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오픈 시즌으로 호기롭게 시작한 GSL은 올해 무려 14년째를 맞이했다. 사실상 한국 스타2 시장의 핵심과 같았던 프로리그가 사라진 뒤 매년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축소되는 규모의 수준이 이전과 많이 다르다. 한국 시장의 경우 공식 대회가 5개에서 3개로 줄고, 상금 규모는 작년 대비 대회 총상금 1억 2,000만 원에서 3,400만 원으로 5분의 1이 축소됐고, 4강과 결승만 오프라인으로 진행된다.

해외 시장도 마찬가지다. 메이저급 대회 수는 동일하나 상금 규모가 50% 이상 줄었고, 서드파티 대회는 지원 자체가 없어진다. 현재 스타2 시장에서 가장 큰 대회인 IEM 월드 챔피언십 역시 매년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려 가장 큰 대회이자 축제였는데, 올해는 이마저도 불투명하다.

해외 대회 해설도 하고, 스트리머이자 조성주, 강민수 등이 소속된 온사이드 게이밍 단장도 겸임하고 있는 '크랭크' 최재원은 이런 소식에 대해 미리 고지받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크랭크'는 "굉장히 안타깝다는 말이 가장 어울린다. 게임단을 운영하고 대회를 열기도 하며, 스타2 시장과 팬들을 위해 달려왔다.

그리고 매년 상황이 좋지 않아 히오스(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처럼 갑자기 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있어 언제나 주최 측에 항상 먼저 연락을 취하고 변화에 대한 흐름을 읽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어려운 시장 속에서 같이 공생하는 관계라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먼저 연락을 줬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 부분이 너무 아쉽다.

작년 중순, 먼저 연락을 취해 2023년 계획을 물어봤을 때 2022년과 비슷한 규모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의 말을 전달 받았지만 우리도 ESL의 공식 발표가 있기 하루, 이틀 전에 올해 소식을 알았다.

2022년과 비슷한 규모가 될 것 같다는 소식에 희망을 품고, 최대한 스타2 시장에서 롱-런하는 게임단이 되기 위해 선수 영입이나 지원 등, 규모에 맞게 다양한 것들을 준비하고 있었고, 실제로 영입도 하고 선수들에게 지원도 약속했으나 이런 상황이라 굉장히 어려워졌다. 다른 팀들 중에서도 사비를 투자해 운영하는 팀들이 많은데, 같이 공생하고 스타2를 사랑하는 마음은 같다고 생각했던 입장에서 이런 부분에 대한 공유나 소통이 없을 때는 굉장히 맥이 빠진다. 그래서 아쉽다는 말 외에는 어울리는 게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끝으로 '크랭크'는 "최근 스타2 시장 축소로 인해 많은 팬분들이 모금 활동을 통해 대회를 유지하려고 한다. 하지만 조금 냉정한 이야기를 하겠다. 팬들의 노력, 스타2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뜨거운지는 알겠지만, 이게 스타2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활동은 아니다. 우리는 이제 불씨를 살리려고 하는 게 아니라, 덤덤하게 받아들일 부분은 받아들이고,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스타2 시장, 그리고 대회들을 더 격렬하고 열정적으로 즐겨주시는 게 아름답게 이별할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이번 발표로 가장 혼란스러운 건 선수들이다. 한국 선수들은 소수를 제외하고는 전업으로 스타2 프로게이머만 하는 선수는 이제 그리 많지 않다. 그런 선수들은 당연히 엄청 아쉬워하는 반응이 대부분이고, 마지막을 불태우려는 각오로 열심히 하는 선수도 있다.

그리고 군대를 다녀와서 복귀하려고 생각했던 선수들은 너무 줄어든 시장의 규모 때문에 복귀 자체는 망설이기도 하고, 다른 일과 병행하는 선수들 역시 머리가 복잡해졌다. 해외 선수들도 비슷한 반응이다.

대부분 유럽 선수의 경우 어쨌든 1년을 더 이어간다는 것 자체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선수들도 많다. 그동안 해외는 한국 시장에 비해 축소 진행이 더 빨랐는데, 올해도 축소가 되긴 했으나 없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도 많아 그나마 다행이라는 의견도 많다.

한국 선수들과 같이 팀 활동을 했거나 GSL에 참가한 경력이 있는 해외 선수들은 한국 시장의 변화에 대해 이제 한국에서는 상위 TOP4정도를 제외하고는 스타2만으로 생계유지가 힘든 정도"라며 본업을 찾고, 부업으로 해야 하는 단계라는 현실적인 이야기도 오고 갔다. 또한, GSL은 많은 해외 선수들이 도전하고 싶은 무대였는데, 거의 다 그 계획을 전면 취소하는 추세다.

네덜란드 출신 '하스템'은 "블리자드가 스타2 한국 시장을 완전히 끝냈다. GSL이 14주년을 맞이해 축하한다는 인사말들이 있으나 장례식에 가깝다. 줄어든 상금 규모로는 절대 프로게이머 생활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축소는 대다수가 예상했던 부분이지만, 한국 시장 규모가 너무나도 작아졌다. 아마 많은 한국 선수들이 스타2 시장을 떠날 것이고, 이는 유럽이나 중국 시장도 마찬가지다"라며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아마 올해 중순을 지날 시점에는 정말 많은 선수들이 은퇴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시즌이 시작되기 전은 많은 선수들이 경쟁에 뛰어들겠지만, 절반이 지난 뒤에는 남은 상금 규모도 크지 않을 것이고, 새로운 도전을 하루라도 빨리하는 게 미래를 위해 더 합리적인 선택일 테니까.

공식적인 발표는 없지만, 사실상 2023 시즌이 스타2 시장의 끝이라는 게 선수 및 모든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다.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버틴 게 대단하다는 의견도 많은데, 그 말도 맞다. 지금 남아 있는 선수나 관계자는 바보라서 스타2 시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매년 축소되는 상황임에도 계속 시장 유지에 힘썼던 건 스타2를 사랑하는 마음, 열정이 가장 크다.


얼마 전 열린 IEM 월드챔피언십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미라클런이 펼쳐졌다. 우승권과는 거리가 멀었던 중국 테란 '올리베이라'라는 선수가 내로라하는 한국, 해외 선수들을 기적처럼 다 제압하며 우승을 차지했는데, 그의 우승 인터뷰가 많은 스타2 팬들에게 울림을 줬다.

"나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다. 내가 챔피언이든 아니든 난 스타2와 e스포츠를 사랑한다. 그리고 마침내 꿈을 이뤘고, 정말 행복하다"

게임이 시간이 흐르면서 인기가 없어지고 하락세를 겪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처음에는 이를 부정하고, 부활을 외치며 다시 살려보려는 이들도 많았다. 시간이 흘러 현실을 받아들이고, 덤덤하게 마침표가 찍힐 때까지 여전히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이제 긴 여정의 끝에 직면했다. 끝이 어떨지 모르는 사람이 없음에도 막상 그 끝이 보이기 시작하자 씁쓸하고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감정이다. 지금까지 스타2를 즐기던 팬들, 그리고 예전에는 즐겼지만, 한동안 씬을 떠났던 팬들도 아주 작은 관심이 느껴진다면 진짜 마지막이 될지 모를 올해 스타2 시장을 격렬하고, 후회 없이 즐겨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