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PG, 이 장르만큼 '고전적'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장르도 드물 것이다. 물론 단순 역사로만 따지면 아케이드나 플랫포머 등 훨씬 연배가 높은 장르들도 있고, 그 장르에서도 역사에 남을 고전 명작들이 다수 포진해있긴 하다. 그러나 고전 명작하면 언제고 이 장르의 작품이 하나는 손꼽힐 정도로, 올드 게이머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는 장르다. 그도 그럴 것이, 극도로 제한된 환경 속에서도 게이머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스토리와 연출을 극대화하고자 고군분투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게임의 트렌드가 점차 빠르고 즉각적인 컨트롤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바뀌면서, 그와 정반대의 특성을 지닌 SRPG가 점차 보이지 않는 것도 고전적으로 느끼게 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훨씬 더 먼저 나온 플랫포머 시리즈는 지금도 새로운 시리즈들이 나오고 그에 영감을 받은 다른 작품들도 꾸준히 나오는데, 고전 SRPG들은 새 시리즈가 가뭄에 콩나듯이 나오지 않던가. 그러니 추억 속에서 그 이름을 부를 수밖에 없어서 더욱 그 옛날의 정취를 느끼게 되는 셈이다.

그런 만큼 지난 1일 출시된 SRPG 신작,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는 내심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픽은 물론이고, 게임의 구성까지 우직하게 그 옛날의 느낌을 살리고자 한 흔적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모바일'이 껴있는 F2P 게임의 한계는 있지만, 그 안에서 어떻게든 고전 SRPG의 경험을 새로운 타이틀로 온전히 보여주고자 하는 장르팬의 애정을 느낄 수가 있었다.

게임명: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
장르명: SRPG
출시일: 2024.8.1
리뷰판: 출시 빌드
개발사: XD
서비스: XD
플랫폼: PC, 모바일
플레이: PC, 모바일


고전의 향수를 자극하는 그래픽
지형의 고저차와 오브젝트 활용 등 전략성도 충실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는 처음 공개된 순간부터 그 옛날의 감성을 살린 그래픽으로 주목 받았다. 완벽한 도트 그래픽은 아니지만, 이른바 2.5D 그래픽으로 본산지 못지 않은 감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일본 개발사들이 고전의 감성과 생산 및 연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다듬었던 2D 도트 그래픽과 3D 렌더링 그래픽을 결합한 이 방식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검증된 방식이긴 했다. 그러나 이를 모바일 환경에서 적극 활용한 사례는 드물었다.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는 이를 과감히 활용하면서 정통 SRPG 특유의 스타일과 고전 판타지의 느낌, 그리고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광원의 섬세한 표현과 이를 활용한 정교한 분위기 연출로 몰입감을 살려냈다.

물론 이 기법을 오래 전부터 깎은 일본 개발사들의 기법과 비교했을 때,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는 다소 투박한 것도 사실이다. 특히 PC 화면으로 자세히 보면 윤곽이 다소 거칠거나, 줌아웃해서 살펴보면 배경을 대강 처리한 것들도 눈에 띈다. 그러나 각 캐릭터의 특징이나 표정 변화 같은 디테일은 놓치지 않았기에 자세히 살펴보지 않고서는 크게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여기에 스킬 연출도 담백하게 표현하면서 초창기 JRPG의 느낌을 살린 것도 눈여겨볼 포인트였다. 그 옛날 JRPG는 극도로 제한된 용량 안에 방대한 이야기를 담고자 리소스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강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임팩트를 줘야 할 부분을 제외하면 수수하게, 핵심 포인트에만 힘을 싣는 방향을 보여줬다. 한편, 시일이 지나 실시간 액션 RPG가 대세가 되면서 턴제 RPG도 그에 밀리지 않는 시각적 연출을 구축해오곤 했다. 그 흐름 또한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에 담겨 있었다. 캐릭터 일러스트를 삽입하거나, 주요 스킬은 동작 중간중간 임팩트에서 광원 효과와 3D 이펙트를 적극 활용해 스킬의 위력을 유저들에게 효과적으로 어필했다. 타 게임에 비교해서 화려하지는 않지만, 전반적으로 담백하게 구성한 만큼 고전적인 느낌과 게임 내에서 악센트를 더하는 목표는 충분히 달성한 수준이었다.

그래픽뿐만 아니라 게임플레이에서도 고전 SRPG의 맛을 충분히 살려낸 것도 인상 깊었다. 최초 공개 당시부터 이 작품은 '오거 배틀 사가'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고, 그 시리즈 특유의 계단식으로 지형의 고저차가 확실하게 잡혀있는 쿼터뷰 양식의 전장을 모바일과 PC 환경에서 구축해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도는 단순히 겉멋만으로 만들어낸 것은 아니었다. 당시 기술로 현실적으로 담아내기 어려웠던 다양한 지형지물과 고저차를 어떻게든 최대한 담아내서 전술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끔 한 흔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핵심을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에서는 초반부터 확실히 보여줬다. 적을 수로나 절벽으로 밀어서 떨어뜨리거나, 벽으로 강하게 밀어붙여서 기절시키는 등 전략적 요소들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 바위를 굴려서 적을 깔아뭉개고 폭약까지 터뜨려서 일석이조

▲ 적이 접근할 때까지 술통 경로를 사수한 뒤 굴려서 불바다로 만들었을 때의 쾌감이란

모바일 RPG들의 특성상 이런 요소들을 초반에 튜토리얼식으로 보여주다가 나중에는 캐릭터의 스펙이나 조합을 맞추고 소위 '자동'으로 돌리는 방식이 될 염려도 있긴 하다. 그러나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는 달랐다. 스테이지 전반을 살펴보면 낙사가 가능한 지형과 고저차가 심한 지형들이 상당히 많이 등장한다. 도적과 비슷한 '침입자' 클래스나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클래스를 제외하면 이를 극복하기 상당히 어렵고, 공격 경로도 제한되어 있어 지형을 장악했을 때 이점도 크다.

여기에 폭약이나 술통, 바위 방책 등 전술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오브젝트들도 곳곳에 배치가 되어있어 이를 최대한 활용해 적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묘미도 있었다. 또한 아군의 턴과 적 턴이 나뉜 여타 모바일 SRPG와 달리, 각 캐릭터의 속도에 따라 턴이 오는 순서가 정해지기 때문에 누가 언제 움직이는지까지 미리 확인해서 수를 계산하는 맛도 있었다. 피아 상관 없이 경로를 막으면 일부 돌진 스킬을 못 쓰거나, 혹은 아군까지 피해를 입게 되는 스킬들도 많아서 신중하게 고민해서 최선의 수를 두는 SRPG 특유의 묘미를 맛볼 수 있었다.

▲ 기병돌격으로 처리하고 싶어도 지형의 고저차 때문에 상대에게 닿지 않는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익숙한 맛 위에 불편한 UI/UX
무난한 콘텐츠 루틴에 우직한 고전의 템포


어찌 됐든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는 모바일을 근간으로 한 RPG다. 고전 SRPG의 모습을 최대한으로 담아냈지만, 싱글 패키지 게임은 아닌 만큼 새로 추가되는 캐릭터나 앞으로 나올 스토리에 대비해 지속적으로 캐릭터를 육성시킬 모바일 RPG식 루틴도 고스란히 녹아들어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는 썩 친절한 게임은 아니다. 초반을 빠르게 돌파해서 숙제 콘텐츠부터 다 뚫은 뒤, 숙제를 빠르게 끝내면서 다음 업데이트 전에 미리 기반을 다져두는 것이 최근 모바일 RPG의 플레이 루틴 아니던가. 그 관점으로 플레이하기에는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의 템포는 상당히 늦다. 신중하게 전략적인 수를 두면서 차근차근 나아가는 고전적인 SRPG의 구조와 경험을 강조한 만큼, 이는 어찌 보면 예견된 일이었다.

▲ 콘텐츠 구성은 일반적인 모바일 RPG의 구성이지만 해금 시기는 다소 늦다

여기에 비동기식이지만 다른 플레이어와 겨루는 PVP '글로리 전투'까지 있으니, 그 느린 템포를 고전 SRPG식으로 차근차근 몰입하며 음미하기엔 조금 걸린다. 그 옛날 초창기 모바일 RPG들처럼 PVP 랭크 보상이 아주 좋은 건 아니지만, 패배하는 경험 자체가 게이머들에게 썩 좋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싱글플레이 PVE를 주로 해왔던 유저들이라면 봇이 아닌 다른 유저와 맞붙는 경험 자체가 굉장히 부담스러운데, 그런 만큼 고전 감성의 SRPG를 생각했다가 이를 마주했을 때는 심하게 말해서 배신감까지 들 수도 있는 셈이다.

더군다나 캐릭터를 뽑기 위한 BM도 고전 감성을 온전히 체감하지 못하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최근 호요버스가 원신, 스타레일, 젠레스 존 제로에서 보여준 방식을 채택한 만큼, 게임플레이를 착실히 하면서 중간중간 동료들을 얻고 더 큰 전장으로 나아가던 고전적인 플레이 방식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캐릭터 등급이 다양하고 많기 때문에 캐릭터 뽑기와 장비 뽑기는 분리됐지만, 원하는 캐릭터를 그때그때 얻기 위해서 필요한 '운'과 그 전까지 쌓아두어야 할 재화와 노력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이 닥치면서 너그럽게 넘어갔던 요소들이 눈에 밟히기 시작한다. '고전'이라는 감성을 잘 살린 것 때문에 넘어갔지만, 사실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는 최근 나온 모바일 게임치고는 굉장히 불편한 게임이다. 쿼터뷰 방식에 지형의 고저차까지 있어서 종종 다른 적이나 지형지물에 가려진 적을 지정하기가 어려운데, 이때 어떻게 대응할 수단도 없다. 그저 몇 번 시도해서 그 약간의 차이로 드러나는 적을 타겟팅하길 바랄 뿐이다. 3D가 아니라서 카메라를 회전시키기는 어렵겠지만, 그 캐릭터가 공격할 수 있는 적을 옆에 따로 표시해서 지정할 수 있는 기능 등으로 보완하면 어떨까 싶은 아쉬움이 있었다.

▲ 특유의 각도상 공격 범위 파악이나 적 지정이 까다로울 때가 종종 있다

그리고 그 느린 템포를 따라 가면서 해금되는 콘텐츠 다수는 이미 유저들에게 너무도 익숙한 방식이고, 게임에서 장점으로 내세웠던 전략적인 플레이가 많이 줄어든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물론 정기적으로 리셋되는 도전 콘텐츠는 조금 다르지만, 어쨌거나 한 번 집중해서 뚫는 과정이 비교적 밋밋하다. 고전 SRPG의 느낌을 살린 전략성에 그 시절의 느낌을 살린 연출과 그래픽이 어우러지면서 위력을 냈던 것인데, 그 중 하나가 미흡해진 순간 균형이 다소 흔들리게 된 셈이다.

더군다나 군상극으로 전개되는 스토리도 초반에 몰입감을 주기엔 다소 모호한 감이 있었다. 주인공과 콘발라리아 용병단이 갑작스런 소요에 휘말려서 죽을 위기에 처했다가 '낙원'이라는 곳에 오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는 명확하지만, 그 뒤에는 대륙 전체의 운명이 걸린 큰 이야기를 각 세력별로 부분부분 짚어가다 보니 그 전체적인 그림을 명확하기 보기가 어렵다. 타로 카드에 빗대서 은유로 풀어낸 것도 좋았지만, 그것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다소 어색한 번역도 종종 눈에 거슬린다.


이러한 난관을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는 패키지 게임식 플레이를 도입한 '운명의 소용돌이'로 돌파했다. 주인공 일행이 난관을 겪었다가 리셋하는 모바일 RPG에서 흔히 보이는 양식이 아닌, 주 단위로 필수 에피소드와 의뢰를 처리하면서 본거지가 되는 마을과 용병단을 차근차근 육성하면서 이야기를 점차적으로 풀어가는 패키지 게임 방식을 선보였다.

해당 콘텐츠에서는 뽑기로 얻은 캐릭터를 아예 사용이 불가능하진 않지만 레벨과 장비도 초기화되고, 용병단원을 관리하는 시뮬레이션 요소가 포함된 만큼 일부 캐릭터가 소위 '캐리'하는 양상이 나오지 않는다. 전투에 참여하면 스태미나가 깎이고, 스태미나를 다 소모한 용병은 다음 전투에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스킬 훈련도 처음부터 해야 하는데, 한 주에 단원마다 하나의 행동만 할 수 있어서 특정 캐릭터만 활용해서 깨는 양상은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일정 배분도 중요하고,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각종 설비를 관리하고 그곳에 있는 NPC와 교류하는 과정도 드러나게 된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초반부터 강조했던 전략성은 물론, 기존 모바일식 콘텐츠에서 미처 살리지 못했던 고전 SRPG의 구성도 완벽하게 보여주는 일거양득의 효과도 보았다.

▲ 패키지 게임의 구성을 담아낸 '운명의 소용돌이'에서는


▲ 콘발라리아 마을을 중심으로 용병단과 마을의 시설을 정비하고

▲ 일주일 간격으로 전투 의뢰 및 에피소드가 전개된다

▲ 의뢰를 진행하면서 마을의 안정도와 일리아의 정세가 바뀌고, 그에 따라 이야기가 다르게 전개된다

또한 주인공 일행과 그 주변부터 점진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다소 빠르게 스쳐지나갔던 메인스토리를 되짚으면서 다져가는 콘텐츠이기도 했다.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의 주요 무대는 최근 주요 자원으로 부각된 '결정석'이 대량으로 매장된 소국 '일리아'로, 그 이권을 두고 기사 동맹, 교황령 로디니아 등 여러 세력들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중이다. 그 와중에 일리아 왕국 서쪽 주요 항구인 격랑성에서 폭동이 일어나고, 시찰을 온 이난나 왕녀가 폭도들에게 처형되면서 내전으로 확산된다. 지하 감옥에 갇혀있던 주인공과 지하 감옥에 수감된 의뢰인을 찾아 나선 콘발라리아의 검 용병단도 이에 휘말려 죽게 되고, 이후에는 이권을 노린 외세들도 개입하면서 대륙 전체가 전란에 휘말릴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 상황에 수수께끼의 고양이가 나타나 주인공 일행을 '낙원'이라는 이공간으로 인도하면서 이야기는 다시 흐르게 된다. 낙원에 오게 된 주인공 일행은 시공을 뛰어넘어서 그간 대륙에서 일어난 일을 되짚어가고, 평화로운 세계의 운명을 뒤튼 원흉을 찾아나서는 여정을 떠나게 된다는 것이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의 스토리다.

여러 세력이 얽힌 이야기를 시공을 넘어서 다각도로 풀어내는 만큼, 전체적인 맥락을 한 번에 파악하기는 좋지만 흐름이 한 번 끊기면 몰입하기 어려운 구성이기도 하다. 게다가 왕도적인 SRPG 감성이라고 하기에는 초월적인 존재가 너무 자주 개입하는 감이 없잖아 있다. 수집형 RPG이기에 여러 진영의 캐릭터를 어필해야 하는 구성상 필요한 방식이었겠지만,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가 내세운 '감성'에 상충하는 셈이다. 이러한 단점 또한 상쇄하는 차원에서 '운명의 소용돌이'는 확실히 좋은 해법이었고, 고전 RPG 감성에 대한 개발진의 이해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 원래 격랑성에서 일어난 폭동에 휘말려 죽을 운명이었지만

▲ 메인 스토리에서 수수께끼 고양이가 이들을 '낙원'으로 이끈 뒤에는 과거의 실패를 바꾸기 위한 여정이 진행되고

▲ '운명의 소용돌이'를 통해 순차적으로 스토리와 세계관을 순차적으로 차근차근 제시했다



뉴 클래식의 표본, '소오콘'
고전 SRPG의 향수를 담아낼 모범적인 틀


이렇듯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지만,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는 그 시절의 SRPG 감성을 충실하게 담아낸 작품으로 꼽을 만했다. 그래픽이나 전투 방식은 물론, 콘텐츠 또한 현대 모바일 RPG의 문법에 싱글플레이 패키지 게임의 방식을 병렬적으로 구성해 그 맛을 살리는 것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말이 그 시절 고전 SRPG, 혹은 그 맛을 살리기 위해 본토의 개발진이 노하우를 담아낸 게임에 필적한다는 말까지는 아니다. SRPG하면 전략적인 게임플레이뿐만 아니라, 그 오랜 플레이 타임 동안 끝까지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스토리와 이를 이끌어가는 매력적인 캐릭터도 뒷받침되어야 하지 않던가.

이 부분에서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는 다소 미진했다. 무엇보다 캐릭터 빌드업이 다소 조급했다. 물론 각자가 속해있는 세력과 그들의 상황을 전체적으로 짚어나가는 구성과 그 캐릭터들이 활약하는 구간은 마련되어 있긴 하다. 그러나 그 자신의 상황을 일일이 모노드라마처럼 독백하는 연출에 과하게 의존한 나머지 그 캐릭터와 교감하기보다는 빠르게 상황만 짚고 넘어간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더군다나 근래 나온 모바일 RPG치고 궤도에 올라오기까지 템포도 느리고, 고전적인 분위기를 너무도 강조한 나머지 적을 지정할 때나 캐릭터 레벨이나 장비 같은 것을 최대까지 빠르게 올리거나 세팅하는 등 소소한 부분에서도 묘하게 불편한 부분들이 많다. 소탕 등 편의 기능이 해금되는 시점도 좀 늦다.

이렇듯 수집형 RPG 신작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현대의 빠르고 편한 템포와 어긋난 만큼, 다소 괴리감이 느껴질지 모르겠다. 그러나 SRPG라는 관점에서 보면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는 꼭 한 번 해볼 필요가 있는 작품이다. 현대 수집형 RPG의 문법을 따르면서도, 고전 SRPG의 정수를 담아내기 위해 고심한 흔적과 그 장르에 대한 개발진의 애정이 체감됐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은 그 시절 고전 SRPG처럼 차근차근 읽어가면서 그 세계관과 이야기, 캐릭터에 몰입하기엔 부족한 점이 있긴 하다. 그래도 적어도 그렇게 즐길 틀은 미리 만들어둔 만큼, 차근차근 즐기면서 앞으로 이 부분을 어떻게 채워나갈지 기대해나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