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우리 한번 솔직해져 보자. 스팀 상점 페이지에 있는 스크린샷만 봤을 때 이 게임을 선뜻 구매하려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발라트로의 비주얼 스타일은 이쁨(?)과는 거리가 멀고, 한편으론 저기 저 높으신 분들 눈에 불법 도박처럼 보이게 하는 그런 생김새를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1인 개발자 로컬성크(LocalThunk)를 대신해 게임을 퍼블리싱하는 플레이스택(Playstack)에게도 이것은 도전이었다. 과연, 매력적이지 않은 모습을 한 게임을 마케팅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물론 게임이 재밌어야 하는 게 최우선이지만, 게임마저 재미가 없었다면 플레이스택이 배급을 한다고 결정하진 않았을 터.
플레이스택의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를 역임하고 있는 바우트 판할데렌(Wout Van Halderen)은 발라트로가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는 데 일조한 숨은 공신이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로컬성크를 위해, 더 게임 어워드 시상식 현장에서 상을 대신 수상한 것도 바로 그다.
이날 강연 현장에서 그가 말한 '발라트로' 마케팅 비결은 바로 '주목의 수레바퀴'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비주얼이 아닌, 게임성으로 승부하기
강연을 시작하자마자, 바우트는 발라트로를 마케팅하는 길이 쉽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화려한 스크린샷이나 트레일러도 없었으니, 첫인상으로 사람들을 사로잡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래서 그는, 전통적인 광고나 소셜 미디어의 집중을 높이는 대신, 한 번 잡으면 멈추지 못하는 게임의 핵심 재미, 그리고 스트리밍에 최적화된 게임성에 주목했다.
사실, 퍼블리셔 플레이스택에게는 이전에 유사한 경험이 있었다. 바로 'The Case of the Golden Idol(이하 골든 아이돌)'이라는 인디 게임을 퍼블리싱했을 때와 유사한 상황이었던 것. 그 게임 또한 첫 눈에 사로잡을 수 없는 비주얼을 가지고 있었으며, 퍼즐 게임이라 화면도 다채롭지 않았다. 심지어 스트리밍에도 그리 적합한 게임이 아니었다. 스트리머들이 게임에 집중하면, 보는 입장에서는 지루에 나가버리는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개발사가 게임을 마케팅하기 위해서는 세가지 방법이 존재한다. 첫째, 혼자서 직접 인플루언서 및 미디어에 접근하기. 비용을 아낄 수 있지만, 시간이 많이 들고 전문적이지 못해 결과를 보장하기 어렵다. 둘째, PR 에이전시 고용하기. 전문적인 팀이 알아서 일을 해주지만 비용이 높고, 계약 관계를 해지하면 그간 PR 에이전시가 구축한 대외 관계를 잃어버리게 된다. 세 번째는 퍼블리셔와 함께 하는 것인데, 개발 일정을 보장받으면서도 수익을 분배하는 등 모두 나름대로의 일장일단이 존재한다.
골든 아이돌 사례에서는 플레이스택이 외부 에이전시를 고용하기로 선택했고, 바우트는 바로 그 외부 에이전시 소속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게임의 비주얼 대신 게임의 '데모'를 배포하는 데 집중하기로 한다. 그는 "데모를 플레이한 사람들은 게임에 열광했고, 그 열정을 캠페인에 이용하기로 했다"고 회상했다.
인플루언서에 대한 접근법도 독특했다. 스트리밍에 적합하지 않은 게임인 점을 인정하고, 대신 소셜 미디어를 통해 게임을 언급해달라고 요청했다. 예를 들면 어떤 인플루언서는 데모에 대해 긍정적인 피드백을 게시했고, 바우트는 이를 트레일러에 활용했다. 제이슨 슈라이어 등 매체 거물들에게도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요청해 봤는데, 그의 트위터가 다른 매체 관계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며 추가 취재로 이어졌다. 그리고 골든 아이돌은 이후 DLC 출시 시점에 주요 매체의 기사로 다뤄지는 성과를 얻는다.

발라트로를 위한 마케팅 또한 골든 아이돌에서 얻은 교훈을 기반으로 시작됐다. 바우트의 눈에 발라트로는 스크린샷과 트레일러로는 대중을 설득하기 어렵지만, 내부 테스트 당시 팀원들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게임만 하고 있는 모습은 고무적이었다. 팀은 다시 한 번 데모를 마케팅의 핵심 전략으로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첫 번째 데모는 개발자 로컬성크가 레딧에 올린 게시물로 시작됐다. 그에 따르면, 로컬성크는 플레이스택과 퍼블리싱 계약 당시 "몇 장이나 팔릴 것 같으세요?" 라는 질문에 "몰라요, 한 여섯 장?"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생각과 달리 첫 데모는 홍보 없이도 5,000여 명이 플레이했고, 입소문을 타고 유명 인플루언서들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데모는 50라운드 제한이 되어 있었지만, 플레이어들은 5시간이고 6시간이고 게임을 즐기며 커뮤니티에서 활발하게 피드백을 나눴다.
두 번째 데모는 스팀 넥스트 페스트 기간에 맞춰 배포했는데, 공식적으로 넥스트 페스트에 참가하진 않았다(한 번 출품하고 나면, 다음 페스트에는 출품이 불가능하기 때문). 150개의 조커 중 일부인 40개의 조커만 포함된 데모였지만, 플레이어들은 30에서 60시간씩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바우트는 "너무 게임을 오래 해서 출시작인줄 착각할까봐 얼른 내렸다"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미디어, 인플루언서, 커뮤니티: 그가 말하는 '주목의 수레바퀴'
바우트는 이어 발라트로를 마케팅하는 데 '주목의 수레바퀴(Wheel of Attention)'이라는 모델을 활용했다. 미디어, 인플루언서, 커뮤니티라는 세 가지 기둥으로 움직이는 하나의 바퀴를 돌린다는 전략이다.
첫 번째, 미디어. 이들은 초창기 '발라트로'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바우트에 따르면 미디어는 하루에도 수백 통씩 오는 요청 메일 중에서 취재할 게임을 선택하고, 발라트로의 외형은 그 과정에서 큰 메리트가 없었다. 하지만, 데모 데이터가 쌓인 이후는 달랐다. '스팀 넥스트 페스트 기간 중에 가장 많이 플레이된 데모'라는 타이틀은 미디어의 관심을 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두 번째, 인플루언서. 게임을 홍보할 인플루언서를 찾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바우트는 그저 구독자가 많은 이들과 연락을 취하려고 하지 않았다. 대신, 발라트로와 어떤 식으로든 접점이 있는 게임을 자주 플레이하는 인플루언서에게 접촉했다. '슬레이 더 스파이어', '슈퍼 오토 펫', '바인딩 오브 아이작' 같은 게임을 주로 하는 인플루언서들이 그 대상이 됐다.
세 번째, 커뮤니티. 디스코드는 출시 전부터 운영했다. 300명이었던 인원은 어느덧 1만 명으로 성장했다. 바우트는 "커뮤니티 매니저는 게임의 출시 이후가 아니라 처음부터 함께 하는 게 좋다"고 말했으며, 이렇게 모인 커뮤니티는 소셜 미디어 등에서 자연스럽게 게임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바우트에 따르면 초기에는 위 세 개의 기둥 중 '미디어'가 발라트로에 반응하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지만, 다른 두 개의 기둥에서 높은 관심을 유도한 결과 자연스럽게 미디어의 주목을 높일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렇게 그가 말한 '주목의 수레바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빠르게 굴러갔다.


높아지는 관심에 가속도 붙이기
출시 전, 마지막으로 배포한 세 번째 데모는 정식으로 스팀 넥스트 페스트를 통해 선보였다. 바우트에 따르면, 출시 직전 데모는 "출시 타이밍을 압축된 스프링처럼 조절해 펑 터뜨리는" 역할을 맡았다. 잘 굴러가던 주목의 수레바퀴 덕분에,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이용자 비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출시 이후에도 모멘텀을 극대화하는 마케팅을 잊지 않았다. 그 중 가장 주요했던 것은 총 700개의 스팀 키를 상품으로 뿌리는 스트리머 토너먼트였다. 6명의 인플루언서가 참여해 24시간동안 발라트로를 즐기는 대회를 열었는데, 한 스트리머는 자그마치 19시간동안 줄기차게 발라트로를 플레이하며 우승을 거머쥐었다. 상품으로 각 인플루언서에게 지급된 스팀 키는 각각 그들의 커뮤니티에 배포돼 입소문을 내는 데 활용됐다.
바우트는 이 스트리머 토너먼트를 개최하며, 참여한 인플루언서에게 스팀 키 외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신, 1분 이내 분량의 영상을 홍보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제안했고, 스트리머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장면은 발라트로 상점 페이지 또는 트레일러에 담겼다. 그는 "스트리머가 진정성 있게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최고의 마케팅이었다"고 전했다.

변화를 만드는 반짝이는 아이디어
물론,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 모두 알고 있듯, '발라트로'는 도박 논란을 빚은 몇몇 나라의 스토어에서 삭제되는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바우트는 이조차 오히려 화제가 되며 게임의 주목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후에도 발라트로는 지속적으로 여러 게임과 컬래버레이션 이벤트, 실물 패키지 판매, 모바일 버전 출시 등을 통해 관심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모바일 버전 출시 시점에는 영국 드라마 '블랙 미러'의 작가 찰리 브루커(Charlie Brooker)가 "이 게임이 온 인류의 생산성을 25%가량 떨어뜨릴 것"이라고 트윗을 남겨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 다음에는 모두가 알다시피 더 게임 어워드에서 3개 부문의 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 게임 산업에 그 이름을 남겼다.
끝으로 바우트는 "우리가 한 그대로 적용한다고 해서 다 통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생존자 편향(성공적으로 살아남은 사례만을 분석하는 오류)을 경고하는 한 편, 마케팅할 게임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게임을 빛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