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빌메이커를 개발하고 있는 엔크루 김택승 대표

카드배틀게임 시장은 언제나 있었다. 그러나 대중적이진 않았다. PC나 콘솔, 보드에서 매니아층을 형성했던 이 장르는 타게임에 비해 유독 장벽이 많았다. 문제는 접근성이었다. 플랫폼이나 디바이스의 장벽도 물론 있겠지만 카드배틀게임 본연의 재미를 대중들에게 설명하기에는 장르벽이 너무나 컸다.

엔크루 김택승 대표의 첫 도전도 '대중성'이라는 장벽에 가로막힌 적이 있었다. 엔크루의 첫 타이틀인 '카르테'을 통해 정통 TCG의 맛을 대중들에게 전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의미있는 도전이 늘 성공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었다. 벽은 언제나 그대로였고 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다시 기회의 시장이 열렸던 것은 불과 몇 년 전 일이다. IT시장이 급변하면서 바야흐로 모바일게임시장이 열린 것이다. 일본에서는 카드배틀게임 열풍이 불고 있었지만 한국은 아직 아니었다. 천금같은 기회였다. 엔크루의 신작 '데빌메이커:도쿄' 프로젝트도 그렇게 진행되었다.



■ 카드배틀게임 한국시장에서 가능성 봤다

▲[데빌메이커 일러스트] 왼쪽부터 미트라와 아마테라스

개발기간부터 짚어봐야 할 것 같은데요. 시작이 언제였나요?
시작은 2011년 정도였습니다. 카드배틀게임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죠. 카드배틀RPG로 장르를 확정했을때가 2012년 초 정도였겠군요. 그때쯤 팜플에서 제의가 왔었습니다. 팜플에서 "장르는 다르지만 TCG(카르테)를 만들어봤으니 카드배틀에 대한 이해도는 높을 것 같고 컨셉부터 만들어보자"고 이야기가 됐었죠. 그렇게 해서 실질적인 작업은 작년 초에 시작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데빌메이커:도쿄'를 시작할때는 국내 카드배틀게임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을 시기 같은데요
그렇죠. 국내는 없는 시장이었죠. 그래서 처음에는 일본시장을 타겟으로 개발을 했습니다. 일본에서는 2008~9년에 온갖 장르의 모바일게임들이 쏟아져나왔는데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던 '아이마스'도 있었고요. 그밖에 '도리란드'와 '마지몬'와 같은 TCG나 소셜RPG가 일본시장을 주도하고 있었죠. 당시엔 대중적인 콘텐츠의 접속에 대해 많이 고민했었는데 디바이스에 대한 고민도 이때쯤인 것 같네요. 지금이야 스마트폰게임으로 나오는 것이 당연했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이제 막 성장하는 시기였거든요. 여러가지로 고민이 많을 때였죠.

사실 카드배틀게임 시장은 밀리언아서가 열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동종게임을 개발하는 입장에서 어떤가요? 밀리언아서의 국내 성공을 예측하셨나요?
그 성공에 관한 기준이 달라서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지만 국내 시장 사이즈로 본다면 성공을 했다고 봐야겠죠. 하지만 밀리언아서라는 IP 파워를 본다면 오히려 예상보다는 덜했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아쉬운 부분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특히 현지화 부분에서는 스퀘어에닉스라는 강력한 아이피홀더가 있기 때문에 클라이언트 자체를 바꾸기가 힘들거든요. 만약에 스퀘어에닉스가 한국에 더 신경을 썼더라면 어땠을까요? 물론 이정도로 흥행한 것도 성공이긴 하지만 그 포텐을 충분히 못 터트린 게 아닌가 아쉬움이 남습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아쉬운 것은 '퍼즐&드래곤'이죠. 밀리언아서는 일본에서 1위와 10위는 왔다갔다했지만 퍼즐&드래곤은 일본에서 매우 안정적인 곡선을 유지하며 1년째 유지를 하고 있거든요. '퍼즐앤드래곤'과 '밀리언아서'는 그 포멧이 완전히 다른 게임입니다. 퍼즐앤드래곤은 콘텐츠가 강력해서 굳이 운영이 없어도 콘텐츠만으로 잘 돌아가는 게임이거든요. 반면 밀리언아서는 콘텐츠 기반의 게임이 아니다보니 운영이 정말 중요하죠. 그래서 국내에서도 '퍼즐앤드래곤'이 더 성공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아쉬운 성적이었습니다.

카드배틀은 국내에서는 황무지나 마찬가지의 시장이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커질 수 있었을까요?
수요는 있었다고 봐야죠. 카드배틀류라는 장르 자체가 라이트 유저도 하드코어한 게임 속성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는데요. 대표적인 예가 수집을 들 수 있겠죠. 모으는 재미, 즉 아주 근원적인 욕구를 바탕으로 구성된 장르거든요. 사실 개인적으로 스마트폰게임은 특성상 콘솔게임과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게임을 보면 알시겠지만 거의 혼자 가지고 노는 콘솔 속성의 게임성이 주를 이루거든요. 이런 속성을 가진 카드배틀게임이 스마트폰과 만나면서 접근성과 게임성의 시너지를 낸거라고 할 수 있죠.



■ 데빌메이커:도쿄, 한국에서 통한다



현재 한국 모바일시장에는 이미 수많은 TCG류 카드배틀RPG가 존재하는데, 동종장르의 다른게임들과 다른 데빌메이커의 특색은 무엇인가요?
여러가지를 예로 들 수 있겠지만 첫 번째는 유려한 '룩앤필'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타 카드배틀게임보다 뒤쳐지지 않을 정도로 퀄리티 있게 제작했고요. 여기에 여기에 콘텐츠 기반의 게임성을 끼어넣어 좀더 즐길거리가 있는 게임으로 만들었습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국내 서비스되고 있는 카드배틀게임은 굉장히 정체된 게임성을 가진 게임이 많습니다. 밀리어아서도 잡다한거 다 버리고 정말 누구나 할 수 있을 정도로 가볍게 만들었거든요. 그래서 운영에 신경을 더 쓸 수 밖에 없었던 것이고요. '데빌메이커'는 이런 게임의 장점을 가져가면서 여기에 더 즐길만한 게임성을 녹여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흔하지 않은 국산 카드RPG입니다만 왜 하필 일본 도쿄를 배경으로 삼았나요?
처음하는 이야기인데요. 처음 개발할 때 위험부담을 조금 줄일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때 룰더스카이가 월매출 20~30억 할때였습니다. 아기자기한 국내 마켓 사이즈에 카드배틀게임도 나오지 않았고 그때 국내를 타겟으로 카드배틀을 만든다고하면 투자하는 곳이 없었죠. 그래서 그런 부담감을 줄이고 사업적인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서는 일본시장을 타겟으로 해야했죠. 일본시장을 염두해뒀던 것은 온전히 사업적인 판단때문이었죠. 더불어 온라인게임은 우리가 잘나가고 있는데 모바일은 아니었으니까요. 한국에서도 잘되는 모바일게임을 만들고 싶은 욕구가 있었습니다.

데빌메이커 게임화면이 세로입니다. 밀리언아서의 성공 사례를 상기해 본다면 가로화면도 고려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런 질문 많이 받았는데요. 일단 카드가 세로잖아요. 세로카드는 세로로 봐야 가장 멋진 화면을 감상할 수 있죠(웃음). 세로로 개발한 이유는 무엇보다 두손으로 게임을 조작하는 게 너무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하려면 한손은 손잡이는 잡아야 하는데 가로로 개발하면 그게 안돼잖아요. 물론 가로화면에서의 장점도 분명 있지만 우리는 세로화면의 가능성을 더 높게보고 개발했고, 지금은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보이고 있습니다.

▲세로화면으로 개발된 '데빌메이커:도쿄' 게임화면


독특하다고 생각되었던 부분은 카드덱마다 HP를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당장 보기에는 어렵게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일본 카드배틀게임의 경우 보통 카드덱이 아니라 덱에 있는 카드의 체력을 합친 수치로 나오잖아요. 데빌메이커가 굳이 덱마다 HP를 가져가는 이유는 게임 스타일과 관련이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부분은 게임을 하면서 조금 고민할 거리를 만들자라는 생각이었죠. 가령 게임을 진행하다가 HP가 감소되면 물약으로 채울지 아니면 조금 무리하게 끌고가 도착지에서 회복샘에서 체력을 채울지 고민하게 되는 것이죠.

또하나는, 이렇게 개별적으로 덱을 관리하게 되면 카드 하나하나에 애정을 쏟게 되거든요. 물론 이런 문제는 재미와 스트레스에 대한 부분인데 저희가 판단하기에는 충분히 감내할만한 스트레스라고 생각했습니다. 전투 자체도 일단 오토로 돌아가기 때문에 체력 회복도 전체회복과 카드하나 회복 딱 2가지만 두었거든요.

카드를 뽑을때 덱의 스탯이 랜덤으로 부여된다고 들었습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던파와 디아블로의 조합이라고 생각하시면 쉽습니다. 카드를 뽑게되면 등급을 받게 되고 그 등급안에서 최고 스탯과 최저스탯이 랜덤으로 결정되는 방식이죠.

카드덱마다 랜덤요소가 있으면 유저들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하지 않을까요?
사실 스탯이 게임에 큰 영향을 끼지는 것은 아닙니다. 최하급을 가지고 있어도 게임을 하는데는 지장이 없죠. 여기서 최고 스탯이라는 것은 유니크성을 부여하자는 것입니다. 물론, 랜덤요소는 어디까지나 운이기 때문에 이 역시도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는데 그래서 '재계약'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재계약은 뽑은 카드의 스탯을 올리는 효과가 있는데 다운되지는 않고 상승만 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굳이 하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자기가 더 돈을 쓴 만큼 즐거움을 주자는 게 이런 시스템의 취지라고 할 수 있죠.


▲애니메이션톤으로 제작된 데빌메이커 일러스트


서버 이야기를 해보죠. 요즘 온라인게임 못지 않게 모바일에서도 서버문제가 이슈화되고 있습니다
그 부분은 저희가 확실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게임 개발자들은 카카오 플랫폼과 같은 한국의 특수성을 잘 모르고 또 알더라도 한국 상황에 맞게 서버를 짤수가 없거든요. 그런데 저희는 애초에 이런 환경에 맞게 개발했고 충분한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초기 서버 다운과 같은 문제는 없다고 생각해도 되는건가요?
서버 이슈는 크게 두가지로 처리할 수 있는데요. 하나는 프로그램 자체를 안정적으로 짜는 것이고 하나는 물리적 서버 수를 늘리는 것이죠. 후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습니다.

저희가 10만명을 예상했는데 일순간에는 100만명도 들어온다고 가정해보죠. 그럼 그렇다고 해서 10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서버를 준비해 둘 순 없잖아요. 그래서 어느정도 예측가능한 상황에서 준비를 해두는 것이죠. 현재 데빌메이커는 프로그램 자체의 안정성 외에도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 구조로 짰습니다. 그것을 벗어난 경우에는 팜플에서 물리적으로 잘 할거라 믿고 있습니다(웃음).



■ 문제의 아청법, 카드 일러스트 이렇게 수정되었다

▲아청법 이슈로 수정된 만드라고나 이미지

카드일러스트를 보니 그림체는 조금씩 다른데 묘하게 통일성을 갖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원래는 더 심하게 통일하려고 했습니다. 완전히 하나의 애니메이션처럼 통일된 느낌을 주고 싶었죠. 어차피 게임이라는 건 인터렉션이 들어간 멀티미디어 콘텐츠잖아요. 그 관점에서 접했기 때문에 첫 기획때는 하나의 톤으로 가려고 했던 것이죠. 하지만, 일을 조율하면서 좀 변경이 되었는데 그래도 기준점을 잡고 여러명의 작가가 그리더라도 애니메이션의 느낌은 유지하자가 기조였죠. 그래픽 풍 자체는 많이 다변화가 되었습니다.

일러스트 이야기가 나오니 아청법 이야기가 빠질 수 없겠군요. 카드 일러스트가 전체적으로 한번 수위조절을 거쳤다고 들었습니다. 어떤게 변한건가요?
원래 저희 일러스트 수위가 높은 편은 아니었어요. 우리는 단지 아름다움을 추구했을 뿐인데(웃음). 아청법 이슈가 터지면서 어쩔 수 없이 애들이 좀 단정하게 변했습니다. 노출이 있는 애들은 많이 챙겨입고요. 근데 사실 좀 억울하긴 합니다. 음란함이란 마음속에 있는거잖아요. 저희는 전혀 음란하지 않은데 어쩔 수 없이 많이 입히면서 슬퍼진 애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수정된 이미지들(오른쪽이 수정전 이미지)


스토리나 컨셉은 어떻게 결정하게 된 건가요?
스토리 자체는 덕력을 많이 썼습니다(웃음). 데빌메이커 컨셉을 잡을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게임을 만들 수 있는 배경이 일반적으로 검과 마법이 난무하는 판타지, 그리고 SF 미래물, 현대물, 테마물인데요. 이중 손쉽게 만들 수 있는게 중세판타지고 카드배틀에서 SF는 잘하지 않고 보통 북미권에만 통하는 소재거든요. 현대물은 재미있긴한데 국내에서 조금 애매하고요. 그래서 작년 4월에 생각한게 테마물이었습니다. 설정 그대로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 독특하게 비틀었죠. 예를 들어 켈베로스를 그릴땐 정말 머리 3개 달린 개를 그리는 게 아니라 여자아이가 지옥견 3마리를 안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했죠.

갑자기 생각난 건데 왜 하필 악마인가요. 천사나 여신, 천사로 괜찮을 것 같은데요
악마라 통칭한 것은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일본 같은 경우에는 여신전생 시리즈나 비슷한 장르의 게임에서 신화적 존재를 악마라고 통칭을 하거든요. 그 악마라는 개념이 선과 악의 개념이 아니라 령(靈)의 개념이죠. 일본의 경우 토속신앙과 같은 다양한 신앙이 강해서 이런 개념에 대해서 거부감이 없는 것도 강점이고요.

이제 마지막 질문 같은데요. 데빌메이커에 대한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개인적인 욕심은 카드배틀RPG 중 국산게임으로 랭킹 1위가 되는 것이죠. 나아가 일본에서도 매출 순위안에 들고 싶고요. 되도록 많은 유저분들이 플레이하고 사랑 받는 게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