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연말을 기다릴 또 하나의 이유, '소녀전선2'
윤서호 기자 (Ruudi@inven.co.kr)
'소녀전선'의 후속작, '소녀전선2'가 연내 출시를 앞두고 지난 12일부터 CBT를 진행했다. 국내 출시 전부터 서브컬쳐 커뮤니티 사이에 중국 CBT 및 출시 후 알음알음 선행 체험 유저들을 통해 이런저런 정보가 전해졌던 '소녀전선2'였지만, 언어의 장벽을 넘어 국내 유저들이 직접 확인할 기회가 생긴 셈이었다.
그간 원작의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3D, 그리고 SRPG로 구현한 정도만 간단하게 언급됐던 '소녀전선2'지만, 잠시 선발대로 뛰었던 입장에서는 마음을 다잡고 할 필요가 있는 게임이었다. 미카팀의 근본이자 소녀전선2 전에 나왔던 SRPG '역붕괴'가 생각보다 하드코어해서 고생했던 기억도 있고, 소녀전선2 CBT와 중국 서버 출시 초창기에 꽤나 매콤한 맛을 여러 차례 맛봤기 때문이다. 물론 언어의 장벽도 있었지만, 개발 극초반에 엑스컴을 언급했던 것이 허언은 아닐 정도였다. 까딱 잘못해서 한 번 실수하는 순간에 꽤나 아프게 맞았던 기억들이 생생하다.
지스타가 코앞이긴 하지만, 그 후로 거의 1년이 지나 여러 차례 다듬으며 국내 유저에게 모습을 드러낸 '소녀전선2'를 확인해보는 것이 선발대로서의 도리(?)였다. 그렇게 해서 선착순을 뚫고 접속한 '소녀전선2'의 국내판은 사뭇 놀랍게 바뀌어있었다.
게임명: 소녀전선2
장르명: 수집형 SRPG
CBT 개시일: 2024. 11. 12.
시연 버전: CBT 빌드개발사: 선본 네트워크 테크놀로지
서비스: 하오플레이
플랫폼: PC, 모바일
플레이: PC, 모바일(iOS)
소녀전선의 추억이 방울방울
착감기는 번역과 더빙까지 더하니 금상첨화
가장 먼저 체감된 변화는 한국어 더빙의 추가다. 이미 퍼블리셔인 하오플레이가 지난 8월, 한국어 더빙을 확정했던 만큼 놀랄 일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간 귀에 있던 "쇼죠젠센!" 대신 "소녀전선2: 망명"이란 타이틀 콜이 들려오는 게 다소 낯설 수밖에 없었다.
이미 중국 CBT 당시부터 메인스토리는 풀더빙이었고, 그 기조는 국내 서버 그리고 한국어 더빙도 동일했다. 그래서 그리폰을 나올 무렵을 회상하는 지휘관과 그 이후에 겪게 되는 일련의 사건들이 몰입감 있게 다가왔다. 검증된 성우진을 잘 배치한 건 물론, 적절한 번역과 디렉팅의 성과도 엿보였다.
소녀전선 시절의 이야기부터 시작한다고 했지만, '소녀전선2'는 전작을 해보지 않아도 크게 문제는 없었다. 그리폰을 나오게 된 계기는 아주 짧게 프롤로그식으로 나왔고, 그 다음부터 겪는 이야기 대다수가 소녀전선팬도 처음 접하는 사건들이기 때문이다.
그리폰을 나와서 현상금 사냥꾼이 된 지휘관이 어느날 보수가 꽤 짭짤한 의뢰를 받고 상자를 운반하다가 바랴그단의 습격을 받게 되고, 그들을 뿌리치면서 그 수상한 의뢰의 전말이 어떻게 되나 조사해나가는 과정이 '소녀전선2'의 초반 이야기다. 전술인형과 붕괴방사선이라는 개념이 전작부터 이어지긴 하지만, 그외에 오염지대나 여타 세부 내용은 전작에서 대강 언급된 내용이라 시리즈 팬들도 대략적으로 아는 정도다.
그보다는 이미 외전격인 '뉴럴 클라우드'에서처럼, 기존에 알고 있던 건 넌지시 제시하면서 이야기에 필요한 건 하나 같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 것이 '소녀전선2'의 내러티브였다. 번역 역시도 그러한 논조에 맞춰서 대부분 이해하기 편하게, 그리고 진짜로 가끔 쓸 법한 드립도 종종 넣으면서 환기를 시켜나갔다.
그 정도에 불과했다면 '소녀전선2'의 스토리를 굳이 이렇게까지 비중 있게 언급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소녀전선 IP는 그간 한국어 현지화가 잘 된 사례로 꼽을 만한 성과를 보여줬고, 그것이 이번 CBT에서도 드러난 정도기 때문이다.
'소녀전선2'는 여기에 그간 미카팀이 갈고 닦아온 3D 기술의 역량을 한껏 발휘한 작품이고, 그것을 어떤 걸림돌 없이 온전히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CBT는 굉장히 의미 있었다. 공식 커뮤니티를 통해서 여러 차례 보여준 캐릭터 모델링은 물론, '소녀전선2'에서는 그 캐릭터를 적극 활용한 컷신의 퀄리티가 수준이 상당히 높았다. 글 혹은 일러스트를 통해서 상상만 했던 전술인형들의 전투를 직접 이렇게 조작해볼 수 있으면 어떨까 싶을 정도로 뽑아냈기 때문이다. 그것도 단순히 액션만 넣는 것에 그치지 않고, 표정이나 시선의 디테일로 감정선을 살리는 장면까지도 온전히 체감할 수 있도록 현지화 서포팅이 잘 되어 있었다. 소녀전선 팬을 자부한다면 아마 스킵을 하지 않고 쭉 보게 되는, 그런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주지 않았나 싶었다.
엄폐, 약점, 협공까지 고려한 전술
초반 고속도로는 '자동'도 가능하게 조율
어찌 되었든 '소녀전선2'의 장르는 SRPG다. 연출,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전략적인 움직임으로 상대방을 공략하는 재미를 어떻게 살렸느냐가 관건이다. 한편으로는 최근 모바일 게임, 특히 수집형 RPG의 트렌드에 어떻게 맞춰나갈 것인지도 문제다. 도전정신을 불러오는 것도 좋지만, 계속 반복하다 보면 지치기 때문이다. 혹은 초반부터 진입장벽이 생겨버리는 것도 호불호가 있다.
'소녀전선2'의 중국 서버 초창기는 초반부터 진입장벽이 있던 편이었다. 먼저 전투 시스템이 상당히 복잡하다. 엑스컴을 위시한 하드코어 SRPG 정도는 아니더라도 엄폐물의 유무와 각 캐릭터의 안정 수치, 약점 등 피해량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많다. 통상 수집형 RPG에서 '약점'하면 속성 정도만 생각하지만, 소녀전선에서는 탄종도 약점 공략의 키라 추가로 고려해야 한다.
스킬 구성도 단순히 너 한 방 나 한방 정직하게 주고받는 구도가 아니었다. 예를 들어 그로자는 일정 범위 내로 접근해오는 적에게 제압사격으로 피해를 입힐 수 있고, 경구나 콜펜, 네메시스는 자기 사거리 안에서 아군이 공격하면 협공을 가하는 패시브가 있다. 그 하나하나는 기존의 SRPG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만, '소녀전선2'는 근접전이 아닌 원거리 화기 중심의 SRPG이기 때문에 그 범위가 상당히 넓은 편이다. 아군의 사거리가 긴 만큼 그에 대응하는 적도 사거리가 길거나, 기동 범위가 넓어서 한 번 잘못 계산하면 적에게 불의의 협공을 받을 확률도 높았다. 혹은 보스 캐릭터들은 한 턴에 여러 번 기동, 다양한 기믹을 흩뿌리고 가는 일도 잦았다.
이를 초반부터 유념해두고 기동하지 않으면 유닛 하나는 금방 사라질 정도로 '소녀전선2'는 모바일 게임치고 하드코어함을 지향했었다. 그 흔적은 지금도 남아있어서 캐릭터뿐만 아니라 장비 레벨도 지휘관 레벨에 귀속되어 있어 빠른 만렙은 불가능하다. 콘텐츠도 초반 두세 지역만 클리어하면 다 나오는 게 아니라 지휘관 레벨이 일정 수준이 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그 단계까지 접근할 때, '자동'을 거의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빡빡했던 게 '소녀전선2'였다. 캐릭터가 이상하게 기동하는 것도 문제지만, 한 번 실수하는 순간 바로 킬이 나버릴 정도로 적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 뒤로 약 1년이 지나 선보인 '소녀전선2'의 한국 CBT 빌드는 난이도 곡선이 상당히 개선됐다. 30레벨 이전에 등장하는 스테이지들은 적들의 위력을 한층 낮춰서 한 번 실수하더라도 만회할 수 있었다. 초기부터 있던 되돌리기 기능까지도 동일하게 지원하니, 정 안 되면 특정 시점으로 다시 가서 최선의 수를 찾는 식으로 플레이하면 됐다.
아울러 지형지물을 활용한 기믹이나, 오브젝트를 활용해서 다수의 적을 소탕하는 SRPG 특유의 전략적인 포인트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기름통을 폭발시켜서 주변의 적에게 큰 피해를 입히거나, 컨베이어 벨트를 가동해서 그 위에 선 적을 앞으로 끌고와서 협공하거나 혹은 절벽으로 밀어내는 등 아군의 움직임은 최소화하면서 효율적으로 적을 처리하는 맛을 살렸다.
그렇게 해서 최소한의 궤도, 즉 모든 콘텐츠를 시작점까지 뚫는 그 시점까지는 행동력 지원만 있다면 CBT 이튿날에도 충분히 가능하게끔 했다. 물론 이후에 레벨을 더 올리고 세부 세팅까지 완료해서 최고 득점을 노리는 보스전 등 엔드 콘텐츠들이 더 있기는 하다, 그 지점까지 가기 전 세팅을 하는 단계부터 다소 이탈할 여지가 있던 것이 그 옛날의 소녀전선2였다면, 지금은 그 엔드콘텐츠 이전 파밍은 더 원활하게, 단계별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아울러 한 번 3성 클리어하면 소탕도 가능한 만큼, 조금 신경을 써서 클리어한 뒤에는 파밍 부담감도 상당히 적었다.
연말 피날레를 장식할 소녀전선2
장르의 묘미와 디테일까지 갖춘 기대작
본래 서브컬쳐 게임을 플레이하고 평할 때 캐릭터를 조명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언급하곤 했지만, '소녀전선2'는 전작부터 그 부분에선 개발진이 애정을 가득 담은 모습을 보여줘서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SD 시절부터 캐릭터와 아기자기하게 상호작용하는 숙소를 3D로 확장, 캐릭터와 좀 더 세밀하게 상호작용하는 모습은 출시 전부터 화제가 되지 않았던가.
최근 서브컬쳐 게임은 주인공 = 유저의 분신에 가깝게 해석하지만, '소녀전선'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점차 지휘관이 극을 이끌어가는 별도의 주인공이 되었다. 스토리 전개 과정에서 그 감각이 다소 낯설게 느껴질 법도 하지만, 컷신 연출에서 유저가 지휘관 본인이 된 것처럼 시점을 잡으면서 전장에서 동거동락하는 느낌을 살리는 등 캐릭터와의 '교감'을 확고히 챙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표정 변화는 물론 세밀한 부분까지도 다듬은 모델링에, 상당히 맛깔난 현지화와 더빙이 더해지면서 그 효과는 더더욱 배가 됐다. 여기에 약점과 엄폐, 캐릭터의 스킬 그리고 지형지물까지 적극 활용해서 풀어가는 SRPG의 재미까지 확고히 다지면서 연내 출시될 때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물론 아직 테스트 단계인 만큼, 지원 없이 매일 출석하면서 대형 업데이트를 기다리는 정식 출시의 루틴까지 100% 확신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도 '소녀전선'에 관심이 없던 유저도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서 조금 더 지켜볼 필요는 있긴 하겠다.
'소녀전선'이 중국발 서브컬쳐 게임 빅웨이브의 초창기 기수격인 게임이지만, 출시된지 이미 7년이 넘은 상황이다. 그만큼 '소녀전선'을 해보지 않고 다른 서브컬쳐 게임부터 입문해서 즐기고 있는 유저 혹은 소녀전선에 대한 관심이 뜸해진 유저가 이전보다 많다. 아예 새로운 시작보다, 이전과 연결고리가 있던 작품은 중간에 모르는 상황에서 접근하기 좀 어렵게 느껴지는 경향도 있으니 불리한 점도 있을 것이다.
그런 만큼 '소녀전선2'는 이전처럼 시장을 뒤흔드는 위치는 아니겠지만, 2024년을 마무리하는 기대작이라 하기엔 모자람이 없었다. 서브컬쳐 게임에서 유저들이 원하는 감성과 캐릭터의 매력을 어필하는 법, 장르의 기본기까지 확고히 갖추고 접근성까지 다듬어왔기 때문이다. 현지화도 다소 오타가 나거나 일부 용어를 직역한 부분도 아주 가끔씩 있긴 했지만, 스토리를 스킵하지 않고 쭉 자연스럽게 읽을 맛이 나도록 전체적으로 다듬고 드립도 적절하게 넣는 센스까지 보여줬다. 아직 출시일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하오플레이에서 연내 출시를 예고한 데다가 현지화 완성도도 상당한 수준인 만큼 다가올 연말을 기대해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그간 원작의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3D, 그리고 SRPG로 구현한 정도만 간단하게 언급됐던 '소녀전선2'지만, 잠시 선발대로 뛰었던 입장에서는 마음을 다잡고 할 필요가 있는 게임이었다. 미카팀의 근본이자 소녀전선2 전에 나왔던 SRPG '역붕괴'가 생각보다 하드코어해서 고생했던 기억도 있고, 소녀전선2 CBT와 중국 서버 출시 초창기에 꽤나 매콤한 맛을 여러 차례 맛봤기 때문이다. 물론 언어의 장벽도 있었지만, 개발 극초반에 엑스컴을 언급했던 것이 허언은 아닐 정도였다. 까딱 잘못해서 한 번 실수하는 순간에 꽤나 아프게 맞았던 기억들이 생생하다.
지스타가 코앞이긴 하지만, 그 후로 거의 1년이 지나 여러 차례 다듬으며 국내 유저에게 모습을 드러낸 '소녀전선2'를 확인해보는 것이 선발대로서의 도리(?)였다. 그렇게 해서 선착순을 뚫고 접속한 '소녀전선2'의 국내판은 사뭇 놀랍게 바뀌어있었다.
게임명: 소녀전선2
장르명: 수집형 SRPG
CBT 개시일: 2024. 11. 12.
시연 버전: CBT 빌드개발사: 선본 네트워크 테크놀로지
서비스: 하오플레이
플랫폼: PC, 모바일
플레이: PC, 모바일(iOS)
소녀전선의 추억이 방울방울
착감기는 번역과 더빙까지 더하니 금상첨화
가장 먼저 체감된 변화는 한국어 더빙의 추가다. 이미 퍼블리셔인 하오플레이가 지난 8월, 한국어 더빙을 확정했던 만큼 놀랄 일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간 귀에 있던 "쇼죠젠센!" 대신 "소녀전선2: 망명"이란 타이틀 콜이 들려오는 게 다소 낯설 수밖에 없었다.
이미 중국 CBT 당시부터 메인스토리는 풀더빙이었고, 그 기조는 국내 서버 그리고 한국어 더빙도 동일했다. 그래서 그리폰을 나올 무렵을 회상하는 지휘관과 그 이후에 겪게 되는 일련의 사건들이 몰입감 있게 다가왔다. 검증된 성우진을 잘 배치한 건 물론, 적절한 번역과 디렉팅의 성과도 엿보였다.
소녀전선 시절의 이야기부터 시작한다고 했지만, '소녀전선2'는 전작을 해보지 않아도 크게 문제는 없었다. 그리폰을 나오게 된 계기는 아주 짧게 프롤로그식으로 나왔고, 그 다음부터 겪는 이야기 대다수가 소녀전선팬도 처음 접하는 사건들이기 때문이다.
그리폰을 나와서 현상금 사냥꾼이 된 지휘관이 어느날 보수가 꽤 짭짤한 의뢰를 받고 상자를 운반하다가 바랴그단의 습격을 받게 되고, 그들을 뿌리치면서 그 수상한 의뢰의 전말이 어떻게 되나 조사해나가는 과정이 '소녀전선2'의 초반 이야기다. 전술인형과 붕괴방사선이라는 개념이 전작부터 이어지긴 하지만, 그외에 오염지대나 여타 세부 내용은 전작에서 대강 언급된 내용이라 시리즈 팬들도 대략적으로 아는 정도다.
그보다는 이미 외전격인 '뉴럴 클라우드'에서처럼, 기존에 알고 있던 건 넌지시 제시하면서 이야기에 필요한 건 하나 같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 것이 '소녀전선2'의 내러티브였다. 번역 역시도 그러한 논조에 맞춰서 대부분 이해하기 편하게, 그리고 진짜로 가끔 쓸 법한 드립도 종종 넣으면서 환기를 시켜나갔다.
그 정도에 불과했다면 '소녀전선2'의 스토리를 굳이 이렇게까지 비중 있게 언급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소녀전선 IP는 그간 한국어 현지화가 잘 된 사례로 꼽을 만한 성과를 보여줬고, 그것이 이번 CBT에서도 드러난 정도기 때문이다.
'소녀전선2'는 여기에 그간 미카팀이 갈고 닦아온 3D 기술의 역량을 한껏 발휘한 작품이고, 그것을 어떤 걸림돌 없이 온전히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CBT는 굉장히 의미 있었다. 공식 커뮤니티를 통해서 여러 차례 보여준 캐릭터 모델링은 물론, '소녀전선2'에서는 그 캐릭터를 적극 활용한 컷신의 퀄리티가 수준이 상당히 높았다. 글 혹은 일러스트를 통해서 상상만 했던 전술인형들의 전투를 직접 이렇게 조작해볼 수 있으면 어떨까 싶을 정도로 뽑아냈기 때문이다. 그것도 단순히 액션만 넣는 것에 그치지 않고, 표정이나 시선의 디테일로 감정선을 살리는 장면까지도 온전히 체감할 수 있도록 현지화 서포팅이 잘 되어 있었다. 소녀전선 팬을 자부한다면 아마 스킵을 하지 않고 쭉 보게 되는, 그런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주지 않았나 싶었다.
엄폐, 약점, 협공까지 고려한 전술
초반 고속도로는 '자동'도 가능하게 조율
어찌 되었든 '소녀전선2'의 장르는 SRPG다. 연출,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전략적인 움직임으로 상대방을 공략하는 재미를 어떻게 살렸느냐가 관건이다. 한편으로는 최근 모바일 게임, 특히 수집형 RPG의 트렌드에 어떻게 맞춰나갈 것인지도 문제다. 도전정신을 불러오는 것도 좋지만, 계속 반복하다 보면 지치기 때문이다. 혹은 초반부터 진입장벽이 생겨버리는 것도 호불호가 있다.
'소녀전선2'의 중국 서버 초창기는 초반부터 진입장벽이 있던 편이었다. 먼저 전투 시스템이 상당히 복잡하다. 엑스컴을 위시한 하드코어 SRPG 정도는 아니더라도 엄폐물의 유무와 각 캐릭터의 안정 수치, 약점 등 피해량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많다. 통상 수집형 RPG에서 '약점'하면 속성 정도만 생각하지만, 소녀전선에서는 탄종도 약점 공략의 키라 추가로 고려해야 한다.
스킬 구성도 단순히 너 한 방 나 한방 정직하게 주고받는 구도가 아니었다. 예를 들어 그로자는 일정 범위 내로 접근해오는 적에게 제압사격으로 피해를 입힐 수 있고, 경구나 콜펜, 네메시스는 자기 사거리 안에서 아군이 공격하면 협공을 가하는 패시브가 있다. 그 하나하나는 기존의 SRPG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만, '소녀전선2'는 근접전이 아닌 원거리 화기 중심의 SRPG이기 때문에 그 범위가 상당히 넓은 편이다. 아군의 사거리가 긴 만큼 그에 대응하는 적도 사거리가 길거나, 기동 범위가 넓어서 한 번 잘못 계산하면 적에게 불의의 협공을 받을 확률도 높았다. 혹은 보스 캐릭터들은 한 턴에 여러 번 기동, 다양한 기믹을 흩뿌리고 가는 일도 잦았다.
이를 초반부터 유념해두고 기동하지 않으면 유닛 하나는 금방 사라질 정도로 '소녀전선2'는 모바일 게임치고 하드코어함을 지향했었다. 그 흔적은 지금도 남아있어서 캐릭터뿐만 아니라 장비 레벨도 지휘관 레벨에 귀속되어 있어 빠른 만렙은 불가능하다. 콘텐츠도 초반 두세 지역만 클리어하면 다 나오는 게 아니라 지휘관 레벨이 일정 수준이 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그 단계까지 접근할 때, '자동'을 거의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빡빡했던 게 '소녀전선2'였다. 캐릭터가 이상하게 기동하는 것도 문제지만, 한 번 실수하는 순간 바로 킬이 나버릴 정도로 적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 뒤로 약 1년이 지나 선보인 '소녀전선2'의 한국 CBT 빌드는 난이도 곡선이 상당히 개선됐다. 30레벨 이전에 등장하는 스테이지들은 적들의 위력을 한층 낮춰서 한 번 실수하더라도 만회할 수 있었다. 초기부터 있던 되돌리기 기능까지도 동일하게 지원하니, 정 안 되면 특정 시점으로 다시 가서 최선의 수를 찾는 식으로 플레이하면 됐다.
아울러 지형지물을 활용한 기믹이나, 오브젝트를 활용해서 다수의 적을 소탕하는 SRPG 특유의 전략적인 포인트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기름통을 폭발시켜서 주변의 적에게 큰 피해를 입히거나, 컨베이어 벨트를 가동해서 그 위에 선 적을 앞으로 끌고와서 협공하거나 혹은 절벽으로 밀어내는 등 아군의 움직임은 최소화하면서 효율적으로 적을 처리하는 맛을 살렸다.
그렇게 해서 최소한의 궤도, 즉 모든 콘텐츠를 시작점까지 뚫는 그 시점까지는 행동력 지원만 있다면 CBT 이튿날에도 충분히 가능하게끔 했다. 물론 이후에 레벨을 더 올리고 세부 세팅까지 완료해서 최고 득점을 노리는 보스전 등 엔드 콘텐츠들이 더 있기는 하다, 그 지점까지 가기 전 세팅을 하는 단계부터 다소 이탈할 여지가 있던 것이 그 옛날의 소녀전선2였다면, 지금은 그 엔드콘텐츠 이전 파밍은 더 원활하게, 단계별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아울러 한 번 3성 클리어하면 소탕도 가능한 만큼, 조금 신경을 써서 클리어한 뒤에는 파밍 부담감도 상당히 적었다.
연말 피날레를 장식할 소녀전선2
장르의 묘미와 디테일까지 갖춘 기대작
본래 서브컬쳐 게임을 플레이하고 평할 때 캐릭터를 조명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언급하곤 했지만, '소녀전선2'는 전작부터 그 부분에선 개발진이 애정을 가득 담은 모습을 보여줘서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SD 시절부터 캐릭터와 아기자기하게 상호작용하는 숙소를 3D로 확장, 캐릭터와 좀 더 세밀하게 상호작용하는 모습은 출시 전부터 화제가 되지 않았던가.
최근 서브컬쳐 게임은 주인공 = 유저의 분신에 가깝게 해석하지만, '소녀전선'은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점차 지휘관이 극을 이끌어가는 별도의 주인공이 되었다. 스토리 전개 과정에서 그 감각이 다소 낯설게 느껴질 법도 하지만, 컷신 연출에서 유저가 지휘관 본인이 된 것처럼 시점을 잡으면서 전장에서 동거동락하는 느낌을 살리는 등 캐릭터와의 '교감'을 확고히 챙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표정 변화는 물론 세밀한 부분까지도 다듬은 모델링에, 상당히 맛깔난 현지화와 더빙이 더해지면서 그 효과는 더더욱 배가 됐다. 여기에 약점과 엄폐, 캐릭터의 스킬 그리고 지형지물까지 적극 활용해서 풀어가는 SRPG의 재미까지 확고히 다지면서 연내 출시될 때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물론 아직 테스트 단계인 만큼, 지원 없이 매일 출석하면서 대형 업데이트를 기다리는 정식 출시의 루틴까지 100% 확신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도 '소녀전선'에 관심이 없던 유저도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서 조금 더 지켜볼 필요는 있긴 하겠다.
'소녀전선'이 중국발 서브컬쳐 게임 빅웨이브의 초창기 기수격인 게임이지만, 출시된지 이미 7년이 넘은 상황이다. 그만큼 '소녀전선'을 해보지 않고 다른 서브컬쳐 게임부터 입문해서 즐기고 있는 유저 혹은 소녀전선에 대한 관심이 뜸해진 유저가 이전보다 많다. 아예 새로운 시작보다, 이전과 연결고리가 있던 작품은 중간에 모르는 상황에서 접근하기 좀 어렵게 느껴지는 경향도 있으니 불리한 점도 있을 것이다.
그런 만큼 '소녀전선2'는 이전처럼 시장을 뒤흔드는 위치는 아니겠지만, 2024년을 마무리하는 기대작이라 하기엔 모자람이 없었다. 서브컬쳐 게임에서 유저들이 원하는 감성과 캐릭터의 매력을 어필하는 법, 장르의 기본기까지 확고히 갖추고 접근성까지 다듬어왔기 때문이다. 현지화도 다소 오타가 나거나 일부 용어를 직역한 부분도 아주 가끔씩 있긴 했지만, 스토리를 스킵하지 않고 쭉 자연스럽게 읽을 맛이 나도록 전체적으로 다듬고 드립도 적절하게 넣는 센스까지 보여줬다. 아직 출시일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하오플레이에서 연내 출시를 예고한 데다가 현지화 완성도도 상당한 수준인 만큼 다가올 연말을 기대해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