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펍지 스튜디오의 신작 '프로젝트 아크'(가제)의 첫인상은 지난 2021년에 등장했던 '썬더 티어 원'의 재개발인가 싶었다. 전술이 강조된 탑뷰 슈터라는 점에서 두 게임은 닮아 있다. '썬더 티어 원'은 얼리 액세스 단계에서 가능성이 풍부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결국 완성되지 못한 채 잊혀져버렸다. 다듬을 곳이 많은 게임이었지만 비교적 재밌게 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아쉬운 작품으로 기억된다.
게임명: 프로젝트 아크(가제)
장르명: 탑다운 밀리터리 전술 슈팅
출시일: 미정
리뷰판: 개발 버전개발사: 펍지 스튜디오 아크 팀
서비스: 크래프톤
플랫폼: PC
플레이: PC
'프로젝트 아크'는 오는 지스타 2024 크래프톤 부스에 시연 버전이 전시된다. 이에 앞서 크래프톤은 미디어를 대상으로 사전 시연회를 개최했다. 시연은 별도 규칙이 없는 팀 데스매치와 폭파미션 두 가지로 진행됐다.
'프로젝트 아크' 개발팀인 '아크 팀'은 탑뷰 방식을 채택해 게임을 개발했다. 기본적으로 탑뷰 슈터는 FPS, TPS보다 캐주얼한 슈팅 게임성을 추구하기 마련이다. 몰입감 측면에서 일인칭, 삼인칭, 탑뷰 순으로 높지만, 그만큼 부담감도 심해진다. 이유는 시야의 범위, 제한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실제 사람과 같은 시야 범위인 일인칭에서 보다 넓은 시야인 삼인칭, 무대 전반을 보여주는 탑뷰로 갈수록 정보량이 많아져 부담감이 덜해진다. 일인칭과 탑뷰는 시야 차이로 인해 유저의 선호도가 갈린다.
일인칭 슈팅이 보다 몰입감 높은 게임 경험을 제공한다면, 탑뷰 슈팅은 전략적인 재미를 제공한다. 스타크래프트나 리그 오브 레전드의 시점이 대표적이다. 나의 위치, 맵 전반에 깔린 오브젝트의 위치, 상대방의 위치가 일인칭보다 훤히 보이기에 보다 계산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이러한 시야는 상대방도 마찬가지이기에 바둑의 수싸움과 같은 전술, 전략이 필요하다.
시연 버전 기준으로 '프로젝트 아크'는 탑뷰 슈팅이 추구해야할 전술적인 플레이 방향성을 잘 갖췄다. 크래프톤이 '배틀그라운드' 개발로 축적한 사운드 플레이 경험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다만, 캐릭터가 마치 발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움직이는 듯한 무거운 움직임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전투는 전반적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의 5인 한타를 밀리터리로 재현한 듯한 인상을 받았다. 각자 역할에 맞는 움직임, 상대방 상황에 따라 대응, 시야 확보가 핵심이었던 점, 팀원이끼리 콜이 중요했던 점에서 마치 '레인보우 식스 시즈'의 전투 방식을 '리그 오브 레전드'에 접목시킨 듯한 느낌을 주었다.
'프로젝트 아크'는 탑뷰이기에 유저 입장에선 2D로 진행되는 슈팅 게임이지만, 실제론 3D 공간에서 전투가 이뤄진다. 이에 총기마다 정확한 탄도를 따라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프로젝트 아크'는 기존 탑뷰 슈팅과 비교했을 때 현실적인 슈팅 메커니즘을 구현한 것으로 보였다.
시점에 상관없이 슈팅 게임에서 중요한 것은 사격의 맛이다. '프로젝트 아크'는 캐릭터마다 다른 총기를 사용하는데 고유한 조준 흔들림(sway)과 반동(recoil) 특성을 갖추고 있다. 총기의 궤적이 실시간으로 나타나는 것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으나 정확한 타이밍과 반동 제어 과정이 다른 것은 나름의 손맛을 제공했다.
'프로젝트 아크'의 캐릭터 시야는 부채꼴 모양으로 제한된다. 전방은 넓게 볼 수 있지만 옆과 뒤는 좁은 원 정도로 제한된다. 복잡한 실내 전투에선 시야각을 활용하거나 상대방의 사각지대를 고려한 전술적인 플레이가 중요시됐다.
게임 내에서는 팀원의 시야를 공유받아 적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팀원 전체의 시야와 CCTV 및 카메라 드론의 시야도 실시간으로 공유되어서 벽 너머의 적을 팀원이 발견하면 관통 사격을 하는 등의 협력 전술이 언어적 소통 없이도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초기 플레이에선 개발팀이 의도한 어려움이 느껴졌다. 예로 총기마다 서로 강점과 약점이 있어서 스나이퍼의 위력을 간과하고 돌격하다가 사망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또는 탑뷰 시점 때문에 건물이나 오브젝트에 캐릭터가 가려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때 하이라이트로 강조되어 구분할 수 있지만, 카메라를 좌우로 이동시켜 오브젝트에 가려지는 경우를 피할 수 있다. 숙련도에 따라 더 유리한 전투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는 점이 불편함보다는 깊이감으로 느껴졌다.
아크 팀은 게임 내 캐릭터 외형을 의도적으로 특색있게 배치해 플레이어가 모습만 보더라도 어떤 총기를 사용하는지 알 수 있도록 했다. 캐릭터의 무기는 '배틀그라운드'에서 익숙하게 봤던 AWM, MP5K, P90, Mk14 등이 등장한다. 캐릭터마다 고유한 가젯을 보유하고 있어 맵과 적 구성에 따른 전략적인 캐릭터 선택이 중요했다.
폭파 미션의 맵은 방과 복도로 이어지는 실내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곳곳에 총알이 관통되거나 파괴할 수 있는 벽이 있어 전술적으로 활용하는 게 필요했다. 방어팀은 바리케이드와 함정을 설치해 공격팀의 진입을 막아야 하며, 공격팀은 가젯과 사용해 벽과 바리케이드를 파괴하고 다양한 투척물을 활용해 크립트 주변으로 진입해야 했다. 매 판마다 전장의 구조가 변화하여 전투 양상이 다채로워지는 점이 흥미로웠다.
플레이 외적으로 보면 배틀그라운드 세계관, '펍지 유니버스'가 확장되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세계관의 배틀그라운드에서 우승한 경험이 있는 캐릭터 '에이펙스'의 등장이나, 블루존 수류탄이 사용이 대표적인 예다. 앞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프로젝트 아크' 양승명 PD는 "게임을 개발하면서, '펍지 유니버스'에 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설정과 세계관을 만들고 있다"며 "다만, '펍지 유니버스' 측과 본격적인 협의를 통해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니어서, 현재 '펍지 유니버스'의 새로운 게임이라고 말하기엔 미정인 단계"라고 소개했다.
시장에는 이미 탑뷰 슈팅 게임이 여럿 나와 있다. 전술과 전략을 강조한 게임도 '프로젝트 아크'가 처음 시도하는 건 아니다. 치열한 시장이지만 '프로젝트 아크'는 기본기를 갖춰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배틀그라운드 세계관이 본격적으로 확장한다는 기대를 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