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엔드게임'을 통해 아이언맨으로서 작별을 고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마블 시네마틱 세계로 돌아온다. 다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그간 루머로 떠돌던 아이언맨으로의 귀환이 대신 닥터 둠으로 팬들을 찾게 된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및 마블 스튜디오 공식 SNS)

현지 시각으로 27일 진행된 샌디에이고 코믹콘에서 마블은 마블 스튜디오 수장 케빈 파이기를 통해 향후 전개될 영화들의 정보를 공개했다.

우선 어벤져스 시리즈 5번째 영화인 '어벤져스: 캉 다이너스티'는 새로운 제목인 '어벤져스: 둠스데이(Avengers: Doomsday)'로 변경됐다. '어벤져스: 캉 다이너스티'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초월적인 미래 과학 능력을 통해 수많은 시간선에 관여한 정복자 캉을 메인 빌런으로 삼았던 작품이다. 정복자 캉은 실제로 앤트맨, 로키 등을 통해 그 모습이 그려지며 향후 있을 이야기와 사건들을 위한 서사를 쌓아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정복자 캉 역할을 맡은 조너선 메이저스가 폭행 혐의로 하차하며 이야기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배우 교체를 통한 시나리오 강행 의견도 있었지만, 이번 발표를 통해 어벤져스5를 이끌어가는 빌런은 닥터 둠으로 결정됐음이 알려졌다.

닥터 둠의 배역도 깜짝 공개됐다. 로브와 닥터 둠 가면을 입은 추종자 무리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한 남성은 가면을 벗으며 자신이 닥터 둠의 배역임을 알렸다. 그는 아이언맨으로 친숙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였다. 현장을 발칵 뒤집은 발표였다. 그는 "New mask, same task"라며 닥터 둠 연기에 대한 소회를 강렬하게 남겼다.


2008년작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마블 스튜디오의 본격적인 성공 서막을 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아이언맨 시리즈는 물론 어벤져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등 다양한 마블 작품에 출연했다. 특히 천재 억만장자 영웅 토니 스타크를 훌륭하게 연기하며 작품의 생명을 불어넣기도 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의 아이언맨 죽음 이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서 퇴장했다. 그의 복귀를 많은 팬이 바라기도 했지만, 아이언맨의 서사와 죽음을 간단한 방식으로 되돌릴 수는 없다는 게 마블의 공식 입장이었다. 하지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를 통해 생애 첫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아이언맨은 자신의 DNA라며 MCU 복귀 의향을 밝혔다. 특히 MCU가 인피니티 사가 이후 본격적으로 멀티버스에 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삼으며 다른 세계관의 아이언맨 등장 역시 점쳐졌다. 하지만 이런 예상과 달리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닥터 둠이라는 완전히 다른 역할로 MCU에 복귀한 셈이다.

감독 역시 루소 형제로 공식 확정됐다. '어벤져스: 캉 다이너스티'와 '어벤져스: 시크릿 워즈'를 처음 공개할 당시만 해도 케빈 파이기는 루소 형제가 작품을 맡지 않을 것이라 전했다. 하지만 최근 안팎으로 혹평이 이어지는 가운데 인피니티 사가의 성공적인 팀업 무비(개별 작품의 여러 주인공이 한 작품으로 모여 이루어진 영화)를 이끈 루소 형제의 복귀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루소 형제는 인피니티 사가 중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를 시작으로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어벤져스: 엔드게임' 등을 맡으며 좋은 평가를 얻은 바 있다. 루소 형제가 맡았던 마블 작품의 공동 각본가인 스티븐 맥필리 역시 돌아와 루소 형제를 도울 예정이다.

루소 형제는 이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소개하며 빅터 폰 둠(닥터 둠)을 연기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며 그의 연기에 기대를 드러냈다.

판타스틱4를 통해 처음 등장한 닥터 둠은 코믹스를 통해서 자주 등장한 빌런 중 하나다. 닥터 둠은 특유의 분위기에 인기 코믹스인 판타스틱4를 넘어 다양한 작품에 등장하며 MCU 등장 이전 마블 코믹스의 핵심 빌런 중 하나로 꼽혀왔다. 여기에 더해 천재적인 두뇌를 활용한 지략과 마법 등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정략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이러한 닥터 둠의 독특함은 어느 작품에 넣어도 이해가 되는 설정으로 이어지며 그를 팬들은 물론 작가들에게도 사랑 받은 캐릭터로 만들었다. 다만, MCU에서는 판타스틱과 관련한 판권 문제가 엮이며 등장 순서가 계속 밀린 캐릭터로 팬들의 아쉬움을 사기도 했다.

한편, 페드로 파스칼의 마블 합류작인 '판타스틱4'를 비롯해 새로운 블랙위도우 옐레나와 윈터 솔져 등을 중심으로 하는 '썬더볼츠' 역시 차기 어벤져스 영화 두 편에 합류할 예정이다.


그간 여러 혹평을 받았던 마블은 최근 R등급으로 공개된 '데드풀과 울버린'을 통해 반전을 그리고 있다. '데드풀과 울버린'은 MCU 최초로 흥행 몰이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R등급을 받았지만 개봉 당일 북미 지역에서만 박스오피스 9,600만 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MCU 직전 작품인 '더 마블스'의 북미 총 박스오피스를 1,000만 달러 이상 초과 달성한 수치다. 특히 본격적인 주말이 시작되며 오프닝 성적은 더 높게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마블은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를 시작으로 '썬더볼츠', '판타스틱4', '블레이드'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핵심 팀업 무비인 '어벤져스: 둠스데이'와 '어벤져스: 시크릿 워즈'는 각각 2026년 5월과 2027년 5월 개봉하며 그 사이 작품을 잇는 MCU 영화들이 추가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