스타일과 연출도 여전해서 좋았습니다.


◆ ATRI(아트리) -My Dear Moments



장르 : SF, 드라마

평점 : ★★★☆☆

한 줄 평 : 애니를 보고 싶다면 어지간하면 원작을 하고 보자

: 일본에서 유명한 애니메이션 회사인 '애니플렉스'의 산하 게임 브랜드 'ANIPLEX.EXE'에서 개발한 원작 게임을 애니메이션화 한 작품입니다.

미소녀 게임 원작 애니메이션이 분량 압축에 실패하여 아쉬운 구성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아트리도 혹시 그렇지 않을까 매우 걱정하면서 감상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메인 스토리 플롯과 시작, 엔딩 정도만 원작을 유지하고 디테일적인 설정이나 소재들을 독자적으로 풀어나가면서 이런 부분들이 대부분 아쉬움으로 다가왔습니다. 물론 12시간 정도의 플레이타임을 가지고 있는 원작을 1쿨 애니메이션으로 압축하는 것은 여러모로 한계가 있고, 원작 자체도 군더더기 없이 상당히 압축된 스토리 진행을 가진 게임인만큼 어느 정도 아쉬운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가장 핵심적인 소재들이나 감동받았던 클라이맥스의 연출이 너무 기대 이하라 대단히 실망하고 말았습니다. 물론 어디까지 원작을 플레이한 사람의 입장이고 애니메이션을 처음으로 접하는 시청자에게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원작이 100점이라면 60점 이하였습니다.

애니메이션화되어 한층 귀여운 아트리를 보는 것은 눈이 즐거웠습니다만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스팀에서 구입해서 플레이할 수 있고 완벽 한글 패치도 가능한 원작 게임을 플레이하시기를 권장합니다.

: 저는 원작을 플레이하지 않았다보니 원작이 어떤지는 모르지만 등장 인물들의 감정선을 가끔 따라가기 어려운 경우가 있어서 아쉬웠습니다. 인물들의 행동이 급발진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해야 할까요. 원작의 내용을 생략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게 아닐까 합니다.

애니메이션의 설정을 세세하게 따지는 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휴머노이드 기술이 이렇게 발전했는데 해수면 상승을 극복할 다른 분야의 기술들은 별로 발전하지 못한 건가? 라는 생각이 들어서 몰입이 조금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전개상 아무리 봐도 새드 엔딩 각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정도 해피? 엔딩이기도 해서 해피 엔딩을 선호하는 저에게는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고물 로봇 (이렇게 말하면 로봇권 위반이지만) 인 아트리가 제법 귀여웠던 것도 좋았습니다.


◆ 리뷰어 소개

(문용왕): 좋아하는 작품은 일상물, 드라마, 미소녀가 귀엽게 나오는 작품. 큰 갈등 없이 맘편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을 선호한다. 복잡한 전개나 갈등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 이상의 감동적인 스토리를 보여주는 작품이라면 보기도 한다.

(강은비): 좋아하는 작품은 스포츠, 로봇, 아이돌 등 열혈이나 성장물 요소가 포함된 작품. 그림체나 작화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고 내용만 마음에 들면 본다. 설정이 과하다 못해 아예 뇌절해버리는 작품들에 뜬금없이 꽂히기도 한다.

(이문길): 순정 만화와 SF, 락밴드를 좋아하며, 하루에 적어도 3시간은 애니메이션이든 영화든 드라마든 무언가 챙겨보는 생활이 일상이 되어 버린 중증 덕후. 애니와 관련된 이야기라면 사족을 못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