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FPS를 즐기던 사람들이라면 '델타 포스'라는 이름이 남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미 육군 최정예 특수부대이자, 정식 명칭이 알려지지 않아 통칭으로 그렇게 부르는 부대를 일컫는 말이지만, 그들을 소재로 했던 동명의 게임이 그 시기에 꽤 영향력이 컸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게임사에서 임의로 디자인해서 썼던 마크가 마치 공식인 것처럼 세계 곳곳에 퍼졌으니 말이다.

라떼는 이라는 말이 나오겠지만, 좀 더 설명하자면 당시 '델타 포스'는 여러모로 혁신적인 시도가 돋보인 작품이었다. 미션도 레일 슈터식으로 정해진 경로로만 가는 게 아닌, 광활한 작전 구역 내에 어떤 수단을 쓰든 최종 목표만 달성하면 되는 방식을 처음 선보이기도 했다. 여기에 낙하산을 활용한 독특한 요소들이나, 야전의 느낌을 잘 살린 슈팅 감각 그리고 환경 묘사는 당시 게이머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엔 충분했었다.


그렇지만 가면 갈수록 시대의 흐름에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그래픽 퀄리티와 빈약한 멀티플레이로 시리즈의 맥이 끊겼고, THQ 노르딕에 개발사가 인수된 뒤 별다른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었다. 그랬던 '델타 포스'인 만큼, 텐센트의 티미 스튜디오가 그 IP를 바탕으로 한 '델타 포스: 호크 옵스'에서 이를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델타 포스: 호크 옵스'는 '델타 포스: 블랙 호크 다운' 시점에서 약 40년이 지난 2035년 소말리아 및 동아프리카 일대를 무대로 하고 있다. 테스트 전에 공개된 트레일러에서도 무장 단체의 RPG에 맞고 블랙호크가 추락하는 장면과, 탈출해서 무장 단체와 전투를 벌이는 특수부대의 모습을 보여준 만큼 이는 예견된 일이었다. 다만 테스트에서는 캠페인이 열리지 않아서 오프닝 영상을 통해 이 사실을 단편적으로만 확인할 수 있었다.


▲ 그 유명한 '블랙 호크 다운'은 이번 테스트엔 캠페인이 잠긴 터라 영상으로만 잠깐 볼 수 있었다

▲ 그로부터 약 40년 뒤인 2035년 모가디슈 및 그 일대가 이번 작품의 주요 배경이다

오프닝 이후에는 캠페인을 포함, '위험 작전(Tactical Turmoil)', '전면전(Havoc)'까지 세 가지 모드가 있는 것이 확인됐다. 캠페인이 잠긴 만큼, 이번 테스트에서는 멀티플레이로 즐기는 두 가지 모드를 중심으로 전개됐다. 이 두 모드를 익숙한 용어로 말하자면, '익스트랙션'과 '컨퀘스트'라 할 수 있겠다. 디테일이 조금은 달라도 전체적인 게임 규칙은 해당 단어에 맞게 설정이 되어있어, 저렇게 바꿔서 설명해도 무방할 정도다.

처음 게임에 진입하면 우선 탈출 과정에 대한 튜토리얼이 전개된다. 기본적인 컨트롤을 비롯해 오퍼레이터들의 특수 능력 활용을 익힌 뒤, 그리고 탈출 지점에 가서 탈출 완료 시점까지 적의 공습을 막아내고 생존하면 비로소 기지인 블랙 사이트에 들어가 두 모드를 즐길 준비가 완료된다. 기지를 공유하기는 하지만, 로비부터 두 모드가 서로 병렬적으로 구성되어 있어 다른 모드의 성과와 별개로 따로따로 즐길 수 있다. 다만 블랙 사이트에서 해금되는 대부분의 기능은 매번 전장에 들어가서 여러 장비나 노획물을 갖고 탈출한 뒤 이를 바탕으로 장비를 제조하고 시설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위험 작전'에 집중해 있었다.

▲ 사전에 비축한 물자나 혹은 구입한 물건들로 세팅하고

▲ 전장에 뛰어들어서 노획하고 탈출하는 이 익숙한 구도란

▲ 탈출해서 빼 온 물자 외에도 전장마다 주어진 미션을 깨면서

▲ 시설을 증축하거나 업그레이드하고 더 다양한 기능을 해금시켜야 한다

그만큼 처음부터 좀 더 비중이 높게 소개된 '위험 작전' 모드는 무장 단체들이 자리 잡고 있는 여러 지역 중 하나를 선택, 3인 스쿼드로 매칭된 이후 랜덤한 거점에서 시작하게 된다. 여타 익스트랙션 장르가 그렇듯, 주요 시설을 지키고 있는 무장단체 병력과 보스를 처치하거나 다른 유저를 급습하면서 무사히 탈출 지점까지 도착하면 노획한 물자를 기지로 확보할 수 있다.

타 게임과 차별화된 포인트를 꼽자면, 각 오퍼레이터마다 보유한 전술 스킬을 전장에서 따로 확보하지 않아도 쿨타임이 될 때 언제든 쓸 수 있다는 점이었다. '델타 포스: 호크 옵스'에는 지원, 돌격, 정찰, 엔지니어 네 개의 역할군과 각 역할군마다 독특한 스킬을 보유한 오퍼레이터들이 있다. 음파 화살을 쏴서 적을 정찰할 수 있는 루나, 부비트랩과 드론으로 적을 견제할 수 있는 셰퍼드, 원거리에서 치료 주사총을 발사해 체력 회복을 지원하는 비 콜로니 등 현재 6명의 오퍼레이터가 공개됐으며, 개중에 두 명은 출석 체크나 기타 조건을 완수하면 해금이 된다. 이러한 요원들을 3인 스쿼드가 잘 조합한 뒤, 각자의 스킬을 체크해서 더 다양한 전술로 위험한 상황을 돌파하는 것이 '위험 작전' 모드를 풀어가는 방법이었다.

▲ 음파 화살을 쏴서 적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루나'나

▲ 음파 트랩과 음파 드론으로 적의 진격을 저지하는 '셰퍼드'

▲ 유탄발사기와 동력 추진으로 빠르게 아군에 화력을 지원하는 '위룡' 등 각기 특색 있는 오퍼레이터들이 등장한다

전술 스킬이라는 요소를 통해 짐작할 수 있지만, 호크 옵스의 이 모드는 타르코프식의 익스트랙션을 간소화한 후발주자들과 상당히 닮아있었다. 맵의 크기도 그렇게 크지 않고 탈출 지점들도 다양하게 배치해 놓았으며, 배고픔 같은 비전투 상태 이상은 줄여서 좀 더 전투에 치중하도록 한 것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캐주얼하게 바꾸지는 않았다. 이 부분은 각종 디버프에 대항하기 위한 물자나 치료제, 탄약을 넉넉히 세팅하지 않으면 매칭부터 막아두는 시스템을 통해서 짐작할 수 있었다. 방탄복을 뚫고 타격을 입어서 출혈 상태가 되면 지혈할 때까지 계속 체력이 달거나, 부상 부위를 뒤늦게 조치하면 추가로 조치를 취하지 않고는 현기증 때문에 시야가 중간중간 흐릿해지는 등 전장의 느낌을 살리기 위한 기본적인 체계는 짜임새 있게 마련된 것이다.

▲ 무장단체 병력은 크게 문제가 안 되지만, 보스는 생각보다 강력하니 주의

▲ 의무병! 이 없으니 이 상황에서 뭘 써야 하는 거야 허둥지둥하다가 겨우 치료했는데 눈앞이 어질하다

여기에 FPS의 기본인 총 쏘는 감각도 나름 준수했다. 총기 사운드나 반동도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명가들만큼은 아니더라도 묵직함이 느껴졌다. 피격 시는 다소 픽픽하는 느낌이라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체감이 덜했지만, 적어도 현 단계에서 '쏘는 맛' 자체는 샷건을 빼면 약간만 보완해도 될 정도였다. 여기에 장거리 저격이나 헤드샷 등이 성공할 때 짧고 임팩트 있는 문구로 촌스럽거나 전장에 영향이 가거나 하지 않게, 그러나 어려운 공격들이 성공했다는 사실은 확실하게 인식시켜서 소위 '손맛'을 눈으로 한 번 더 느끼게끔 한 구성도 인상 깊었다.

아직 총기류나 부속이 완전히 다 풀린 것은 아니었지만, 현 상황에서도 자신의 손에 맞는 총기와 부속품 조합을 찾아내는 맛도 있었다. 그리고 이를 시험하기 위한 사격장에도 표적을 여러 거리마다 배치하고 피해량이나 각종 정보를 좌측 상단 UI를 통해 제시, 객관적으로 데이터를 확인해 볼 수 있게끔 했다.

▲ 헬기까지 동원해서 공세에 나선 상황

▲ 대공 기관총 사수를 저격 성공했을 때의 그 쾌감이란

또다른 모드인 '전면전'은 앞서 말한 배틀필드의 모드와 비슷한 양상이었다. 32 대 32로 전개되는 이번 모드는 델타 포스 시리즈에 나왔던 대형 전장을 복원하는 한편, 현대 FPS 유저들이 익숙한 대형 전투 모드를 채택했다고 할까. 공격과 방어 두 진영에 4인 스쿼드가 8팀씩 배치, 거점을 점령하냐 지키느냐를 두고 전투를 벌이는 것이 모드의 핵심이다.

시간제가 아닌 진영에서 한 명씩 죽어서 리스폰을 할 때마다 티켓을 소모하는 방식이나, 공격팀의 티켓이 소모된 시점에서 주요 거점을 지키면 방어팀이 승리하고 그 전에 거점을 공격팀이 뚫으면 공격팀이 승리하는 방식은 여러 굵직굵직한 FPS를 즐겨왔던 유저들에겐 친숙할 것이다. 전투에서 적을 죽이고 공을 세워 자금을 모은 뒤, 이를 소모해 포격 지원 요청하거나 장갑차나 탱크, 헬기 등 병기들을 보급받고 활용하는 구도도 마찬가지다. 다만 그래픽은 상당히 준수한 편에, 알파테스트 단계에서 GTX 1660 슈퍼로도 고옵으로 무난하게 돌릴 수 있을 정도로 최적화가 되어있는 점은 인상 깊었다.

▲ 공격팀과 방어팀이 진영을 뺏고 지키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그야말로 '전면전'

▲ 그냥 무턱대고 전투 불능됐다고 바로 리스폰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 결국 앗 하는 순간에 끝나니 주의, 전황을 보고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센스가 필요하다

▲ 탱크는 못 탔지만, 연막하고 장갑차 호출해서 돌진이다

아직 개발 중이기는 하지만, '델타 포스: 호크 옵스'는 무언가 새로운 걸 보여주기보다는 이미 여러 차례 다른 FPS에서 나온 요소들을 다듬어낸 모습이었다. 배경 설명이나 오프닝을 빼면 아직 '델타 포스' 시리즈를 계승했다는 느낌은 아직은 희박했다. 그렇지만 아직 캠페인이 열리지 않은 상황이고, 각 모드에서도 일부 요소들만 공개된 상황이라 확신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런 흐름이 이해가 가지 않은 건 아니었다. '델타 포스' 시리즈는 앞서 언급했듯이 가면 갈수록 그래픽이나 여러 요소에서 현대 FPS의 흐름에 발맞추지 못하고 멈춰버리지 않았나. 그러다가 오랜만에 다시 나온 만큼 시리즈에 대한 추억 보정도 꽤 큰 편이고, 그 시리즈의 정체성에 대한 관점도 굉장히 모호하다. 만일 그것을 확립했다고 쳐도, 과거의 실패를 반복할 여지도 있다.

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히트한 FPS 시리즈의 요소를 참고한 '델타 포스: 호크 옵스'는 나름 준수한 퀄리티로 그 과제는 이행했다. 핑이나 여러 소통 관련 기능을 비롯해 가이드라인은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아직 테스트인 걸 감안하면 충분히 넘어갈 수 있는 정도랄까. 이번 테스트 이후 피드백을 거쳐서, 그리고 아직 공개하지 않은 모드와 맵 그리고 여러 요소를 통해 타 게임과 다른 '델타 포스: 호크 옵스'만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