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시대를 넘어선 추억, 기름칠해서 풀어낸 'BNS NEO' 수월평원 편
윤서호 기자 (Ruudi@inven.co.kr)
'BNS NEO' 출시 후 유저들의 반응은 정말 뜨거웠다. 이런 말은 상투적으로라도 자주 쓰고 싶지 않은 말인데, BNS NEO만큼은 실제 체감하고 있기 때문에 별 도리가 없다. 주말은 말할 것도 없고 주중에도 퇴근 시간만 되면 대기열 행진이었으니 말이다. 그것도 한 시간 정도면 모를까, 2~3시간 걸릴 때도 있으니 잠수를 해둬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이 될 정도였다.
물론 1서버, 2서버라 불리는 진과 린 서버에 유달리 그런 현상이 잦긴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 MMORPG는 1섭, 안 되더라도 2섭 찾아서 하는 게 사람 심리 아니던가. 그래서인지 진 서버 계정 생성 제한에 이어 린 서버도 계정 생성 제한이 생기면서 대기열이 점차 사라졌다. 이제는 린 서버도 계정 생성 제한이 풀렸지만, 그 뒤로 다른 서버에 종종 대기열이 생기는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아직 출시된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으니 호들갑처럼 보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간 엔씨소프트가 쌓아왔던 업이 있지 않던가. 그걸 떠올려보면 유저들의 관심이 이렇게 오래까지 이어지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BNS NEO는 그 옛날, 경외로움마저 느껴졌던 '블레이드&소울'의 최전성기의 위력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몇몇 시스템은 조금 앞당겨오고, 일부 변경된 사항들이 있긴 하지만 그래픽과 최적화를 일신하고, 특유의 액션과 공략하는 재미는 타협하지 않았다.
그리고 블소의 전성기를 얘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수월평원'이 지난 10월 23일 BNS NEO에 업데이트됐다. 지금도 블소하면 떠오르는 무신의 탑, 바다뱀 보급기지, 핏빛상어항 등을 비롯해 그 시절 막내들이 잊을 수 없는 이야기를 담아낸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업데이트 첫날부터 그 한 주 동안은 진입부터가 어려웠을 정도였다.
※ 기사 본문에 수월평원 편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게임명: BNS NEO
장르명: MMORPG
출시일: 2024. 10. 16.
리뷰판: 11. 1 업데이트개발사: 엔씨소프트
서비스: 엔씨소프트
플랫폼: PC
플레이: PC
다들 '수월평원'을 기다린 이유
한층 더 놀라운 경치와 가슴을 찌르는 이야기
보통 옛날 MMORPG를 이야기할 때 스토리는 스킵하고 관심이 있으면 인터넷에 정리된 글을 보는 것이 국룰이라는 말도 있지만, 블소는 좀 달랐다. 세계관은 정통 무협과는 좀 거리가 있긴 하지만, 어쨌거나 '무협'의 낭만을 스토리 곳곳에 비집어넣으면서 알고는 있어도 그 과정을 직접 훑어보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화중 사형이 전해주는 가르침이나 방황해도 정도를 잃지 않고 사부의 가르침을 따르는 막내의 행보, 그리고 상상만 했던 것들을 현실로 만드는 액션과 경공, 절경까지 균형잡힌 게임이었으니 말이다.
수월평원에서 영린족 거주지에 올 무렵에는 그것이 체감이 되지 않지만, 늑대구릉 이후 여러 지역을 훑어보면서 다시금 그 절경이 체감된다. 드넓은 초원과 농장, 바다 사이에 얇게 난 하얀 모래길과 구릉을 건너 드넓게 펼쳐진 호수 등등. 비경을 찾아다니면서 스크린샷으로 돌아보면 그 시절에 느꼈던 충격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그 시절과는 차이가 느껴질 수 있지만, 이는 전에 말한 것처럼 언리얼 엔진4로 교체 후 라이팅 등 여러 가지가 바뀌고 엔진에서 새로 지원하는 기술까지 도입하며 생긴 변화라고 볼 수 있겠다.
그 아름다운 자연과 대비되는 배신과 통수의 이야기가 수월평원 편의 또다른 묘미였다. 물론 그 배신과 통수에 자꾸 속아주고 귀농&소울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허드렛일이나 해주는 막내를 보면서 조금 답답하긴 했다. 막판에 반전도 내심 짐작은 갔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했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선하다.
포화란까지 좀 더 쉽게
내실과 제작, 4대 인던 개선, 그리고 '탁마령'
수월평원이 유저들의 가슴 속에 남았던 이유는 가슴 한 켠을 찌르는 스토리뿐만이 아니었다. 블소 특유의 짜임새 있는 액션을 한껏 쏟아부으면서 도전해야 하는 완성도 높은 던전이 핵심이었다. 지금도 블소하면 빠질 수 없는 '포화란'이 당장 이 수월평원에서 나오지 않던가.
물론 그런 인기 스타 '포화란'을 만나러 가는 길은 다소 절차가 필요하긴 하다. 소위 4대 인던이라고 불리던 홍돈족 소굴, 낙원사원, 거미둥지, 영린족 유적지를 거쳐야 하니 말이다. BNS NEO에서는 초대장 퀘는 빠르게 지나갈 수 있는 수를 마련했다. 이미 16일 출시 때 염화 무기를 세력퀘로 얻은 보상을 모아서 만들 수 있던 것처럼, 이번에도 수월평원의 세력퀘를 진행하면서 모은 보상으로 무기나 장신구를 제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예전에는 영린족 보패를 요구하는 팟도 많았지만, 세력퀘로 만든 악녀 무기나 악녀 장신구가 더해지면 만령보패 8세트나 만령+묵점 보패를 섞고 보패 강화를 조금 더해서 그 이름 높은 던전에 도전할 스펙을 맞출 수 있었다. 여기에 성장에 있어서 '금'으로 해결하는 BNS NEO의 정책상, 금과 강화 재료를 얻을 수 있는 주간 퀘스트의 중요도가 높아져서 그 옛날보다 더 쉽게 주간퀘팟에 묻어서 이를 완수할 수 있었다. 그리고 6일 패치로 영린족 유적지에서 진화석, 홍돈족 소굴에서 악녀목걸이, 낙원사원에서 악녀반지, 거미둥지에서 악녀귀걸이를 획득할 수 있게 되면서 더더욱 부담이 줄었다.
또 하나 더하자면, BNS NEO는 제작식도 단순화했다. 초창기 블소에는 철 종류만 해도 황동이니 묵철이니 기타 등등 여러 가지가 있었다. 그렇지만 이를 일반 금속, 일반 목재 등으로 획일화해서 언제 제작을 시작해도 쉽게 제작 레벨을 올리고 필요한 물건을 만들 수 있게끔 했다. 또한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달성하는 탐험일지를 통해 내실을 조금씩 다져가는 것도 쏠쏠한 도움이 됐다.
중간중간에 갑작스럽게 수상한 의식과 함께 등장하는 '탁마령'도 또 하나의 킥이었다. 의상이나 여러 보상을 얻을 수 있는 건 물론, 영웅패, 도화상자는 물론 각성 장비를 만들 때 필요한 진화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기이한 결정체를 확정적으로 얻기 때문에 중간중간 제보를 보고 이동해서 참여하는 것으로도 플러스를 기대할 수 있었다.
도전하는 맛은 그대로, 대표 던전
다소 변경됐어도 패턴 공략의 '근본'은 확실하다
그 뒤에 가게 되는 '바다뱀 보급기지'는 그 옛날 발라라-태장금-막소보의 3단 장벽을 지나 마지막 관문 포화란을 맞이하는 그야말로 난관이었다. 그러나 BNS NEO에서는 다소 변경이 있었다. 네 명이 쭉 이어지던 예전과 달리, 지원부(발라라-태장금), 사령부(막소보-포화란) 두 개로 나뉘었기 때문이다.
특히 태장금은 지원부 최종 보스로 편성되면서 외형이 아예 바뀌었다. 롤빵머리가 좀 섞인 생머리에 충각단 장교복을 입고 있는 모습만 생각하다가, 하얀색 신규 의상을 입고 헤어스타일도 완전히 바뀐 걸 보곤 태장금이 맞나 싶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신다발도 빨리 등장하는 것도 모자라서 드리블이 아닌 빠르게 제압해서 디버프를 푸는 등 패턴도 많이 바뀌어서 옛날 태장금을 기억하고 도전했을 때 상당히 당혹스러웠다. 발라라를 뺀 막소보, 포화란도 패턴이 추가됐지만 그걸 한두 번 보고 나면 12년 전 트라이하던 시절의 기억이 생생하게 다가왔다.
여기에 BNS NEO에서는 폭풍의 바다뱀 보급기지, 어둠의 핏빛 상어항이 추가될 자리에 '악충패 소굴'을 대신 넣었다. 악충패 소굴은 잡몹은 거의 없이 길이가 굉장히 짧은 던전이지만, 2구간 보스 녹마적을 3분 내로 잡지 못하면 전멸하는 만큼 딜사이클에 대한 숙지가 필요했다. 일부 패턴은 포화란과 유사하고 장비도 드롭하는 만큼, 바다뱀 보급기지에 가기 전에 미리 손을 풀어두는 구간이자 파밍하는 중간 지점의 역할을 하는 셈이었다.
전성기를 떠올리게 하는 BNS NEO
99%는 만족스러운 수월평원 전편, 그 이후는?
수월평원 업데이트 직전 시점부터 접근해본 BNS NEO는 아직까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콘텐츠들을 보완하는 등 아직 향후 업데이트 계획이 다 나온 것은 아닌 만큼, 추후 더 많은 개선과 변화, 볼륨의 확장으로 더 풍성한 MMORPG가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게임 내에 여러 정보를 보면 핏빛 상어항 그리고 나선의 미궁까지는 어느 정도 준비가 된 상태인 듯 싶었다. 이 부분까지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업데이트한 것으로 볼 때 다소 개편이 되더라도 그때의 재미만큼은 안정감 있게 다듬어서 낼 것으로 보인다.
이번 6일 업데이트로 4대 인던의 보상을 강화하면서 최종 단계까지 가는 중간다리를 한 번 다듬었고, 여기에 신규 서버 '천'을 오후 8시에 오픈하는 만큼 시대를 뛰어넘어 지금까지도 검증된 그 맛을 다시 한 번 맛보러 오는 것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