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서브게임계 의외의 카드가 될지도? '로스트 소드'
윤서호 기자 (Ruudi@inven.co.kr)
위메이드커넥트가 코드캣과 개발, 서비스 준비 중인 서브컬쳐 RPG, '로스트 소드'가 22일부터 24일까지 파이널 CBT를 진행했다. 지난 지스타 2023에서 시연 버전을 통해 최초 공개된 '로스트 소드'는 아서왕 전설을 이세계물 감성으로 살짝 뒤튼 수집형 RPG로, 횡스크롤 액션 스타일과 퀄리티 있는 2D 애니메이션 연출과 라이트한 감성의 스토리를 핵심으로 내세웠다. 그리고 지난 7월 1차 CBT를 통해 유저 피드백을 한 차례 받으며 완성도를 높여왔다.
이미 레드오션이라는 말 자체가 무색할 만큼 치열해진 서브컬쳐 게임 시장인 만큼, 그간 캐주얼 게임 위주에 블록체인 부문으로 확장하고 있던 위메이드커넥트가 그 틈새를 잘 파고들지 의문이었다. 그러나 '소드마스터 스토리'의 개발사 코드캣과 협력해 만들어낸 '로스트 소드'는 1차 CBT 때 오류를 걷어내고 덕심과 서브컬쳐 게임계에 대한 이해도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었다.
게임명: 로스트 소드
장르명: 수집형 RPG
CBT 개시일: 2024. 10. 22.
시연 버전: 파이널 CBT개발사: 코드캣
서비스: 위메이드커넥트
플랫폼: 모바일
플레이: 모바일(iOS)
익숙한 양식을 더 라이트하게
물흐르듯 이어지는 매니지먼트+플레이
파이널 CBT에서 보여준 '로스트 소드'는 엄밀히 말하자면 '방치형'과 서브컬쳐 유저들에게 친숙한 '프리코네류'의 스타일이 섞인 작품이다. 전-중-후열 구도에 각 위치에 맞는 캐릭터를 배치하고, 자동으로 전투를 하다가 유저가 원하는 타이밍에 혹은 자동으로 각 캐릭터 궁극기를 활용하는 형식이다. 그렇기에 2D 애니메이션 연출과 액션이 살아있는 횡스크롤 게임을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할 여지가 있다. 자신이 직접 캐릭터를 조작해서 난관을 극복하는 맛이 있는 액션 게임과 방치형은 서로 미덕이 다르니 말이다.
그 전에 이미 이러한 양식은 그간 수도 없이 많은 서브컬쳐 게임에서 보여준 터라 어줍잖으면 살아남기가 힘들다. 익숙한 맛이기 때문에 서브컬쳐 유저들이 쉽게 접근해서 무난히 적응할 수 있지만, 무언가 '킥'이 없거나 미숙한 부분이 있으면 그만큼 잘 드러나는 양식이기도 하다.
이 부분에서 '로스트 소드'는 한때 '킥'을 시도했었다. 1차 CBT 때는 기존 양식보다 더 다양한 각종 성장 요소를 유저들이 소화하도록 해서 플레이타임과 리텐션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짠 것이다. 그러나 당시 유저들의 평은 썩 좋지 못했다. 복잡할 뿐만 아니라 서브컬쳐 유저들이 극도로 기피하는 스타일의 요소까지도 긁어왔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방치형'이라는 것도 잘못 해석해서 계속 반복사냥해서 폐지줍기하는 식으로 방치하는, 옛 수집형 RPG나 모바일 MMORPG식 스타일을 채택했으니 더더욱 서브컬쳐 유저들 사이에서 질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파이널 CBT에서는 이를 철저히 배제하고 익숙한 맛을 최대한 걸림없이 끌어내는 것에 주력했다.
기본적인 튜토리얼 과정이나 진행 과정은 타 게임과 비슷하다. 스테이지를 돌파해서 더 좋은 장비나 보상을 얻고, 안 쓰는 장비들을 갈아서 스탯을 올리는 여러 부수적인 장치들을 업그레이드하면서 계속 나아가는 전형적인 플레이스타일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로스트 소드'의 게임플레이는 걸리적거리는 부분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장비를 착용하거나 강화하고, 각종 스탯을 올리는 상황에서도 물밑에서 캐릭터들이 스테이지를 쭉쭉 밀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수집형 RPG는 스테이지를 플레이하고 난 뒤 로비로 나와서 여러 세팅을 하고 다시 스테이지로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메인스토리가 진행되는 구간만 제외하면 '로스트 소드'는 그 과정을 병렬적으로 동시에 처리해서 흐름을 꾸준히 유지했다.
아트 및 연출에서도 그 흐름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그 안에서 눈을 사로잡을 퀄리티를 내는 전략적인 부분이 엿보였다. 횡스크롤 액션 게임에서 콤보를 이어갈 때마다 몹 머리 위로 대미지 수치가 쭉쭉 뜨는 연출로 감성도 챙기고, 궁극기는 각 캐릭터별 특색은 살리는 화려한 애니메이션 컷씬을 넣되 2초 안으로 짧게 편성하면서 별도의 스킵 기능 없이도 게임플레이가 쭉 이어지는 느낌이 들게끔 했다. 그 퀄리티가 독보적이라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단계까지 중간에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번거로움 없이 쭉 이어지는 게임플레이라는 목표를 확고히 달성한 점이 눈에 띄었다. 일단 한 번 플레이를 하게 되면 중간중간 매니지먼트하면서 종종 눈요기도 하는, 방치형 게임의 플레이 루틴이 끊기지 않고 잘 흘러가게끔 완성도 있게 구성했다고 할까. 그리고 스테이지 관련 주요 정보도 알기 쉽게 배치, 그에 맞춰서 조합을 짜고 들어갈 수 있게끔 했다.
라이트한 이세계물 감성에 올인
선택과 집중, 그러면서 재조명되는 연출과 캐릭터
소위 '덕심'이라고 하는, 서브컬쳐 게임 그리고 이를 즐기는 유저층이 추구하는 감성은 사실 어떻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는 단순히 미소녀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나 관심 정도가 아니다. 미소녀 캐릭터는 기본에 그간 축적된 서브컬쳐 안에 여러 스타일과 유사성 혹은 이를 접했을 때 느꼈던 감성을 전달할 수 있는 모에 요소나 캐릭터성, 이를 어필하는 방법 등등 그 층위가 상당히 복잡다단하고 동시다발적으로 연결되면서 작용되는 것이다.
'로스트 소드'는 그 하위 장르 중 '이세계물'에, 서브컬쳐 팬들에게 친숙한 또다른 소재를 더한 게임이다. 취업준비생인 주인공이 어느 날 갑자기 브리타니아로 전이, 엑스칼리버의 정당한 주인을 그 검에게 안내하는 인도자 '에단'이 되어 요정여왕 모르가나와 함께 모험을 떠나는 것이 '로스트 소드'의 핵심 스토리다. 엑스칼리버, 카멜롯 전설은 서브컬쳐에서 자주 인용되는 소재라서 유저들에겐 친숙하긴 하다. 그런 만큼 어줍잖게 해서는 그 자신만의 '맛'을 내기가 어렵다. 자칫 잘못 다듬으면 과하다, 혹은 덕심을 모른다는 평을 듣기 좋다.
지난 1차 CBT에서는 다소 그런 우려가 있었으나, 개발진은 파이널 CBT에서 이 과제를 선택과 집중으로 풀어냈다. 다소 오해가 있을 '스파클링 액션 RPG'라는 문구 대신 '소녀X액션'으로 자신들의 강점을 어필하는 한편, 그에 걸맞게 여성 캐릭터 비중도 높였다. 이 부분은 일반적인 게임이라고 가정하면 전체적인 퀄리티와 큰 연관 관계가 없다. 그렇지만 '서브컬쳐'에서는 좀 다르다. 유저와 캐릭터의 유대감, 캐릭터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 그리고 자신이 기대했던 방향의 무언가가 나오는 걸 확인하는 것 자체가 게임을 하게 만드는 원동력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전의 '로스트 소드'는 이것저것 습관적으로 넣고 다듬지는 못한 느낌이었다. 타 게임의 중파 이상의 화끈한 면들이 있는 반면, 거기에 어울리지 않는 요소들이 들어가서 몰입감을 해치는 느낌이었다. 이 부분도 어찌 보면 취향이 갈리는 문제일 수 있으나, 적어도 자신이 내고자 하는 '스타일'에 맞춰서 다듬은 흔적이 눈에 띈다.
물론 그런 어필이 통용될 맥락이 없으면 과하다는 인상이 들기 마련인데, '로스트 소드'는 애초부터 왕도적이면서 고전적인 코믹 이세계물로 노선을 잡았기 때문에 무난하게 녹아들어갔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뭔가 하찮음과 짠내가 잔뜩 묻어나는 대사들을 성우들의 더빙으로 듣다 보면 무슨 일이 벌어져도 딱히 이상해보이진 않았다. 취업준비하다 갑자기 이세계에 와서 인도자가 되어버린 주인공, 요정여왕이지만 환생해서 외모도 힘도 정신연령도 죄다 어려진 모르가나, 아서왕 포지션이어야 하는데 잠재력은 있지만 허당이라 늘 고생하는 엘리자베스와 그 허당끼에 시너지를 더하는 베디비어 등등. 어떤 대의를 위해 모험을 떠나지만 다소 모자란 탓에 이리저리 좌충우돌 갈팡질팡하는 왕도적인 코믹 모험물의 구성을 확실히 엿볼 수 있었다. 단순히 텍스트로 끝나지 않고 성우들의 열연이 더해지면서 그 느낌은 배가 됐고, 자연히 뭐가 벌어지든 가볍고 코믹하게 그렇지만 갖출 건 다 갖춘 퀄리티에 무던히 넘어가면서 쭉 그 이야기를 힘 닿는 데까지 지켜보게 했다.
의외의 한 방, 로스트 소드
감성은 합격, 내실다지기와 운영이 관건
최근 서브컬쳐 게임은 소위 '분재화'가 되고 있는 추세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한 번 들어갔을 때 플레이타임은 최소한으로 줄이되, 매일매일 혹은 무언가 큰 이벤트가 있을 때 다시 돌아와서 소위 '물주기'를 하는 양상이 일반적이다. 물론 그렇지 않고 쭉 플레이를 하게 만드는 것에 주력한 게임도 있지만, 점차적으로 소탕 등 추세에 맞춘 기능을 갖춰나가고 있다.
이 말을 굳이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1차 CBT 때 '로스트 소드'는 서브컬쳐 게임의 트렌드나 감성과 다소 떨어진 시스템을 보여줬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코믹한 이세계물 감성의 스토리나 캐릭터는 이미 빌드업이 된 상태였지만, 계속 반복사냥을 굴리는 하드한 구성에 서브컬쳐 유저 다수가 썩 반기지 않는 유형의 게임이 떠오르는 '공성전'과 갖가지 스탯은 겉돌 수밖에 없었다.
개발진도 이를 인지해서 수정을 약속했고, 이번 파이널 CBT에서 그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불순물을 걷어낸 '로스트 소드'는 가벼운 마음으로 캐릭터를 보면서 숙제하고, 스토리를 훑어보면서 피식 웃고 넘어가는 서브 게임으로서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다소 개성은 부족한 듯하지만, 해당 장르에서 기대하는 요소 그리고 빠져서는 안 될 것들은 확실하게 잡아내면서 이제야 '서브컬쳐 게임'으로서 자리를 잡을 준비가 됐다고 할까.
물론 아직 '로스트 소드'가 넘어야 할 산은 남아있다. 유료 BM은 아직 완벽히 드러나지 않았으니 차치하더라도, 앞서 언급한 것처럼 '로스트 소드'만의 확고한 매력이 아직은 부족하다. 현실에서 온 주인공이 잠재력은 있지만 다소 어벙한 일행을 이끌고 이래저래 고생하며 모험을 떠나는 왕도적인 코믹 이세계물의 구성은 확실히 보여줬고, 소재도 친숙하다. 인게임 퀄리티는 물론, 2D 애니메이션 컷신도 한 차례 일신하면서 짧은 시간임에도 눈도장을 찍을 정도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그렇게 활약하는 캐릭터 자체의 매력을 파이널 CBT의 짧은 시간 동안 확실하게 보여주지 못한 것은 아쉽다. 그나마 주인공 일행은 이리저리 굴러다니면서 확실하게 존재감을 어필했지만, 포지션들이 다소 겹친다. 호감도나 대사 등을 통해 캐릭터를 이리저리 알아볼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되어있고, 거기서 조금 파격을 가하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캐릭터를 만지작거린다는 느낌만 받았다. 아직 CBT 단계라 쳐도, 앞으로 캐릭터들에 대한 '교감'을 위한 빌드업이 필요해보였다.
아울러 여타 방치형 게임에 비해 다캐릭 육성이 비교적 쉽지 않다는 점도 걸린다. 물론 이는 최초에 계속 반복사냥 틀어두는 것이 핵심인, 20년대 이전 유행하던 방식의 수집형 RPG로 계획한 여파도 있을 것이다. 이를 한 차례 수정하고 게임플레이에서 편의성을 최대한 높였다고 하지만, 방치해두면서 자연히 육성된 캐릭터 덱을 교체하면서 이리저리 몸비틀기로 뚫고 지나가는 그 묘미를 구현하기엔 육성에 소모되는 재화들이 많은 편이다. 여러 캐릭터에 동시다발적으로 재화를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아쉬움은 있어도 '로스트 소드'는 한 번 손에 쥐면 막히기 전까지 쭉, 훑어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어지간히 특출나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는 것이 현 서브컬쳐 게임 시장인데, '익숙함'이라는 무기를 적절한 퀄리티로 녹여내고 걸리적거리는 부분을 최대한 치우면서 '서브 게임'이라는 고유 영역의 틈새를 잘 노렸기 때문이다. 눈요깃거리도 잘 챙기고 유저 피드백도 한 번 잘 받아서 다듬었으니, 이를 기반으로 출시 때 내실을 더 다듬고 운영까지 갖춰가서 서브 게임 중 하나로 공고히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이미 레드오션이라는 말 자체가 무색할 만큼 치열해진 서브컬쳐 게임 시장인 만큼, 그간 캐주얼 게임 위주에 블록체인 부문으로 확장하고 있던 위메이드커넥트가 그 틈새를 잘 파고들지 의문이었다. 그러나 '소드마스터 스토리'의 개발사 코드캣과 협력해 만들어낸 '로스트 소드'는 1차 CBT 때 오류를 걷어내고 덕심과 서브컬쳐 게임계에 대한 이해도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었다.
게임명: 로스트 소드
장르명: 수집형 RPG
CBT 개시일: 2024. 10. 22.
시연 버전: 파이널 CBT개발사: 코드캣
서비스: 위메이드커넥트
플랫폼: 모바일
플레이: 모바일(iOS)
익숙한 양식을 더 라이트하게
물흐르듯 이어지는 매니지먼트+플레이
파이널 CBT에서 보여준 '로스트 소드'는 엄밀히 말하자면 '방치형'과 서브컬쳐 유저들에게 친숙한 '프리코네류'의 스타일이 섞인 작품이다. 전-중-후열 구도에 각 위치에 맞는 캐릭터를 배치하고, 자동으로 전투를 하다가 유저가 원하는 타이밍에 혹은 자동으로 각 캐릭터 궁극기를 활용하는 형식이다. 그렇기에 2D 애니메이션 연출과 액션이 살아있는 횡스크롤 게임을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할 여지가 있다. 자신이 직접 캐릭터를 조작해서 난관을 극복하는 맛이 있는 액션 게임과 방치형은 서로 미덕이 다르니 말이다.
그 전에 이미 이러한 양식은 그간 수도 없이 많은 서브컬쳐 게임에서 보여준 터라 어줍잖으면 살아남기가 힘들다. 익숙한 맛이기 때문에 서브컬쳐 유저들이 쉽게 접근해서 무난히 적응할 수 있지만, 무언가 '킥'이 없거나 미숙한 부분이 있으면 그만큼 잘 드러나는 양식이기도 하다.
이 부분에서 '로스트 소드'는 한때 '킥'을 시도했었다. 1차 CBT 때는 기존 양식보다 더 다양한 각종 성장 요소를 유저들이 소화하도록 해서 플레이타임과 리텐션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짠 것이다. 그러나 당시 유저들의 평은 썩 좋지 못했다. 복잡할 뿐만 아니라 서브컬쳐 유저들이 극도로 기피하는 스타일의 요소까지도 긁어왔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방치형'이라는 것도 잘못 해석해서 계속 반복사냥해서 폐지줍기하는 식으로 방치하는, 옛 수집형 RPG나 모바일 MMORPG식 스타일을 채택했으니 더더욱 서브컬쳐 유저들 사이에서 질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파이널 CBT에서는 이를 철저히 배제하고 익숙한 맛을 최대한 걸림없이 끌어내는 것에 주력했다.
기본적인 튜토리얼 과정이나 진행 과정은 타 게임과 비슷하다. 스테이지를 돌파해서 더 좋은 장비나 보상을 얻고, 안 쓰는 장비들을 갈아서 스탯을 올리는 여러 부수적인 장치들을 업그레이드하면서 계속 나아가는 전형적인 플레이스타일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로스트 소드'의 게임플레이는 걸리적거리는 부분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장비를 착용하거나 강화하고, 각종 스탯을 올리는 상황에서도 물밑에서 캐릭터들이 스테이지를 쭉쭉 밀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수집형 RPG는 스테이지를 플레이하고 난 뒤 로비로 나와서 여러 세팅을 하고 다시 스테이지로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메인스토리가 진행되는 구간만 제외하면 '로스트 소드'는 그 과정을 병렬적으로 동시에 처리해서 흐름을 꾸준히 유지했다.
아트 및 연출에서도 그 흐름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그 안에서 눈을 사로잡을 퀄리티를 내는 전략적인 부분이 엿보였다. 횡스크롤 액션 게임에서 콤보를 이어갈 때마다 몹 머리 위로 대미지 수치가 쭉쭉 뜨는 연출로 감성도 챙기고, 궁극기는 각 캐릭터별 특색은 살리는 화려한 애니메이션 컷씬을 넣되 2초 안으로 짧게 편성하면서 별도의 스킵 기능 없이도 게임플레이가 쭉 이어지는 느낌이 들게끔 했다. 그 퀄리티가 독보적이라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단계까지 중간에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번거로움 없이 쭉 이어지는 게임플레이라는 목표를 확고히 달성한 점이 눈에 띄었다. 일단 한 번 플레이를 하게 되면 중간중간 매니지먼트하면서 종종 눈요기도 하는, 방치형 게임의 플레이 루틴이 끊기지 않고 잘 흘러가게끔 완성도 있게 구성했다고 할까. 그리고 스테이지 관련 주요 정보도 알기 쉽게 배치, 그에 맞춰서 조합을 짜고 들어갈 수 있게끔 했다.
라이트한 이세계물 감성에 올인
선택과 집중, 그러면서 재조명되는 연출과 캐릭터
소위 '덕심'이라고 하는, 서브컬쳐 게임 그리고 이를 즐기는 유저층이 추구하는 감성은 사실 어떻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는 단순히 미소녀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나 관심 정도가 아니다. 미소녀 캐릭터는 기본에 그간 축적된 서브컬쳐 안에 여러 스타일과 유사성 혹은 이를 접했을 때 느꼈던 감성을 전달할 수 있는 모에 요소나 캐릭터성, 이를 어필하는 방법 등등 그 층위가 상당히 복잡다단하고 동시다발적으로 연결되면서 작용되는 것이다.
'로스트 소드'는 그 하위 장르 중 '이세계물'에, 서브컬쳐 팬들에게 친숙한 또다른 소재를 더한 게임이다. 취업준비생인 주인공이 어느 날 갑자기 브리타니아로 전이, 엑스칼리버의 정당한 주인을 그 검에게 안내하는 인도자 '에단'이 되어 요정여왕 모르가나와 함께 모험을 떠나는 것이 '로스트 소드'의 핵심 스토리다. 엑스칼리버, 카멜롯 전설은 서브컬쳐에서 자주 인용되는 소재라서 유저들에겐 친숙하긴 하다. 그런 만큼 어줍잖게 해서는 그 자신만의 '맛'을 내기가 어렵다. 자칫 잘못 다듬으면 과하다, 혹은 덕심을 모른다는 평을 듣기 좋다.
지난 1차 CBT에서는 다소 그런 우려가 있었으나, 개발진은 파이널 CBT에서 이 과제를 선택과 집중으로 풀어냈다. 다소 오해가 있을 '스파클링 액션 RPG'라는 문구 대신 '소녀X액션'으로 자신들의 강점을 어필하는 한편, 그에 걸맞게 여성 캐릭터 비중도 높였다. 이 부분은 일반적인 게임이라고 가정하면 전체적인 퀄리티와 큰 연관 관계가 없다. 그렇지만 '서브컬쳐'에서는 좀 다르다. 유저와 캐릭터의 유대감, 캐릭터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 그리고 자신이 기대했던 방향의 무언가가 나오는 걸 확인하는 것 자체가 게임을 하게 만드는 원동력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전의 '로스트 소드'는 이것저것 습관적으로 넣고 다듬지는 못한 느낌이었다. 타 게임의 중파 이상의 화끈한 면들이 있는 반면, 거기에 어울리지 않는 요소들이 들어가서 몰입감을 해치는 느낌이었다. 이 부분도 어찌 보면 취향이 갈리는 문제일 수 있으나, 적어도 자신이 내고자 하는 '스타일'에 맞춰서 다듬은 흔적이 눈에 띈다.
물론 그런 어필이 통용될 맥락이 없으면 과하다는 인상이 들기 마련인데, '로스트 소드'는 애초부터 왕도적이면서 고전적인 코믹 이세계물로 노선을 잡았기 때문에 무난하게 녹아들어갔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뭔가 하찮음과 짠내가 잔뜩 묻어나는 대사들을 성우들의 더빙으로 듣다 보면 무슨 일이 벌어져도 딱히 이상해보이진 않았다. 취업준비하다 갑자기 이세계에 와서 인도자가 되어버린 주인공, 요정여왕이지만 환생해서 외모도 힘도 정신연령도 죄다 어려진 모르가나, 아서왕 포지션이어야 하는데 잠재력은 있지만 허당이라 늘 고생하는 엘리자베스와 그 허당끼에 시너지를 더하는 베디비어 등등. 어떤 대의를 위해 모험을 떠나지만 다소 모자란 탓에 이리저리 좌충우돌 갈팡질팡하는 왕도적인 코믹 모험물의 구성을 확실히 엿볼 수 있었다. 단순히 텍스트로 끝나지 않고 성우들의 열연이 더해지면서 그 느낌은 배가 됐고, 자연히 뭐가 벌어지든 가볍고 코믹하게 그렇지만 갖출 건 다 갖춘 퀄리티에 무던히 넘어가면서 쭉 그 이야기를 힘 닿는 데까지 지켜보게 했다.
의외의 한 방, 로스트 소드
감성은 합격, 내실다지기와 운영이 관건
최근 서브컬쳐 게임은 소위 '분재화'가 되고 있는 추세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한 번 들어갔을 때 플레이타임은 최소한으로 줄이되, 매일매일 혹은 무언가 큰 이벤트가 있을 때 다시 돌아와서 소위 '물주기'를 하는 양상이 일반적이다. 물론 그렇지 않고 쭉 플레이를 하게 만드는 것에 주력한 게임도 있지만, 점차적으로 소탕 등 추세에 맞춘 기능을 갖춰나가고 있다.
이 말을 굳이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1차 CBT 때 '로스트 소드'는 서브컬쳐 게임의 트렌드나 감성과 다소 떨어진 시스템을 보여줬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코믹한 이세계물 감성의 스토리나 캐릭터는 이미 빌드업이 된 상태였지만, 계속 반복사냥을 굴리는 하드한 구성에 서브컬쳐 유저 다수가 썩 반기지 않는 유형의 게임이 떠오르는 '공성전'과 갖가지 스탯은 겉돌 수밖에 없었다.
개발진도 이를 인지해서 수정을 약속했고, 이번 파이널 CBT에서 그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불순물을 걷어낸 '로스트 소드'는 가벼운 마음으로 캐릭터를 보면서 숙제하고, 스토리를 훑어보면서 피식 웃고 넘어가는 서브 게임으로서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다소 개성은 부족한 듯하지만, 해당 장르에서 기대하는 요소 그리고 빠져서는 안 될 것들은 확실하게 잡아내면서 이제야 '서브컬쳐 게임'으로서 자리를 잡을 준비가 됐다고 할까.
물론 아직 '로스트 소드'가 넘어야 할 산은 남아있다. 유료 BM은 아직 완벽히 드러나지 않았으니 차치하더라도, 앞서 언급한 것처럼 '로스트 소드'만의 확고한 매력이 아직은 부족하다. 현실에서 온 주인공이 잠재력은 있지만 다소 어벙한 일행을 이끌고 이래저래 고생하며 모험을 떠나는 왕도적인 코믹 이세계물의 구성은 확실히 보여줬고, 소재도 친숙하다. 인게임 퀄리티는 물론, 2D 애니메이션 컷신도 한 차례 일신하면서 짧은 시간임에도 눈도장을 찍을 정도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그렇게 활약하는 캐릭터 자체의 매력을 파이널 CBT의 짧은 시간 동안 확실하게 보여주지 못한 것은 아쉽다. 그나마 주인공 일행은 이리저리 굴러다니면서 확실하게 존재감을 어필했지만, 포지션들이 다소 겹친다. 호감도나 대사 등을 통해 캐릭터를 이리저리 알아볼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되어있고, 거기서 조금 파격을 가하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캐릭터를 만지작거린다는 느낌만 받았다. 아직 CBT 단계라 쳐도, 앞으로 캐릭터들에 대한 '교감'을 위한 빌드업이 필요해보였다.
아울러 여타 방치형 게임에 비해 다캐릭 육성이 비교적 쉽지 않다는 점도 걸린다. 물론 이는 최초에 계속 반복사냥 틀어두는 것이 핵심인, 20년대 이전 유행하던 방식의 수집형 RPG로 계획한 여파도 있을 것이다. 이를 한 차례 수정하고 게임플레이에서 편의성을 최대한 높였다고 하지만, 방치해두면서 자연히 육성된 캐릭터 덱을 교체하면서 이리저리 몸비틀기로 뚫고 지나가는 그 묘미를 구현하기엔 육성에 소모되는 재화들이 많은 편이다. 여러 캐릭터에 동시다발적으로 재화를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아쉬움은 있어도 '로스트 소드'는 한 번 손에 쥐면 막히기 전까지 쭉, 훑어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어지간히 특출나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는 것이 현 서브컬쳐 게임 시장인데, '익숙함'이라는 무기를 적절한 퀄리티로 녹여내고 걸리적거리는 부분을 최대한 치우면서 '서브 게임'이라는 고유 영역의 틈새를 잘 노렸기 때문이다. 눈요깃거리도 잘 챙기고 유저 피드백도 한 번 잘 받아서 다듬었으니, 이를 기반으로 출시 때 내실을 더 다듬고 운영까지 갖춰가서 서브 게임 중 하나로 공고히 자리잡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