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까지만해도 '게임스컴'은 분명 남의 나라 잔치였다.

매년 좋은 음식이 차려졌고 각국 다양한 손님들이 와서 즐겼지만, 정작 우리 음식은 보기 힘들었고 나오더라도 크게 주목 받지 못한 것이 현실이었다.

하지만, 이제 달라졌다. 지난해 'P의 거짓'을 시작으로 유럽 무대를 두드린 우리나라 게임은 올해 크래프톤, 넥슨, 펄어비스,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 원웨이티켓 스튜디오, 트라이펄게임즈 등 다양한 회사들이 유럽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눈여겨 볼 부분도 있다. 과거에는 우리나라 시장에 맞춘 게임을 현지화해서 글로벌 무대에 내놓았다면 지금은 애초에 글로벌 시장에 타게팅해서 AAA급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임이 바로 크래프톤의 '인조이', 넥슨의 '카잔', 펄어비스의 '붉은사막'이다.

크래프톤의 인조이(inZOI)는 시뮬레이션 장르의 변방에서 피어난 꽃이다. 이미 이 장르를 오랫동안 집권한 게임의 영향력이 굳건한 상황에서 다크호스처럼 등장해 느슨해진 생활 시뮬레이션 장르에 긴장감을 불어 넣고 있다. 인조이는 도시 속 200개 이상의 장소를 꾸밀 수 있고 자체 UGC 플랫폼 캔버스를 통해 자신의 창작물을 업로드하는 등 차세대 기술력을 총동원해 유저들의 관심을 높이고 있다.

넥슨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AAA급 프로젝트 ‘퍼스트 버서커: 카잔'은 네오플이 선보이는 첫 번째 하드코어 액션 RPG 장르 게임이다. 이 프로젝트는 'DNF 유니버스’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콘솔 작품으로 기획되었으며 실사화 스타일이 아닌 3D 셀 애니메이션풍의 그래픽을 활용해 특유의 분위기를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펄어비스는 드디어 보여줬다. 영상이 아니라 실제 구동되는 버전이다. 이 게임은 펄어비스 뿐만 아니라 한국 게임계의 첫 도전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남다르다. 일단 붉은사막은 외국 상용화 엔진이 아니라 자체 개발한 차세대 게임 엔진(BlackSpace Engine)으로 만들었다. ▲자체엔진 ▲AAA급 타이틀 ▲액션 어드벤처 ▲오픈월드 ▲싱글 플레이 등 뭐 하나 쉬워 보이는 게 없는 도전을 펄어비스는 '붉은사막'을 통해 시도하고 있다.

국산 BIG3의 유럽 무대 성적표는 일단 합격점이다. 인조이는 게임스컴 어워드 2024에서 ‘가장 재미있는 게임(Most Entertaining)’ 부문에 후보작으로 선정됐으며 넥슨의 '카잔'은 베스트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후보에, 펄어비스의 붉은사막은 비쥬얼(Best Visuals)과 에픽(Most Epic) 부문에서 최고의 게임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시상 부문 뿐만 아니라 전시장에서도 참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끌어내며 향후 행보에 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직 한 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누군가 그토록 원했고 바랐건만 우리나라 게임계도 이런 날이 오고야 말았다. 모두 출시까지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