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스탠포드 연구소 "게임과 폭력성, 연관 없다"
윤홍만 기자 (Nowl@inven.co.kr)
청소년을 대상으로 폭력적인 사건이 발생하면 으레 그 원인으로 게임을 지목하곤 한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총기 난사로 인해 648명이 사망했다.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연간 수치다. 이에 미국 내 많은 정치인들이 이에 대해 애도를 표하는 한편, 그 원인으로 '게임'을 지목했다. 비디오 게임이 사람을 폭력적으로 만든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에 스탠포드 대학의 브레인스톰 연구소(Brainstorm Lab)가 나섰다. 브레인스톰 연구소는 몇 달에 걸쳐서 비디오 게임과 폭력적인 행동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 모든 연구와 해당 분야의 문헌 등을 포함한 82개의 의학 연구 논문을 검토했고 그 결과 비디오 게임과 총기 난사 사이의 인과 관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브레인스톰 연구소가 검토한 바에 따르면 일부 연구는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과 '공격성' 사이의 연관성을 주장하기도 했으나, 이 경우에는 심리적 또는 신체적으로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려는 모든 행동을 공격성으로 정의하는 데에 그쳤다. '폭력'을 신체적인 해를 끼치는 모든 행위로 국한할 때 해당 연구에서도 비디오 게임과 폭력 사이의 인과 관계를 발견할 순 없었다는 게 브레인스톰 연구소의 주장이다.
더 나아가서 브레인스톰 연구소는 범죄율도 조사했다. 비디오 게임이 폭력성을 조장한다면 비디오 게임 등장 전후로 해서 범죄율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 이에 FBI의 연간 범죄 집계 보고서와 30년간의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의 판매 상관관계에 대해 면밀히 분석했으나 실제 폭력 범죄의 증가를 초래했다는 어떠한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오히려 인기 있고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이 출시하면 역으로 폭력 범죄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을 정도다. 이에 브레인스톰 연구소는 비디오 게임이 '촉매제'가 아닌 폭력적인 경향의 배출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러한 가설을 제시하면서 브레인스톰 연구소는 반대로 최근에는 비디오 게임이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킨다는 연구도 있다고 전했다. 어느 온라인 게임에 대한 연구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우울증, 스트레스 및 외로움의 동시 감소와 함께 자존감, 인지 및 사회적 기술이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서 비디오 게임이 정신 건강에 만병통치약이란 건 아니라면서 게임 중독에 대한 주의를 덧붙였다.
끝으로 브레인스톰 연구소는 "결론적으로 비디오 게임이 폭력을 조장한다는 근거가 없다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면서 "총기 난사 사건과 관련해서 '총기 규제'야말로 문제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