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개발사 이십일세기덕스의 액션 RPG, '크로노소드'가 오랜 기다림 끝에 얼리액세스를 시작했습니다. 개발 기간이 길어지며 몇 차례 시스템적인 변화가 있기도 했으나, 쿼터뷰 시점, 픽셀로 구현된 어둡고 진중한 비주얼, 소울라이크 등 출시 전부터 '크로노소드'에 대한 기대를 갖게 했던 요소들은 그대로입니다.

개발사 측에서 이번 얼리액세스 분량이 전체 볼륨의 30%에 해당한다고 밝힌 만큼, 게임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를 한 번에 내릴 수는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크로노소드'가 추구하는 액션, 핵심 게임플레이는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꽤나 다채로운 종류의 보스를 포함해서 말이죠.

게임명: 크로노소드
장르명: 액션, 소울라이크
출시일: 2024. 12. 06.
리뷰판: 얼리액세스 빌드
개발사: 21세기덕스
서비스: CFK
플랫폼: PC, PS, Xbox, Switch
플레이: PC(Steam)


규칙이 분명한 '소울라이크'
때리고, 막고, 구르고! 장르 팬에게 익숙할 게임플레이

▲ 튜토리얼에서도 느껴지는 소울라이크의 향기

얼리액세스 버전으로 접한 '크로노소드'의 첫인상은 대단히 '소울라이크'의 장르적 정체성을 잘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튜토리얼 구간의 설명도 바닥에 쓰인 문구로 연출하고, 캐릭터의 전반적인 움직임이나 전투 템포도 경쾌함과는 거리가 먼 쪽에 속해 있기도 합니다.

거기에 더해, 각종 UI 또한 '다크 소울' 등 시리즈와 유사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소울라이크 장르를 한 번이라도 플레이해봤다면, '크로노소드'의 전반적인 규칙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크로노소드'가 초반 부분에서 알려주는 규칙은 장르 팬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접해봤을 만큼 단순하고 명료합니다. 전투를 예로 들면, 적의 공격은 막거나 회피할 수 있고, 실력에 자신이 있다면 패링까지도 노려볼 수 있습니다. 보스의 공격은 막을 수 있는 것, 막으면 빈틈이 생겨 위험한 것, 그리고 막을 수 없는 것으로 나뉘고요. 이 모든 종류의 공격은 분명한 색으로 표시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대처하는 것이 '크로노소드' 전투의 묘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전투 뿐 아니라 보스와 보스 사이, 길찾기 구간의 규칙 또한 매우 친숙합니다. '크로노소드'의 맵은 하나의 테마로 구성된 지역이 여러 자물쇠로 막혀 있으며, 열쇠를 모아 다음 지역으로 향하는 통로를 여는 다소 선형적인 방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 사이에 탐험을 통해 거점으로 향하는 지름길을 해금할 수 있으며, 곳곳에 숨겨진 색다른 종류의 무기를 손에 넣을 수도 있습니다.

▲ 적의 공격은 위험도에 따라 다른 색으로 표시되고

▲ 패턴을 파악하며 다음 수를 생각하는 것도 아주 친숙한 맛입니다

크로노소드가 초반부터 알려주는 규칙 덕분에, 플레이어는 게임을 진행하며 상대방과의 전투를 보다 직관적으로 치를 수 있습니다. 어떤 공격을 내가 막을 수 있는지, 막을 수 없는 공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상당히 명확한 편이죠. 물론, 점점 공격이나 패턴이 다변화되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규칙이 달라지지는 않으니 몇 번의 시행착오 뒤에는 빠르게 적응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여러 아이템들 또한 플레이에 다채로운 전략을 활용할 여지를 더합니다. 일정 시간동안 무기에 속성을 부여할 수 있는 숫돌이나, 서서히 체력을 채워주는 빵, 일정 시간 동안 방어도를 올려주는 포도주 등, '크로노소드'에는 다채로운 아이템이 존재합니다. 특히, 화살의 경우 생각보다 대미지가 우수해, 보스전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활용도를 보여주기도 했죠.

사실, '소울라이크'의 묵직한 감성이나 규칙과 픽셀 그래픽은 썩 좋은 궁합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비주얼적으로 캐릭터나 보스의 움직임이 디테일하게 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단점을, 크로노소드는 기본적인 규칙을 명확히 하는 것으로 돌파구를 모색한 셈입니다.


맵을 두 배로 쓰는 '시간여행'
현재와 미래를 오가는 '크로노소드'의 이야기

▲ 기본적으로, 잠긴 문을 열어 가며 진행하는 선형적 전개입니다

또 한 가지, '크로노소드'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현재와 미래를 오가는 '시간여행'입니다. 세계관 상 이 세상은 멸망을 향해 달려가고 있고, 얼마 되지 않는 시간여행자들이 이미 멸망해 버린 미래를 되돌려 놓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주인공 또한 그러한 시간여행자 중 한 명으로, '시간의 문'을 통해 미래와 현재를 오가며 모험을 계속해 나갑니다.

얼리액세스 빌드에서 엿볼 수 있었던 '시간여행'의 개념은 같은 맵을 두 배로 활용하는 장치로서 활용되었습니다. 현재와 과거를 오고 가는 느낌보다는, 현재에서 획득할 수 있는 모든 열쇠를 얻고 나면 그제서야 미래로 가 여정을 마저 하는 형태였죠. 실제로 일부 구역은 미래로 향한 뒤, 다시 현재로 돌아가면 나갈 수 있는 통로가 막혀 있는 구간도 존재했습니다.

이런 선형적인 경험 속에서도, '시간 여행'이라는 콘셉트는 하나의 맵을 거의 두배 가까이 확장하는 요소로는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현재에서 갈 수 없었던 길이 미래에서 통로로 활용되고, 그 반대도 가능하죠. 덕분에 탐험해야 할 곳도 그만큼 늘어나고, 결과적으로 맵 전체가 상당히 방대하게 느껴집니다.

▲ 이미 멸망한 미래에도 위험은 도사리고 있죠

지역별로 흩어져 있는 룬 열쇠를 모아 다음 지역으로 향한다는 간결한 규칙도 인상적입니다. 플레이어가 탐험 도중에 길을 잃고 방황할 여지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막힌 길을 열 때 사용한 열쇠는 사라지지 않고, 대신 다음에 만나는 자물쇠는 열쇠를 두 개 필요로 합니다. 동시에 열쇠 세 개를 필요로 하는 문을 같이 만났다면? 어느 방향부터 진행하면 좋을지 아주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것입니다.

탐험 요소도 유구한 '소울라이크'의 전통을 따르는 모습입니다. 진행 도중 획득한 여러 문서들을 잘 읽어 보면, 의외의 단서를 찾아낼 가능성도 있습니다. 주로 어떤 무기를 어디에 숨겨뒀다는 종류의 편지들이었는데, 이를 토대로 카타나를 찾았을 때는 묘한 쾌감도 느껴졌습니다.

다만, 시점과 비주얼에서 오는 단점들은 아쉬운 편이었습니다. 평지에서는 크게 어려움이 느껴지진 않았지만, 높낮이가 있는 맵의 경우에는 시인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느낌이 있습니다. 분명 옆에 공간이 있어보이는데도 절벽으로 떨어진다든지, 내가 보고 있는 층이 사실은 캐릭터보다 한층 위나 아래일 때도 많고요. 특히, 층 구분이 많은 구간에서는 이 단점이 매우 크게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 구역별로 달라지는 분위기도 눈여겨볼만 합니다


조작 정도는 조금 널널해도 좋지 않을까...?
인내심 약한 사람은 조심히 플레이하시길

▲ 층 구분이 불명확해, 거의 '병자의 마을'급으로 싫었던 구간(?)

얼리액세스로 만나본 '크로노소드'는 분명한 규칙과 의외로 쫄깃한 타격감, 그리고 '조금만 더 하면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게 하는 난이도 있는 전투가 매력적인 게임이었습니다. 그러나, 일부 이용자들에게는 픽셀 비주얼과 함께 불편한 조작감이 진입 장벽으로 다가올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쿼더뷰 픽셀 그래픽 게임으로서는 독특하게도 '소울라이크' 스타일의 조작감을 전달하려는 '크로노소드'의 노력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나타나는 '내가 원하지 않는' 조작이 나가는 경우 그 좌절감이 큰 편입니다.

튜토리얼 이후 얼마간은 생각보다 적응이 빠르게 됐다고 느끼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종종 타게팅한 적과 다른 방향으로 공격을 해도 '내가 입력을 잘못했나 보다'' 하고 생각하고 넘어가기도 했고요. 하지만, 진행을 더 하면서 만나는 적들은 등 뒤로 대쉬를 해 온다든지, 각종 요사스러운 기술을 활용하며 전투의 난도를 높이고는 합니다.

문제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조작마저도 규칙만큼이나 명확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정확한 타이밍에 정확한 버튼을 입력하면, 명확한 동작을 할 수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모든 게이머가 소울류의 고수가 아니듯, 플레이어에 따라 명확한 입력이 어려울 수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 나 화나게 하려고 일부러 이러나 싶었던 보스까지

크로노소드의 전투 규칙은 명확하지만, 그만큼 원하는 조작이 실패했을 때 돌아오는 패널티도 큽니다. 실패한 조작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적의 강공격을 패링에 실패했거나, 캔슬 공격을 실패했거나, 구르는 타이밍이 어긋날 수도 있죠. 모두 소울라이크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것들이지만, 왜인지 모르게 '크로노소드'에서는 이런 일이 발생하는 빈도가 잦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키보드 방향키로 조작하는, 16방향으로 움직이는 쿼터뷰 시점 떄문일지도, 아니면 특유의 픽셀 그래픽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명확한 입력에 따라 성공하면 값진 보상을, 실패하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게 되는 시스템은 개발진의 의도가 담긴 시스템일 것이고, 정식 출시 시점까지도 이어질 가능성도 높습니다. 다만, 분명한 입력을 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더 많은 이용자층을 위해서라도, 실패했을 때 돌아오는 패널티를 줄일 수 있는 다른 방안들이 조금 더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사실, 이것 외에도 기존 소울라이크 팬들의 복장을 터뜨릴만(?) 한 요소들은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회복 마법 시전 시간이 거의 다크소울2 에스트병 마시는 속도와 다름이 없는 것도 그렇고요.

아직은 얼리액세스 단계인 만큼 정식 출시 시점까지 어떤 변화가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그래도 한가지 분명한 것은, 소울라이크에서 느꼈던 긴장감, 그리고 강적에게 부딪혀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무언가를 '크로노소드'가 가지고 있다는 것이죠.

모두를 위한 게임은 될 수 없겠지만, 소울라이크의 '규칙'을 사랑하는 게이머에게 '크로노소드'는 분명 의미 있는 시간을 선사할 것입니다.

▲ 그래도 재미는 확실하니, 정식 출시까지 잘 다듬어지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